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언더로 결승선을 통과하려는 소박한 (히가니성님의 표현) 제 바람은 4시간 페이스 메이커가 제 옆을 스쳐가면서 산산히 부서지더군요. 손으로 라도 붇잡고 싶은 제마음을 느려진 다리가 따라 주질 못하더라구요.
대게 35킬로미터 전후 해서 러너스 하이가 온다고 기분 째진다고 그러는 사람 있더만 정말 똥침 3번 찔러주고 싶네요. 거리가 늘어날 수록 통증은 커져만 갑니다. 딴 건 없어요, 전혀.
30킬로 정도에서 조금씩 걷다 뛰다 반복 했는데, 생각해보니 뛰나 걸으나 아픈 건 큰 차이 안 나는데 걸으면 시간이 길어지니 저에게 고통만 길어질 뿐.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은 여기서 포기하거나 빨리 결승선 통과하는 두 가지밖에 없더라구요. 남자가 중간에 무릎 꿇을 순 없고 빨리 결승선 통과 하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고 어금니 꽉 깨물고 뛰었습니다.
돌아보면 한달 밖에 안 남기고 풀코스 하겠다고 무모한 도전을 한 것이 한 편으론 4시간 언더로 들어오지 못한 분패를 남겼지만, 한 편으론 무모한 도전을 할 수 있는 제가 기특하기도 하고 그러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