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커] B&W CDM-1SE
밀집모자같이 엮은 노란색 유닛과 전면을 향해있는 덕트. 좀 우스운 이야기지만, 처음 이 스피커를 샵에서 보았을 때 그 디자인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매트릭스801을 꽉꽉 다져놓은 듯한 그 모습에 고개가 설레설레, 웃음이 번진다. 일전에 선배집에서 이 스피커를 듣고나서 '별로'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3/5를 기준으로 생겨난 '모니터'라는 개념이 다소 바뀌게 되었다.
3/5는 훌륭한 스피커지만 적당히 가미시킨 인공의 맛이었음을 알 수 있다. 맛으로 치자면 뭐랄까... 콜라에 비할까? 그에 비하면 CDM1은 이온음료와 같은 느낌을 주며 뒷맛도 별로 남기지 않는다. '이쁘고 편안한 소리'에 익숙해진 내 귀에는 매트릭스 801이나 실버 시그너처같은 B&W 계열의 스피커가 별로 인상적일 수 없었다. 입력된 것 만큼만 만들어내는 정내미 떨어지는 자세가 마치, 돈 받은 것 만큼만 일하고 정시에 출근해서 정시에 퇴근하려는 모습이다. 한가지, 이 스피커의 저음만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오디오의 '변증법'이 여기서도 적용된다. 3/5를 너무 오래동안 꿰어차고 있어서인가? 단단한 저음 하나에 쉽게 이끌리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그동안 이 아랫쪽의 세계를 빠뜨리고 음악을 듣고 있었다는 생각이 드니까 다시금 실음에 대한 혼동이 온다. 원래는 좀 편안하고 오래동안 아무 생각없이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을 생각했었다. 그냥 매킨토시에다 탄노이나 로져스같은 평범한 조합도 생각해봤다. 하지만, 처음 이 스피커에서 느꼈던 가능성과 독특한 느낌은 리스닝공간의 크기와 함께 다시금 모험심을 자극한다.
1) CDM1 SE 의 특성, 음질경향 네트워크를 새버전으로 개량했으며, 저역유닛 한가운데를 박혀있는 페이즈플러그가 '뾰족'해진 점이 이전 모델과 달라져있다. 지금까지 들어본 이 스피커의 경향은 다음과 같다.
① 음의 분해능력, 좌우펼침이 좋다. 박스를 뜯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로 전후좌우 악기들이 입체감있게 펼쳐진다. 스피커뒤로 그리 깊지 않게 들어가면서 얇팍한 층을 겹겹이 만들어낸다.
② 무대를 정확히 그려낸다. 소형스피커의 최대장점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소위, 이미징과 포커싱이 뛰어난 스피커이다. 배치를 잘 하고나면, 무대의 모습과 음원의 위치가 정확하게 전달된다.
③ 저음의 응답특성이 뛰어나고 위력적이다. 이 크기의 스피커에서는 AE나 프로악 등에서나 볼 수 있었던 저음이 쏟아진다. 케블러 콘의 명성대로, 그 응답특성또한 뛰어나서 윌리암 텔 서곡에서부터 프로디지의 'Firestarter', 메탈리카의 'Master of Puppets'같은 넘버들을 멋지게 요리한다. 덕트를 막은 채로 밀폐형으로도 사용가능하다.
④ 중역대가 엷다. 아직 에이징이 더 필요하긴 하지만, 이 부분은 좀 답답할 때가 있다. 실버 시그너춰를 들었을 때의 기억이 되살지만, 이건 B&W 계열의 스피커에서는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다. 어떤 사람은 중역대가 막혔다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중역대가 엷다고 보는게 좋을 것 같다. 풀리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역시 이 스피커는 허리가 가는 모양이다.
⑤ 질감의 묘사가 떨어진다.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그리고 하이든의 첼로협주곡 모두 빛나는 연주를 하고있다. 하지만, 다른 영국계의 스피커와 비교해서 질감의 묘사가 좀 아쉽다. 이건 앰프와 소스의 영향을 많이 받는 부분이므로 스피커의 특성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으나, 이전의 3/5같은 스피커와 비교해보면 좀 아쉬운 부분이다.
2) 매칭 시스템 음압이 88dB, 다소 만만하다. 일단 무슨 앰프를 써도 스피커는 움직여준다. 인터넷에 사용자들이 올려놓은 여러가지 리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로 다음과 같은 앰프를 사용하거나, 추천하고 있었다.
* TR : 마란츠 PM17, 오디오랩 8000S, 크렐KAV-300i, 뮤지컬 피델리티 XA200
* TB : 골든 튜브 SE-40, 뮤직 레퍼런스 RM10, 캐리 572ES, 콘라드 죤슨 Premier 8 위의 앰프들을 살펴보면 한두 모델을 제외하고는 공통점이 있다. 음의 경향이 부드럽거나, 질감위주의 재생에서 인정을 받는 모델들이다. 일감으로 떠오르는 건 패스와 스레숄드였다.
① 스레숄드 SA3.9e 우선, 얼마전에 들여놓았던 스레숄드 3.9e를 물려보았다. 이 앰프는 CDM1과의 조합에서 그 특성이 잘 드러났다. 이 앰프에서 만들어지는 중고역은 넬슨 패스의 퇴색하지 않은 명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질감묘사가 그리 좋지 않은 이 스피커에서 울려나오는 모차르트 현악사중주는 아주 좋은 느낌을 준다. 온몸을 나긋나긋하게 한다.
특히, 푸르니에의 무반주 첼로조곡은 이제껏 들어본 시스템중에서 가장 풍요롭다. 음악성이 넘친다고 표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레베카 피죤과 머라이어 캐리를 듣다보니, 현기증이 다 난다. 하지만, 여기까지가 이 스피커와의 한계인 것 같았다. 단순히 스피커의 능률만을 믿어보았으나, 저역에서 이 앰프가 헤매기 시작하자이 스피커 특유의 다이나믹, 펀치감이 전혀 부각되지 않아서 듣는 사람에게 묘한 욕구불만을 만들었다.
특히, 아직 풀리지 않은 '안개낀 듯한' 중역대는 어느 장르에서나 불만스러웠다. 스레숄드 얘기지만, 이 앰프는 역시 탄노이와 LS-3/5a, 그리고 마틴 로건 등에서 최대의 만족을 거둘 수 있을 것 같다. 멀티앰핑에서 고역에 사용한다면 이 이상이 필요없을 것 같다. 미스매칭이긴 했지만, 스레숄드와의 매칭에서 한가지 느낀 건 이 스피커는 대단히 현대적인 소리를 좋아한다는 점이다. 특히, 일전에도 느낀 거지만, 저역을 잡아놓고 중고역을 튜닝해나가는 게 순서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가격대가 맞진 않지만, 같은 컨셉으로 패스의 알레프 0나 X시리즈같은 조합이 기대가 된다.
② 오디오리서치 VT-60 SE 콘라드 죤슨과의 매칭을 해본 소감을 읽어보면, 메인스피커인 틸 2.3 에 비해 투명감과 다이나믹에 있어 뒤지지 않으며 핀포인트는 오히려 우세하면서도 가격은 반 밖에 안한다는 말이 나온다. 이 사용자의 매칭에서 응용해보면, 같은 6550을 사용한 앰프가 설득력이 있을 것 같다. 원래 잡식성인 성격탓에 6550에 대해서는 좋은 기억이 있다. 같은 진공관, 같은 접속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오디오 리서치의 VT시리즈를 물려보기로 한다.
이 스피커는 고역특성이 좋기는 하지만, 알루미늄 돔 트위터라는 점을 감안, 전에 사용했던 Classic 시리즈는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처음에 울려나오는 소리는 다소 긴장감을 준다. 기브 앤 테이크, 예상대로였다. 심지있는 저역이 경쾌하게 치고 나오지만, 무대의 폭은 다소 줄었다. A급앰프의 모호함이 사라지면서 해상도는 증가했지만, 고역의 나긋나긋함은 덜하다. 이게 다듬거나 미화시키지 않은, 원래 이 스피커의 고음역인 것 같다.
아직 프리를 구하지 못해 소니 CDP를 직결하고 있는 것도 일조를 하고 있다. 소스와 프리, 그리고 케이블을 가지고 중고역을 만들어내는 일이 남았다. 약 일주일을 울려보니 소리가 매일 조금씩 달라진다. 고역도 많이 정제되어 있고, 음상도 다소 두터워져있다. 저역은 갈수록 탱탱해지는 느낌이다. 3) 참고사항들 이 스피커에 대한 내용을 다시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한달이 채 안되는 사용기간을 거친 평가로서 장단점이 계속 발견될 것이다. 이 가격대 그리고 이 컨셉에 맞는 스피커를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적당히 여과되어져야 할 참고사항일 뿐이다.
* 쟝르에 별로 구분을 받지 않는다. 록, 재즈, 피아노, 관현악, 보컬 등 어느 장르에서나 무난한 재생을 하고 있다. 반대로 말하면 뛰어나다고 할만한 특정분야가 별로 없다고도 할 수 있지만, 앰프와 소스기기의 소리가 그대로 반영되므로 착색있는 스피커에 비해서 사용자의 소리를 만드는 재미가 있다.
* 고역과 저역특성이 우수하다. 순간적인 고역대응력에도 뛰어나고 맑은 점이 인상적이며, 저역에서도 반응이 빠르면서 적절한 해상력을 갖추고 있는 스피커다. 방탄복에 사용되는 케블러콘이 갖는 고강성과 탄력성의 독특한 조화를 느낄 수 있다. 참고로 이 스피커는 99년 10월 '스테레오 파일' 에서 B등급에 올라있다. (초저역 재생이 안되는 Restricted Low Frequency 부문)
* 음상과 음장 소형스피커의 장점을 잊지 않는다. 음상이 정확하게 맺히고, 무대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충실하게 그려낸다. 역시 세팅시에 스피커주변을 반드시 비워줄 것.
* 중역이 엷다. 신품을 사서 들으면, 중역대가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1년 넘게 사용한 제품을 들어보면 많이 자연스러워져 있기는 하지만, 다른 소형스피커들에 비해 다소 메마르게 들리는 부분이다. 이점은 앰프의 선정에 있어서 유의해야할 부분이다.
* 전형적인 B&W 의 음색이다. 이 스피커는 B&W 실버 시그너쳐의 설계자가 제작했다. 실버 시그너쳐취향의 소리를 듣고 싶은데 돈이 모자라는 사용자에겐 어느 정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작은 시청공간에서 아직도 매트릭스 801에 집착하고 있는 사용자에 있어서도 고려해볼 대상인 것 같다.
* 이전 CDM1 과 달라진 점들 일단, 네트워크와 저역유닛 중간에 있는 페이즈플러그가 바뀌었다. 기존 CDM1을 레퍼런스앰프로 직접 오래동안 사용해보지 않아서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저역이 좀 더 디테일해진 소위 가닥추림이 좋아진 것은 확실하고, 음의 심지가 좀더 분명해진 느낌이다. 그밖의 짐작으로는 사용자들의 요청에 의거한 중역대의 보강이 있지 않았나 싶다.
* 매칭 기기들
① 파워/인티앰프 마란츠 PM17, 오디오랩 8000S, 크렐KAV-300i, 뮤지컬 피델리티 XA200, 나임 Nait3, 골든 튜브 SE-40, 뮤직 레퍼런스 RM10, 캐리 572ES, 콘라드 죤슨 Premier 8, 오디오 리서치 VT60 이상.
② 프리앰프 파워앰프를 따라 가야겠으나, 질감을 살리고 메마른 느낌이 나지않기 위해서는 진공관프리 혹은 유려한 취향의 프리앰프를 매칭해보면서 고르는 것이 좋음.
③ 소스기기 프리앰프에서와 같은 요령으로 너무 빡빡하게 음이 나오는 CDP 등은 피한다. 일감으로 메리디언이나 마이크로메가 등의 다소 음끝이 둥근 CDP를 사용하거나, MC형 스타일러스를 사용해서 LP로 듣는 것도 아주 좋은 결과가 예상됨.
* 기타 세팅 아이디어 스텐드에 투자한 만큼 음질이 나온다. 바이와이어링의 효과가 크다. 저역의 밀도감을 만들어낼 수 있는 케이블사용.
* 다른 스피커 사용자들 AE-1 Ref, Proac Response 1S, NHT1.5, Dynaudio Contour 1.3MK2 사용자들이 추천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상기 스피커 사용자들은 시청해볼 필요가 있음.
* 타겟그룹 100만원 정도의 예산으로 스피커를 찾고있는 여러 쟝르를 두루 듣는, 깔끔한 음색을 좋아하는 사용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