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log Heritage : 웨스턴케이블의 귀환
1. How the west was won....
레드 제플린이 2003년에 과거 자신들의 라이브를 모아 발표했던 앨범이다. 이 앨범에는 과거 자신들의 찬란한 영광과 그 현장의 숨결이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다.
락 음악 팬들에게는 엄청난 유산(Heritage)이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레거시(Legacy)이다.
"하이파이클럽에서 웨스턴케이블에 대한 체험행사를 진행한다"고 들었을 때 잠시 혼란스러웠다.
"빈지티 웨스턴케이블을 재제작한다는 것인가?"
머리 한 구석에서 있던 궁금증이 잊혀질 때 쯤 택배 상자 하나가 집에 도착했다.
헤밍웨이 케이블의 박스 테이프를 보고 그제야 내용물을 눈치챘다.
2. Analog Heritage
오래된 오디오파일들에게는 기술과 상관 없이 언제나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브랜드들이 있다.
테크닉스 보다는 AR, 매그넘 보다는 피셔, 와트퍼피 보다는 알텍....
웨스턴 일렉트릭이라는 이름도 당연히 그 중 한 자리를 꿰차고 있었다.
웨스턴케이블? 만약 내가 알고 있는 그 웨스턴케이블이라면....
요즘 나오는 고순도의 동선과는 다른 빈티지케이블.....매력적이지만, 하이엔드와는 매칭이 잘 되지 않는 케이블.....
나 역시도 이 케이블을 시스템에 연결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웨스턴케이블" = "과거 빈티지 오디오의 유산"
하지만, 케이블을 시스템에 꽂고 음악을 재생하는 순간 그 등식이 틀렸음을 바로 깨닫았다.
3. 오리지날의 생소함
사실 박스를 뜯고 처음 만난 웨스턴케이블은 그 왜소함이 기대를 반감시킬 수 밖에 없었다.
원래 웨스턴케이블이 그렇지만, 이미 굵은 두께와 단단한 외피의 케이블에 익숙해져 왠지 모를 허전감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가 하나의 케이블로 묶여 있지 않고 아예 떨어져 있는 점도 다소 생소하게 느껴졌다.
아쉬운 탄식을 짧게 뱉으며 앰프와 스피커에 연결하고 재생을 시작하자, 미처 생각하지 못한 소리에 눈이 동그래졌다.
"어?................"
아마도 이 반응은 이 케이블의 첫 감상 후 모든 사람이 느끼는 당혹스러움일 것 같다.
5N보다는 6N을, 6N보다는 7N을 선택했던, 아니면 복잡한 지오메트릭스가 주는 신뢰감을 선택했던 오디오파일의 선택이 한순간에 공허해지는 당혹스러움.
이제야 쇼파에 제대로 몸을 얹고 겸허히 이 웨스턴케이블이 들려주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4. 정좌 후 음악 감상
시스템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 웨이버사 스마트허브
- 웨이버사 WCore
- 웨이버사 WNAS3
- 웨이버사 WDAC3mk2
- Ayre K-5x 프리
- EAR 861 파워
- Verity Audio Parsifal Ovation
- 인터케이블 스트레이트와이어 Virtuoso, 파워케이블 JPS AC5, 시너지스틱 리서치 Tesla T1, 버츄얼 다이나믹스 Power3 등
베리티 오디오의 파르지팔 오베이션은 현대적인 명쾌함과 가볍지 않은 무게감을 지닌 스피커이다.
특히 공간을 채우는 적지 않은 저역에 매우 깔끔하고 맑은 고역이 아주 매력적이다.
흔히 광대역이라고 일컫어지는 위아래의 넓은 대역, 그리고 깊이감을 잘 표현하는 스피커이다.
6.5인치의 우퍼와 소프트돔 타입의 트위터 조합에서 나는 사운드 중에서는 가히 손꼽을 만한 소리라고 해도 될 듯 하다.
그러나, 그 밸런스가 깨지면 저역의 갑갑함이 생기거나 혹은 너무 평면적인 중고역을 들려주기도 한다.
특히 저가의 동선(제품명은 밝히지 않는다.)에서는 무대감이 잘 생기지 않는 경험을 한 적이 있어 마냥 쉬운 스피커가 아님을 깨닫은 적이 있다.
웨스턴케이블과 함께 한 파르지팔 오베이션은 여태 껏 어느 케이블이 들려줬던 소리보다 넓은 대역의 소리를 들려 줬다.
마치 "이래도 내가 빈티지처럼 보이느냐"고 항변이나 하듯 매우 모던하고 매우 매끄러운 소리를 들려 준다.
아니, 매끄럽기만 한 것이 아니라 저역의 밸런스도 아주 훌륭하다. 이만하면 6N, 7N의 스펙은 의미를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Ayre K-5x 특유의 롤오프가 느껴지는 고음 특성과도 꽤나 잘 어울린다.
이 부분 역시 신호 전달 능력이 떨어지는 스피커케이블에서는 즐기기 어려운 부분이다.
3극관과 비슷한 소리를 내는 EAR 861 진공관 파워와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화를 보여주는 듯 하다.
즐겨 듣는 몇몇 음반을 걸어가며 감상을 이어간다.
5. 뛰어난 밸런스. 난 올라운드야!
Sade - The Ultimate Collection
이 음반은 잘 녹음된 베이스의 저음역대와 Sade 특유의 비음 섞인 고음역대의 소리를 들려 준다.
보컬로 시작하는 Jezebel에서는 웨스턴케이블 특유의 자연스러움이 빛을 발한다.
적당한 허스키 보이스로 다소 그레인이 있는 듯 하지만, 더할 나위 없이 매끄러운 Sade 의 목소리가 돋보인다.
기존에 사용했던 Cardas 의 Cross 역시 뛰어난 질감으로 정평이 난 제품이지만, 현장감이 느껴지는 자연스러움은 웨스턴케이블이 한 수 위인 듯 하다.
최근 사용했던 네오복스의 첼리비다케와 비교하면 그 차이가 더욱 극명하게 나는 듯 하다.
Hang on to your love 의 Bass 소리에서는 음의 윤곽이 조금 더 또렷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생기는데 이는 오히려 너무 빠른 음의 전달 특성 때문이 아닌가 싶다.
저역의 자연스러움은 단연 압권이지만, Bass 현을 튕기는 무게감이 조금 더 잘 표현되었으면 하는 조그마한 아쉬움이 있다.
Charlie Haden & Pat Metheny - Beyond the Missouri sky
오디오 파일의 애청 앨범인 이 음반 역시 웨스턴케이블의 특성을 잘 들려주는 음반이다.
명베이시스트와 명기타리스트의 만남답게 매력적인 저음과 아름다운 고음이 쏟아져 나오는 느낌이다.
Message to a Friend 에서는 읖조리는 듯한 기타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웨스턴케이블은 해상력 있는 소리로 조곤조곤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또렷하지만 시끄럽지 않고 명확하지만 뭉쳐있지 않은 소리다.
공백이 많은 음반인 만큼 듣는 이의 귀를 확 끌기보다 자연스러운 이야기로 귀를 붙잡고 있는 것이 포인트인데, 그런 면에서는 탁월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Murray Perahia - Chopin Sonatas
이번에는 이 웨스턴케이블의 자연스러움이 과연 피아노 소리도 잘 표현할 수 있는지 알고 싶어 Murray Perahia의 Chopin Sonatas 음반을 재생해 본다.
Murray Perahia의 젊은 시절 연주이니 잘 절제된 정석의 연주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옛 오디오 속설에 첼로와 피아노 모두를 잘 표현하는 오디오는 없다. (= 매우 드물다는 말...)고 했건만 웨스턴케이블은 그 속설을 잘도 피해간다.
Murray Perahia의 타건을 꽤나 다이나믹한 소리로 잘 표현해 준다.
특히 요즘 나오는 어떤 케이블 못지 않은 스피드감을 보여주는데, 신기할 정도의 기민함이라고 얘기할 만하다.
Eddie Higgins Trio - Bewitched
재즈 Trio 의 진수를 보여주는 음반이다.
특히 리듬감 있는 드럼의 하이햇 연주와 악보 곳곳의 빈 곳을 찌르는 피아노 연주가 압권인데, 스피디한 재생과 적당한 볼륨감이 필수이다.
웨스턴케이블은 두텁지 않고 적당한 두께와 청량감 있는 중고역의 밸런스를 들려준다.
Beautiful love 전반이나 I hear a rapsody 후반부를 들어보면 확실히 이러한 특성이 잘 드러난다.
하이햇의 움직임이 보이는 듯한 고음역 대의 청량감, 베이스 현의 떨림이 느껴지는 저역의 다이나믹스.
웨스턴케이블 덕분에 꽤나 여러 번 다시 재생하기 버튼을 누르게 되었다.
6. 체험을 마치며 - 음악에 귀 기울여라.
앰프는 무게이고, 케이블은 굵기라는 얘기를 믿지 않는다 강변하더라도 그 관념을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오디오 파일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웨스턴케이블이 들려주고 보여 준 사운드는 그 많지 않은 오디오 파일의 무리에 내가 속하게 해준 듯 하다.
편한 옷을 걸친 듯한 자연스러움과 넓은 무대.
가볍지 않으면서 다이다믹한 저음과 또렷하면서 속도감 있는 고음.
웨스턴케이블은 사용자의 시선을 케이블의 외형과 스펙에서 벗어나 케이블이 들려주는 음악 그 자체로 되돌린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듯 하다.
"스피커 케이블은 여지 껏 진화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이미 다 진화한 것이다."
강점
약점
매칭기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