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프]매킨토시 C41 & MC202
매킨토시는 근래의 하이엔드 논쟁속에서 일단 뒷전으로 물러나있는 모양새를 하고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여전히 화제의 오디오브랜드이다. 다른 내용은 차치하고 장장 반세기동안의 역사는 즉흥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은 아니다. 스피커의 알텍과 더불어 매킨토시가 진공관과 솔리드시대에 걸쳐 앰프분야에서 이룩해낸 수많은 회로이론과 기술특허들은 독보적인 위상을 구가했지만 50년의 세월을 거치다보니 여기저기 수많은 신흥 하이엔드주자들이 급성장하면서 잘못하다간 수염을 뽑힐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수평적으로 수직적으로 다양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메이커들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외모만으로 유추해서 매킨토시가 관록을 앞세워 고집을 피우고 있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일 것 같다. C41과 MC202는 同社의 최신모델이다. 최근의 추세에 맞추어 변화를 시도해가고 있는 대표적인 모델들이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칼라를 잃지않으면서 시대의 조류를 감지하고 있음이 음색의 변화에서 느껴진다. 필자는 매킨토시의 열렬한 팬도 아니고, 하이엔드적인 음을 지향하지도 않는 양비론자이기 때문에 이 새로운 매킨토시에 대해 내려질 스스로의 평가에 기대가 된다. 소리에 대한 평가에 앞서 프리와 파워 각각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기로 한다.
McIntosh C41
C41은 얼마전 출시된 C42의 주니어모델이다. 전면 좌우끝에 있는 메탈바를 안쪽으로 기울여 깎은 것 이외에는 종전의 디자인에 손을 대지 않았다. 매킨토시의 음질을 놓고 선입관을 갖게 하는 부분이 바로 프리앰프의 이퀄라이저와 라우드니스 콘트롤 등 최근의 프리앰프에서는 이미 사라져버린 기능들을 남겨두고 있는 모습이다. C41의 가장 큰 특징은 C42에서는 8개밴드로 확장시켰던 이퀄라이저를 베이스와 트레블만 남겨놓고 완전히 없앤 점이다. 또한 전통적으로 매킨토시의 프리에 채용되었던 20와트급 모니터용 출력이 C42이래로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이 두가지만 우선 놓고보면 전통적인 매킨토시의 다기능들을 대폭축소하고 신호의 단순화를 의도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또한, 동시에 두대의 다른 파워앰프와 연결되어 신호를 전송할 수 있는 2개의 출력스위치를 둔 것 역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제품포장속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지만, 전면에 리모콘센서가 있는 걸로 보아 리모콘으로 스탠바이상태에서 전원을 올리고 내릴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후면의 입출력단 역시 전면에서 짐작했던 대로 무척 간소화되어 있긴 하지만, 다른 프리와 비교하면 여전히 복잡하다. MM용 포노단을 포함한 총 7개의 언밸런스입력과 1개의 밸런스입력단이 설치되어 있고 메인 출력이외에도 별도 파워앰프를 연결할 수 있는 2개의 출력, 3개의 녹음출력, 리모콘통제를 위한 4개의 데이터포트 등이 설치되어 있다. 아울러 파워앰프 스위치를 리모트로 놓은 상태로 프리앰프에서 파워앰프의 전원을 동시에 조정할 수 있는 파워콘트롤 출력을 두고있다.McIntosh MC202
MC202는 각 채널에서 200와트의 출력을 낸다. 전면패널은 상급기인 MC352를 수직으로 그대로 압축시킨 슬림한 모습을 하고 있으며 MC352가 MC500처럼 트랜스들과 방열판을 노출시켜 놓았던 데 비해 MC202는 섀시안으로 집어넣었다. 그외에 아이스블루톤의 레벨미터와 글래스패널, 녹색의 로고 등은 예전의 모습 그대로이다. 파워앰프야말로 매킨토시의 50년 공력이 집약되어있는 각종 특허기술들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으며 내구성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同社의 최고기술들이 그대로 내려와있다.
매킨토시의 전매특허인 파워가드회로를 채용해서 순간적인 클리핑으로 스피커가 손상되는 것을 방지해주는 기능이 있다. 또한 앰프의 작동에 이상이 있거나 무리가 있을 때 모니터해주는 램프가 좌우채널별로 설치되어있으며 과열에 대해서도 자체적으로 보호해주는 회로가 설치되어있는 가히 ‘스마트 앰프’이다. 매킨토시가 무한정 대출력앰프를 만들어갈 수 있는 열쇠가 바로 이러한 회로기술에 축적되어 있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파워앰프의 무게를 결정하는 것은 역시 출력트랜스였다. 매킨토시의 트랜스제조기술은 여전히 극비사항이며 솔리드앰프에 와서도 여전히 출력트랜스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음의 순도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출력트랜스는 댐핑을 떨어뜨려서 응답을 더디게 한다는 이유로 자연스럽게 자취를 감췄지만, 매킨토시에게는 별로 가치있는 선택이 아니었던 모양이다.C41과 MC202를 약 보름정도 들어본 소견으로는, 매킨토시를 막연히 힘좋은 앰프로 취급하지말고 다른 민감한 기기 세팅하듯 역시 같은 관심을 기울여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같은 매킨토시스피커가 가장 훌륭한 조합이 되겠으나 만만한 제품이 없고, B&W계열이나 틸, 다인오디오, PMC 정도가 일감으로 떠오른다. 그런 경우는 없겠지만, 소프라노같은 스피커에 물리면 어떤 소리가 날까 궁금해진다. 매킨토시의 최신기가 만들어내는 사운드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자연스럽다’고 말하고싶다. 전대역에 걸쳐 풍만하게 깔리는 질감은 장점인 동시에 단점으로도 지적이 되었지만, 이 조합에 와서는 담백해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반면에, 사용자에게 박두해오는 저역을 처리하는 모습을 보면 전통의 매킨토시사운드에서 필요한 건 다 살려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매킨토시가 B&W와 같은 쨍쨍한 스피커를 설득력있게 밀어주는 앰프중의 하나로 꼽히는 이유는 서로의 요철이 비교적 잘 들어맞기 때문이다. 한편, 200와트의 출력으로도 그리 큰 무대를 만들어내지는 않았다. 뚜렷한 정위감이나 레이어링 등은 어느 앰프에도 뒤지지 않아 보이지만, 인상적인 깊이감 또한 예상보다는 덜했다.
헤레베헤지휘의 바하 ‘B단조미사’는 가디너에 비해 풍만하고 관악의 뻗침이 적고 합창을 부각시킨 녹음이다. 마치 구름속 여기저기서 튀어나와 노래하는 듯한 합창단원들의 표정이 풍부하다. 뛰어난 정위감과 입체감이 인상적이다. 한편 다소 부풀게 느껴지는 무대 곳곳의 모습은 좀 더 조여주었으면 싶었다. 펄만과 아쉬케나지의 ‘크로이쳐’는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거의 대결에 가깝게 연주된 음반이다. 깨끗한 배경 등을 따지지 않고 현과 피아노를 동시에 체크하기에 좋다. 미끄러져 들어오는 바이올린의 질감과 보윙의 에너지감이 잘 그려진다. 간혹 느끼하게 들릴 수 있는 펄만의 바이올린은 중립적이고 칼라레이션이 적다. 전면으로 두드러져 나오는 피아노의 느낌은 선명하지만 역시 좀더 단정하게 재생되었으면 좋겠다. 강약과 굴곡이 많은 이곡의 앰비언스적인 측면을 잘 살려주었다. 메인이벤트가 될 지 모르는 록음악으로 가본다. 드림시어터의 ‘메트로폴리스’는 깔끔한 공간감속에 거친 음색과 전자악기가 수시로 등장하고 비트의 변화가 심한, 록음악으로는 ‘난곡’이다. 도입부의 음산한 분위기가 잘 전달되며 베이스리프가 뚜렷한 해상도를 갖고 역동적으로 진행되어서 튜닝이 잘된 실내공연장의 느낌을 준다. 보컬의 모습은 공격적이고 생생해서 침이 튀지않을까 염려가 될 정도이다. 드럼스틱이 꽂히는 느낌 또한 예리하게 파고든다. 메인스트림 록음악과 비교해서 상당히 정제된 이곡의 느낌을 탄탄한 밸런스속에 연출해냈다. 디테일감도 나무랄 데 없지만, 에너지감과 열기를 연출해내는 점은 이 앰프의 뚜렷한 장점중의 하나이다.
탈주범이 입고있던 티셔츠나, 린다 김 선그라스가 없어서 못파는 나라에서 살다보면 가끔 어디까지가 취향이고 뭐가 앞서가는건지 판단이 잘 안설 때가 있다. 취미란 본래 정답도 없고 타인의 의견에 연연하지 않을수록 더욱 본연의 의미를 갖는 건지 모르지만, 적어도 자신만의 기본적인 모습을 갖추고 나서의 얘기가 아닐까 한다. 자신에게 맞는 기기를 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스스로가 음악감상을 하려는 건지 소리속에서 숨은 그림찾기를 하려는 건지 파악을 할 필요가 있다. 며칠간 들어본 매킨토시는 매력적이었다. 아무 생각없이 음악속에 푹 빠져들게 하는, 편하고 멋이 있는 제품이다. 음악의 감동이 전해진다면 메인시스템으로 이 제품을 갖추고, 기타 해상도를 놓고 우열가리기를 위한 제품들은 유행따라 바꿔가면서 서브로 사용하자는 말을 한다면 궤변이 될까?
* 본 리뷰는 격월간 '오디오와 레코드' 104호에 게재되는 내용을 필자와 잡지사와의 협의를 통해 동시전재함을 알려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