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에게 Manolo Blahnik과 같은 패션명품이 선망의 대상이듯, 남성들에게는 기계적 완성도가 탁월한 소수의 브랜드는 관심의 대상이요 '사나이 로망'이라는 타이틀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열광의 대상임에는 분명하다. 여기에 예술적 취향이 결합된 '하이엔드'라는 기호품은 단순히 사운드라는 청감상의 자극에 대해 감성적으로 얻을 수 있는 만족감 뿐만 아니라, 메카니즘의 우수함을 통해 이러한 남성들의 꿈을 충족시켜 준다는 측면에서 절묘한 취미적 요소를 갖춘 분야라고 생각한다.
학창시절 아마츄어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던 시절이 있었다. 시험과 학점에 시달리면서도 참 열정적으로 음악에 빠져들었던 시절이었다. 첫 연습시간에 보면대에 놓인 악보는 하이든의 교향곡6번 '아침(Le Martin)이었다.
Violin 파트의 서주가 시작되는 동안 뒤이어 시작되는 첼로부분을 기다면서 내 귓가로 번져오는 아름다운 선율에 '참 아름답다'라는 생각만 했었던 기억이 난다.
'참 아름답다' 바로 이 느낌만 나면 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최근 몇몇 시스템을 교체하면서 나름대로 실연의 느낌을 찾기 위해 적잖은 시간을 보냈다. 일부러 예술의 전당 R석을 끊고 서울로 상경하기도 했고, 부산문화회관, 성남 아트홀 등의 연주회를 가서도 눈앞의 연주자 모습을 보기보다는 눈을 감고 머리속에 시스템을 그려보기도 했다.
과연 레퍼런스로 삼을 수 있는 실연이라는 게 존재할까라는 의문이 든 것이 이 시간 동안 내가얻은 솔직한 느낌이었다. 어떤 공연장은 대단히 리얼하게 들리는 반면 다소 거친 소리를 들려주었고, 다른 연주회에서는 매우 다듬어진 이쁜 소리를 들려주었지만 다소 맹맹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내가 내린 결론은 자기의 취향에 맞는 소리가 결국 아름다운 소리라는 것이었다. 소위 레퍼런스라는 신기루를 쫓다모면 결국 갈증만 더해갈 뿐, 오아시스를 만난다는 보장이 없다는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렸다.
요즘 다른 시스템을 들을 기회가 있으면 속으로 재밌는 상상을 하곤 한다. '이 소리는 모 공연장의 제일 앞좌석에서 듣는 소리와 비슷한 것 같은데?','이 소리는 파바로티가 스테디움 빌려서 마이크 대고 하던 공연장 느낌이랑 비슷하군' '이 소리는 오디션 볼때 대기석에서 듣던 솔로소리와 비슷한데?' 이렇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 내 취향과 다르다는 이유로 신경이 곤두서서 결점을 찾고 분석하려 애쓰던 모습이 많이 줄어듬을 느낀다. 단지 새로운 공연장에 와서 듣는 것 뿐이니까 그 무대의 분위기를 즐기면 된다.
'오늘은 어느 공연장으로 가볼까?' 이런 느긋한 마음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그날이 언제 올런지... 아직 수양이 부족한 나는 턴테이블 밑에 뭘 깔아야 되나 하는 잡생각으로 공연 분위기를 흐리곤 한다.
아직 수양이 부족한 부산의 초보 회원이었습니다.
내년에는 지역모임도 시간을 내서 참석하고, 여러 회원님들과의 교류를 통해 많은 음악을 접해보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