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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도 전원 및 전원장치, 케이블의 중요성을 익히 알고있던 터라 그동안 많은 전원장치들을 써 보았고 현재는 라인컨디셔너인 하이드라를 중심으로 몇가지를 운용하고 있다. 전기를 먹고사는 기기들이니 양질의 전기를 공급해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좋다고 하는 전원장치라도 한두 가지의 단점은 있기 마련이다.

좋은 전원장치 구별방법

현재 별도의 전원장치를 사용하고 계시는 분이라면 오늘 저녁 집에 들어가서 아무 선입견 없이, 파워앰프의 전원케이블을 전원장치로부터 빼서 전원장치를 통과하지 않는 순수한 벽체 전원에 한번 꼽아보시기를 권한다. 그러면 어쩌면 그동안 잃어버렸던 다이나믹스의 손실을 되찾게 될지도 모른다.

위와 같은 방법으로 만일 소리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였다면, 이제 전원장치에서 프리앰프 및 소스기기의 전원을 순차적으로 빼내어 순수한 벽체 전원에 끼워보시기를 바란다.

그러면 장점들이 나타나기도 하겠지만 단점들이 서서히 나타나서 더 이상 견디지 못하는 순간이 발생될 것이다. 소리가 너무 거칠어 진다든지, 해상력이 오히려 감소한다든지, 음악적 뉘앙스가 소실된다든지 하는 상황이 발생될 것이다. 이리하여 더 이상은 전원장치에서 파워코드를 빼지 못하는 상황이 나타날 것이다.

이때 전원장치에 머물러 꼽혀있는 파워코드의 숫자가 많으면 그 전원장치는 우수한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그 전원장치는 우수하지 못하거나 또는 현재의 시스템에 잘 맞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보통은 이러한 작업들을 잘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전원장치들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이전에 그 것을 사용하여 효과를 충분히 경험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시스템이 업그레이드 되거나 달라졌다면 반드시 이러한 테스트를 해보아야 한다. 기기에 따라서 과거에는 장점으로 작용했던 전원장치가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리차드 그레이 파워 컴패니 (Richard Gray's Power Company)

이번에 만난 전원장치는 해외에서는 이미 많은 호응을 받고 있는 Richard Gray’s Power Company라는 회사의 제품으로 필자가 위에서 언급한 전원장치와는 다른 다소 특이한 컨셉의 전원장치이다. 기존의 전원장치하고는 구별되는 Parallel Power Delivery System이란 독특한 기능을 수행한다고 한다.

회사 이름을 약자로 붙인 RGPC 400 pro, RGPC 600S, RGPC 1200C, RGPC Powerhouse 등등의 많은 제품들이 나와있는데 각각 크기와 용량의 차이만 있고 그 효과는 동일하다고 한다. 국내에는 440CE, 640CE, 1280CE 등 국내 전압 220V에 맞게 주문 제작된 Custom Edition이 제공된다.

또한 RGPC Substation과 RGPC Pole pig라는 두 가지의 차폐트랜스도 출시되고 있는데 이것을 사용하면 집안의 다른 서킷트와는 전기적으로 완전히 격리되는 효과를 가지게 된다고 한다. RGPC 사에서는 차폐트랜스인 RGPC pole pig또는 RGPC substation 과 RGPC 400/600/1200 모델들을 같이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며 이 두가지를 함께 사용하는 것을 RGPC “IsoGray” system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이번에 리뷰를 맡은 제품은 RGPC 440CE와 640CE 두가지 모델이며 이 두 모델은 용량과 기능은 동일하고 외관상의 차이만 있을 뿐인데 440CE은 자동차 배터리 모양과 유사하며 랙 뒤에 숨겨 놓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제품으로 프로용 기기 같은 느낌을 준다. 640CE는 은은한 불빛이 들어오는 알루미늄판넬을 가진 이쁜 모양을 하고 있어 기계들과 함께 랙에 설치하는 것을 전제로 디자인 된 제품이다.

병렬 파워 공급 시스템 ( Parallel Power Delivery System )

440CE 과 640CE는 각각 6,000 와트의 페럴렐 초크(parallel choke)를 가진다. 1280CE는 440이나 660보다 두배의 용량을 가지며 제품의 크기도 두배이다. RGPC에서는 페럴렐 초크, 평행으로 감은 권선, 플라이휠(fly wheel)효과 등을 이야기 하는데 머리속으로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즉 RGPC 전원장치들을 거쳐서 오디오 기기의 전원을 공급하지 않고, RGPC 모델을 그저 비어있는 벽체 콘센트 또는 멀티텝 콘센트에 기기 하나 더 연결하듯이 병렬연결 하여도 주변 기기들에 효과를 전달한다는 것이다. 축전지처럼 에너지를 머금고 있다가 파워앰프 등 오디오 기기가 한꺼번에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할 때 저장하고 있던 에너지를 파워앰프 쪽으로 즉각 공급하여주는 효과를 가진다고 한다.

이해하기는 어려우나 실제로 들어보면 구동력이 증가됨을 매우 쉽게 감지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인정하기는 어렵지만 정말 쉽게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한편 파워앰프를 제외한 다른 기기들을 RGPC에 직접 연결하면 크고 작은 전기적 충격으로부터 기기를 보호하는 기능을 수행한다고 한다.

검증

일단 640CE 한 개를 멀티탭의 빈자리에 꼽았다. 우선 다이나믹스의 변화가 쉽게 감지된다. RGPC에서는 처음에 별 변화가 없더라도 최소 하룻밤은 연결하여 놓고 기다려보라고 권장한다. 그 다음 빼보면 RGPC의 존재감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을 하지만 640을 빈 소켓에 연결하고 스위치를 올리면 곧 바로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처음 느껴지는 것이 저역의 윤곽과 깊이감이다. 저역이 더 깊게 내려가면서 무게 감이 실린다. 문득 “그래 몇 개만 더 연결하면 나이트 클럽 같은 저역도 많들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이야기 하겠지만 RGPC는 한꺼번에 여러 개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고 이 부분도 흥미롭다.

음질개선

아무리 이론이 좋고 설계가 잘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오디오 시스템에서 음질이 좋아지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그림의 떡이다. 리차드 그레이 파워 컴패니는 그 이론과 만듬새 만큼 확연한 음질의 개선으로 그 존재를 과시한다.

연결하는 즉시 무대가 좌우로 넓어지고 깊어진다. 하이엔드급 케이블로 물량투입을 했을 때 나타나는 효과를 간단한 전원장치 한 개가 쉽게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가수와 악기들의 윤곽이 좋아지고 무대가 더 생생해진다. 혹시 하고 RGPC 전원장치를 멀티탭에서 제거해보니 생생하던 무대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안개 속을 헤매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다시 끼워본다. 고역, 중역, 저역 모든 부분에서 좋아짐을 느낄 수가 있다. 고역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쭉 뻗어나가는 개방감이 좋아진다. 최근 턴테이블을 바꾸고 어떻게 하면 거침없이 뻗어나가는 그러면서도 자극적이지 않는 고역을 얻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RGPC가 이런 부분을 너무나도 쉽게 해결을 해준다.

중역은 감추어져 있던 세밀한 부분들이 드러나면서 사실감이 더해진다. 이전에 듣던 여성 보컬의 목소리들이 더 농밀해 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뿌옇게 윤곽을 드러내지 않던 베이스와 킥드럼 소리가 존재감을 나타낸다. 오케스트라 총주시에도 흔들림 없는 안정된 무대가 확보되고 뒤쪽에 팀파니 소리가 묻히지 않고 잘 살아나온다.

복수 효과

설치와 제거 AB 테스트를 해보면 이전의 소리가 얼마나 심심한 소리였는지를 금새 알아차릴 수가 있다. 정말 재미있는 전원장치이다. 이제 RGPC를 한 개 더 연결해 본다. 연결하는 방법은 RGPC에 구비되어있는(4구 또는 8구) 소켓중 한 개에 또하나의 RGPC를 끼우면 바로 용량이 2배가 된다. 소리의 변화도 또 쉽게 감지가 된다.

만일 RGPC의 용량과 효과를 더 높이고 싶다면 RGPC를 또 하나 구입해서 아무 곳이나 비어있는 소켓에 또 연결하면 된다. 마치 이것은 어린시절 술래잡기할 때 손에 손잡고 길게 연결하는 것과 흡사하다.

내가 얼마만한 용량을 필요로 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일단 연결해 놓고 더 필요하면 또 연결하면 되니까 말이다. 이렇게 용량을 계속 늘려나가면 돌덩이처럼 단단한 저역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RGPC를 두개를 연결하니 에너지감이 더 증가하고, 소리의 생생함이 더해져서 가수가 손으로 만져질 듯이 다가 온다. 내친 김에 한 개를 더 원조 받아서 세개를 연결해 본다. 리뷰어의 장점이 무엇인가 돈 안들이고 기계를 들어볼 수 있다는 것 아닌가. 이때가 아니면 내가 언제 RGPC를 세개나 걸어보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RGPC의 개수는 무제한 인가 하는 것을 알고 싶었던 것이다.

세개를 연결하니 저역의 단단함과 생생함이 더더욱 증가되지만 오히려 좀 과장된다는 느낌이 들어 편안한 음악감상이 되질 않는다. RGPC를 여러 개 연결하면서 알게 된 것은 이 전원장치는 파워앰프의 와트수가 증가된 느낌 뿐 아니라 마치 댐핑팩터가 증가되는 느낌을 같이 받을 수 있었다. 따라서 너무 오버해서 많은 개수를 사용하게 되면 소리가 자칫 너무 딱딱해 질 우려가 있다고 본다. 이것은 앰프의 댐핑팩터가 너무 높아서 스피커 유닛을 꽉 잡고 놓아주지 않을 때 발생하는 상황이다. 그러고 보면 RGPC가 구동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은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필자의 집에서는 RGPC를 2개 사용했을 때가 가장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또 RGPC 2개를 직렬로 연결한 것 보다는 비어있는 콘센트 2곳에 각각 연결한 것이 미관상으로도 그렇고 소리상으로도 가장 좋았다. 또 재미 있는 것은 RGPC를 연결하는 전원케이블에 따라서도 미묘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는데 케이블의 고유특성을 반영하는 것이 재미 있었다. 부드러운 케이블을 꼽으면 부드러운 소리로 예리한 케이블을 꼽으면 예리함이 배어나온다. 시스템이 거의 완성이 된 상태에서 RGPC와 파워케이블을 이용하면 자신의 취향에 더 근접한 소리를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리뷰용으로 들고 온 RGPC 2개를 필자의 시스템에 눌러 앉히고 말았다.

마치며

정확한 리뷰를 하려면 단점을 찾아내야 하는데 아직까진 단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단 사용하는 개수와 연결하는 방법에 약간의 시행착오가 있을 뿐이라 생각한다. RGPC는 이전에 사용하던 전원장치와는 새로운 개념의 전원장치로서 사용자들에게 충분이 즐거움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제품으로 생각이 된다. 특히 자신의 시스템의 구동력에 대해서 조금의 의심이라도 가는 분이라면 RGPC가 너무나 속 시원한 해결책을 제시해 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