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MINGWAY WESTERN CABLE
헤밍웨이 웨스턴 스피커 케이블
약 13일간의 기다림 끝에 밤 늦게 배달 된 크고 납작한 상자 하나. 직감적으로 케이블이라는 걸 알았고, 대게 고가의 케이블이 무거운지라 그리 생각하고 상자를 들었는데 너무 가벼워 인터 케이블인가? 하고 개봉해 보니, 얇은 선재의 까칠한
약간 플라스틱 같은 외피에 살짝 실망했다. 시중의 저가형 정도의 케이블 느낌이랄까?
다음 날 하이파이클럽의 관계자분과 통화하면서 이 케이블이 생각보다 고가임을 알고 깜짝 놀랐다. 그러나, 내가 사용 중인 케이블보다 비싸진 않았다. 그럼에도 나의 케이블보다 더 좋은 소리를 들려 줄까 하는 기대감에 얼른 연결해 본다.
현재 유명한 브랜드네임의 A사의 케이블과 V사의 케이블을 바이와이어링으로 연결하여 듣고 있는 중이라 두 케이블의 체결을 풀고, 사용중인 탄노이 스피커의 번들로 들어 있던 점퍼 케이블을 연결하였다. 이렇게 점퍼 케이블을 연결한 채 헤밍웨이 웨스턴 케이블, A사, V사 케이블 순으로 연결하여 같은 음반으로 비청에 들어 갔다.
인터케이블들은 반덴헐사의 것을, 파워케이블은 실텍사의 것을 사용했고, 이틀동안 LP와 CD를 골고루 들으면서 고음질 녹음반과 테스트용 음반도 이용했다. 그러면서 헤밍웨이 웨스턴 케이블의 능력을 만끽했다.
어느 정도의 수준의 케이블 비교에서 고음이, 또 저음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은 무의미한 것 같아 될 수 있는 한 이런
것은 지양하고 감상 평을 적으려 노력 했다. 또한 감상에 왜곡 될 수 있을 거 같아 재질과 스펙에도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오로지 헤밍웨이 웨스턴이 들려 주는 사운드에만 집중 했다.
다음은 들었던 음반 중 몇 개만 발췌하여 비청한 느낌을 적어 본 것이다.
1. 정가악회 풍류 III 가곡
이 앨범은 케이블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준 음반 중 하나이며 무척 재미있는 음반이다. 고택에서 엄숙한 연주가 흐르는 반면에 연주 내내 풀벌레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특히 그 벌레들 중에 귀뚜라미가 압권이다. 첫 곡의 연주가 시작된 후 약간의 시간이 지나면 왼쪽에서 귀뚜라미 한 마리가 울기 시작한다.
질 나쁜 케이블은 이 귀뚜라미를 왼쪽 스피커에 가두지만, 좋은 케이블은 이 녀석이 스피커를 나와 우리 집에서는 베란다 창문 쪽에서 운다. 음악이 두 곡, 세 곡 계속해서 연주 되는 동안 이 녀석은 우는 소리의 크기도 달라질 뿐만 아니라 이동도 한다. 이 귀뚜라미의 위치를 따라가는 것도 이 음반 감상의 또 하나의 묘미인데, 헤밍웨이 웨스턴 케이블을 통해 새롭게 안 사실인건,,,,,귀뚜라미가 한 마리가 아니라 두 마리였다는 것이다. 두 마리라는 걸 알고 A사 케이블을 연결하여 다시 들어 보니 그 대목에서 두 마리라는 것이 표가 나긴 했지만, 헤밍웨이 웨스턴 케이블이 아니였다면 한 마리로 쭈욱~ 알고 있었을 것이다.
2. What about this, Mr. Paganini?
이 앨범 또한 케이블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 준 음반들 중 하나다. Amati, Guarneri, Stradivari 등 유명한 바이얼린을 같은 연주자가 같은 곡을 연주하여 그 소리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앨범이다. 이 앨범에 Stradivari 보다 Guarneri 소리가 더 좋아 졌는데, 물론 시스템이 좋지 않아도 바이얼린 소리가 비슷하게 들리고 어느 정도의 시스템이라면 그 케이블이 좋지 않아도 바이얼린 소리가 비슷하게 들린다. 헤밍웨이 웨스턴은 귀를 쫑긋 세워 듣지 않아도 각각의 바이얼린의 특징을 그대로 들려준다.
3. 베토벤 교향곡 5번- 카를로스 클라이버
동시에 터져 나오는 오케스트라 음반은 그 악기 하나하나를 얼마나 세세하게 잘 살리느냐, 그 웅장함을 얼마나 잘 전달 하느냐, 그리고 라이브라면 그 생생함과 현장감을 얼마나 잘 전달하느냐가 오디오쟁이들의 관심사다. 헤밍웨이 웨스턴 케이블은 어렵지 않게 자연스럽게 이 모든 것을 잘 표현해 내었다. 특히 우뢰와 같은 마지막의 박수소리를 A사와 V사 보다 조금 더 현실감 있게 표현했다.
대게 모든 연주가 끝나자마자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가 터져 나오는데, 이 앨범은 몇몇 사람만이 박수를 치다 수십 초가 지나서야 큰 박수 소리가 터져 나온다. 연주나 지휘를 못해서 실망한 나머지 억지로 치는 박수가 아니라, 클라이버가 혼신의 힘을 다해 지휘를 하여 곡이 끝나자 휘청거렸기 때문에 놀란 관중들 몇몇 만 박수를 쳤고, 잠시 후 정신을 차린 클라이버가 자세를 바로 잡자 그제서야 우뢰와 같은 박수를 쳤기 때문이다. 헤밍웨이 웨스턴 케이블은 이런 감동을 그대로 전해 주었다.
4. 케리 카 – 알비노니의 아다지오
이 곡을 듣노라면 낮고 힘있는 저음에 온몸과 소파가 부르르 떤다. 헤밍웨이 웨스턴 케이블은 A사 보다 저음의 힘은 약하지만, 그 떨림은 충분히 전해지고 더 자연스럽게 저음을 표현 한다. 파이프 오르간과 더블 베이스의 사운드가 저음부에서 서로 얽히지 않고 그 거리감도 잘 느껴진다. 저음의 파워는 V사가 약간 앞서지만 헤밍웨이 웨스턴이 훨씬 듣기 좋은 저음을 내 준다.
5. 박효신 – 야생화
가요는 잘 듣지 않지만 요즘 그나마 빠져 있는 가요가 야생화이다. 헤밍웨이 웨스턴은 어떻게 표현할까 하면서 들어 본다. 박효신의 풍부한 목소리가 집 전체에 울려 퍼지고, 말 그대로 공기 반 소리 반이 느껴진다. 피아노 소리가 보컬에 묻히지 않고 약간 떨어져 또렷하게 소리를 내고 있다. 각 악기가 뭉침 없이 조화롭게 음을 잘 살려 준다. 클라이막스의 고음에서 막힘 없이 타사의 케이블 보다 더 시원하게 쭉 뽑아 주어 소름이 돋는다.
총평 : 위 음반을 비롯하여 많은 음반을 들어 보면서 헤밍웨이 웨스턴 케이블에 대한 느낌은 다음과 같다.
차로 지방을 다니다 보면 차 앞유리에 많은 벌레들의 흔적이 남는데, 워셔액을 뿌려 와이퍼로 닦으면 그 개운함과 투명함을 누구나 느꼈을 것이다. 이 것이 내가 가진 A사 케이블의 느낌이다. 그러나, 닦인 유리창을 자세히 보면 그 흔적이
완벽히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다. 와이퍼로 닦는 한계다. 세차를 해야 확실히 지워지는데, 이 느낌이 헤밍웨이 웨스턴 케이블의 느낌이다.
물론 완벽히 지워진 느낌은 아니지만, 나의 첫인상은 그 만큼 사운드가 투명하다 (이 단어는 감상하는 동안 계속 떠오른다)는 것이다. 또 하나, 집 벽에 흡음재를 붙였을 때 사운드가 정리정돈 되고 정숙해져 사운드가 한 층 더 고급스러워졌다고 느꼈었는데, 이 케이블은 케이블만으로도 그런 효과를 분명히 내주고 있으며 독주나 실내악 연주에서도 정숙함이 더 낫다. 고음과 저음도 과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듣는 내내 정리정돈, 정숙성, 자연스러움, 투명함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케이블을 지인의 시스템에 연결해 보았을 때이다. 모니터 스피커였는데 그 사운드는 일명 막선에 가까운 답답함 그 자체였다. A사의 케이블도 연결해 보았지만 A사는 그리 나쁘지 않은 사운드였다. 그 동안 느꼈던 헤밍웨이 웨스턴의 싹 달라진 모습에 너무 놀랐고 당황스러웠다. 그 덕에 호기심이 생겨 몇몇 시스템에 연결해 들어본 결과 성능 좋은 빈티지나 통울림에 더 자연스러운 사운드를 들려 주는 것 같았다. 구입 전 자기 시스템에 연결해 보고 구입해야 실패가 없을 것 같다.
적어도 나의 시스템에서는 너무도 가지고픈 케이블임에 틀림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