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스케줄 하나 -베토벤 첼로소나타 전곡듣기
연휴가 되니 지난 몇 달동안 벼르고 있던 전곡 감상을 시간이 나서 제대로 하고 있습니다.
베토벤 첼로소나타 5곡 전곡을 몰아서 듣고 있습니다.
지난 7월에 전곡 실황연주를 들으면서 그전까지 시디에서 느끼지 못했던 많은 감동을 경험하고 나서 시디로 전곡집중감상을 계획했었지만 시간내기가 쉽지 않더군요.
집에 있는 베토벤 첼로소나타 시디를 보니 몇장은 시간배분때문인지 1번에서 5번까지 중간 중간에 첼로소품곡을 끼워서 조금 어수선하게? 편집되어 있고, 1번에서 5번까지 순차적으로 정돈된 시디가 몇장 없네요.
저는 1번부터 5번 순차적으로 그리고 쭉 이어서 한번에 들어보기를 보시기를 강추하고자 합니다.
그 이유는 약 1시간 40분 연주에서 베토벤 일생이 녹아들어간 정수를 경험할 수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첼로소나타 1번과 2번은 베토벤의 전성기가 시작되는 시점에 작곡된 곡들로 젊은 베토벤의 패기가 그대로 느껴집니다. 스승인 하이든 그리고 모차르트의 첼로소나타와 달리 더욱 커지고 강해진 첼로와 이전의 하시코드가 아닌 피아노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하면서, 가장 풍성한 현악기와 가장 명료한 건반악기를 극적으로 짝을 이루어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을 만들어내었다고 합니다. 특히, 이전까지는 보조역할을 했던 피아노가 완전한 파트너로서 첼로와 조화하듯 충돌하듯 역할이 커지면서 단순한 주제를 반복하는 첼로 부분에서도 복잡한 변화로 느끼게 하여 귀에 쏙쏙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실황을 들으면서 연주자가 저렇게 초반부터 힘을 다 쏟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을 정도로 격정적이고 활력이 넘치는 것이 매력이 아닌가 합니다. 1, 2악장 듣는 동안 강정호가 있는 피츠버그의 개릿 콜의 힘찬 2피치 투구를 연상했습니다. ㅎㅎ
첼로소나타 3번은 베토벤이 교향곡 5번을 만들어내던 전성기에 탄생하였다고 합니다. 인생의 황금기에 탄생한 작품답게 가장 화려하고 첼로와 피아노의 조화가 완성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많은 분들이 가장 좋아하고 많이 듣는 첼로소나타곡이지요. 베토벤의 자신감, 만족감 등이 연주를 듣는 내내 느껴졌습니다.
3악장에서는 다저스의 그레인키의 완벽한 팔색조 투구를 떠올렸습니다. ㅎㅎㅎ
첼로소나타 4번과 5번은 베토벤의 말년에 작곡되었다고 합니다. 4번에 들어서면 이전 3번보다 어두워지고 곡의 변화가 심하게 나타납니다. 점점 나빠지는 건강상태, 조카문제와 같은 복잡한 가정사 등등이 이전과 다른 불안하고 울적한 마음으로 만들어낸 것은 아닌가 생각하였습니다.
4악장에서는 올해 은퇴를 앞두고 변화구투수로 변신하여 투혼을 발휘하고 있는 피츠버그의 버넷을 생각해보았습니다. ㅎㅎ
마지막 곡 5번에 들어서면서 곡은 더욱 어두어지는데 실황으로 5번 2악장을 듣는 내내 이 곡을 이전에 들어본 적이 있나 의심할 정도로 베토벤의 어느 곡보다 어둡고 구슬프게 들리더군요. 주변으로부터 외면당하고 귀가 들리지 않는 말년의 베토벤의 처절한 마음이 느껴져서 울컥해지던군요. 브람스의 감성처럼 이 가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첼로소나타의 한 악장이 아닌가 합니다. 5번은 이렇게 어둡고 슬픈 2악장을 지나 3악장에서는 좀 더 밝고 따뜻하게 마무리합니다. 베토벤이 힘들게 지나가고 있는 자기말년을 위로하면서 끝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사실 연주장에서 실제로 약 2시간을 집중해서 첼로소나타를 듣기 전까지는 그냥 좋다라는 마음만으로 자주 들어왔는데, 공연장에서 이런저런 생각과 함께 감동이 크게 오더군요.
기회되시면 꼭 전곡 감상을 해보시길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