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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앞에서 말한 것처럼 Hurricane은 모두 두개의 샤시에 6개의 6SN7과 16개의 KT-88로 구성 되어있다. 이와 같은 구조는 이 앰프를 선택하기 전에 한가지를 인정하고 넘어갈 것을 강요한다. 값비싼 NOS KT-88은 잊어버려야 할 것이다. 무리하게 NOS 진공관을 사용하려 하다가는 16개나 되는 KT88은 앰프가격보다 비싸질 것이 분명하다. 다행인 것은 원래 달려나온 Valve Art의 KT88과 슈광의 6SN7 만으로도 최고수준이라고 호평을 받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상당히 심플하다. 사실 만듦새 자체만으로는 그다지 훌륭하다고 이야기 하긴 어렵겠다. 신제품은 알루미늄 샤시로 바뀌었다지만 필자가 듣는 Hurricane은 구버젼인 스테인레스 재질이다. 디자인적인 면에서는 최근 제품이 좀 낫지 않을까 생각된다. 단자의 만듦새 등도 기본적으로 금도금 단자를 사용하고 RCA단자로 연결되는 내부의 케이블도 실딩이 되어있는 등 지켜야 할 부분에서는 충실하지만 1급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아무래도 공예품 수준인 최근의 하이엔드 제품에 비하면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그렇지만 쓸데 없이 멋을 부리던가 필요 없이 튀는 부분이 없어 소박하고 조금 촌스러운 듯 하지만 쉽게 질리지 않는 디자인이다.

전면 패널에는 전원 스위치와 진공관의 바이어스를 모니터 할 수 있는 작은 LED 창이 달려있고 상판에는 이 LED창을 켜고 끌 수 있는 스위치가 있어 진공관의 바이어스가 안정된 후에는 밝은 붉은색의 숫자들이 거슬린다면 꺼 버릴 수 있게 되어있다.

Triod모드와 Pentod모드 선택 스위치를 이용해 사용할 수 있으며 Pentod모드에서 채널당 200와트, Triod모드에서 100와트의 출력을 내준다. 이 스위치는 반드시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 변환해야 한다고 되어 있고 애교스럽게도(?) 진공관 사이에 스위치를 만들어 앰프가 켜진 상태에서는 손을 넣어 바꾸지 못하도록 만들어 버렸다.

수없이 많은 진공관들의 바이어스를 일일이 조정한다는 것은 꽤나 귀찮고 까탈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Antique Sound Lab역시 이점을 잘 알고 있었나 보다. 진공관 바이어스 조절이 아주 쉽고 때때로 해보고 싶은(?)일로 만들었다.

두 종류의 다이얼 스위치를 사용해서 아주 간편하게 바이어스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먼저 진공관 1번 부터 8번까지 선택할 수 있는 다이얼 스위치가 있어 원하는 번호의 진공관을 선택하면 프론트 패널의 LED창에 그 진공관의 현재 바이어스가 표시된다. 그리고는 각 8개의 진공관마다 바이어스를 조절하는 가는 막대기 같은 다이얼 스위치를 이용해 원하는 숫자로 바이어스를 조절하면 끝이다.

프론트 패널의 LED창이 그야말로 "중국제"같은 촌스러움이라고 투덜댔었지만 몇번 바이어스를 맞추어보니 이놈의 존재가 고맙게 느껴진다. Hurricane의 경우 바이어스가 안정 되는 데에 한달 정도가 걸리고 그 동안은 지속적으로 손을 보아주어야 한다.

Hurricane이 20,000불짜리 파워앰프와 견줄수 있다고 하는 말이 실감나는 것은 밑판을 뜯어보았을 때였다. 몇개의 작은 기판들이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하드 와이어링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채널당 11개의 진공관과 바이어스 조절장치, 트랜스까지 일일이 수작업으로 하드 와이어링을 하고 있었다. 아마도 이 파워앰프가 미국에서 만들어졌다면 정말로 20,000불 정도의 가격이 매겨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저렴한 인건비를 적극 활용해 원하는 복잡한 디자인을 만들어 내고도 낮은 판매가에 내 놓을 수 있는 것은 대단하다.

Hurricane sound

앰프 자리를 잡고 22개의 진공관들을 순서대로 차근차근 꽂은 후에 음악을 틀었다. 맨 처음 느낀 것은 “아.. 이것은 진공관 앰프구나” 하는 것이었다. 집에 가져다 놓았거나 아니면 지인들의 집에서 많이 접했던 친숙한 고급 진공관 파워앰프들.. BAT 150SE, Audio Research Reference 300MK2, VTM200, Red Rose Music Reference 등의 파워 앰프들과 비교해서도 가장 “진공관” 앰프 같은 소리이다. “진공관 같은 소리”라는 것이 좀 애매한 표현일지는 모르지만 음의 에지가 부드럽고 따듯한 음색을 가지고 있으면서 중 저역쪽에서 부풀어 주는, 일반적으로 “진공관 앰프”란 이러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 심리를 가장 잘 충족시켜주는 소리를 들려주었다는 것이다. 한 시간 정도 이것저것 틀어 듣다가 오랫동안 들어와 친숙한 Oistrakh부자가 함께 연주하는 Bach의 두개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의 LP를 걸었다.

아직까지는 좌우에 맺히는 바이올린의 위치가 애매하고 음상이 좀 흐리다. 중고역의 디테일은 괜찮았지만 바이올린 고역 끝에서 찌르는 듯한 아픈 소리가 들렸다. 고역 끝의 특정 영역에서 갑자기 찌르는 듯 들리는 것은 진공관들이 모두 새것이기 때문인 모양이다. 음색의 따듯함과 음 끝의 부드러움이 좀 과하고 저역이 풍성하다보니 저역은 앞으로 나서고 고역은 뒤로 들어간 듯한 느낌을 준다.

그래도 새것의 첫 느낌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매뉴얼에 따르면 진공관의 바이어스는 485mV정도가 적당하나 적절한 에이징을 위해 첫 100시간은 350mV에 맞추라고 되어있다. 필자는 모범생이기 때문에 (사실은 이 많은 진공관중에 하나가 혹시라도 트러블이 생기는 것이 겁났기 때문에) 매뉴얼대로 바이어스를 맞추어 놓고 한 일주일 동안은 그냥 음악을 틀어 놓고 즐겼다.

일주일정도가 지나자 꽤 많은 변화가 느껴졌다. 가장 큰 변화는 고역에서 느껴졌는데 거친 껍질이 벗겨지고 속살이 나오듯 특정 대역의 찌르는 듯한 소리가 사라지면서 매끄럽고 부드러워졌다. 산만함이 사라지고 안정감이 생겼다. 저역은 강력하고 텐션이 느껴지지만 아직도 앞으로 좀 나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고역의 투명함이 더해지고 무른듯 느껴졌던 고역의 엣지가 살아나기 시작한다. 친숙하지 않은 이름의 Valve art의 KT-88을 반신반의 했지만 몇주간 사용해보니 신뢰감이 느껴진다. Electro Harmonics 의 KT-88과의 매칭이 훌륭하다고들 하지만 Valve Art로도 별로 아쉬움은 없다.

한달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환골탈태한 소리가 되었으나 저역이 앞으로 나서는듯한 기운이 아직도 남아있음이 느껴진다. 조금 더 들으면 달라지겠거니 하였지만 급한 성질에 기다리지 못하고 가지고 있던 RCA의 6SN7GT Silver logo 와 Tung-sol의 6SN7GT로 바꾸어보기로 했다. RCA의 Silver logo로 바꾸니 꽤 따뜻한 편이였던 온도감이 조금 서늘하게 바뀐다. 위아래로 대역이 넓어졌고 저역의 양감이 풍성해졌지만 탠션 붙은 저역의 부풀음이 줄고 약간 냉정함이 느껴지는 소리로 바뀌었다. 중고역은 해상도는 괜찮지만 밀도감이 높지는 않으며 역시 조금 서늘하다. 아무래도 좋은 매칭은 아닌듯 하다.

한 주 정도를 들은 후 이번에는 Tung-sol 6SN7GT로 바꾸었다. 저역의 양감이 눈에 띄게 줄었지만 중고역에 생기가 붙고 타이트해진다. RCA에 비하면 온도감이 높고 생생하다. 음상의 크기가 줄고 음장이 뒤로 빠지며, 저역의 양감이 조금 줄어 아쉬운 점도 있지만 저역이 더 이상 앞으로 나서지 않고 부드럽게 부푼다. RCA Red Base 5692와도 매칭이 좋다지만 여건상 들어보지는 못했다. 6SN7을 바꾸어 보는 것은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

사용한지 두달이 지나가자 바이어스는 거의 안정되었다. 이때부터는 바이어스를 485mV로 높여주었다. 이전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고역은 더욱 생생해졌고 따듯하다. 몽실거리듯한 애매모호함이 사라지고 음이 선열해졌다. 이와 함께 배경도 더욱 검어진다. Marian Anderson이 부르는 An Die Musik는 목소리에 윤기를 더해 그지없이 아름답게 들린다. 팀파니와 드럼등의 타격음과 잔향의 분리가 선명해지고 두드리는 순간의 에너지감을 확실히 전해줄 수 있게 되었다. 가격을 떠나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소리에 가까워졌다.

BAT 150SE나 RedRoseMusic의 Reference조합처럼 넓고 확장된 음장과 놀라운 다이나믹스를 만들지는 못하며 AudioResearch Reference 300mk2처럼 침잠하듯 무겁고 견고한 골격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렇지만 따듯하고 생생하며 매끄러운 중고역과 적당한 텐션을 가지고 기분좋게 부풀어주는 저역은 오히려 음악을 듣는 즐거움을 전해주는데 더 나은 부분도 있다. 가격적으로는 훨씬 저렴하지만 들려주는 음악은 저렴한 것이 아니다.

Triod 모드보다는 Pentod 모드가 수치상으로 두배의 출력을 가지고 있고 있지만 Triod모드의 음질이 더 우수한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렇지만 100와트의 Triod모드로도 필자의 와트퍼피 5/1을 쉽게 구동해주었다.

마치며

사실 Hurricane은 들려주는 소리나 능력에 비해서는 모양새에서 조금 엉성한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소유의 기쁨을 누리는 데에는 이 보다 더 좋은 대안도 많이 있다.

며칠전 필자는 Jordi Savall의 콘서트에 다녀왔었다. 음반으로만 대해왔던 대가를 만난다는 것은 항상 가슴뛰는 일이다. Jordi Savall의 패션 감각을 보면 그가 얼마나 감성이 풍부한 사람인지를 알 수 있다. 이날 연주도 그러했다. Viol이란 악기를 콘서트에서 접한 것은 이번이 두번째 였지만 이전에 들었던 Viol 연주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Savall 특유의 기복이 심하고 꿈꾸는 듯한 강약조절과 감수성이 넘치는 연주는 듣는 시간내내 몽롱한 기분에 빠져들게 했다.

기교적으로는 흔들리는 부분이 꽤 있었지만 자신감있는 활놀림과 연주하는 음악을 통해 무엇을 들려주려는지 정확히 꿰뚫고 있는 명석한 해석을 통해 사소한 실수나 부족함을 인정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Viol의 음량이 크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Savall이 예술의 전당 리싸이틀 홀에서 연주해 준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흥행을 위해 가격을 낮추고 콘서트홀에서 연주를 했다면 청중들에게 그렇게 뜨거운 반응을 얻지는 못했을 것이다. 소박하지만 열기 있고 연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 그리고 앙코르를 4번이나 받아줄 정도의 청중에 대한 아량을 어쩌면 Hurricane이 닮고자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가격대에서 이런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축복일지도 모르겠다.

사족

어제 리뷰를 마무리 하던 도중에 알루미늄 사시로 바뀐 새 앰프를 들어볼 수 있었다. 기존 제품과는 첫 인상에서 약간 차이가 느껴져 첨언으로 남기고자 한다. 새로 바뀐 Hurricane은 새것임에도 기존 것보다 상당히 단정한 저역을 들려주었다.

의외라 생각되어 확인해보니 6SN7관이 기존 것과는 다른 것이 딸려와 있었다. 회사를 알 수는 없고 Antique sound lab 마크만 녹색으로 프린팅 되어 있었다.

프론트 패널과 샤시가 모두 달라졌는데 알루미늄 샤시는 보는 이에 따라 호 불호가 있을 수도 있겠으나 사용상에는 훨씬 편해졌다. 진공관을 꽂고 뺄 때 출렁임이 적어 안정감이 느껴지고 후면 패널만 분리가 가능해졌다. 바이어스 조절 스위치도 길이가 조금 짧아 졌는데 보기에는 이쪽이 낫다. 가장 좋아진 것은 예전 제품보다 노이즈 레벨이 현격히 낮아진 것이다.

시청기기

Cartridge : Lyra Parnassus DCt., Koetsu Onyx Platinum
Tonearm : Triplanar VII
Turntable : Avid Acutus
Phono Pre : Herron VTPH1-MC, 함승민 복각 REAR
Phono pre-> pre : XLO limited
Pre : Lamm LL2 Deluxe, VTL TL2.5, RedRose Model 3 signature
Pre -> Power : Audience AU24, RedRoseMusic Silver One
Speaker cable : Audience AU24
Speakers : WilsonAudio Watt/Puppy 5.1
ETC : Powersnake Hydra, Audience Powerchord, Elrod Signature, XLO Unlimited
Powercord, PolyCrystal Signature footers, ART Q dampers

-llhtml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