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파워] Bryston 7B, BP-25
화려하게 눈길을 끌면서 생겼다가도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 버려서, 또는 그 개발자가 회사를 옮겨 가는 바람에 그야말로 그 기기를 쓰던 사람들만 골탕 먹는 일이 잦은 요즘에 참으로 우직하고 미련스런 광고 문구가 아닌가!
그 ‘20년’이란 문구 속에는 “우리는 하루 이틀 연구한 회사가 아니다. 우리는 20년 후에도 건재할 것이다. 그러니 안심하고 써줘라!” 라고 하는 자신 있으면서도 조용한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이 리라.
브라이스턴은 최근 화려하게 등장한 영국계 PMC스피커의 제짝이라고 까지 할 정도로 궁합이 좋은 기기로 알려져서 잠시 사용해 본적이 있기 때문에 낮이 익다고 할 수 있다. 반신반의 하면서도 외지의 평이 하도 좋길래 들였던 4Bst는 그 가격에 비해서 마크레빈슨 331을 연상케 할만큼 좋은 성능을 내줘서 놀라기도 했었다.
이번 리뷰하게될 기기는 BP-25프리와 이 회사의 최상위 기종인 7B 파워앰프 이다.
우선
BP-25프리앰프를 먼저 살펴보았다. 예전에는 검은색이던 프런트패널이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은색 판넬로 바뀌었다. 프로장비 위주의
마케팅 전략이 홈시장의 적극적인 어프로치로 바뀌기라도 한것일까? 칙칙한 탄광촌 사나이가 갑자기 죠르지오 알마니의 옷으로 갈아 입은
듯 하다. BP-25는 최근에 나오는 프리앰프 치고는 정말 납작하게 만들었다. 거짓말 좀 보태서 샌드위치 두께 정도밖에 되지를 않는 것 같다. 햄버거 보다는 훨씬 얇다.(높이 4.5cm) 그렇게 할수 있는 이유는 전원부가 따로 떨어져 있기 때문일 것 이다. 프로용 장비로 유명한 브라이스턴 으로서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컨셉 인것같은 생각이 든다. 전기잡음같은 신호간섭의 영향으로 벗어 나려면 어쩔수 없는 선택 이었겠지만 서도.
사용자의 편의성은 아주 화려하다고 할수 있다. RCA입출력 단자와 2조의 XLR입력단자와 1개의 출력단자, 최근에 고급 프리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헤드폰잭과 좌.우 발란스 셀렉터, 그리고 뮤팅 스위치, 위상반전 스위치 등등. 거기에 본체에 비해서 훨씬 세련된 리모컨 까지. 이만하면 프리앰프로 할수 있는 것은 다 할수 있으므로 편의성 면에선 최고 점수를 줄수 있다.
다음은
7B 파워로 우리가 흔히 브라이스턴 하면 떠올리는 4B파워의 모노블럭 버전 이라고 볼수 있다. 4B파워앰프도 한대를 더하면 간단한
스위치 조작으로 모노블럭의 같은 출력으로 변하지만 7B는 브라이스턴의 대표주자인 만큼 음의 정숙성과 표현력에서 4B를 능가하는 별개의
기종 이라 할 수 있겠다. 외관은 BP-25프리와 같이 검은색 판넬에서 은색의 알루미늄 판넬로 바뀌었고 BRYSTON특유의 좀 촌스런 로고와 디자인은 같다. 방열판도 하이엔드라고 하기엔 좀 모자르는 듯 한 조립품으로 보인다.
뒷면에는 발란스와 언발란스 단자가 있으며 사용에 따라서 선택스위치가 있다. 스피커 단자는 새로운 형식으로 바뀌었는데 밑에서 단자를 끼워넣는 방식이다. 스튜디오같은 곳에서 랙에 집어 넣어 놓고 끼우기는 편리할지 모르나 일반 가정과 같은 공간에선 사용하기가 그다지 수월하지 않았다.
필자가 4B를 사용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가격대비 생김새(?)로 다른 하이엔드에 비해서 가격은 상대적으로 싸지만 너무도 외소한 디자인으로 인해 있는 구박, 없는 구박을 받기도 했었다. 그런 단점이 7B는 은색판넬로 바뀐 파워앰프 두 대를 겹쳐 놓음으로써 그 아쉬움이 그나마 해결 되는 듯 하다. 거기다 소비자가630만원에 어디서 8옴에 500W의 파워를 만나랴!
요즘의
파워앰프들은 순A클라스니 뭐니 하면서 200W만 되어도 간단하게 천만원이 넘는 현실에 어찌보면 수수한 외관덕분에 소비자는 적절한
가격을 보상받는 것이 아닐까.
시청을 위해 사용한 주변기기는 LUXMAN의 D600s CDP를 트렌스포트로, PERPETUAL의 P1a, P3a DD, DA컨버터
그리고 스피커는 PMC의 AB-2, 케이블은 하모닉텍크놀러지의 nine plus스피커케이블과 prosilly2 발란스선을 연결했다.
첫 번째 곡으로 요즘 들어 매일 듣는 Imorgen cooper의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를 틀었다. 처음 브라이스턴을 대했을때도
놀란점 이지만 프로장비는 그럴 것 이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배경의 깨끗한 표현에 또다시 놀라게 된다. 마치 깜깜한 어둠 속에서
은은히 피아노 연주를 듣는 듯 하다. 음장감은 뒤쪽으로 깊숙히 들어가며 전체적인 음색은 부드러운 편이다. 채널당 500와트의
출력이면 스피커를 꽉 움켜쥐고 중음과 저역이 딴딴한 소리가 날것같은 생각을 하기 쉬우나 7B는 그런 앰프가 아니다.
너무나도 자연스런 표현력에 눈이 저절로 감긴다. 브라이스턴의 소리를 듣자마자 생각나는 것은 프리는 오더블 일루전이, 그리고 파워는
오디오리서치의 음색과 매우 닮았다는 인상이 짙게 든다. 오디오 리서치의 VT100과 7B는 음색과 가격 그리고 스테레오파일지의
A class 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매우 많은 앰프다.
파워나 프리앰프의 공통적인 소리골격은 직삼각형에서 각 삼면의 끝 모서리가 둥글다고 할 수 있다.
Sonny Rollins의 테너섹스폰 연주(JVC XRCD)에선 재즈밴드의 각 위치가 잘 살아나며 콘트라베이스 독주에선 현을
튕길때의 알맞은 텐션과 두께감, 마르지 않은 음색이 훌륭하다. 그러나 섹스폰의 표현에선 음의 이탈감과 해상력에서 조금 아쉬움이
있는 듯 했다. 정명훈의 환상교향곡을 틀었다. 이 음반은 녹음이 그저 그런 관계로 프리앰프의 한계를 금방 드러내 버리는 필자의
레퍼런스다. BP-25는 정숙성과 음악적인 표현력, 음장감 등 그 가격에 비하면 훌륭한 성능을 보여주며 무난히 테스트를 통과
하는 듯 했으나 4악장과 5악장의 총주에서 각 악기별로 정확한 위치를 찾지 못했다. 그리고 저역의 해상력이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그런 아쉬움은 그 가격대에선 어쩔수 없는 한계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어서 금방 오더블일루전의 M3와 비교를 해 보았는데
역시 오더블도 힘들어 하긴 마찬가지 였다.
프리앰프를
오디오 리서치의 LS25로 교체를 해서 시청하기로 했다. 어느정도 예열을 거친후 다시 정명훈 지휘의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4악장과
5악장을 들어 보았다. 역시 오디오는 돈대로 간다는말이 빈말은 아닌 듯 7B는 LS25를 맞아서 훌륭한 소리를 내준다. 오케스트라의
총주시에 엉키고 혼탁했던 해상력이 보완이 되면서 중역대와 저역의 아쉬웠던 해상력이 해결되어 버렸다. 팀파니의 물밀듯한 울림도
끝까지 잘 재생해 준다. (하지만 그 차이에 비해서 투자 되어야 할 금액은 따따블 이라니!)
다시 소니 롤린스의 재즈섹스폰을 듵자 마치 그 연주장의 한가운데 서있는 듯 뜨거운 열기가 생생하게 전해진다. 그의 리드에서 침이
지글지글 끓는 소리마저도 느낄수 있다. 내친김에 필자의 집에서 교체를 고려하느라 대기중이던 그라프의 13.5B프리앰프에도 연결을
해 보았다. 브라이스턴 7B파워의 음색중에 고역과 저역의 약간 두루뭉한 듯한 점이 내내 마음에 걸렸는데 그라프의 프리와 만나서
훌륭한 궁합을 이루었다.
오디오리서치 LS25와 비교해서 저역이 더 타이트 해지고 고역은 더 치고 올라간다. 이제 본격적인 시청에 들어갔다. Imorgen
cooper의 슈베르트에선 그 탄탄한 그랜드 피아노의 재생음이 정말 투명하고 만족스럽다. 그녀의 왼손연주에서 때론 강렬한 터치도
애매한 구석없이 깨끗하고 기분좋게 귀에 와 닿는다.
다시 정명훈의 베를리오즈를 틀자 5악장중에 바이올린 주자들이 일제히 활을 뒤집어 이상한 소리를 내는 부분에서도 그 질감이 매우
생생하게 들린다. 4악장의 팀파니가 서서히 밀려오듯이 약하게 연주되는 부분부터 총주까지 어느 한구석 아쉬운 부분이 없다. PMC의
Ab-2스피커에는 울리기 까다롭다는 다인제의 24cm 우퍼가 사용되었지만 7B는 거의 두둘겨 팬다고 해야 어울릴 만큼 우퍼를
구동한다.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브라이스턴의 7B는 음악을 틀자마자 힘자랑을 하듯이 중저역이 타이트 하게 밀려오는 그런 파워앰프는 아니다.
하지만 마치 헤비급 권투선수 박종팔이 골목에 숨었다가 필요할 때 갑자기 나타나서 강 펀치를 날려 주는 듯한 그런 앰프다.
이번엔 스피커를 바꿔 보기로 하고 피에가의 투웨이 북쉘프 P2에 물려 보았다. 당연히 스피커를 가지고 놀겠지 하고 생각했으나
결과는 의외로 미스 매칭 이였다. 저역은 조금 소극적으로 두리뭉실해지고 중역은 빈약하기 짝이없다. 앞으로 튀어나와줘야할 중역대가
스피커 앞에서 맴돌기만 한다.
필자가 기계적인 지식으로 무장한것도 아니고 무식하면 용감하기라도 해야 한다 싶어서 이런 현상에 대해서 수입상에다 전화를 해 보았다.
수입상 측의 설명은 이랬다. “7B파워는 주로 초저역까지 나오게 설계된 대형 스피커들을 위주로 개발되었다. 고역에서 중역 저역을
거치면서 플랫하게 내려가기 때문에 중역대가 부스트된 북쉘프 스피커들과는 매칭이 안좋은 결과가 나올수 있다.”
기계적인 수식어에 약한 필자라서 자세히 이해 하기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대강 이해는 가는 말이다. 하긴 브라이스턴 7B를 쓸정도의
유저가 소형 북셀프 스피커에 물려서 듣지는 않을듯도 싶다.
결론을 내리자면 7B파워는 저능률로 치닫는 최근의 스피커 추세를 볼 때 가격의 경쟁력과 음질 두가지를 쫒는 매니아 들에겐 말않듣는
스피커를 두둘겨 패줄 힘좋은 보디가드 역할을 충분히 해 줄수 있을 것 이다. 그리고 프리인 BP-25는 제짝인듯했던 브라이스턴의
파워와는 뜻밖에 매칭이 좋지 않았으나 그 음색과 취향이 진공관 프리를 연상 시킬 만큼 고품위의 사운드를 들려 주었다.
인티앰프에서 분리형으로 올라가는 정도의 애호가 라면 중고 프리 가격으로도 좋은 성능의 신품 프리앰프를 선택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