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를 오마주 할 충분한 자격을 가진 헤밍웨이 웨스턴 케이블
어떤 분야 던지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창조의 결과물은 달콤하지만, 그것을 만들어 내기 위한 과정은 쓰디쓴 약을 들이마시고 머리를 쥐어뜯는 고통의 과정일 수도 있다.
당대이든 후세이든 보는 눈이 정확한 사람들은 그러한 업적에 존경심을 갖고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예술가, 학자, 기술자들은 남들이 밟지 않은 독창적인 세계를 만들고자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이러한 외골수가 너무도 지나치다 보면 특히 예술 쪽에서는 대중적인 취향과는 거리가 먼 아방가르드한 경향을 보여 외면당하기도 한다.
같은 하늘 아래서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이 무척 힘든 일이기 때문에 위대한 예술가들도 과거 대가의 작품을 변용하여 자기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이 지지를 받기위해서는 반드시 원전에 대한 출처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브람스는 “하이든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만들어 기악 오케스트라의 초석을 다진 하이든에게 존경을 표시하였는데, 우리는 이러한 행동을 “오마주” (homage)로 여긴다.
또한 피아노의 대가였던 리스트는 바이올린의 대가인 파가니니에게 경외심을 담아 “파가니니의 주제에 대한 대변주곡”을 만들어 신기에 가까운 비르투오소에게 존경을 표하기도 했다.
오디언스 AU24SE 인터 케이블과 비교한 헤밍웨이 웨스턴 스피커 케이블
그런데 한편으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원본의 출처를 무시하고 대중을 속이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창작자의 고난의 결과물에 대해 출처를 밝히고 법적으로 합당한 보상을 하지 않으려 했던 대표적인 사례는 헤비 블루스의 대가였던 레드 제플린의 경우가 아닌가 싶다.
미국 블루스 음악계의 흑인 아티스트인 윌리 딕슨(Wille Dixon) 과의 법정 다툼은 그리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록의
레전드라 일컬어지는 레드 제플린의 명성에 오점을 드리운 카피캣의 행위라 할 만하다.
그리고 원본을 미숙하게 해석하여 만들어진 작품성이 떨어지는 커버 곡의 경우 오마주라기 보다는 카피캣의 행태로 여겨지는 경우도 있다.
사실, 헤밍웨이라는 브랜드가 론칭된 시기에 음악산업과 관련 있는 하이파이 케이블 제조사가, 뜬금없이 로스트 제네레이션의 대표주자이자 행동주의 문학의 대가라 할 수 있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이름을 가져온 것을 과연 오마주로 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있었다.
또한 이번에 새로운 라인업으로 론칭된 “웨스턴”은 오디오파일이라면 웨스턴 일렉트릭을 연상할 수 있는 네이밍을 하였는데, 이는 헤밍웨이의 의도 와도 일치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헤밍웨이는 이제 15년 이상의 연혁을 가진 한국의 대표적인 오디오 케이블 제조사가 되었고, 다수의 오디오쇼와 각종 시연회를 통해 만들어진 명성은 주요한 하이파이 매거진의 평가를 통해 월드 클래스의 레벨에 오른 중견 기업이 되었다.
이러한 결과치를 놓고 보면 헤밍웨이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명망에 누를 끼치지 않고 오마주 할 자격을 충분히 가진 기업이 되어간다는 소견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평가로 인해 헤밍웨이의 라인업에서 인디고 II 아래의 엔트리 레벨이라 할 만한 웨스턴 스피커 케이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오디오파일이라면 지극히 자연스런 끌림이라 하겠다.
헤밍웨이와 하이파이클럽의 협력을 통해 새롭게 론칭되는 웨스턴 케이블의 사전 평가 행사는 시연회가 아닌 나만의 청음 공간에서 헤밍웨이 케이블의 진가를 느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기 때문에 제품의 대여를 요청하게 되었다.
하이파이클럽을 방문하여 대여받은 웨스턴 케이블의 첫인상은 가늘고 잘 휘어지지 않는 도선의 재질과 슬리빙된 익스팬더가 오디언스의 AU24SE 인터 케이블을 연상케 했다.
그리고, 웨스턴 케이블과 관련된 리뷰를 통해 빈티지라 불리는 과거의 기기에서 미덕으로 자리잡았던, 자연스러운 느낌, 치우치지 않은 대역 밸런스, 착색이 가해지지 않은 음색을 종합하면 “중용”이란 단어를 떠올렸다.
하지만 빈티지 기기를 운용하는 오디오파일만을 대상으로 협소한 쓰임새만 지닌 케이블을 헤밍웨이에서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고, 수준 이상의 해상도와 중고역에서 속도감 있는 소리를 내주지 않을까 예상해보았다.
대여받은 케이블은 6m 길이로 청음과정에서 불가피하게 50cm 정도 지름으로 둥글게 감아 설치했고 어느정도 음향적인 마이너스 요인을 감안하여 평가를 해보았다.
단자는 바나나 단자로 처리되었고 회색을 띤 것을 볼 때 주석이 도금되지 않았나 추측해 보았고 파워 앰프의 후루텍 단자에는 무리없이 삽입되었지만 스피커의 문도르프 바인딩 포스트와는 굵기의 차이가 있어 완전한 삽입이 어려웠다.
가늘고 잘 휘어지지 않는 탄성이 강한 도선의 재질과 유전율에 대한 역발상으로 얇은 절연 피복재로 만들어진 케이블이 어떠한 특성을 들려줄지 어느 정도 예상을 해보았지만, 케이블 세팅 후 처음 얼마간 듣게 된 소리는 약간은 실망감을 주었다.
기존의 카다스 클리어 리플렉션 케이블이 가진, 소리를 그려내는 이미징과 무대의 크기를 가늠케 하는 스테이징 같은 요소가 부족한 느낌이다 보니, 중상급 이상의 시스템에서는 매칭에 무리가 있는 케이블이 아닌가 하는 잠깐 동안의 착각을 하게
된 것이다.
세 시간 정도의 청음이 진행되는 동안 처음 가졌던 실망감은 점차 사라지게 되어 점점 뻗어가는 크레셴도의 프레이즈에서 자연스러움이 느껴지기 시작했고, 빠르기의 급격한 변화가 이루어지는 프레이즈 에서는 머뭇거리는 느낌없이 매끈하고 빠른 반응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매겨진 가격을 상회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현재 서브 시스템에 쓰고 있는 실텍 익스플로러 90L에 비해 상급의 아우라를 느낄 수 있었다.
음향적인 에너지, 온도감, 3차원 적인 무대 공간의 크기 등은 카다스 클리어 리플렉션보다는 다소 미치지 못했지만 다이내믹스의 변화에 빠른 반응이 느껴지고, 바이올린과 플루트, 오보에 같은 고음역의 악기소리가 또렷하고 생동감 있게 들리는 것이 점점 더 느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웨스턴 케이블의 특성이 단독이 아닌 클리어 리플렉션과 더블런으로 연결하면 어떨까 하는 오디오파일의 전형적인 탐구심이 솟아났고, 별난 시도는 예상보다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는, 두 개의 케이블이 각각 가진 장점을 돋보이게 하는 시너지 효과를 얻은 것으로 약간의 수고로움을 감수하여 의외의
성과를 얻게 된 것이다.
헤밍웨이에서는 기존의 헤밍웨이 케이블이 가진 길이의 제한을 없애 멀티 채널 운용에도 기대를 하고 있다는 리뷰 내용을 알고 있었지만, 웨스턴 케이블을 운용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기존의 저음역이 과도한 케이블을 바꾸지 않고 더블런 연결을 통해 단점을 완화하는 효과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무리 비싼 케이블이라 해도 모든 것을 다 가진 이상적인 케이블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모든 오디오파일의 취향이 같을 수 없고, 제조사의 의도와는 다르게 고역이던 저역이던 한쪽의 느낌이 강하게 올 경우 트레이드오프는피할 수가 없는 현상이라고 본다.
항상 같은 결과를 도출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클리어 리플렉션과 웨스턴의 조합은 불가피한 트레이드오프를 상당 부분 해소한 사례로 생각하고 싶다.
이후 청음은 싱글과 더블런 포메이션으로 비교 진행하였고 많은 곡을 들어보았지만 그 중 특히나 깊은 인상을 느낀 곡들을 골라보면
브루크너 교향곡 8번의 1악장, 피날레의 튜티는 관현악이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큰 에너지를 가진 프레이즈라 할 수 있다.
오디오파일이라면 이러한 음향의 압도적인 에너지를 표현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점점 클라이맥스를 향해가는 크레셴도의 압박에서 음향의 해일을 만들어가는 현악 파트의 트레몰로에 팀파니와 관악기들이 컨서트 홀의 천정을 뚫을 기세로 몰아친다.
웨스턴 단독으로 들었을 때, 현의 파동음이 넘실대는 느낌이 실감나게 표현되었고, 트럼펫의 빛나는 금빛의 금속음이 비상하듯 펼쳐졌으며 더블런으로 들었을 때는 그것에 더해 이전에 나의 청음 공간에서 경험하지 못한 막대한 음향의 에너지로
인해 무지크 페라인잘에서 연주를 듣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들 정도로 생생한 음향이 쏟아졌다.
바르톡의 “푸른 수염의 성”에서는 7번째 곡인 “아! 사랑스러운 꽃들이여!” 에서 오보에를 비롯한 목관악기와 하모니를 이루는 타티아나 트로야노스의 아리아가 감미롭게 다가오며 서정적인 흐름을 잘 쫓아간다.
이어서 다섯 번째의 문을 열게 되는 8번째 곡인 “아! 보아라 나의 광대한 왕국을” 이 흐름을 끊지 않고 이어질 때 경악하는
트로야노스의 비명과 오르간을 포함한 모든 악기의 튜티는 웨스턴의 더블런 일 때 더욱 극적으로 그려지면서 소규모 시스템에서 느낄 수 없던 음향의 홍수 속에 가려지지 않은 각각의 악기의 미묘한 느낌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알프스 교향곡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곡인 “밤”에서 어둠이 깊어지는 알프스의 웅대한 자연을 향해 금관악기로 경외심을 표한다.
점점 더 데크레셴도와 라르고로 흐르는 프레이즈에서 트럼펫과 트롬본의 음색이 컨서트홀에 낮게 퍼지는 색채감이 도드라지게 느껴진다.
다이내믹스가 극적으로 감소하고 음량이 줄어드는 부분은 정상급 시스템이 아닌 경우 소리가 뭉개져 형체를 느끼기 어려운데, 웨스턴이 투입되면서 약음의 디테일이 살아나는 느낌이다.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12번 3번째 악장인 “Aurora”는 러시아 혁명기에 전함 오로라가 짜르의 겨울 궁전에 포격을 가하는 장면을 그린다. 긴박감을 느끼게 하는 장면을 팀파니, 베이스 드럼, 스네어 드럼의 연타로 이끌어가는 프레이즈에서 진격하는 병사들의 무리가 스크린에 그려지듯 느껴지는 것이 바로 음악의 힘이다.
웨스턴이 추가된 시스템에서 북면에서 튀기는 말렛과 스틱이 더욱 생동감 있게 느껴지면서 리듬을 타는 흐름에서 배가된 긴박감을 느낄 수 있다.
멘델스존의 교향곡 3번 “스코티쉬”의 4악장은 생의 환희를 찬양하는 멘델스존의 낙관적인 인생관을 엿볼 수 있는 곡이다.
피날레가 시작되기 전 클라리넷과 바순의 목가적인 프레이즈가 이어질 때, 작은 리드에 입술을 댄 연주자의 혼신의 연주를 느낄 수 있다면 녹음이 잘된 음반을 훌륭한 시스템으로 들었을 때 가능한 결과다.
장엄하게 마무리되는 클라이맥스는 현악기군의 힘찬 보잉과 타악기와 관악기 군의 흥겨운 리듬감을 놓치지 말아야한다.
더블런으로 연결된 웨스턴 케이블은 음향이 아닌 음악을 즐기는 여흥을 배가 시킨다.
칼 오르프의 세속 칸타타 “카르미나 부라나”는 오디오의 자원을 고갈시키는 곡으로 대규모 관현악 오케스트라와 성인과 어린이 합창단, 소프라노, 테너, 바리톤 솔리스트가 참여하는 작품이다.
독일 고유의 카펠 마이스터의 계승자인 틸레만은 모든 연주자들을 장악하여 일사불란한 음악을 재현하고 있다.
첫 곡과 마지막 곡이 같은 곡이어서 24번째 Ave Formosissima는 실제 마지막 레퍼토리에 해당되는데 “최고의 아름다운 것 들이여”에서 아름다운 남녀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장중하고 느린 합창을 이끌어가는 베이스 드럼, 팀파니, 탬버린, 심벌즈, 튜블라 벨스 같은 타악기들의 소리가 잘 구분되면서 타격의 질감이 느낌이 잘 느껴지는 기기라면 훌륭한 조합을 이룬 시스템이라 할 만하다.
바그너 링 사이클 중 첫번째 작품인 라인골트의 마지막 곡은 리들리 스콧의 영화, 에일리언 커버넌트의 엔딩 타이틀로 사용되어 오디오파일에게 익숙한 곡이기도 하다.
신들의 발할라 입성은 반지를 잃은 라인의 세 처녀들이 부르는 슬픈 넋두리 섞은 가녀린 노래를 최고신인 보탄이 꾸짖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처녀들의 노래를 뒤로 하고 신들이 무지개 다리를 건너 발할라로 입성하는 과정은 현악 파트의 쉴 새 없는 트레몰로 위에 강력하게 울려 퍼지는 관현악 프레이즈로 표현하고 있다.
더블런으로 추가된 웨스턴 케이블은 금관이 가진 금속성 펼침 화음을 표현하는데 있어 저음과 고음 악기의 스펙트럼을 제대로 표현하는 느낌을 받았다.
청음을 마치면서...
안정된 시스템을 구축한 오디오파일이라면 전원장치, 디지털, 아날로그 인터 케이블, 스피커 케이블을 투입하여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한 최적의 매칭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헤밍웨이는 사용자 층 확대를 위해 케이블에서 장식적인 요소를 제외하여 가격을 낮추고 기본기에 충실한 엔트리 레벨의 새로운 라인업인 웨스턴의 론칭을 시도하고 있다.
하이파이의 세계에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이름을 들여오고, 오래전 극장 오디오의 전설적인 브랜드인 웨스턴 일렉트릭의 이름을 채용한 헤밍웨이의 행보는 충분히 이름값을 치르는 실력을 가진 제조사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청음을 마무리 하면서 웨스턴 스피커 케이블은 중고가 시스템에 경쟁력을 가진 케이블로 여길 만하며 헤밍웨이가 의도한 대로 멀티채널에도 강점을 가질 뿐 아니라 고가의 메인 케이블이 있을 경우 더블런 구성을 통해 아쉬운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요소로도 사용 가능함을 확인하는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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