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아래 권태형님 글에 연이어 리버맨 케이블 글이 올라가게 되었네요.
-------------------------------------------------------------------------
리버맨님으로부터 인터커넥터를 전해받은지 벌써 3개월이 넘었는데 이제야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당시는 한참 케이블 고르기에 열중하던 시기였는데 선뜻 시청용으로 빌려주시겠다고 하여 감사하는 마음으로 케이블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직장 일 관계로 글을 마무리하지 못해 이제사 올리네요.
실버드래곤은 은선입니다. 그리고 RCA 단자로 WBT 단자가 사용되었습니다. 모델이 뭐라던가, 보통 많이 사용되는 검은색 WBT단자보다 상당히 고가의 제품이라고 전해들었습니다. 이 단자 가격 때문에 판매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45만원이라던데, 소비자 권장가격인지 실 구입가격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몇개월 전 케이블 무림대회전 글에서 잠깐 언급을 했습니다만, 실버드래곤의 음질 성향은 한마디로 실키사운드라고 요약하면 크게 어긋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일단 은선 특유의 사운드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은선 특유의 사운드라고 하면 상당한 수준의 해상력, 잘 뻗는 고역, 상대적으로 화려한 음색 정도가 될 것 같은데,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은선의 경우 저역은 케이블에 따라 싹둑 잘려나가는 스타일에서부터 단단하게 조여주는 스타일까지 상당히 편차가 큰 편인데 실버드래곤은 크게 무르다거나, 단단하게 조여준다거나 하는 특성 없이 대략 중간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즉, 저역은 특별히 내세우거나 흠잡을 만한 구석이 별로 없습니다.
문제(?)는 중고역입니다. 일단 질감이 마술처럼 잘 살아나고, 듣기에 아주 좋습니다. 하지만 음색에 관하여는 분명히 호오가 엇갈릴 것 같습니다. 특히 디스커버리 에센스처럼 착색이 거의 없는 담백한 소리를 내는 케이블과 비교해보면 분명히 소리를 속이 보일듯 말듯한 실크로 이쁘게 덮어주는 듯한 성향이 있습니다. 이 점에 관하여는 아래 권태형님의 느낌과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고, 듣는 사람에 그 음색에 대한 취향이 많이 엇갈릴 것 같습니다.
물론 일단 들어보면 에센스같이 담백한 스타일의 케이블에 비해 훨씬 듣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뭔가 사람을 빨아들이는 듯한 호소력이 있습니다. 다만 지극히 중립적인 특성을 가진 케이블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아내 역시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에센스를 선택하더군요. 실버드래곤이 듣기에 편안하고 좋지만 그냥 에센스가 낫겠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구요.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전에 무림대회전 글에서 밝힌 것처럼 에센스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만약 제게 실버드래곤이 45만원이라는 돈값을 하는 케이블이냐고 물으신다면 당연히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케이블들과 견주어보면 해상력, 대역별 균형, 입체적인 음장 형성능력 등 어느 것 하나 밀리는 구석이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45만원 주고 신품을 구입할 만한 케이블이냐고 묻는다면 대답이 조금 망설여집니다. 왜냐하면 45만원 내외의 중고제품 중 경쟁력 있는 수입제품이 워낙 많기 때문입니다.
10여년의 호황으로 쓸 돈이 많아진 미국 친구들을 대상으로 새로이 개발된 황당한 가격의 케이블들을 제외하면, 골든크로스, TC 울트라, 오디오퀘스트 다이아몬드, 너바나, 디스커버리 시그너쳐, 에센스 등등 인기있는 중상급 수준의 인터가 대부분 50-60만원 정도의 가격으로 중고제품 구입이 가능합니다. 그런 중고제품 안사고 신품 실버드래곤을 구입하는 것이 현명할까요?
저라면 이렇게 결론을 내리겠습니다. 혹시 30만원 정도에 중고가 나오면 두말없이 구입해도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하지만 신품을 구입하실 요량이라면 일단 한 번 빌려서 사용중인 시스템을 통해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우선은 실버드래곤의 음색 성향이 자신의 시스템이나 취향에 맞는지 확인해야 될 것이고, 아울러 그 가격으로 구할 수 있는 많은 경쟁력있는 대안들과의 비교가 필요할테니까요.
Mr. Drag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