심봉사가 눈뜬 기분?
저는 사실 막귀(그냥 하는 얘기가 아니라 실제로도 어린 시절 헤드폰으로 헤비메탈을 많이 들어서 청력이 별로 좋은 편이 아닙니다)에다 오디오에 대한 무지막지한 초보라 기기를 변경해도 바뀐지 모른다면 그냥 그런가보다 할 정도입니다. 그런 제가 BOP는 연결하여 듣는 순간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일단 제 오디오 여정에 대해 간략히 말씀드립니다. 읽으시면 제가 얼마나 초보에다 막귀인지 실감이 되실 겁니다.
우선 어렸을 적 집에 있던 오디오 시스템(데논 풀시스템에 jbl의 조합이었습니다. 아직도 현역기입니다)은 논외로 하고 제가 구성하여 시스템을 장만한 것은 약 6년 전입니다. 당시는 애플 맥을 이용한 mac-fi란 말이 막 나오던 시절로 기억합니다. 저는 원래 맥을 사용하던 사람으로,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몇날 며칠을 인터넷 검색을 하여 캠브리지오디오 640 인티앰프와 Dacmagic, 그리고 에포스 m5i를 장만하였습니다. 사실 이때도 소리가 너무 좋아 매일 음악만 들으면서 지냈습니다. 케이블은 당시 기기를 장만한 샵에서 추천하는 캠브리지오디오 광케이블, 오디오퀘스트 사이드와인더 인터케이블, 오디오퀘스트 type-4 스피커케이블로 아무 생각없이 구매하였습니다. 이러한 구성으로 매우 만족하며 어떤 기기, 케이블도 안 바꾸고 얼마전까지 자~알 지내왔습니다. 사실 근 1년 정도는 음악도 거의 듣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작년인지 재작년인지 앰프에 전원을 연결해놓은 상태(몇년간 앰프의 전원을 끈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에서 번개가 쳐서 정전이 된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 앰프를 켜고 10분 정도만 지나면 한쪽 스피커에서 지~잉하는 전기적 잡음이 나서 음악을 들을 수가 없었던 탓입니다. 그 이후 오디오를 고치지도 않고 방치해오다 바로 얼마전에 5만원에 고쳤습니다.
그러다 오디오의 업그레이드를 시도하게 된 건 아주 우연한 기회였습니다. 현0카드 0포인트몰을 아실 겁니다. 여기서 소니 mdr-1r 헤드폰을 포인트로 살 수 있길래 그냥 포인트 소진 차원에서 아무 생각없이 구매하였습니다. 이 우연한 '지름'이 BOP이란 듣도 보도 못한 고가(기기 자체가 고가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오디오 시스템의 기본 구성 기기도 아닌 악세사리가 이런 가격이라면 저는 미친짓이라 치부했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고가라는 뜻입니다. 실제 비싸기도 하죠;;;;)의 장비까지 들이고 게다가 이런 사용기까지 쓰게 만들 줄 당시 어찌 알았겠습니까. 하여간 이렇게 장만한 헤드폰으로 아이폰을 소스기 삼아 듣다보니 좋은 소리에 대한 욕망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거였습니다. 그렇지만 그건 오디오에 대한 욕망이 아니라 단순히 포터플 음악감상에 대한 욕망이었습니다. 포터블이라고 해봐야 저는 시간이 짧기도 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운전을 하여 출퇴근을 하는 사람이라 헤드폰을 쓸 일이 없고, 목적은 사무실에서의 음악감상이었습니다.
BOP 사용기를 쓴다면서 제 오디오 편력이 너무 지루하게 길어지는 듯하여 좀 간략하게 요약을 해야겠습니다. 하여간 사무실에서 좀 좋은 소리를 듣고자 검색 끝에 아스텔앤컨 AK120과 베이어다이나믹의 t5p을 고민 끝에 장만하였습니다. 앞서도 언급했다시피, 전 헤드폰 때문에 청력이 많이 상한 사람이라 더 나빠질까 좀 무섭기도 하고, 전혀 관심도 없던 포터블 음악감상 기기를 한방에 하이엔드급으로 장만하는 게 미친짓인 것 같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하여간 사무실에서의 일의 능률을 위해(;;;;) 뒤도 안 돌아보고 그냥 달렸습니다. 그렇게 장만하게된 놈들로 음악을 2~3주 듣다보니 집 스피커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오래 사용하여 좀 지겹기도 하고 로하스 계열의 스피커를 사용하고 싶다는 오래된 바람이 있기도 하여 다른 스피커는 전혀 알아보지도 않고 하베스 p3esr, 스팬더 s3/5 r2 중에서만 고민을 하였고 단지 하베스의 이름이 더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들어보지도 않고 샵에 가서 그냥 사들고 왔습니다.
이때만 해도 앰프 등을 바꾼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단지 스피커만 업그레이드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집에 와서 스피커를 바꾸었더니 소리가 좀 이상했습니다. 뭔가 답답한 소리가 나는 거였습니다. 스피커를 사면서 샵 사장님한테 제가 스피커 케이블을 막선을 쓰니 좀 좋은 걸로 사은품을 달라고 하였고 사장님이 카나레 케이블을 주셔서 그걸 같이 연결하였는데, 당시에는 제가 쓰던 케이블이 타입-4라는 것도 모르고 그저 케이블을 좋은 것을 샀을 리가 없으니 그냥 막선이라고 생각했던 거여서 케이블도 바꿔 연결했던 겁니다. 그래서 케이블이 문제인가 싶어서 원래 케이블로 바꿔 보았습니다. 하지만 막귀인 제가 알 리가 없었던 겁니다. 조금 달라지는 것도 같지만 그 차이가 실감이 되질 않았던 겁니다. 네, 이 정도로 답이 안 나오는 막귀입니다. 여차저차 해서 앰프가 스피커를 못 따라가는 것 같은 느낌으로 예정에도 없던 오디오아날로그 베르디 센토를 또 샵에 가서 들어보지도 않고 들고 왔습니다. 이건 좀 체감이 되더군요. 그 답답함은 역시 앰프의 문제였던 것입니다. 하베스 p3esr이 울리기 쉬운 스피커는 아니라더니 구동력이 좀 있는 앰프여야 제대로 소리가 나오는 것을 경험하게 된 것입니다.
앰프를 바꾸니 또 DAC를 바꾸고 싶다는 욕망이 스멀스멀... 이래서 오디오는 아예 발을 들이면 안 되는 취미인 겁니다. 하여간 또 여차저차 해서 노스스타디자인 엑셀시오를 샵에 가서 듣지도 않고 들고 옵니다. 저는 들어봐야 그 차이를 잘 알지도 못하고 그저 들어서 음악이 듣기 좋으면 만족하는 사람입니다. 엑셀시오와 Dacmagic의 차이? 지금도 잘 모릅니다. 그저 그렇게 붙여 놓으니 소리가 듣기 좋아서 기분은 좋았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저음이 좀 너무 풀어져서 들리는 느낌(벙벙대는 것까지는 아닌데 하여간 단단하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이라, 드디오 케이블질의 세계에 입문하게 됩니다. 케이블은 인터넷의 평만으로는 결정하기가 힘들어 샵에 가서 물었습니다. 내 시스템이 이러이러한데 어쩌면 좋겠냐고. 그랬더니 은도금선인 QED의 제네시스 실버 스파이럴 스피커 케이블과 같은 회사 시그네처 오디오 40 인터커넥트 케이블을 추천해줘서 그냥 또 들고 왔습니다. 연결하니 저음은 좀 단단해지는 듯 느껴지는데(역시 막귀라 그냥 그런 느낌이 든다는 정도로만 표현합니다) 고음이 해상도가 너무 올라간 탓인지 좀 쏘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또 샵에 가서 상담을 하니 그냥 좀 들어보라고 더이상의 지름은 효과가 없다고(양심적인 분들입니다. 그냥 뭐 추천하면 바로 사왔을 텐데...) 하지만 간 김에 파워케이블 와이어월드 일렉트라 7을 들고 왔습니다. 역시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명확하게 구분은 못했지만 느낌상으로는 좀 좋아졌습니다. 그러고 또 일주일 후, 인터넷에서 이런 쏘는 소리를 잡는 데 PAD 뮤세우스 파워케이블이 효과가 좀 있다는 평을 보고 샵으로 가서 내놓으라고 했습니다...만 물건이 없기도 했고 제발 그냥 좀 참고 들어보랍니다. 원래 하베스 에이징이 좀 걸리고, 기기들도, 케이블들도 에이징이 필요하니 석달만 참고 들어보랍니다. 후... 성질이 급해서 뭔가 완전한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에이징을 해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라... 샵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겠다고 고집하자, 그럼 비싼 거 말고 저렴한 와이어월드 스트라투스 7에, USB 케이블을 은의 흔적이 없는 크로마 7으로 붙여보라는 조언을 하길래 그럼 일단 에이징되는 동안 그걸로 버텨보겠다고 샀습니다(샵의 스텝분은 스트라투스 업그레이드할 필요는 아마 없을 거라고 하셨죠. 이쯤 되면 제가 누군지 샵에서는 아실 것 같습니다;;;;).
뭐 이렇게 모든 기기를 바꾸고 케이블을 전부 바꿨지만 체감상 현격한 차이를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네, 심각한 막귀입니다. 하지만 역시 이렇게 바꿔도 여전히 뭔가 2% 부족함을 느꼈습니다. 제가 원하는 그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그 이후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접지가 중요하다는 글을 보고 접지도 해보고 스피커 스텐드도 SMS로 장만하고 여러가지를 했습니다. 참고로, 접지를 하니 소리가 좋아지는 느낌도 있었지만 지금껏 오디오 기기에서 찌릿찌릿 느끼던 전기가 안 통해 정말 만족했습니다.
이렇게 약 세 달에 걸쳐 ak120을 시작으로 폭풍같은 '지름'를 하였습니다. 그래도 2% 불만족으로 여기 저기 찾아 다니다 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BOP를 알게 되었습니다(무슨 신앙 간증 같습니다;;;;). 이걸로 안되면 그냥 만족하고 더이상 소리를 찾는 여행은 그만두자는 심정으로 효과도 알 수 없는 고가의 기기를 주문하였고, 오늘 받아서 사무실에서 연결하여(아 제가 원래 가지고 있던 캠브리지오디오, 에포스 등 시스템은 사무실에다 설치해놓았습니다) 들어보니 좀 달라지는 듯했지만 기대만큼의 변화는 아니었습니다. USB 케이블도 새로 주문한 AIM UA1 케이블이 마침 도착하여 같이 물려줬습니다. 이게 케이블의 힘인지 BOP의 힘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하여간 변화를 느끼긴 했습니다. 게다가 막귀인 저를 못 믿어 사무실의 다른 동료들을 제 방으로 불러 A-B 테스트도 해봤지만 다들 그 가격을 들일 정도의 변화는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실망이 막심하여 반품을 고민하였습니다.
그런데 퇴근하여 아무 기대없이 집의 시스템에 물려보니 이게 무슨 조화입니까. 그 막귀인 저도 그 차이를 명확하게 느끼게 할 정도의 변화가, 제가 원하는 바로 그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환호성을 질렀습니다(육성으로...). 어떻게 보면 앰프를 바꿔서 느낀 수준보다 더 만족스러운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변화를 왜 사무실에서는 못 느꼈던 건지 의아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사무실에서는 환경상 볼륨을 높이지 못하는 이유도 있었고, 방이 따로 있기는 하지만 유리문이라 좀 산만하기도 하였던 게 이유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게다가 케이블들도 막선 + 막선을 갓 넘은 입문기들뿐이라 효과가 반감되는 점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제가 요즘 듣던 각종 음악(주로 클래식 현악기를 좋아하고 재즈도 많이 듣습니다. BOP로 2L에서 거금을 주고 산 모짜르트 바이올린 콘체르토 10기가짜리 DXD 음원을 들으니 천상에 있는 기분입니다. 다이애나 크롤도 이렇게 깊은 소린지 몰랐습니다)을 다 듣고 있는데 확실히 다름을 느낍니다. 표현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계속 고민하던 저음과 고음이 확실히 달라졌고 배경이 정숙해진다는 의미를 처음으로 알게되었습니다. 저음은 단단해지고 고음은 약간 쏘던 것이 부드러워졌지만 뻥 뚫리는 느낌입니다. 뭐 정위감, 질감 등 제가 알 수 없는 개념들은 모르겠고 하여간 저 같은 황당한 막귀도 차이를 확연히 느끼고 너무나 원하던 바로 그 소리를 듣게되어 이제 오디오질을 그만두고 음악만을 들을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여러 고수님들의 시스템에서는 어떤 소리가 날까 궁금해지기도 하니 오히려 오디오질에 더 몰두하게 되는 건 아닌지 두렵기도 합니다. 제 지인 중에 굉장한 오디오 고수가 계시는데 집에 독립된 공간으로 청음실을 따로 만들어 요즘은 온갖 빈티지 기기를 복각, 자작하고 계십니다. 거기서 들은 소리보다 제 소리가 더 좋은 것 같습니다;;;;;;;;;
무슨 사용기를 장편소설로 쓴 느낌입니다. BOP로 만들어진 소리에 너무 흥분하여 여기까지 일필휘지로 달렸습니다. 제가 막귀에다 초보라 기기로 인한 변화를 잘 표현도 못하고 기술적인 것도 잘 모릅니다. 하지만 저도 느낄 정도의 변화, 그것도 이렇게 좋은 방향으로의 변화이니 그 어느 누가 들어도 느낄 수 있는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정작 BOP에 대한 사용 내용은 별로 없고 제 오디오 편력(편력이라 표현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짧은 기간에 한정된 기기들의 경험이지만)만 너무 길게 쓴 것 같고 글재주도 부족하여 재미있지도 않은 얘기를 지루하게 늘어놓아 죄송하기도 합니다만 BOP로 인해 처음으로 강렬하게 느낀 이 오디오적, 음악적 쾌감을 전해 드려야겠다는 일념으로 이렇게 염치불구하고 글을 올립니다. 제 느낌이 제대로 전달되지는 않겠지만 BOP가 대단한 놈이란 정도는 전달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흥분해서 쓰고 퇴고도 하지않아 비문도 많을 것이고 맞춤법도 틀린 게 꽤 있을 텐데 이점은 좀 양해 부탁드립니다.
2주내에 반품이 된다고 하니 다들 한 번 들여서 경험해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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