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의 B.C

B.C(Before Christ)이지요

음악사에서 테너부문의 B.C는 Caruso, 소프라노부문의 B.C는 Callas

첼로부문의 B.C는 카질스라고 꼽습니다.

파블로 카잘스는 현대 첼로의 아버지, 첼로의 역사는 카잘스 이전과 카잘스 이후로 나뉜다라고 할 정도면

첼로에서의 B.C라 칭해도 과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첼로 연주자의 레퍼토리 가운데 다른 어떤 작품 보다도 중요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 카잘스에 의해

유명해졌습니다. 1899년 열세살이던 카잘스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헌책방에서 먼지에 쌓여 있던 오래된 악보를

발견했는데 이것이 바로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필사본 이었습니다. 1번부터 6번까지 한곡도 빠지지 않은 온전한

전곡 악보 였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 악보를 탐독하고 연주 연습을 했는데 연주할 용기가 생기지 않아 연습,연습 또 연습을 하다

스물다섯살이 되어서야 카잘스는 공개 연주를 가졌습니다. 그 이후에도 끊임없이 작품 해석에 매달렸고 죽는 날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연습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칫 연습곡정도로 ,또는 연주하기는 불가능한 곡으로 묻혀 버릴 뻔한 곡이 생명을 얻고 유명해진 진것

같습니다. 무덤에 있는 바흐가 카잘스에게 찐하게 한턱 내야 하지 않을까요?

연주가로서 성공 가도를 달리던 카잘스가 10년동안 연주 활동을 중단한 적이 있습니다. 스페인 내전으로 프랑코

독재 정권에 항거하던 카잘스는 1938년 10월 리체우 극장에서의 연주회를 마지막으로 스페인에서 쫓겨났고 죽을 때

까지 조국의 땅을 밟지 못했습니다. 이후 망명 생활을 하다 바흐 서거 200주년을 기념하는 페스티발을 개최해 스페인

망명자들을 돕자는 음악인들의 설득으로 다시 첼로를 연주하게 되었지만 독재 정권이 들어선 스페인 정부의 연주

초청은 모두 거부하였고 프랑코 정부를 인정하는 국가에서 연주하는 것도 모두 거부하였습니다.

그러다가 1973년 10월22일 카잘스는 푸에르토리코의 산후안에서 96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이후

프랑코 독재 정권도 종말을 맞이하고 1979년 그의 고향에 유해가 안치됩니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첼리스트인

파블로 카잘스를 더욱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연주자로서의 재능 뿐만아니라 신념에 찬 존경스런 삶을 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