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귀공자, 다인 1.3 Mk2
다인오디오 컨투어 1.3Mk2 의 박스를 보다보니, 이런말이 적혀있다. 'Danes don't lie' - 으... 이건 은근히 남의 속을 긁는 얘기다. 그럼, 다른 유럽인들이나 메이커들 얘기가 다 뻥이란 말인가... 하여튼 처음 제품을 대하는 모습에서부터 대단히 자신감에 차있다.
스피커메이커중에는 유닛제조사가 직접 제작을 하는 회사들이 몇몇 있는데, JM Lab, KEF, ATC, 그리고 다인오디오 정도가 우선 생각나는 회사들이다. 그중에서도 다인오디오의 유닛기술은 고가의 스피커에서 종종 그 진가를 발휘해왔다. 고역에 사용되고 있는 실크돔 유닛 '에소타'는 '과르네리 오마주'에 사용되어 이 스피커를 제작자의 의도대로 '과르네리'소리에 근접시키면서 오디오파일의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 바 있다. 저역 유닛 또한 소형에서부터 대형에까지 폭넓게 사용되고 있는데, 유닛의 대부분을 덮고 있는 독특한 더스트캡을 트레이드마크로 해서 유럽제 미국제를 막론하고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다인의 스피커는 의외로 주변에서 많이 사용하지도 않고 오디오샵에서도 그리 눈에 잘 띄지 않았던 것 같다. 그것은 아마도 소리의 성향이라기 보다는 크기에 비해서 막연히 가격이 비싸 보여서가 아닐까 조심스레 짐작을 해본다. 아뭏든 그런 이유로 소리의 경향에 대해서도 파악을 할 기회도 적었고, 가까이서 이리저리 살펴보는 일도 이번이 처음이라서 기대가 컸다. 크기나 무게는 B&W의 CDM1 정도와 유사하다. 목질이 그대로 살아있는 색깔이 개인적으로는 아주 맘에 들었다. 어줍쟎은 체리목이니 호두나무를 어떻게 하구 하는 마감을 무색케 한다. 다인이 생산라인을 위해서 목공소를 인수해서 직접 가공한다더니 그런 욕심을 낸 이유가 짐작이 갈 것 같다. 목공기술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나무에 홈 하나 판 것까지 깔끔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인상을 준다. 자질구레한 얘기를 하나 하자면, 그릴을 끼우는 홈까지 조금의 흔들림없이 기분좋게 '딱' 들어맞게 만들었다. 전반적으로 심플한 모양새에서 소너스 파베르같은 멋쟁이스피커에 싫증이 나면 바로 이런 디자인을 찾게되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뒷면으로 돌려 케이블 접속단자를 봤더니, 으잉? 이거 어떻게 연결해... 아하, 도크식으로 되어서 딸깍딸각 돌려서 아래로 끼우던가 아니면 바나나잭을 사용하게 되어있다. 투명한 아크릴같은 재질로 되어있는데, 오래동안 써도 단자색깔이 변한다던가 하는 일은 없어서 좋겠지만, 굵은 U자형 스피커케이블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은 단자가 두개뿐이어서 바이와이어링 등은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다인이 네트워크설계에 있어서 특출나다고 하니까 대충 거기서 해결을 보려는 것 같다. 약 이틀동안 소리를 들어보았다. 완전히 신품은 아니고 적당히 풀려있어서 단시간내에 평가해보기 좋았다. 소리에 있어서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본다. * 전체적으로 무게중심이 위쪽에 있다. * 적당하게 정제되고 깔끔한 인상을 준다. * 고역의 결이 고우면서 섬세한 느낌을 준다. * 중저역의 반응성이 뛰어나다. * 저역의 양감은 다소 왜소하다. * 저역에 텐션이 있으며 일정한 해상도를 갖는다. * 다이나믹스가 훌륭하다. 소리의 경향이 만인취향은 아니었다. 모양새를 그대로 옮겨놓은 소리라고 할 수 있다. 우선, 피아노와 보컬이 인상적이었다. 브렌델의 베토벤 피아노전집을 올려본다. 템페스트에서부터 열정에 이르기까지 깔끔하고 단정하며 적당히 부풀어주기도 하는 훌륭한 재생이다. 남성보컬, 특히 바리톤은 좀더 여유있었으면 좋을 것 같았으며, 여성보컬에서 다시 장기자랑을 한다. 아멜링의 독일가곡집은 간만에 제대로 임자를 만난 것 같았다. 특히 그녀 특유의 고음으로 미끄러지는 순간의 아찔함을 아주 잘 묘사해낸다. 머라이어 캐리를 들어보려고 찾았는데, 아차, 하이파이클럽 신동휴님댁에 잠시 출장중이었다. 다음엔 합창곡. 칸타타 도미노는 예상대로 훌륭한 해상도를 보여준다. 깊이감과 스테이징도 적당하다. 한편으로는 이곡 고유의 온도감의 재생에서는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든다. 바이올린은 시원스럽긴 한데 질감을 따져듣는 개인적인 성향으로서는 좀 여위게 들렸다. 쇼스타코비치의 사중주같은 음악에서는 괜찮았다. 스피커성향에 관계없이, 항상 록음악은 의무방어전이다. 메탈리카와 림프 비즈킷에서의 다이나믹이 훌륭하다. 양감에서 다소간의 아쉬움은 있지만, 킥드럼의 박진감을 제대로 살려낸다. 인스트루멘탈로 가보니, 조 새트리아니의 전자기타가 어지러울 정도로 훌륭하게 나온다. 시원스럽다.
몇곡 듣다보니까 앰프를 잘 골라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능률은 87dB, 앰프출력에는 별 문제없어 보인다. 지금은 60와트급 UL접속의 6550으로 구성된 오디오리서치로 듣는데도 유례없이 질감포착하기가 어려운데, 솔리드로 들었을 때 특히 구형 마크같은 앰프와는 상극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역의 드라이브력이 좋으면서 댐핑이 다소 낮은 진공관앰프가 가장 적당할 것 같다. 출력은 60와트로 모자라지 않지만, 전원트랜스의 성능이 충실했을 때 얘기다. 다인은 유닛과 인클로저 모두 가격이 만만치않다. 중고로 가면 100만원대 중반까지 가격이 나올 수 있겠지만, 이 가격대에는 대충 생겼어도 이름값하는 스피커들이 상당수 있어서 사용자의 조심스러운 선택이 필수사항이다. 막연하게 음악을 음악답게 듣고 싶다는 생각에서 찾는다면 다인을 만나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이 스피커의 위치는 보기보다(?) 하이클래스이다. 오디오샵에서 대충 세팅된 상태로 들어본 것 만으로 쉽게 소리의 성향을 속단해서는 안될 것 같다. 장르의 선별에 있어서도 그렇고 재생음의 질을 놓고 보아서도 그렇다. 맘에 안드는 장르마저 고급스럽게 만들어서 업그레이드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소형스피커에 대한 시각에는 사용자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전천후에 대한 욕심을 버린다면 소형스피커의 귀족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스피커이다. 좋다는 스피커들 다 써보고 난 중견들에게 대안을 제시해줄만한 스피커라는 생각이 마구 든다.
* 기기제공 : 금강전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