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한국에서도 매우 친근한 이름인 Harbeth는 그 역사에 비해 다양한 제품이나 잦은 모델체인지를 하지 않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현재 생산하고 있는 모델만 보아도, 하이파이용으로 3-4모델, 프로용으로 몇 개의 모델을 생산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보통의 스피커 회사들 처럼 몇 만불 대의 하이엔드 스피커도 만들지 않고, 납득할만한 현실적인 가격대의 모델을 조용하고 꾸준히 생산해오고 있는 중견 업체이다.

사실, 하베스와 필자의 인연은 그리 많지 않았다. 과거 3/5나 P3, Compact 7 그리고 구형 HL5 등을 샵에서, 동호인 집에서 귀동냥으로 들은 것이 전부이다. 물론 그 중 가장 관심을 갖고 들어본 모델은 북쉘프의 괴물(?)라고 표현하고 싶은 5/12란 모델은 자주 들어보았다.

가장 인상이 깊었던 경험은 몇 년전 동호인 집에서 들었던 P3ES와 Aura 100 인티앰프, 필립스 950 CDP의 조합에서 들려주었던 다운사이징 된 하이엔드 소리이다. 스케일이나 다이내믹은 아쉬웠지만 음장감과 차분하게 음악에 몰입하게 하여주는 뛰어난 실력에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하베스 Super HL5는 수십년간 하베스에서 생산해오고 있는 HL5의 최신 모델이다. 1988년에 HL5 발표 후 mk-II 등의 업그레이드를 거쳐서 Super Tweeter가 추가된 Super HL5로 거듭 발전하였다. SACD나 DVD-A등 광대역의 새로운 디지털 포맷에 맞추어 기존의 Two-Way유닛 구성에 Super Tweeter를 추가한 제품으로 스펙상의 재생 주파수 대역은 40Hz부터 24kHz까지 되어있다.

인클로져를 두드려보면 생각보다 얇다는 느낌인데, 제조사에서 말하는 것에 의하면 Harbeth만의 특수 공법인 STS(Super Tuned Structure)를 이용하여 내부 설계를 하였고, Low-Q critically damped crossover로 저역, 중역, 고역의 연결을 이질감 없이 연결하여주고 있다고 한다. 최근의 추세인 AV에도 대응을 하여 TV와 컴퓨터 모니터에 근접하여도 자기영향을 주지 않는 방자형 설계도 되어있다.

몇 십년 전의 초기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수퍼트위터 채용, 방자형 설계 및 내부 개선 등 최첨단의 기술을 내세우거나 화려하게 치장하지 않고 조용하게 수용한 SuperHL5 스피커를 보더라도, 역사와 전통을 중시하면서도 첨단기술에는 늘 앞장서고있는 영국인의 기질을 보고있는 것 같다.

SuperHL5 스피커는 최근에 출시되고 있는 스피커의 기준으로 보면 약간 어중간한 사이즈의 스피커라고 볼 수 있다. 전용스탠드에 올려 놓는 소형 북쉘프 스피커도 아니고, 날렵하게 생긴 톨보이형 스피커도 아니다. 따라서 청취자의 귀 높이에 트위터를 맞추려면 별도의 스탠드를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

처음 이 스피커를 받고 마땅한 스탠드가 없어서 그냥 바닥에 놓고 일단 들어보기로 했다. 뭉치는 저역과 과도한 부밍이 난다. 하베스 HL5는 인클로저 자체의 통울림을 절묘하게 튜닝하여 음을 내어주는 스타일인데 중역과 저역이 뒤섞이는 소리가 나왔다.

제대로 들어보기로 하고 날을 잡았다. 식탁용 의자를 임시로 받혀보니 저역이 많이 개선된다. 저역이 어느 정도 콘트롤이 되자 당연히 중역과 고역도 같이 좋아진다. 좀 더 제대로 된 환경을 만들어보기 위해 대리석 두장, 그사이에 벽돌 2장으로 급조한 높이 약 20Cm의 자작 스탠드(?)를 만들었다.

확실히 좋아진다. 처음 그냥 바닥에 놓고 들었을 때와 비교하면 "용이 됐다!"고 할 만큼 좋아졌다. 그리고, 스피커와 상판 대리석 사이에는 Symposium Svelte Platform, BDR #3번, Aurios MIB 등을 바꾸어가면서 들어보았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많은 부분의 개선이 온다.

Symposium Platform에서는 저역의 적당한 제동과 중.고역의 매끄러움과 자연스러움이 한층 부각된다. Aurios MIB에서는 고역의 직진성이 좋아지고 저역의 디테일이 살아난다. 음이 명료해지고 음간의 분리도와 공기감이 살아난다. BDR #3번도 비교한 제품간의 상대적으로 저가인 가격을 고려하면 정숙성과 포커싱의 개선 등,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잘 잡히는 뛰어난 개선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이 스피커를 운용하는 관건은 튼튼한 전용스탠드의 사용이 필수로 보여진다. 그리고 바닥에 BDR콘 등 액세서리 등을 이용하면 좀 더 확실한 개선을 가져올 수 있다.

로스트로포비치가 연주하는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들어본다. 마침 이 곡을 들었던 시간이 90년만의 가뭄을 해갈 시키는 단비가 내리던 저녁 늦은 시간이었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고속으로 달리는 차가 물을 튀기며 지나가는 소리가 가끔씩 들리고.. 조용히 물 흐르듯 연주되는 첼로소리..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피아노 연주.. 마치 이 소나타를 위하여 탄생한 스피커처럼 전해지는 비애감이 극에 달한다.

좀 더 우울해(?)지고 싶어 "죽음과 소녀"를 들어본다. 현이 그려내는 우수가 무엇인지 그 색은 또 어떠한지를 체험한다. 비오는 밤에 들어서 그런지 마치 전혀 새로운 음악을 듣는 것 같다. 죽음을 앞둔 소녀와 그녀를 데려가려는 저승사자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에 전율이 느껴진다. 문득 영화명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시고니 위버"가 주연으로 나왔던 영화의 한 장면도 언뜻 떠오르고..

"현이 좋으면 피아노가 별로다.."라는 속설(?)을 시험해본다. 필자가 애청하는 에밀길레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비창" 3악장을 들어본다. 에밀길레스의 힘에 넘치는 연주와 타건의 때림, 향판의 울림이 얼마나 명료하게 나오느냐가 관건이다. 터치가 다소 무겁다. 전체적으로 다소 느슨한 음이 전개된다. 포르티시모의 강렬함도 다소 아쉽다. 그러나 과거의 HL5에 비해서는 현격하게 개선된 음을 들려준다는 것을 이 곡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좀 더 담백해지고 깔끔해 졌다고 말할 수 있겠다. 과거에 언뜻 들었던 HL5의 약간의 몽환적인 느낌이 SuperHL5로 업그레이드 되면서 없어졌다. 리듬의 변화와 음의 해석이 좋다.

대편성도 울려본다. Reference Recording의 "Tutti"에서 1번트랙 "Dance of the Tumblers"이다. 강약의 대비, 당당한 스케일이 좋고 대편성의 장중함을 내내 유지하여 준다. 사운드 스테이지에서는 특히, Depth가 좋다. 펼침도 펼침이지만 깊숙이 들어가는 Depth가 인상적이고, 악기간의 분리도 훌륭하다. 좌측 깊숙한 곳에서 들리는 탬버린소리의 투명함에 광채가 난다. 저역도 설렁거리지 않고 뒤쳐지지 않는다. 이 곡에서 약간의 통율림이 느껴지는데 위화감이나 언밸런스하다는 단점으로 보이지를 않는다. 하지만 필자의 내공이 부족해서인지 스피커의 길들이기 문제인지, 중.저역의 이어짐에서 약간의 불분명함은 불만으로 남는다.

르네 야콥스가 연주한 바흐의 "세속 칸타타"에서는 전체적인 무대를 표현하여주는 풍부한 공기감과 매끄럽게 빠지는 성악이 좋다. 적당한 온도감으로 소프라노가 높은 음으로 치고 올라갈 때도 거북스럽거나 자극적이지 않다. 앞뒤의 거리감도 잘 포착되고 무대 구성이 탄탄하다. 음 끝이 갈라지거나 위화감이 전혀 없다. "참으로 매끈한 음이다."라는 감탄이 나온다. 리퀴드함을 잘못 강조하여 끈끈하거나 느끼한 음을 내어주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러한 우를 범하지 않는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어보았고, 전체적으로 이 스피커를 평하라고 하면 "어느 한 부분 두드러짐 없이 전체적인 조화로움이 미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빈약한 소스를 사정없이 공격(?)하는 현대의 하이엔드 제품과 달리, 푸근함과 넉넉한 포용력을 가지고 있어 부실하게 녹음된 디지털 소스에서도 내내 평안함을 잃지 않는다.

사실, 처음 이 스피커를 리뷰용으로 받아들고 다소 어둡고, 침침하고, 늘어지는 소리가 날지도 모른다는 무책임한 추측을 하였었는데, 한 달 여를 듣고 난 후에는 그러한 선입견이 없어졌다. 어둡거나 침침한 경향은 전혀 없고, 담백하고 의외로 적극적으로 음을 내어주는 스타일에 가깝다고 결론을 지었다.

스트레이트하게 뻗어주는 고역, 돌처럼 단단한 저역, 압도하는 다이나믹 레인지 등 소위 오디오적 쾌감을 기준으로 스피커를 고르는 사람은 피해야 될 스피커이다. 전체적인 음악적 감성을 중요시하고, 실내악이나 성악 특히 현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적극 권하고 싶다. 높은 음악성을 갖고있고 리퀴드하고 온화한 사운드로 편안하게 음악을 들려주는 스피커이다.

이 스피커를 리뷰하는 한 달 여를 오디오를 잊고 그동안 잘 듣지않던 음반을 꺼내 들으며, 즐겁고 편안하게 음악을 들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 스피커를 중심으로 해서 튜닝 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총평

• 전통적인 브리티시 사운드를 내어주는 하베스답게 현과 보컬에서 특출한 실력을 발휘하며 현대적인 사운드로 업그레이드 되었다.
• 저역의 콘트롤이 관건이다. 세팅의 정성으로 본인이 원하는 저역으로 만들어내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소출력 진공관 앰프와 매칭에서 질감위주로 듣는 것도 좋지만 대출력의 파워로 저역을 콘트롤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 중에 하나겠다.
• 하이스피디한 앰프와 케이블의 매칭이 이 스피커와 상성이 좋을 것 같다.
• 북쉘프도 아니고 톨보이형도 아닌 약간은 어중간한 크기로 튼튼한 스탠드의 사용은 필수로 보여지고, BDR콘 등으로 진동에 대한 대책을 세워주면 이 스피커의 또다른 면모를 보게된다.

Specification

리뷰기기

CDP : NAD S500
Pre Amp. : Sutherland C-2000
Power Amp. : Cello Duet-350 mk-II

Cables
CDP : NBS Monitor-II Power Cord
CDP-Pre : Siltech 5-60 (Unbalanced), NBS Monitor-III (Unbalanced)
Pre : PAD Proteus
Pre-Power : Cello String #1
Power : NBS Statement Power Cord

룸튜닝/액세서리
Acoustic Range Full Set.
CDP, Pre Amp. : 각각 Aurios MIB
Spekaer : 대리석, Symposium Svelte Platform, BDR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