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설 연휴는 설에서 보내고 오늘 제자리에 돌아왔습니다.
딴으론 집안에서 제일 큰 놈이라고, 설에 계시는 부모님께서 설은 큰놈 집에서 보내야 한다는 말씀에 이제껏 전주에서 뒹글뒹글거리며 그 엄청난 귀성행렬 소식을 TV 뉴스로 통해 보면서 부모님과 동생 식구들이 내려오는 것을 지켜보며 지냈는데...올해는 어머님께서 편찮으시기에 남들 귀향길로 난리칠 때, 저는 귀성한다고 올라갔었답니다. 역으로 다녔기에 오르내리는데 어려움은 없었답니다. 오늘 오전에 내려와서 점심 대충 때우고 소리 듣고싶어 소리방으로 나왔습니다.
연휴전에 전북/전주방 고문님께서 제 소리방을 위해 좋은 뽐뿌를 권했답니다. 몸보신하라며 뱀가닥을 잔득 대여해주셨죠. 대천 골방 뱀굴이 조금은 허전해졌으리라 여깁니다. 연휴기간 동안 설에서 보내면서도 대천 고문님께서 빌려주신 뱀가닥이 무척이나 궁금했었답니다.
불효라고 여깁니다만(어머님이 편찮아서 집안 분위기가 예전 같지는 않했음에도), "내 집에 돌아가면 빨리 뱀줄 연결한 것 들어봐야지..."하면서 언제나 내려갈 수 있을지 날만 꼽았답니다.
설에 올라가기 전에 링거주사를 맞는 희한한 인터선(Synergistic Research Designers Reference/XLR)과 부드러운 가죽(?)을 뒤집어쓴 파워코드(JPS Labs/ Digital AC Power cord)를 연결하고 들어봤죠. 사람 귀 참으로 간사합디다. 너무 좋아져버린 소리가 뇌리에 박혀버렸습니다. 오늘 다시금 들어봅니다.
고문님의 고문이 이런 것이구나...
이런 고문도 있구나...
쇼핑몰을 뒤젹이면서, 지금 주판알을 부지런히 굴리고 있답니다.
그래도 식구들 밥은 먹여가면서 일을 저질러야 하는데...
이런 고문도 있구나...
어찌하여 피아노 소리가 저리도 좋단 말인가?
어찌하여 펼쳐지는 공연장이 저리도 화려하며 따스하단 말인가?
에이~ 모르겠다.
내일 세상이 망한다해도 나 오늘 사과나무 하나 심는다고 했다.
내일 그 어떤 일이 나를 당황스럽게 한다 해도
나 오늘 일 저지르고 볼까나?
에이~ 모르겠다.
세상에 이런 고문도 있구나...
역시 전북/전주방에 고문 하나는 잘모셨다는 생각을 하면서...
연휴를 보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