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기기중에서 고르기 가장 까다로운 아이템이 CDP인 것 같다. 특히, 최근들어 부쩍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수중에 맘대로 휘두를 수 있는 돈이 좀 있는 경우라면, "고를게 왜 없어?!" 하시겠지만, 매월 주는 배급(흔히, 월급이라고 함)에 미래를 저당잡히고 사는 소시민들은 어쩌다 맘에 드는 물건이라도 눈에 들어오면 며칠을 머리를 굴려야 하고, 결국에 가서는 스스로의 판단력을 적절히 흐릿하게 해놓은 상태에서 신용카드를 날린다. '그래, 귀가 쌩쌩할 때 많이 들어봐야지...'
여하튼, CDP는 확! 차이가 나는 기종 몇개를 제외하고는 적어도 200만원 안쪽에서는 가격자체가 해상도나 기타 음악적 성능의 절대적인 지표가 되지도 않아 보였고, 개인적으로는, 집집마다 있는 '국민조합'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더러운 ^^. 성격탓에 한정된 예산으로 CDP 고르기가 더욱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예산을 줄이는 방법중의 하나로서 항상 검토하는게 '내게 과연 필요한지'의 여부이다. 예를 들어 CDP라면, 밸런스출력, 고가의 섀시, HDCD기능 등이다. 실제로 이런 부분에 대한 눈높이를 맞추지않고, 평생가야 쓰지도 않을 기능을 갖춘 비싼 CDP를 사는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본다. HDCD 기능은 선택의 여지가 있으나, 소스자체가 일반화될 때까지는 여전히 검토의 대상으로 남겨둘 필요가 있다.
맘에 들지만 물건 구경하기 힘들고, 전에 만족스럽게 들었지만 다시 사들이기는 좀 그렇고, 국산을 사다가 개조을 해보려니 이제는 좀 귀찮고... 이러쿵저러쿵 따지다 보니, 예상치도 않았던 CDP가 하나 눈에 들어왔다. 마란츠 CD-17하고도 D
외관&기능
마란츠의 CDP는 처음 써보는 기종인데, 일단 겉멋부리지않은 깔끔한 디자인이 맘에 든다. 픽업메카니즘은 필립스의 CDM12.1 - 스윙암 방식이었던 9시리즈에서 리니어 트래킹방식으로 전환된 동사의 최신버전이다. DAC역시 필립스의 DAC-7, 변환방식은 1비트 비트스트림이다. 최근에는 버브라운이 하이엔드 DAC칩분야에서 득세하는 경향이 있으나, 필립스역시 '시조'로서의 퇴색하지않는 위상으로 하이엔드에서부터 보급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에 채용되고있다.
트레이는 왼쪽에 마운팅되어있고, 트레이는... 좀 허전하지만, 얇프리한 플라스틱이다. 12.4와의 차이점중의 하나가 12.4는 메카니즘내부가 알루미늄 다이캐스팅으로 되어있다는 점이다. 트레이가 나오고 들어갈 때의 정숙도와 유연함은 어느정도 만족스럽다. 플레이버튼밑에 개폐식으로 되어있는 디지탈 입력단이 있다. 즉, DAC부만 독립으로 활용해서 다른 디지탈소스와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다. 후면에는 디지탈출력, 광입/출력, 아날로그 출력 등이 제공된다.
기능면에서 이 기종이 제공하는 최대장점중의 하나는 바로 디지탈볼륨이다. 전면패널에서는 볼륨을 조절할 수 없고 리모콘에 의해서만 가능하고, 볼륨이 완전히 'null'이 되지는 않는다. 처음 박스를 뜯고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오는 게 '리모콘'이었던 만큼, 손에 쏙 들어오는 모양새가 맘에 든다. CDP와 마찬가지로 샴페인골드톤으로 폭이 좁고 날씬한 몸매를 보면 밥먹으로 갈 때도 그냥 들고다니고 싶어진다. ^^.
직결의 유행이 프리의 '생략'이냐, 아니면 아예 '고급화'냐의 이분화현상을 낳았고
따라서 저예산 소장파 매니아들은 대부분 직결로 몰려가는 경향을 보여왔다. 하지만, 직결이 가능한 CDP는 구경하기 힘들다. 통털어봐야 소니 XA-7ES나 쎄타, 레졸루션, 마크, 그리고 와디아 정도밖에는 떠오르질 않는다. 와디아는 성능대비 가격이 좀 과하다는 생각이다.
이제부터 소리를 들어본다.
<음질>
음경향은 상당히 깔끔하고 상쾌한 인상을 주면서도 적당히 힘이 실려서 데논이나 소니로 대별되는 일반적인 일제 CDP와는 결이 다른 소리이다. 특히, 균형있는 대역간 밸런스가 안정감을 준다. 약 일주일남짓 연속 전원을 넣고 매일 두세시간씩 플레이를 했다. 인터넷에서 어떤 사용자는 100시간을 볶아야 소리가 풀린다고 했는데, 길들이기 나름인 것 같다. 처음 연결한 이후에 소리가 매일 조금씩 바뀜을 느낄 수 있었는데, 엊그제부터는 급격히 소리가 달라졌다.
소리가 풀려가면서 가만히 보니깐 어디서 많이 듣던 느낌... 음색이 메리디언과 많이 닮아있다. 좌우펼침이 좋고, 고역의 질감, 저역의 양감 모두 훌륭하다. 프리앰프없이 다소 평범한 스테이징을 보여왔던 현재의 시스템에 훌륭한 패치가 된다.
저역은 양감에 비해 응집력이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1비트의 한계로서, 시간을 두고 지켜보다가 보정을 해보고 싶다.
상급기와 꼬치꼬치 AB테스트를 해보는 것이 아니라면 해상도에는 별스런 아쉬움이 없다. 점수로 치면 약 90점 정도 주고 싶다. 다만, 메리디언 508-20 같은 모델과 비교해볼 때 표현이 그리 적극적이지는 않다. 듣는 사람의 귀를 잡아끈다기보다는 적당히 뒤로 물러서서 팔짱끼고 앉아서 미소를 띄우게 하는 특성을 보인다. 대편성을 들어보면 날뛰거나 하능 일 없이 상당히 질서정연하게 움직인다. 저가형에서 흔히 보는 특정 대역을 강조하는 등의 과장된 튜닝없이 다소 점잖은 성향을 띤다.
전반적으로 특별한 개성이 있는 소리가 아니지만, CDM1 SE와의 조합에서는 피아노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 피아노 *
아쉬케나지가 연주한 쇼팽을 들어보면 특유의 열기가 전해지지만 결코 오버한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날렵한 맛은 좀 덜하지만, 피아노의 2차, 3차 배음이 자연스러워서 말 그대로 실감있는 연주이다. 원래의 단정한 성향으로 보면 블렌델의 연주가 어울릴 것 같지만, 아쉬케나지의 피아니즘 또한 기분좋게 묘사해내고 있다.
미남스타 포고렐리치가 연주한 전람회의 그림은 동시에 피아노의 전대역을 커버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곡으로 피아노솔로라기보다는 대편성적인 접근이 필요한 곡이다. 적절한 양감을 갖는 저역, 광채나는 고역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시종 불안함없이 평탄한 재생을 하고있다.
* 대편성 *
89년 발매된 키싱과 카라얀의 차이콥스키 협주곡 1번은 입체감과 화려함이 돋보이는 연주이다. 아르헤리치나 리히테르와 다른, 약관의 키싱을 키싱답게 그려내고 있고, 특히 3악장에서는 마치 옥이 구르는 듯 건반을 미끄러져 가는 키싱의 터치와, 총주부에서의 일사분란함을 자연스럽게 조화시키고 있어서 여지껏 집에서 들어본 이곡의 재생에 있어서는 제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노이만이 지휘한 '신세계' 1악장의 총주에서 첼로파트가 뭉치거나 번짐이 없이 선명하면서 결이 곱게 재생되고 있다. 3악장에 들어서서는 팀파니의 끝맺음이 간결하지 못하고 다소 끌려다닌다는 느낌이 든다.
환상교향곡은 명연과 녹음이 좋은 판이 많지만, 1악장의 숨막히는 긴장감묘사에 있어서 카라얀만한 연주가 별로 없다. 앰프의 역할이 더 중요할 지 모르겠으나 시종 정적감과 순간적인 피크사이를 오르락내리락 반복하는 동안에도 여유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곡에서는 다소 차갑고 섬세하게 연주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 합창 *
헤레베헤가 지휘한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명암의 극단적인 대비가 관건이다. '라 크리모사'에서는 흐느끼는 현소리에 이끌려나오는 합창단원의 모습을 어둠저편에 하나둘씩 펼쳐놓는다. 무대의 깊이감이 잘 느껴지며 밝은 조명속에서 들어도 이 곡은 상당히 어둡게 그려진다. '디에스 이레'에서는 격정에 찬 휘몰아침의 에너지감이 적당하면서 관악파트의 음언저리가 자극스럽지않아 좋다.
프로프리우스에서 발매한 칸타테 도미노에서의 합창단원들의 모습은 실로 생생하다.이 점은 CDM1 SE와의 조합에서 얻어지는 시너지의 결과로서 이미징의 극대화가 효과를 보고있는 부분이라 생각된다.
* 록/메탈 *
거친곡을 피해서 좀 샤프하게 가본다. 스매싱 펌킨스의 2집에 있는 'Disarm'은 평소답지않은 예술성이 유감없이 발휘된 곡이다. 얼터너티브라기보다는 펌프록에 가까운 깊이감과 펼침을 보이는 아주 훌륭한 스테이징이 펼쳐진다. 어쿠스틱기타의 다운피킹뒤로 간간히 두들겨대는 종소리는 벽 저 너머로 울려퍼진다. 다소 장중하고 엄숙한 이곡의 분위기를 아주 훌륭하게 만들어낸다.
드림 씨어터의 음반은 녹음이 좋은 록음악으로 주저없이 꼽을 수 있다. 'Another Day'같은 만인취향의 곡도 있지만, 'Metropolis-part1'같은 곡은 록비트를 기저로 해서 각종 전자음과 보컬, 어쿠스틱이 사방에서 변화무쌍하게 튀어나오고 템포가 수시로 바뀌는 만만치않은 곡이다. 시작파트의 어쿠스틱기타에서부터 거칠지 않은 전자악기에 이르기까지 시종 매력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딱 이곡을 위해서 튜닝한 듯한 적절함이 엿보일 정도이다. 템포변화에도 순발력있게 대응해서 어색함이 없다.
* 테크노 *
가혹조건에 가까운 테스트지만, 프로디지의 'Firestarter'가 어떤 소리가 날 지 궁금하다. 테크노믹싱된 신디사이저의 도입부는 거친 맛은 덜하지만 듣는이에게 쇄도해오는 느낌은 아주 좋다. 하지만, 드럼앤 베이스의 탄력있는 재생이 좀더 간결하게 끊어졌으면 좋겠다. 전후좌우에서 '뿜어져나온다'고 표현해야 할 보컬, 신디사이저, 드럼비트 등의 입체감에 정신이 혼미하다. 이걸 트랜스현상이라고 하나보다....
<총평>
'마란츠'라는 브랜드는 오디오파일들에게는 그리 매력적이지 못할 것 같다. 특히, 진공관시대이후로는 서서히 보급기속에 묻혀가는 이름인게 사실이다. 게다가 이 CDP에는 다양한 기능이나 특별한 개성도 없다. 그런 CDP를 찾는 사용자라면 더 이상 관심을 둘 필요가 없다. 시작부분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CDP를 '고찰'해보고자 하는 이유는 자신의 취향파악이 끝난 소신파들에게 있어서 200만원 이하의 클래스에서 무난한 선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란츠 CD17D에 대해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 필립스 CDM 12.1 & DAC-7 채용, 1비트 비트스트림 방식
* 리모콘, 디지탈볼륨조절가능
* 대역밸런스가 좋은 안정된 사운드가 최대장점
* 깔끔하고 점쟎은 음경향과 디자인
* 선이 가늘지 않고 음끝은 자극적이지 않다
* 무대폭을 넓게 잡는다
* 저음의 응집력은 다소 떨어진다
* 재생장르에 있어서 보컬과 피아노에서 장기를 발휘한다
* 반응속도가 빠르거나, 다소 샤프한 시스템과의 조합에 어울린다
* 100만원 정도의 가격으로 장르에 있어서 보편성을 갖는 CDP를 찾는 사용자
여하튼, CDP는 확! 차이가 나는 기종 몇개를 제외하고는 적어도 200만원 안쪽에서는 가격자체가 해상도나 기타 음악적 성능의 절대적인 지표가 되지도 않아 보였고, 개인적으로는, 집집마다 있는 '국민조합'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더러운 ^^. 성격탓에 한정된 예산으로 CDP 고르기가 더욱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예산을 줄이는 방법중의 하나로서 항상 검토하는게 '내게 과연 필요한지'의 여부이다. 예를 들어 CDP라면, 밸런스출력, 고가의 섀시, HDCD기능 등이다. 실제로 이런 부분에 대한 눈높이를 맞추지않고, 평생가야 쓰지도 않을 기능을 갖춘 비싼 CDP를 사는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본다. HDCD 기능은 선택의 여지가 있으나, 소스자체가 일반화될 때까지는 여전히 검토의 대상으로 남겨둘 필요가 있다.
맘에 들지만 물건 구경하기 힘들고, 전에 만족스럽게 들었지만 다시 사들이기는 좀 그렇고, 국산을 사다가 개조을 해보려니 이제는 좀 귀찮고... 이러쿵저러쿵 따지다 보니, 예상치도 않았던 CDP가 하나 눈에 들어왔다. 마란츠 CD-17하고도 D
외관&기능
마란츠의 CDP는 처음 써보는 기종인데, 일단 겉멋부리지않은 깔끔한 디자인이 맘에 든다. 픽업메카니즘은 필립스의 CDM12.1 - 스윙암 방식이었던 9시리즈에서 리니어 트래킹방식으로 전환된 동사의 최신버전이다. DAC역시 필립스의 DAC-7, 변환방식은 1비트 비트스트림이다. 최근에는 버브라운이 하이엔드 DAC칩분야에서 득세하는 경향이 있으나, 필립스역시 '시조'로서의 퇴색하지않는 위상으로 하이엔드에서부터 보급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에 채용되고있다.
트레이는 왼쪽에 마운팅되어있고, 트레이는... 좀 허전하지만, 얇프리한 플라스틱이다. 12.4와의 차이점중의 하나가 12.4는 메카니즘내부가 알루미늄 다이캐스팅으로 되어있다는 점이다. 트레이가 나오고 들어갈 때의 정숙도와 유연함은 어느정도 만족스럽다. 플레이버튼밑에 개폐식으로 되어있는 디지탈 입력단이 있다. 즉, DAC부만 독립으로 활용해서 다른 디지탈소스와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다. 후면에는 디지탈출력, 광입/출력, 아날로그 출력 등이 제공된다.
기능면에서 이 기종이 제공하는 최대장점중의 하나는 바로 디지탈볼륨이다. 전면패널에서는 볼륨을 조절할 수 없고 리모콘에 의해서만 가능하고, 볼륨이 완전히 'null'이 되지는 않는다. 처음 박스를 뜯고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오는 게 '리모콘'이었던 만큼, 손에 쏙 들어오는 모양새가 맘에 든다. CDP와 마찬가지로 샴페인골드톤으로 폭이 좁고 날씬한 몸매를 보면 밥먹으로 갈 때도 그냥 들고다니고 싶어진다. ^^.
직결의 유행이 프리의 '생략'이냐, 아니면 아예 '고급화'냐의 이분화현상을 낳았고
따라서 저예산 소장파 매니아들은 대부분 직결로 몰려가는 경향을 보여왔다. 하지만, 직결이 가능한 CDP는 구경하기 힘들다. 통털어봐야 소니 XA-7ES나 쎄타, 레졸루션, 마크, 그리고 와디아 정도밖에는 떠오르질 않는다. 와디아는 성능대비 가격이 좀 과하다는 생각이다.
이제부터 소리를 들어본다.
<음질>
음경향은 상당히 깔끔하고 상쾌한 인상을 주면서도 적당히 힘이 실려서 데논이나 소니로 대별되는 일반적인 일제 CDP와는 결이 다른 소리이다. 특히, 균형있는 대역간 밸런스가 안정감을 준다. 약 일주일남짓 연속 전원을 넣고 매일 두세시간씩 플레이를 했다. 인터넷에서 어떤 사용자는 100시간을 볶아야 소리가 풀린다고 했는데, 길들이기 나름인 것 같다. 처음 연결한 이후에 소리가 매일 조금씩 바뀜을 느낄 수 있었는데, 엊그제부터는 급격히 소리가 달라졌다.
소리가 풀려가면서 가만히 보니깐 어디서 많이 듣던 느낌... 음색이 메리디언과 많이 닮아있다. 좌우펼침이 좋고, 고역의 질감, 저역의 양감 모두 훌륭하다. 프리앰프없이 다소 평범한 스테이징을 보여왔던 현재의 시스템에 훌륭한 패치가 된다.
저역은 양감에 비해 응집력이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1비트의 한계로서, 시간을 두고 지켜보다가 보정을 해보고 싶다.
상급기와 꼬치꼬치 AB테스트를 해보는 것이 아니라면 해상도에는 별스런 아쉬움이 없다. 점수로 치면 약 90점 정도 주고 싶다. 다만, 메리디언 508-20 같은 모델과 비교해볼 때 표현이 그리 적극적이지는 않다. 듣는 사람의 귀를 잡아끈다기보다는 적당히 뒤로 물러서서 팔짱끼고 앉아서 미소를 띄우게 하는 특성을 보인다. 대편성을 들어보면 날뛰거나 하능 일 없이 상당히 질서정연하게 움직인다. 저가형에서 흔히 보는 특정 대역을 강조하는 등의 과장된 튜닝없이 다소 점잖은 성향을 띤다.
전반적으로 특별한 개성이 있는 소리가 아니지만, CDM1 SE와의 조합에서는 피아노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 피아노 *
아쉬케나지가 연주한 쇼팽을 들어보면 특유의 열기가 전해지지만 결코 오버한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날렵한 맛은 좀 덜하지만, 피아노의 2차, 3차 배음이 자연스러워서 말 그대로 실감있는 연주이다. 원래의 단정한 성향으로 보면 블렌델의 연주가 어울릴 것 같지만, 아쉬케나지의 피아니즘 또한 기분좋게 묘사해내고 있다.
미남스타 포고렐리치가 연주한 전람회의 그림은 동시에 피아노의 전대역을 커버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곡으로 피아노솔로라기보다는 대편성적인 접근이 필요한 곡이다. 적절한 양감을 갖는 저역, 광채나는 고역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시종 불안함없이 평탄한 재생을 하고있다.
* 대편성 *
89년 발매된 키싱과 카라얀의 차이콥스키 협주곡 1번은 입체감과 화려함이 돋보이는 연주이다. 아르헤리치나 리히테르와 다른, 약관의 키싱을 키싱답게 그려내고 있고, 특히 3악장에서는 마치 옥이 구르는 듯 건반을 미끄러져 가는 키싱의 터치와, 총주부에서의 일사분란함을 자연스럽게 조화시키고 있어서 여지껏 집에서 들어본 이곡의 재생에 있어서는 제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노이만이 지휘한 '신세계' 1악장의 총주에서 첼로파트가 뭉치거나 번짐이 없이 선명하면서 결이 곱게 재생되고 있다. 3악장에 들어서서는 팀파니의 끝맺음이 간결하지 못하고 다소 끌려다닌다는 느낌이 든다.
환상교향곡은 명연과 녹음이 좋은 판이 많지만, 1악장의 숨막히는 긴장감묘사에 있어서 카라얀만한 연주가 별로 없다. 앰프의 역할이 더 중요할 지 모르겠으나 시종 정적감과 순간적인 피크사이를 오르락내리락 반복하는 동안에도 여유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곡에서는 다소 차갑고 섬세하게 연주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 합창 *
헤레베헤가 지휘한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명암의 극단적인 대비가 관건이다. '라 크리모사'에서는 흐느끼는 현소리에 이끌려나오는 합창단원의 모습을 어둠저편에 하나둘씩 펼쳐놓는다. 무대의 깊이감이 잘 느껴지며 밝은 조명속에서 들어도 이 곡은 상당히 어둡게 그려진다. '디에스 이레'에서는 격정에 찬 휘몰아침의 에너지감이 적당하면서 관악파트의 음언저리가 자극스럽지않아 좋다.
프로프리우스에서 발매한 칸타테 도미노에서의 합창단원들의 모습은 실로 생생하다.이 점은 CDM1 SE와의 조합에서 얻어지는 시너지의 결과로서 이미징의 극대화가 효과를 보고있는 부분이라 생각된다.
* 록/메탈 *
거친곡을 피해서 좀 샤프하게 가본다. 스매싱 펌킨스의 2집에 있는 'Disarm'은 평소답지않은 예술성이 유감없이 발휘된 곡이다. 얼터너티브라기보다는 펌프록에 가까운 깊이감과 펼침을 보이는 아주 훌륭한 스테이징이 펼쳐진다. 어쿠스틱기타의 다운피킹뒤로 간간히 두들겨대는 종소리는 벽 저 너머로 울려퍼진다. 다소 장중하고 엄숙한 이곡의 분위기를 아주 훌륭하게 만들어낸다.
드림 씨어터의 음반은 녹음이 좋은 록음악으로 주저없이 꼽을 수 있다. 'Another Day'같은 만인취향의 곡도 있지만, 'Metropolis-part1'같은 곡은 록비트를 기저로 해서 각종 전자음과 보컬, 어쿠스틱이 사방에서 변화무쌍하게 튀어나오고 템포가 수시로 바뀌는 만만치않은 곡이다. 시작파트의 어쿠스틱기타에서부터 거칠지 않은 전자악기에 이르기까지 시종 매력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딱 이곡을 위해서 튜닝한 듯한 적절함이 엿보일 정도이다. 템포변화에도 순발력있게 대응해서 어색함이 없다.
* 테크노 *
가혹조건에 가까운 테스트지만, 프로디지의 'Firestarter'가 어떤 소리가 날 지 궁금하다. 테크노믹싱된 신디사이저의 도입부는 거친 맛은 덜하지만 듣는이에게 쇄도해오는 느낌은 아주 좋다. 하지만, 드럼앤 베이스의 탄력있는 재생이 좀더 간결하게 끊어졌으면 좋겠다. 전후좌우에서 '뿜어져나온다'고 표현해야 할 보컬, 신디사이저, 드럼비트 등의 입체감에 정신이 혼미하다. 이걸 트랜스현상이라고 하나보다....
<총평>
'마란츠'라는 브랜드는 오디오파일들에게는 그리 매력적이지 못할 것 같다. 특히, 진공관시대이후로는 서서히 보급기속에 묻혀가는 이름인게 사실이다. 게다가 이 CDP에는 다양한 기능이나 특별한 개성도 없다. 그런 CDP를 찾는 사용자라면 더 이상 관심을 둘 필요가 없다. 시작부분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CDP를 '고찰'해보고자 하는 이유는 자신의 취향파악이 끝난 소신파들에게 있어서 200만원 이하의 클래스에서 무난한 선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란츠 CD17D에 대해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 필립스 CDM 12.1 & DAC-7 채용, 1비트 비트스트림 방식
* 리모콘, 디지탈볼륨조절가능
* 대역밸런스가 좋은 안정된 사운드가 최대장점
* 깔끔하고 점쟎은 음경향과 디자인
* 선이 가늘지 않고 음끝은 자극적이지 않다
* 무대폭을 넓게 잡는다
* 저음의 응집력은 다소 떨어진다
* 재생장르에 있어서 보컬과 피아노에서 장기를 발휘한다
* 반응속도가 빠르거나, 다소 샤프한 시스템과의 조합에 어울린다
* 100만원 정도의 가격으로 장르에 있어서 보편성을 갖는 CDP를 찾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