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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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가격대의 에소테릭과 바이스, 과연 어떻게 음이 다를까 궁금해 할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물론 스펙상 차이는 있다. 한쪽은 CD/SACD 겸용기이고, 다른 한쪽은 CD 전용기. 한쪽은 극단의 물량 투입형인 반면 다른 한쪽은 필요한 요소요소에 포인트를 준 합리적인 제품. 마지막으로 하나는 일제 또 하나는 스위스제. 놀랍게도 이런 여러 요인들이 겹쳐져서 각각의 개성을 형성하고 있는데, 솔직히 어느 한쪽이 낫다라고 손을 들어줄 수는 없고 결국 또 취향 문제로밖에 설명할 수 없음이 안타깝다. 개인적으로는 정교 치밀한 에소테릭에도 손이 가지만, 음악적인 열기나 밸런스가 잘 살아 있는 바이스에 조금 더 관심이 간다. 혹 두 제품을 비교 청취할 기회가 있는 분들이라면 어떤 반응을 할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바이스는 다니엘 바이스라는 설계자의 이름으로, 실은 예전에 스튜더에서 A730이라는 불세출의 CDP를 설계해서 주가를 올린 사람이다. 1985년에 바이스 엔지니어링을 설립한 이래 여러 스튜디오에 장비를 납품하는 일을 했다. 세계 유수의 스튜디오를 상대한 만큼, 심지어 우리가 듣는 CD의 절반가량이 바이스의 장비로 마스터링 되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미 85년에 24비트의 디지털 프로세서를 개발한 이래, 95년에 세계 최초로 96kHz의 샘플링 레이트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런 경험을 살려 이번에 민생용으로 처음 제품을 출시한 것이다. 이 제품의 성가는 유럽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높아 유수의 전문지에서 A+의 평점을 받은 바 있고, 일본에도 최근 상륙해서 큰 주목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본기의 가장 큰 특징은 아까도 설명했지만, 완벽한 실드 처리에 있다 하겠다. 실제로 제품을 분해해보면, 윗판과 밑판 모두 알루미늄 새시 외에 스틸제 실드용 새시가 또 하나씩 배치되어 있다. 또한 상판에는 접지를 위한 별도의 선까지 연결되어 있어 노이즈나 기타 미세 전류 유입에 얼마나 철저하게 대응하고 있는지 실감하게 한다. 게다가 내부 역시 스틸로 챔버를 구분해서 역시 완벽한 실드 처리를 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거의 철옹성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본기의 DAC인 메디아는 2000년에, 제이슨은 2004년에 각각 발표되었는데, 메디아의 경우 미국 스테레오파일의 편집장인 존 앳킨슨으로부터 자신이 측정한 DAC중 최고라는 평가를 얻은 바 있고, 앱솔루트 사운드로 부터는 2003년도 골든 이어 어워드를 수상한 바 있다. 제이슨에 대한 평가 역시 이와 비슷해서 제이슨 + 메디아는 당대 최고의 조합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필자는 특히 DAC에 큰 인상을 받았는데, 본 시청 이외에 여러 공간에서 다양한 조합으로 들어본 결과 가장 아날로그적이면서 자연스러운 음 조성을 갖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 내부를 들여다보면 아날로그 회로에서 완벽할 정도로 뛰어나고, 결국 한 두 명의 설계자가 아닌 프로페셔널 집단에 의해 창조된 산물임을 알게 한다. 역시 스위스에는 뭔가 있는 모양이다. 다만 DAC가 바이스 독자의 DSP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져 자세한 스펙을 추궁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다.

불행하게도 본기의 시청은 다른 조합에 의해 이뤄졌다. 그러나 대충의 성격은 알고 있기에 간단히 표현하면 레드북 CD 전용으로는 이만한 제품을 만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물론 SACD 겸용기로는 에소테릭이나 EMM, dCS 등이 즐비하지만, CD 자체의 퀄리티만으로 승부한다면 바이스 조합도 결코 만만치 않다. 장르를 불문하는 정확성, 해상력, 열기 그리고 기품을 골고루 갖고 있는 이 조합의 묘미엔 결국 음악적이라는 형용사를 붙일 수밖에 없다. 21세기에 들어와 CD 음도 또 한 차례 진화한 것이다. 기회가 되면 일청을 권한다.

- 이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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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 대니얼 바이스는 스튜더-리복스를 망라한 프로기기의 개발과 공급에 대한 자신의 이력을 바탕으로 오디오 애호가들을 매혹시키려 한다. 확실히 잘못된 생각이다. 프로기기와 하이엔드는 가는 방향도 다르고 추구하는 사운드의 철학도 달라야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가 전세계 레코드 업계에 기여한 기술적 공로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말기에 스튜더의 부품을 구하지 못해 많은 애호가들이 애를 먹기는 했어도.

에어버스의 대형여객기 내부디자인은 심플하기 그지없다. 조명이나 머리위 선반이나 화장실 등의 설계는 직관적이고 깔끔하다. 유럽인들의 사고방식이다. 그들은 면과 선으로 이루어진 단순미의 결정을 산업기기에 적용하는 데 남다른 재주가 있다. 제이슨과 메디아의 디자인 역시 그 궤도를 같이한다. 그저 깔끔할 뿐이다. 톱로딩의 커버가 열리는 순간은 경이롭기 그지없다. 평면에서 입체로 바뀌는 환상이 이루어진다. 열고 닫는 재미가 있다. 제이슨은 CD만을 재생하는 기기인데, 오버샘플링한 데이터를 두개의 XLR 디지털 케이블을 통해서 메디아로 보내게 된다. 두 덩어리로 된 이 트랜스포트와 DAC는 무척 비싸다. 그리고 그만큼 좋은 소리로 보답한다.

첫 CD를 넣고 연주를 시작하는 순간 툭 떨어지는 저음과 감미롭게 흩날리는 고역은 잠시 현실을 잊게 만든다. 더 이상 스펙을 논하거나 미디어 포맷에 대한 시빗거리를 허용하지 않는다. 이 정도로 CD를 연주할 수 있다면 과연 차세대 포맷이 어떤 의미를 줄 수 있는가. 다른 CDP의 리뷰를 위해 계속 듣고 있던 <헌터>는 더 이상 같은 음악이 아니다. 숲길, 하늘을 메운 듯한 나뭇가지 사이로 밝은 햇살이 반짝이는 숲길을 흥에 겨워 지나가는 사냥꾼이 그려진다. 현악의 사운드는 공기 중으로 울려 퍼진다. 그리고 아스라이 사라진다. 품위가 느껴지는 소리다. 어느 주파수 대역에도 치우침 없는 완전한 밸런스는 음악을 듣게 만든다. 강요하지 않으나 청자는 아무 말 없이 듣고 있게 된다. 소리의 밀도감과 청량함이 우수해서 큰 소리가 시원해지고 작은 소리는 속삭이게 한다. 훌륭한 제품이다.

루블에서 모나리자를 찾기는 쉽지 않다. 박물관 측은 극성스런 관람객을 위해 ‘모나리자’라는 팻말을 계속 붙여 놓았다. 계속 화살표를 따라가면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도달하고 그곳에 모나리자가 있다. 생각보다 아주 작은 모나리자. 처음 모나리자를 대했을 때, 그녀의 그윽함과 청조함이 가슴을 때리던 느낌이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남아있다. 바이스의 제이슨과 메이슨에서 유사한 감정이 우러나오게 된다.

- 김성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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