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한국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Totem 스피커 회사는 90년대 초반부터 미국 등지에서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는 회사로 알고있다. Totem Mani-2는 Shamman이란 Flagship모델이 엄연히 존재하지만 현재까지도 Totem사의 최고의 스피커로 자리잡고 있는 스피커이다.
이 스피커를 약 2달여 리뷰를 하면서 참으로 많은 고생을 하였다. 애칭을 붙힌다면 “작은 괴물(Small Monster)”라고 할까 ? 빅 사운드스테이지, 크기에서 상상할 수 없는 스케일과 당찬 초저역 재생, 토템 특유의 청량한 음색이 지금까지 들어왔던 스피커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았다.
Mani-2는 Model-1의 후속모델이다. 그런데 이름이 Model-2로 되지 않고 Mani-2라는 이름으로 된것은 Totem(북미 인디언이 씨족가족의 상징이라고 여기는 자연물, 특히 동물 등)이란 회사이름에 걸맞게 하여, 아메리카 인디언들 사이에서 일종의 초자연적 힘의 관념으로 신봉되는 manitou신앙의 이름을 따서 붙혔다고 한다.
트위터는 1인치 Seas사 메탈돔인데 Totem사에서 특주한 제품이라고 한다. 토템사의 주장은 이 유닛은 토템 마니-2에서만 사용하는 유닛이라고 한다. 그리고 우퍼는 유명한 Dynaudio사의 17Cm 유닛인 17W76XL을 역시 특별오더를 하여 사용한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전면에 보기에는 하나의 유닛처럼 보이지만 사실 같은 유닛이 하나 더 안에 들어있어 서로 등을 맞대고 있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이 방식은 Linn에서 특허를 갖고있는 Isoberic방식으로 구성되어있다. 이러한 방식을 쓰는 스피커로는 이글스턴웍스의 안드라, 보체디비나의 바소 서브우퍼 등이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디스토션이 없는 저역의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는 방식이다.
스펙에서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은 저역이 27 Hz까지 나온다는 것이다. 27Hz라면 웬만한 대형 스피커보다 더 낮은 수치라고 할 수 있다. 하나도 울리기가 어렵다는 다인오디오 유닛을 두개씩이나 사용을 하여 4옴에서 85dB라는 음압을 갖고 있다고 하니 일단 겁(?)부터 난다. (스테레오파일 리뷰에 보면 자체적으로 측정한 음압은 무려 80.5dB라고 한다. 가히 살인적이다.)
외관은 미국판매가 4,000불짜리 치고 너무도 평범하게 생겼다. 북쉘프형 스피커로는 약간 큰편에 속하고 고역과 저역의 시간차를 극복하기 위해 전면배플을 눕혀놓는다거나 인클로저 진동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트위터를 별도로 분리하여 놓는 등 최근의 스피커메이커들이 도입하는 등의 튀는 디자인은 눈을 부릅뜨고 찾아보아도 없다. 뒤쪽에는 덕트가 위에 동그랗게 있고 스피커 하단에 있는 바이와이어링 대응 바인딩포스트는 WBT사 제품이다.
사실 Totem하면 독특한 내부 인클로져의 설계와 탁월한 네트워크 개발 기술을 가진 회사로 알려져 있다. 토템 모델원의 경우도 스피커의 무게가 개당 4 Kg정도밖에 나가지 않는데 마니-2 역시 크기에비하여 가뿐한 10Kg이다. 하지만 부실한 인클로저로 인한 통울림이나 혼탁함은 귀를 씻고 들어보아도 없다.
내부까지 뜯어보질 못하여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르지만 다른사람에게서 들은 정보에 의하면 인클로저 내부가 상당히 복잡한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고 한다. 인클로저의 제작도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는 비접합 방식이라고 한다. (필자가 직접 확인한 사항은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마니-2의 경우 뒷면 패널의 경우 보통의 스피커와 달리 커다란 여러게의 볼트로 고정되어 있다. 그러한 내외부설계의 결과로 단순한 박스형 모양으로도 고역과 저역의 불일치나 대역별 위화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리뷰를 하면서 고생을 했다는 것은 소문대로 까다로운 구동 때문이었다. 필자의 경험으로 스피커를 구동하는 단계를 세가지정도 들어본다.
1. 앰프가 스피커를 전혀 구동하지 못할 때.
소리가 스피커 유닛을 떠나지 않는다. 스피커 사이에 스테이지가 없다. 한 가수의 목소리가 두 스피커에서 따로 나온다. 다이나믹은 기대할 수 없으며 매우 협대역이 되며 아랫도리가 없다. 중고역으로 에너지가 몰리는 경우도 있으며 이럴 경우 고역의 뻗침이 좋은 스피커의 경우 듣기 괴로운 피곤한 고역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2. 앰프가 스피커를 어느정도 구동하지만 힘이 모자랄 때
스테이지는 어느정도 나오지만 명료하지 못한 소리가 난다. 저역이 나오기는 하지만 잘 내려가지 않으며 초저역 쪽에 부밍이 심해진다. 이는 파워앰프가 스피커 유닛을 통제하지 못하고 디스토션이 발생하여 소위말하는 풀어진 저역으로 일관한다.
3. 앰프가 스피커를 완벽히 구동할 때
정상 상태이다. 스피커 사이에 스테이징이 만들어지며 기본기가 되어 있는 스피커이고 룸튜닝도 잘 되어있다면 정상 청취위치에서 스피커를 바라보아도 소리는 스피커 사이 뒷벽에서 난다. 두개의 스피커 유닛이 일체감있고 절도있게 움직인다는 느낌이며, 고역은 투명해지고 텐션이 높은 저역이 Deep Bass까지 일관되게 나온다.
처음 필자가 사용중인 Plinius SA-100 mk-II와 연결하여 보니 구동이 원할하지가 않다. 위의 예중 2번에 속한다. 그래도 Pure A급 100와트의 기본 구동력을 갖고 있어 중고역은 괜찮지만 저역통제가 잘 되지를 않는다. 콘트라베이스가 낮은음계로 내려가는 한계점을 넘는 순간 저역이 통제가 되지 못하고 유닛이 따로 노는 공진이 발생한다.
Plinius SA-100이 구동못하는 스피커를 처음 만난 것이다. 그동안 필자의 집에서 구동이 그리 쉽지 않다는 Thiel 2.3이나 Dynaudio Contour 2.8, Voce Divina Soprano 등을 잘 구동하던 파워앰프인데 그만 호적수를 만나버린 것이다.
하지만 저역의 공진외에는 모든 것이 나무랄 때 없이 좋았다. 솔직히 마니-2의 음색을 표현할 딱맞는 형용사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이다. 외국사람들이 좋은제품에 대해 쓰는 흔히 표현인 “One of the best speaker. I’ve ever heard”.라고 할까 ? 지금까지 이렇게 투명하고 깨끗한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다. 마치 스피커 사이에 커다란 수정궁이 보이는듯하다
샤프하게 뻗어주는 고역의 청명함이 가슴을 후련하게 만들어준다. 중역의 음색또한 토템 모델-1의 실력을 계승 발전시켜 탁월하다. 저역은 상당히 깨끗하게 내려가며 저역의 음계가 한옥타브 아래로 내려간 듯한 무게감을 실어준다. 밋밋하게 생긴 외모와 달리 스피커 뒤쪽을 펼쳐지는 사운드 스테이지는 숨을 죽이게 만든다. 토템 마니-2를 필자의 리스닝룸에 눌러 앉히고 싶은 욕망이 강하게 필자를 유혹한다.
토템 마니-2의 가능성을 좀 더 끌어내보기 위해 샵에서 첼로 Duet-350을 들고왔다. 이런! 역시 만족스러운 구동을 못한다. 약간은 불안했지만 의외의 결과다. Plinius SA-100보다는 스테이지도 넓어지고, 음상도 좀 더 깔끔하고 명료해졌지만 초저역에 부밍이 없어지지 않는다. 레베카피죤의 “올드 랭 사인”을 들어보면 잘 나오던 음악이 베이스 연주가 시작되면 저역통제가 되지 않는다. 베이스 음이 끊어져야 할 곳에서 제동이 되지 않는 것이다.
필자의 리스닝 룸 공간도 문제가 되는 것 같아서 Acoustic Range사의 Full Set 룸튜닝재를 가지고 위치를 바꿔보고, S4Disign의 베이스트랩도 설치하는 등 다각도의 룸튜닝을 해보았으나 일부의 개선만 있을뿐 근본적인 문제인 초저역의 부밍은 가시지 않는다. 스피커 뒤에 있는 덕트에 귀를 대어보면 문제의 공진이 덕트에서 그대로 나오고 있다. 룸의 문제는 아니라는 결론이 났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프리앰프를 Sutherland C-2000, Cello 1Mega Ohm 등으로 바꾸어 보고, 케이블 교체 및 BDR콘 등 액세서리도 총동원 해 보지만 예상대로 별 효과가 없다.
“원래 이 스피커 저역이 이렇게 풀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경박스러운 생각을 지울수가 없다. 하지만 이대로 리뷰를 쓴다는 것은 리뷰어의 기본원칙마저 무시하는 처사이다. 스피커 리뷰라면 최소한 제대로 구동을 한 후 평가하는 것이 제1원칙이라고 생각한다.
첼로 파워가 저역의 제동력이나 구동력을 바탕으로하는 파워앰프가 아닌 것은 알고있었지만, Duet-350이 이정도로 쩔쩔매는 스피커가 있다는 사실을 납득하기 쉽지않다. 혹시나 하여 Duet-350을 Bridge모드로 놓고 한쪽 스피커만 들어보니 저역의 부밍이 씼은듯이 없어진다. 그럼 이 마니-2를 위해 Duet-350 두대를 브릿지로 ? 한 달 여를 고생했는데 허탈하기까지 하다. Duet-350이 구동을 못한다는 것을 받아드리기 힘들다.
난감하고 안타깝다. 난감한 것은 스피커 리뷰를 해야하는데 완벽하게 구동도 못 시키고 리뷰를 할 수도 없는 것이고 안타까운 스피커 음색이나 실력은 나무랄 때가 없는데 파워앰프를 너무 요구하는 것이겠다.
약간은 황당하고 답답하여 본 클럽 하이파이동호회의 고수이신 마이클님께 SOS를 청하였다. 과연 명쾌하고 정확한 답변이 날아온다. 아래는 마이클님께서 보내주신 답변이다.
“마니2는 알고 계시겠지만 모델 원의 성공 후 장장 4년의 연구 개발 기간을 거친 후 발표된 토템사의 야심작입니다. 개발 컨셉은 모델 원의 놀라운 해상력, 빅 사운드 스테이지, 굿 포커싱 등을 그대로 유지한채 부족한 저음을 확장 시키는 것이었죠.
해서 2년의 오리지날 연구기간, 그후 2년에 걸친 개조및 튜닝을 했습니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귀로 일일히 들어가면서 튜닝을 했답니다. 특히 주안점을 둔것은 크로스오버에 의한 위상 일치였습니다. 그래서 핀포인트에 가까운 포커싱, 타임 딜레이가 없는 위상의 일치등이 가능하게 된거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역의 확장을 위해 린의 아이소배릭 설계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아이소배릭은 이미 70년대에 린에 의해 확립된 저역확장및 디스토션 제거 방법입니다.
앤드라의 탄템구동과는 약간 다른데, back to back 즉 우퍼가 반대 방향을 향하게 함으로써
우퍼 자체의 불요공진에 의한 디스토션을 제거하고 깨끗한 저음을 얻도록 한거죠. 하지만 항상 제가 주장하는 것처럼 양이 있스면 음도 있지요. 바로 웬만한 앰프로는 내부의 2개 우퍼를 일사분란하게 구동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구동력이 탁월하면서도 댐핑능력이 좋은 앰프만이 마니2를 제대로 구동할 수 잇다는 점이지요. 만약 댐핑능력이 떨어지는 파워앰프는 오히려 불요공진을 불러 일으켜 더 많은 디스토션을 일으키고 더 나아가 당초의 취지(깨끗한 저음)와는 반하는 엄청난 공진을 통해 풀어진 저음을 보여주게 됩니다.”
사실 위의 마이클님 말에 토템 마니-2에 대한 정보와 특성, 구동방법 등 모든 것이 일목 요연하게 함축되어있다.
파워앰프를 Plinius SA-250 mk-IV로 바꾸어본다. Pure A급 250와트이다. 이 파워도 되지 않으면 말이 되지 않는다. 조심스레 연결한 후 숨을 죽이고 이 스피커의 구동력 유무를 테스트하기위해 자주 들었던 레베카피죤의 “올드 랭 사인”을 걸고 숨을 죽이고 베이스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결과는.. 한달여를 괴롭혔던 저역의 불요공진이 씻은듯이 없어졌다. 원래 이 스피커의 저역이 불분명하고 두리뭉실하게 퍼지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단숨에 가시게 해준다. 10년묵은 체증이 싹가신다는 표현을 이럴 때 쓰는 것 아닐까 ?
그러나 허탈함도 같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수가 없다. 리스닝 룸의 문제이기를, 다른 시스템과의 매칭 문제이기를 내심 바랬다. 하지만 원론적인 구동력이 문제였던 것이다.
제대로 울린 마니-2의 음질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과격한 표현을 쓰고싶을 만큼 뛰어나고 훌륭하다. 토템 마니-2를 가볍에 구동하여주는 Plinius-250의 구동력이 놀랍다. 앰프의 구동력과 스피커의 상관관계를 극명하게 경험하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우퍼의 움직임 폭이 달라지고 두개의 유닛(정확히 네개의 유닛이겠다.)의 일체감이 확연하게 느껴진다. 토템 마니-2와 매우 좋은 상성을 보여준다.
장소를 오디오랩의 시청실로 옮겼다.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이 황홀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 때문에.. (실은 나만 좋다고 덤벙대는 착각을 하는 것은 아닌가 우려가 되어 다른 사람에게도 검증 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하나씩 분석하여 보자.
1. Eagles “Hotel California”
사운드스테이지 크기, 저역의 퀄리티를 테스트하기 위한 음반이다. 마니-2의 진가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음반이었다. 도입부에 나오는 관중의 박수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박수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박수소리를 모두 들려주려는 듯한 뛰어난 해상력이 돋보인다. 기타의 전주가 시작되고 드럼소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동석했던 사람들의 눈이 동그랗게 커지며 탄성이 나온다.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격찬을 해댄다. 마니-2가 내어주는 드럼소리는 진정으로 들어본 적이 없다. 스피커 뒤쪽 2미터 우중간에 거대한 킥드럼이 명료하게 그려진다. 결코 흐트러짐이 없는 놀라울 정도로 깨끗한 저역이 팽팽하고 빠르게 치고 빠진다. 대단한 다이나믹과 impact라고 밖에 달리 설명할 말이 없다. 프리앰프의 볼륨을 심하다 싶을정도로 올려보지만 음상이 튀어나온다거나 흔들리는 일이 없다.
2. Jennifer warnes “The Hunter”
2번트랙 “somewhere, somebody”와 8번 “way down deep”을 들어본다. 역시 저역 테스트이다. 마니-2와 씨름하면서 저역에 한이 맺혔고 말할 수 있다. 저역이 이랬었구나.. 하는 새로운 느낌의 저역이다. 사운드 스테이지의 크기나 명확한 음상으로 제니퍼 원스의 목소리가 한결 촉촉하고 섹시해진다. 마이클님 말씀대로 “마니-2는 작은 와트퍼피다”라는 말이 실감난다.
여기서 함정이 발견된다. Plinius SA-250과의 매칭에서는 괜찮지만, 다른 앰프와의 매칭에 따라 차갑게 들릴 수 있는 위험요소가 감지된다. 음이 너무 차거우면 음악에 몰입하기 힘들게 만든다.
타이트하게 조여진 저역의 텐션과 딥베이스까지 거침없이 내려가는 무게감으로 따지면 다른 여타스피커(크기, 가격을 떠나서..)보다 2-3배 더 다이나믹한 느낌이다. 사실 필자가 들어본 1000만원 이하의 스피커에서 가장 훌륭한 저역재생 능력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한치의 흐트러짐 없는 이런 긴장된 저역을 무조건 좋다고만 할 수 없겠다. 사람의 기준과 취향에 따라 편안하고 풍성한 저역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그리 환영받지 못할 저역이 될 수 있겠다.
3. Boccherini “Quintets for guitar and strings” – Pepe romero, academy chanber ensembld (Philips)
한 숨을 돌려 좀 가벼운 곡으로 바꿔본다. 3번재트랙 “Fandango” 3악장을 들어본다. 보케리니 특유의 기교와 스페인무곡의 여흥이 잘 조화된 곡이다. 각 악기간의 위치가 정확하게 나타나며 기타와 현의 소리가 명확히 구분이 되어 조화를 이룬다. 현의 질감이 잘 살아나고 고역으로 올라가며 음끝이 살아 숨쉬는 듯 하다. 팽팽한 리듬과 페이스로 절로 고개를 끄떡이게 만든다.
이 곡에서도 이면을 생각해보자. 자꾸 소리에 집중하게 만든다. 가벼운 마음으로 편안하게 음악을 듣고자 하는 사람에게 긴장감을 멈추지 않는 이런 소리는 음악이 아름답다고 느낄수 있는 호소력이 약하다고 평가받을 수도 있겠다.
4. Bach “Matthew Passion” – Johm Eliot Gardiner – Archiv
1번 디스크 첫번째 트랙 “Chor mit Choral”을 들어본다. 스테이지의 크기는 매우 넓고 깊으게 형성된다. 연주홀의 공기감이 피부로 느껴진다. 합창단원의 규모가 커졌다는 느낌이며, 뒤섞이거나 두리뭉실한 구석이 전혀 없다. 앞쪽의 합창부와 뒤쪽의 코랄부의 거리감이 확연하다. 정말 멋진 스피커라는 생각을 다시한번 들게한다.
이 곡도 비판적으로 평가해보자. 이 곡이 주는 장엄한 분위기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정교하게 찍은 고화질의 사진보다 한폭의 수채화가 사람의 감정을 더 자극한다. 화장품 선전 카탈로그에 있는 여자모델의 얼굴사진이 너무 선명하게 찍혀 커다란 땀구멍과 코밑에 솜털까지 보인다면, 그 화장품이 잘 팔릴까 ?
매칭을 잘못하면 자연스러움을 바탕으로 부드럽고 편안한 음을 추구하려는 사람에게는 독이 될수 있는 스피커이다.
5. Beethoven “Piano Sonatas” – Emil Gilels (DG)
필자가 애청하는 에밀길레즈의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전집 음반이다. 두번째 디스크 7번트랙 “Pathetique” 3악장이다. 사실 이 음반만큼 요술(?)을 부리는 음반도 적으리라. 시스템에 따라 피아노 소리의 변화가 무쌍한 음반이라고 생각한다. 역시 최고의 피아노 소리를 재생하여 준다. 피아니시모와 포르테시모의 범위가 넓다. 에밀길레즈의 장기인 포르테시모에서 피아노 타건의 크기가 달라졌다고 느낄 정도의 강력한 터치가 그대로 나오고 배음 또한 정확하게 들려준다.
6. Oscar Peterson Trio “We get requests” (Verve)
1965년 녹음을 97년도에 Digital Remastering 한 음반이다. 즐겨듣는 6번째 곡 “You look good to me”이다. 도입부에서 레이브라운의 콘트라베이스 현을 긁는 소리가 리얼하다. 드럼 심벌즈의 고역이 한없이 맑고 투명하게 나오며 생생하게 존재한다. 인트로가 끝나고 본격적인 연주가 시작되며 콘트라베이스의 현과 레이브라운의 오른손 손가락이 닿고 마찰되는 소리, 왼손의 기민한 움직임이 느껴진다. 소름끼칠 정도의 디테일이다. 콘트라베이스 울림통의 크기만큼 경계선이 만들어진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마니-2를 칭찬을 하였지만 이 스피커가 가지고 있는 숙명(?)이자 치명적인 결함이라고 할 수 있는 고출력 파워앰프의 요구는 사용자의 수를 극히 제한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겠다. 첼로 Duet-350이 구동력을 기본으로 하는 파워앰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스펙상으로 채널당 350Watt를 낸다는(댐핑팩터는 그리 좋은 파워가 아닌 것은 알지만..) Duet-350이 스피커를 구동 못하여 쩔쩔맨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까 ? (사실 첼로 앙코르-150 모노블럭 파워앰프도 물려보았지만 구동에 대하여 굳이 거론하지 않겠다.)
마니-2를 구동하기 위한 기본을 갖춘 파워를 꼽으라면 언뜻 5개정도가 떠오른다. 직접 매칭하여 그 능력을 확인한 Plinius-250과 막연히 예측하여본다면 Krell FPB-300, Stereophile리뷰시 매칭하였다는 Mark Levinson No.333, Pass X-350(?) 정도 가야하지 않을까 ? 가격을 적고보니 웃음이 난다. 모든 파워앰프가 스피커의 가격 두세 배를 웃돈다.
그러나 추가적인 정보로 토템 마니-2의 제작자는 집에서 Sim audio의 150와트 파워앰프를 연결하여 듣는다고 한다. Audiorevie,com에 보면 어떤 사용자는 Arcam 인티앰프 두 대를 이용하여 바이앰핑으로 듣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댐핑팩터가 좋은 파워앰프로 잘 찾아보면 저출력의 파워앰프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음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구동이 까다로운 스피커를 제대로 울렸을 때 내어주는 소리는 일반 스피커에서는 들어볼 수 없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해준다. 특히 제대로 울린 마니-2의 경우 믿기지 않을 정도의 훌륭한 음악을 들려주었다.
리뷰를 써놓고 보니 과격한(?) 단어들이 마구 쓰여있다. 하지만 실제 리뷰를 한 두달여 동안 실제상황은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그동안 오디오를 하면서 이렇게 열심히 해본적이 있었나 할 정도이다. 마니-2 열병을 앓았다고 할까 ?
이렇게 저렇게 매칭을 하여보면서 다스리기가 쉽지 않은 스피커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파워앰프의 구동력은 기본이겠지만 그 이후에도 상당히 정교한 콘트롤을 요하는 스피커이다.
토템 마니-2는 절대로 초보자용 스피커가 아니다. 오직 선택(?)받은 도전정신과 탐구정신이 투철한 오디오파일을 위한 철저한 매니아용 스피커이다. 야생마를 길들이는 희열을 아시는 분은 한번 도전해 보시라고 적극 추천하고 싶다. 그래서 이 야생마를 잘 길들였을 때 얻을 수 있는 성취감은 그동안의 고생을 충분히 보상하고 남으리라…
크기 가격을 떠나서 마니-2는 오디오적 쾌감을 극한까지 올려줄 수 있는 몇 안되는 스피커 중의 하나라고 강력히 주장하고 싶다.
사용된 기기리스트
CDP : NAD S-500
PRE : Audible illusions M3, Cello 1Mega Ohm, Sutherland C-200, Sonic Frontiers Line-2
Power : Plinius SA-100 mk-III, Cello Duet-350 mk-II, Plinius SA-250 mk-IV
룸튜닝 : Acoustic Range Full Set
케이블 : Siltech 5-60(Unbalanced), Audio Magic Sorceror
스피커케이블 : Nirvana S-L, Harmonic Technology Pro-9 Bi-wire
전원코드 : P.A.D Proteus, JPS Labs Power AC, NBS Monitor-II
악세사리 : BDR #3, #4, Aurios
오디오랩 매칭기기
CDP : SONY SCD-1
PRE : Plinius CD-LAD
Power : Plinius SA-250 mk-IV
룸튜닝 : Acoustic Range Full Set
케이블 : Audio Magic Excalibur, Riverman Baroque SE, Cardas Cross Link
악세사리 : BDR #3, AudioPrism ISO-Bearing
Mani-2는 Model-1의 후속모델이다. 그런데 이름이 Model-2로 되지 않고 Mani-2라는 이름으로 된것은 Totem(북미 인디언이 씨족가족의 상징이라고 여기는 자연물, 특히 동물 등)이란 회사이름에 걸맞게 하여, 아메리카 인디언들 사이에서 일종의 초자연적 힘의 관념으로 신봉되는 manitou신앙의 이름을 따서 붙혔다고 한다.
트위터는 1인치 Seas사 메탈돔인데 Totem사에서 특주한 제품이라고 한다. 토템사의 주장은 이 유닛은 토템 마니-2에서만 사용하는 유닛이라고 한다. 그리고 우퍼는 유명한 Dynaudio사의 17Cm 유닛인 17W76XL을 역시 특별오더를 하여 사용한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전면에 보기에는 하나의 유닛처럼 보이지만 사실 같은 유닛이 하나 더 안에 들어있어 서로 등을 맞대고 있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이 방식은 Linn에서 특허를 갖고있는 Isoberic방식으로 구성되어있다. 이러한 방식을 쓰는 스피커로는 이글스턴웍스의 안드라, 보체디비나의 바소 서브우퍼 등이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디스토션이 없는 저역의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는 방식이다.
스펙에서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은 저역이 27 Hz까지 나온다는 것이다. 27Hz라면 웬만한 대형 스피커보다 더 낮은 수치라고 할 수 있다. 하나도 울리기가 어렵다는 다인오디오 유닛을 두개씩이나 사용을 하여 4옴에서 85dB라는 음압을 갖고 있다고 하니 일단 겁(?)부터 난다. (스테레오파일 리뷰에 보면 자체적으로 측정한 음압은 무려 80.5dB라고 한다. 가히 살인적이다.)
외관은 미국판매가 4,000불짜리 치고 너무도 평범하게 생겼다. 북쉘프형 스피커로는 약간 큰편에 속하고 고역과 저역의 시간차를 극복하기 위해 전면배플을 눕혀놓는다거나 인클로저 진동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트위터를 별도로 분리하여 놓는 등 최근의 스피커메이커들이 도입하는 등의 튀는 디자인은 눈을 부릅뜨고 찾아보아도 없다. 뒤쪽에는 덕트가 위에 동그랗게 있고 스피커 하단에 있는 바이와이어링 대응 바인딩포스트는 WBT사 제품이다.
사실 Totem하면 독특한 내부 인클로져의 설계와 탁월한 네트워크 개발 기술을 가진 회사로 알려져 있다. 토템 모델원의 경우도 스피커의 무게가 개당 4 Kg정도밖에 나가지 않는데 마니-2 역시 크기에비하여 가뿐한 10Kg이다. 하지만 부실한 인클로저로 인한 통울림이나 혼탁함은 귀를 씻고 들어보아도 없다.
내부까지 뜯어보질 못하여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르지만 다른사람에게서 들은 정보에 의하면 인클로저 내부가 상당히 복잡한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고 한다. 인클로저의 제작도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는 비접합 방식이라고 한다. (필자가 직접 확인한 사항은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마니-2의 경우 뒷면 패널의 경우 보통의 스피커와 달리 커다란 여러게의 볼트로 고정되어 있다. 그러한 내외부설계의 결과로 단순한 박스형 모양으로도 고역과 저역의 불일치나 대역별 위화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리뷰를 하면서 고생을 했다는 것은 소문대로 까다로운 구동 때문이었다. 필자의 경험으로 스피커를 구동하는 단계를 세가지정도 들어본다.
1. 앰프가 스피커를 전혀 구동하지 못할 때.
소리가 스피커 유닛을 떠나지 않는다. 스피커 사이에 스테이지가 없다. 한 가수의 목소리가 두 스피커에서 따로 나온다. 다이나믹은 기대할 수 없으며 매우 협대역이 되며 아랫도리가 없다. 중고역으로 에너지가 몰리는 경우도 있으며 이럴 경우 고역의 뻗침이 좋은 스피커의 경우 듣기 괴로운 피곤한 고역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2. 앰프가 스피커를 어느정도 구동하지만 힘이 모자랄 때
스테이지는 어느정도 나오지만 명료하지 못한 소리가 난다. 저역이 나오기는 하지만 잘 내려가지 않으며 초저역 쪽에 부밍이 심해진다. 이는 파워앰프가 스피커 유닛을 통제하지 못하고 디스토션이 발생하여 소위말하는 풀어진 저역으로 일관한다.
3. 앰프가 스피커를 완벽히 구동할 때
정상 상태이다. 스피커 사이에 스테이징이 만들어지며 기본기가 되어 있는 스피커이고 룸튜닝도 잘 되어있다면 정상 청취위치에서 스피커를 바라보아도 소리는 스피커 사이 뒷벽에서 난다. 두개의 스피커 유닛이 일체감있고 절도있게 움직인다는 느낌이며, 고역은 투명해지고 텐션이 높은 저역이 Deep Bass까지 일관되게 나온다.
처음 필자가 사용중인 Plinius SA-100 mk-II와 연결하여 보니 구동이 원할하지가 않다. 위의 예중 2번에 속한다. 그래도 Pure A급 100와트의 기본 구동력을 갖고 있어 중고역은 괜찮지만 저역통제가 잘 되지를 않는다. 콘트라베이스가 낮은음계로 내려가는 한계점을 넘는 순간 저역이 통제가 되지 못하고 유닛이 따로 노는 공진이 발생한다.
Plinius SA-100이 구동못하는 스피커를 처음 만난 것이다. 그동안 필자의 집에서 구동이 그리 쉽지 않다는 Thiel 2.3이나 Dynaudio Contour 2.8, Voce Divina Soprano 등을 잘 구동하던 파워앰프인데 그만 호적수를 만나버린 것이다.
하지만 저역의 공진외에는 모든 것이 나무랄 때 없이 좋았다. 솔직히 마니-2의 음색을 표현할 딱맞는 형용사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이다. 외국사람들이 좋은제품에 대해 쓰는 흔히 표현인 “One of the best speaker. I’ve ever heard”.라고 할까 ? 지금까지 이렇게 투명하고 깨끗한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다. 마치 스피커 사이에 커다란 수정궁이 보이는듯하다
샤프하게 뻗어주는 고역의 청명함이 가슴을 후련하게 만들어준다. 중역의 음색또한 토템 모델-1의 실력을 계승 발전시켜 탁월하다. 저역은 상당히 깨끗하게 내려가며 저역의 음계가 한옥타브 아래로 내려간 듯한 무게감을 실어준다. 밋밋하게 생긴 외모와 달리 스피커 뒤쪽을 펼쳐지는 사운드 스테이지는 숨을 죽이게 만든다. 토템 마니-2를 필자의 리스닝룸에 눌러 앉히고 싶은 욕망이 강하게 필자를 유혹한다.
토템 마니-2의 가능성을 좀 더 끌어내보기 위해 샵에서 첼로 Duet-350을 들고왔다. 이런! 역시 만족스러운 구동을 못한다. 약간은 불안했지만 의외의 결과다. Plinius SA-100보다는 스테이지도 넓어지고, 음상도 좀 더 깔끔하고 명료해졌지만 초저역에 부밍이 없어지지 않는다. 레베카피죤의 “올드 랭 사인”을 들어보면 잘 나오던 음악이 베이스 연주가 시작되면 저역통제가 되지 않는다. 베이스 음이 끊어져야 할 곳에서 제동이 되지 않는 것이다.
필자의 리스닝 룸 공간도 문제가 되는 것 같아서 Acoustic Range사의 Full Set 룸튜닝재를 가지고 위치를 바꿔보고, S4Disign의 베이스트랩도 설치하는 등 다각도의 룸튜닝을 해보았으나 일부의 개선만 있을뿐 근본적인 문제인 초저역의 부밍은 가시지 않는다. 스피커 뒤에 있는 덕트에 귀를 대어보면 문제의 공진이 덕트에서 그대로 나오고 있다. 룸의 문제는 아니라는 결론이 났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프리앰프를 Sutherland C-2000, Cello 1Mega Ohm 등으로 바꾸어 보고, 케이블 교체 및 BDR콘 등 액세서리도 총동원 해 보지만 예상대로 별 효과가 없다.
“원래 이 스피커 저역이 이렇게 풀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경박스러운 생각을 지울수가 없다. 하지만 이대로 리뷰를 쓴다는 것은 리뷰어의 기본원칙마저 무시하는 처사이다. 스피커 리뷰라면 최소한 제대로 구동을 한 후 평가하는 것이 제1원칙이라고 생각한다.
첼로 파워가 저역의 제동력이나 구동력을 바탕으로하는 파워앰프가 아닌 것은 알고있었지만, Duet-350이 이정도로 쩔쩔매는 스피커가 있다는 사실을 납득하기 쉽지않다. 혹시나 하여 Duet-350을 Bridge모드로 놓고 한쪽 스피커만 들어보니 저역의 부밍이 씼은듯이 없어진다. 그럼 이 마니-2를 위해 Duet-350 두대를 브릿지로 ? 한 달 여를 고생했는데 허탈하기까지 하다. Duet-350이 구동을 못한다는 것을 받아드리기 힘들다.
난감하고 안타깝다. 난감한 것은 스피커 리뷰를 해야하는데 완벽하게 구동도 못 시키고 리뷰를 할 수도 없는 것이고 안타까운 스피커 음색이나 실력은 나무랄 때가 없는데 파워앰프를 너무 요구하는 것이겠다.
약간은 황당하고 답답하여 본 클럽 하이파이동호회의 고수이신 마이클님께 SOS를 청하였다. 과연 명쾌하고 정확한 답변이 날아온다. 아래는 마이클님께서 보내주신 답변이다.
“마니2는 알고 계시겠지만 모델 원의 성공 후 장장 4년의 연구 개발 기간을 거친 후 발표된 토템사의 야심작입니다. 개발 컨셉은 모델 원의 놀라운 해상력, 빅 사운드 스테이지, 굿 포커싱 등을 그대로 유지한채 부족한 저음을 확장 시키는 것이었죠.
해서 2년의 오리지날 연구기간, 그후 2년에 걸친 개조및 튜닝을 했습니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귀로 일일히 들어가면서 튜닝을 했답니다. 특히 주안점을 둔것은 크로스오버에 의한 위상 일치였습니다. 그래서 핀포인트에 가까운 포커싱, 타임 딜레이가 없는 위상의 일치등이 가능하게 된거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역의 확장을 위해 린의 아이소배릭 설계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아이소배릭은 이미 70년대에 린에 의해 확립된 저역확장및 디스토션 제거 방법입니다.
앤드라의 탄템구동과는 약간 다른데, back to back 즉 우퍼가 반대 방향을 향하게 함으로써
우퍼 자체의 불요공진에 의한 디스토션을 제거하고 깨끗한 저음을 얻도록 한거죠. 하지만 항상 제가 주장하는 것처럼 양이 있스면 음도 있지요. 바로 웬만한 앰프로는 내부의 2개 우퍼를 일사분란하게 구동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구동력이 탁월하면서도 댐핑능력이 좋은 앰프만이 마니2를 제대로 구동할 수 잇다는 점이지요. 만약 댐핑능력이 떨어지는 파워앰프는 오히려 불요공진을 불러 일으켜 더 많은 디스토션을 일으키고 더 나아가 당초의 취지(깨끗한 저음)와는 반하는 엄청난 공진을 통해 풀어진 저음을 보여주게 됩니다.”
사실 위의 마이클님 말에 토템 마니-2에 대한 정보와 특성, 구동방법 등 모든 것이 일목 요연하게 함축되어있다.
파워앰프를 Plinius SA-250 mk-IV로 바꾸어본다. Pure A급 250와트이다. 이 파워도 되지 않으면 말이 되지 않는다. 조심스레 연결한 후 숨을 죽이고 이 스피커의 구동력 유무를 테스트하기위해 자주 들었던 레베카피죤의 “올드 랭 사인”을 걸고 숨을 죽이고 베이스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결과는.. 한달여를 괴롭혔던 저역의 불요공진이 씻은듯이 없어졌다. 원래 이 스피커의 저역이 불분명하고 두리뭉실하게 퍼지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단숨에 가시게 해준다. 10년묵은 체증이 싹가신다는 표현을 이럴 때 쓰는 것 아닐까 ?
그러나 허탈함도 같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수가 없다. 리스닝 룸의 문제이기를, 다른 시스템과의 매칭 문제이기를 내심 바랬다. 하지만 원론적인 구동력이 문제였던 것이다.
제대로 울린 마니-2의 음질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과격한 표현을 쓰고싶을 만큼 뛰어나고 훌륭하다. 토템 마니-2를 가볍에 구동하여주는 Plinius-250의 구동력이 놀랍다. 앰프의 구동력과 스피커의 상관관계를 극명하게 경험하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우퍼의 움직임 폭이 달라지고 두개의 유닛(정확히 네개의 유닛이겠다.)의 일체감이 확연하게 느껴진다. 토템 마니-2와 매우 좋은 상성을 보여준다.
장소를 오디오랩의 시청실로 옮겼다.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이 황홀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 때문에.. (실은 나만 좋다고 덤벙대는 착각을 하는 것은 아닌가 우려가 되어 다른 사람에게도 검증 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하나씩 분석하여 보자.
1. Eagles “Hotel California”
사운드스테이지 크기, 저역의 퀄리티를 테스트하기 위한 음반이다. 마니-2의 진가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음반이었다. 도입부에 나오는 관중의 박수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박수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박수소리를 모두 들려주려는 듯한 뛰어난 해상력이 돋보인다. 기타의 전주가 시작되고 드럼소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동석했던 사람들의 눈이 동그랗게 커지며 탄성이 나온다.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격찬을 해댄다. 마니-2가 내어주는 드럼소리는 진정으로 들어본 적이 없다. 스피커 뒤쪽 2미터 우중간에 거대한 킥드럼이 명료하게 그려진다. 결코 흐트러짐이 없는 놀라울 정도로 깨끗한 저역이 팽팽하고 빠르게 치고 빠진다. 대단한 다이나믹과 impact라고 밖에 달리 설명할 말이 없다. 프리앰프의 볼륨을 심하다 싶을정도로 올려보지만 음상이 튀어나온다거나 흔들리는 일이 없다.
2. Jennifer warnes “The Hunter”
2번트랙 “somewhere, somebody”와 8번 “way down deep”을 들어본다. 역시 저역 테스트이다. 마니-2와 씨름하면서 저역에 한이 맺혔고 말할 수 있다. 저역이 이랬었구나.. 하는 새로운 느낌의 저역이다. 사운드 스테이지의 크기나 명확한 음상으로 제니퍼 원스의 목소리가 한결 촉촉하고 섹시해진다. 마이클님 말씀대로 “마니-2는 작은 와트퍼피다”라는 말이 실감난다.
여기서 함정이 발견된다. Plinius SA-250과의 매칭에서는 괜찮지만, 다른 앰프와의 매칭에 따라 차갑게 들릴 수 있는 위험요소가 감지된다. 음이 너무 차거우면 음악에 몰입하기 힘들게 만든다.
타이트하게 조여진 저역의 텐션과 딥베이스까지 거침없이 내려가는 무게감으로 따지면 다른 여타스피커(크기, 가격을 떠나서..)보다 2-3배 더 다이나믹한 느낌이다. 사실 필자가 들어본 1000만원 이하의 스피커에서 가장 훌륭한 저역재생 능력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한치의 흐트러짐 없는 이런 긴장된 저역을 무조건 좋다고만 할 수 없겠다. 사람의 기준과 취향에 따라 편안하고 풍성한 저역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그리 환영받지 못할 저역이 될 수 있겠다.
3. Boccherini “Quintets for guitar and strings” – Pepe romero, academy chanber ensembld (Philips)
한 숨을 돌려 좀 가벼운 곡으로 바꿔본다. 3번재트랙 “Fandango” 3악장을 들어본다. 보케리니 특유의 기교와 스페인무곡의 여흥이 잘 조화된 곡이다. 각 악기간의 위치가 정확하게 나타나며 기타와 현의 소리가 명확히 구분이 되어 조화를 이룬다. 현의 질감이 잘 살아나고 고역으로 올라가며 음끝이 살아 숨쉬는 듯 하다. 팽팽한 리듬과 페이스로 절로 고개를 끄떡이게 만든다.
이 곡에서도 이면을 생각해보자. 자꾸 소리에 집중하게 만든다. 가벼운 마음으로 편안하게 음악을 듣고자 하는 사람에게 긴장감을 멈추지 않는 이런 소리는 음악이 아름답다고 느낄수 있는 호소력이 약하다고 평가받을 수도 있겠다.
4. Bach “Matthew Passion” – Johm Eliot Gardiner – Archiv
1번 디스크 첫번째 트랙 “Chor mit Choral”을 들어본다. 스테이지의 크기는 매우 넓고 깊으게 형성된다. 연주홀의 공기감이 피부로 느껴진다. 합창단원의 규모가 커졌다는 느낌이며, 뒤섞이거나 두리뭉실한 구석이 전혀 없다. 앞쪽의 합창부와 뒤쪽의 코랄부의 거리감이 확연하다. 정말 멋진 스피커라는 생각을 다시한번 들게한다.
이 곡도 비판적으로 평가해보자. 이 곡이 주는 장엄한 분위기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정교하게 찍은 고화질의 사진보다 한폭의 수채화가 사람의 감정을 더 자극한다. 화장품 선전 카탈로그에 있는 여자모델의 얼굴사진이 너무 선명하게 찍혀 커다란 땀구멍과 코밑에 솜털까지 보인다면, 그 화장품이 잘 팔릴까 ?
매칭을 잘못하면 자연스러움을 바탕으로 부드럽고 편안한 음을 추구하려는 사람에게는 독이 될수 있는 스피커이다.
5. Beethoven “Piano Sonatas” – Emil Gilels (DG)
필자가 애청하는 에밀길레즈의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전집 음반이다. 두번째 디스크 7번트랙 “Pathetique” 3악장이다. 사실 이 음반만큼 요술(?)을 부리는 음반도 적으리라. 시스템에 따라 피아노 소리의 변화가 무쌍한 음반이라고 생각한다. 역시 최고의 피아노 소리를 재생하여 준다. 피아니시모와 포르테시모의 범위가 넓다. 에밀길레즈의 장기인 포르테시모에서 피아노 타건의 크기가 달라졌다고 느낄 정도의 강력한 터치가 그대로 나오고 배음 또한 정확하게 들려준다.
6. Oscar Peterson Trio “We get requests” (Verve)
1965년 녹음을 97년도에 Digital Remastering 한 음반이다. 즐겨듣는 6번째 곡 “You look good to me”이다. 도입부에서 레이브라운의 콘트라베이스 현을 긁는 소리가 리얼하다. 드럼 심벌즈의 고역이 한없이 맑고 투명하게 나오며 생생하게 존재한다. 인트로가 끝나고 본격적인 연주가 시작되며 콘트라베이스의 현과 레이브라운의 오른손 손가락이 닿고 마찰되는 소리, 왼손의 기민한 움직임이 느껴진다. 소름끼칠 정도의 디테일이다. 콘트라베이스 울림통의 크기만큼 경계선이 만들어진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마니-2를 칭찬을 하였지만 이 스피커가 가지고 있는 숙명(?)이자 치명적인 결함이라고 할 수 있는 고출력 파워앰프의 요구는 사용자의 수를 극히 제한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겠다. 첼로 Duet-350이 구동력을 기본으로 하는 파워앰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스펙상으로 채널당 350Watt를 낸다는(댐핑팩터는 그리 좋은 파워가 아닌 것은 알지만..) Duet-350이 스피커를 구동 못하여 쩔쩔맨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까 ? (사실 첼로 앙코르-150 모노블럭 파워앰프도 물려보았지만 구동에 대하여 굳이 거론하지 않겠다.)
마니-2를 구동하기 위한 기본을 갖춘 파워를 꼽으라면 언뜻 5개정도가 떠오른다. 직접 매칭하여 그 능력을 확인한 Plinius-250과 막연히 예측하여본다면 Krell FPB-300, Stereophile리뷰시 매칭하였다는 Mark Levinson No.333, Pass X-350(?) 정도 가야하지 않을까 ? 가격을 적고보니 웃음이 난다. 모든 파워앰프가 스피커의 가격 두세 배를 웃돈다.
그러나 추가적인 정보로 토템 마니-2의 제작자는 집에서 Sim audio의 150와트 파워앰프를 연결하여 듣는다고 한다. Audiorevie,com에 보면 어떤 사용자는 Arcam 인티앰프 두 대를 이용하여 바이앰핑으로 듣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댐핑팩터가 좋은 파워앰프로 잘 찾아보면 저출력의 파워앰프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음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구동이 까다로운 스피커를 제대로 울렸을 때 내어주는 소리는 일반 스피커에서는 들어볼 수 없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해준다. 특히 제대로 울린 마니-2의 경우 믿기지 않을 정도의 훌륭한 음악을 들려주었다.
리뷰를 써놓고 보니 과격한(?) 단어들이 마구 쓰여있다. 하지만 실제 리뷰를 한 두달여 동안 실제상황은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그동안 오디오를 하면서 이렇게 열심히 해본적이 있었나 할 정도이다. 마니-2 열병을 앓았다고 할까 ?
이렇게 저렇게 매칭을 하여보면서 다스리기가 쉽지 않은 스피커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파워앰프의 구동력은 기본이겠지만 그 이후에도 상당히 정교한 콘트롤을 요하는 스피커이다.
토템 마니-2는 절대로 초보자용 스피커가 아니다. 오직 선택(?)받은 도전정신과 탐구정신이 투철한 오디오파일을 위한 철저한 매니아용 스피커이다. 야생마를 길들이는 희열을 아시는 분은 한번 도전해 보시라고 적극 추천하고 싶다. 그래서 이 야생마를 잘 길들였을 때 얻을 수 있는 성취감은 그동안의 고생을 충분히 보상하고 남으리라…
크기 가격을 떠나서 마니-2는 오디오적 쾌감을 극한까지 올려줄 수 있는 몇 안되는 스피커 중의 하나라고 강력히 주장하고 싶다.
사용된 기기리스트
CDP : NAD S-500
PRE : Audible illusions M3, Cello 1Mega Ohm, Sutherland C-200, Sonic Frontiers Line-2
Power : Plinius SA-100 mk-III, Cello Duet-350 mk-II, Plinius SA-250 mk-IV
룸튜닝 : Acoustic Range Full Set
케이블 : Siltech 5-60(Unbalanced), Audio Magic Sorceror
스피커케이블 : Nirvana S-L, Harmonic Technology Pro-9 Bi-wire
전원코드 : P.A.D Proteus, JPS Labs Power AC, NBS Monitor-II
악세사리 : BDR #3, #4, Aurios
오디오랩 매칭기기
CDP : SONY SCD-1
PRE : Plinius CD-LAD
Power : Plinius SA-250 mk-IV
룸튜닝 : Acoustic Range Full Set
케이블 : Audio Magic Excalibur, Riverman Baroque SE, Cardas Cross Link
악세사리 : BDR #3, AudioPrism ISO-Bear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