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함과 장쾌함을 실현하는 그윽한 탐미주의
ASR 오디오시스템스 프리드리히 셰퍼라는 꽤 긴 정식 명칭을 갖고 있는 ASR 오디오는 우리에게는 생소한 독일 회사이다. 보도 자료에 따르면 현재 독일 남서부 헤르본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ASR 오디오는 1980년 프리드리히 셰퍼가 설립한 이래 현재까지 에미터라는 인티그레이티드 앰프 시리즈에 집중해 온 독특한 회사라고 한다.
그러나 정작 설립자인 셰퍼의 경력과 회사 연혁 등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독일어 홈페이지에 PDF 파일로 올려놓은 영문 보도 자료에 따르면, ASR 오디오는 별다른 회사 소개 없이 ‘진공관 앰프 특유의 자연스러운 음악성과 현대 트랜지스터 앰프 특유의 정확성과 강력한 힘을 결합한 음향'을 추구한다는 내용과 함께 이 회사가 추구하는 음향 철학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회사 소개에 인색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전후 사정을 살펴보면 ASR 오디오는 그리 만만히 볼 회사는 아닌 것 같다. 정통 하이엔드 오디오를 지향하는 모습을 ASR 오디오에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십 년 동안 특정 모델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해 왔다는 것은 ASR 오디오가 전통 하이엔드 오디오 업체 특유의 집요함 ? 완고함을 고수하는 회사라는 것을 알려 주는 것이다.
최근 하이엔드와 중급 기종을 막론하고 모델의 교체 주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 오디오 시장의 현실을 떠올려 보면, 비록 생소한 회사라고는 하지만, 특정 모델에 이처럼 집요하게 접근하는 회사를 만나는 것은 그 자체로서 즐거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집중력과 완고함은 스테디셀러를 지향하는 하이엔드 오디오의 전통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ASR 오디오가 보여 주는 이러한 면모는 오리지널 모델 자체의 완성도가 높다는 점을 암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쯤에서 현재 ASR 오디오에서 내 놓고 있는 모델들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포노 프리앰프로는 미니-베이시스와 베이시스 익스클루시브, 그리고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로는 이번에 필자가 시청한 에미터 시리즈, 그리고 액세서리로 매직 코드라는 전원 케이블 두 종이 현재 ASR 오디오의 주력 제품군이다.
그러나 에미터 시리즈에 포진해 있는 다양한 버전에 대해서는 꼼꼼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ASR 오디오의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현재 에미터 I과 에미터 II로 대별할 수 있는 이 시리즈는 에미터 I ? 에미터 I 익스클루시브 ? 에미터 I 익스클루시브 배터리 파워 서플라이 ? 에미터 I 클리어 블루(배터리 전원) 등이 속해 있는 에미터 I 시리즈, 그리고 에미터 II ? 에미터 II 익스클루시브 ? 에미터 파워 II 익스클루시브 배터리 파워 서플라이 등이 속해 있는 에미터 II 시리즈 등과 같이 다양한 버전들을 구비해 놓고 있다. 따라서 이런 정황을 고려하면 이들 버전을 하나하나 구분하는 일이 그리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여기서 이들 버전을 분류하는 방법을 살펴보면, 에미터 I과 II는 출력의 고하(高下)를 기준으로 하여 분류하고 있으며, 해당 모델의 배터리 파워 서플라이의 채용 여부에 따라 모델명 뒤에 ‘익스클루시브'라는 명칭을 부기(附記)하고 있다. 그리하여 에미터 I 시리즈에 속한 모델들은 채널당 250와트(4옴)의 출력을 이끌어 내고 있으며, 다음으로 에미터 II 시리즈에 속한 모델들은 에미터 II가 채널당 450와트, 에미터 II 익스클루시브가 채널당 500와트, 에미터 II 익스클루시브 배터리 파워 서플라이가 채널당 500와트의 출력을 이끌어 내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해지는 것은 이번에 필자가 시청한 버전, 그러니까 에미터 II 익스클루시브 버전 블루는 ASR 오디오의 카탈로그에 올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여러 정황을 살펴볼 때 블루란 명칭은 섀시와 패널의 마무리와 관련이 있는 듯하다. 따라서 이번에 필자가 시청한 모델은 배터리 파워 서플라이를 채용한 채널당 500와트 출력의 에미터 II 익스클루시브 모델로 보면 좋을 것 같다.
그렇다면 지난 25년 동안 이들이 갈고 닦아온 에미터 시리즈는 어떠한 앰프인가? 보도 자료에 따르면 ASR 오디오에서는 에미터 시리즈가 일반적인 개념의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와는 시각과 내용을 달리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 회사의 핵심 제품은 에미터 I과 에미터 II 등의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입니다. 이들 기기에서 채용하고 있는 개념은 일반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이들 기기는 입력 셀렉터와 음량 레벨 컨트롤 등을 장착한 파워 앰프라고 하는 편이 가장 적절할 것입니다. 고품질의 대용량 트랜스들을 별도로 분리된 케이스에 수납하는 설계를 채용한 이들 기기에서는 앰프에서 발생하는 전자기장과 진동을 제거합니다. 바로 이것이 에미터가 연출하는 고요하면서도 편안한 음향 풍경을 이끌어 내기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그리고 정전용량이 1.3패럿에 달하는 대용량 고품질 버퍼링 캐패시터와 초고속 정류기를 채용하고 있는 전원부는 저능률 ? 저임피던스 스피커를 여유 있고 안정감 넘치게 구동합니다.
다음으로 에미터의 컨트롤 유닛의 케이스는 아크릴 글라스로 되어 있습니다. 이 소재는 일반적인 금속 소재의 섀시보다 훨씬 중립적이고 부드러운 음향을 이끌어 냅니다. 에너지의 효율성이 높은 회로를 채용하고 있는 에미터 시리즈에서는 낮은 음량에서 최고의 해상도와 에너지를 이끌어 내며, 최고 음량에서도 어떤 스피커도 여유 있게 구동할 수 있는 충분한 파워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처럼 하이 스피드 입력을 실현한 앰프, MOS-FET 드라이버, 출력단 등은 수청처럼 투명하고, 정확하며, 풍부한 공간감을 구현하며, 부드러운 음향 특성을 분명하게 연출합니다. 다음으로 볼륨 컨트롤을 살펴보면, 에미터 시리즈는 75dB의 음폭을 1dB 간격으로 조정할 수 있는 정교한 릴레이 회로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이번에 필자가 시청한 에미터 II 익스클루시브는 입력부를 배터리 전원으로 구동하는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입력 셀렉터와 볼륨 컨트롤 기능을 내장한 2채널 앰프, 도시바에서 특별 제작한 오디오-MOSFET 20개를 A/B급 구동하여 채널당 450와트(4옴, 250와트/8옴)의 출력을 이끌어 내는 인티그레이티드 앰프가 바로 에미터 II인 것이다.
에미터 II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세 덩이로 구성되어 있는 파워 서플라이라고 할 수 있다. 필베르트 만텔슈나트(PM) 트랜스를 수납하여 좌우 채널을 별도로 구동하는 파워 서플라이 유닛 두 개와 배터리 전원을 입력단에 공급하는 파워 서플라이 유닛 한 개 등 세 덩이로 구성되어 있는 파워 서플라이 유닛, 그리고 이들 유닛과 앰프 본체를 연결하는 전원 케이블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들이 만든 것이 과연 무엇인가? 혹시 괴물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절로 일어난다. 보도 자료에 따르면 이들은 전원부를 독립한 이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그 이유는 노이즈와 상호간섭 때문입니다. 에미터의 파워 앰프는 AC간섭, EMI 방사, 트랜스의 진동 등에서 자유롭습니다. 바로 이것이 증폭회로의 SN비를 최상으로 만들어줍니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중요한 요소는 복잡한 음악의 악절 또는 구동하기 어려운 스피커를 구동하는 것과 같은 극단적인 환경에서도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이것을 실현하려면 증폭부의 전원부가 가능한 한 강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조건을 충족하려면 대용량 파워 트랜스가 필요합니다. 에미터는 규모가 큰 필베르트 만텔슈미트(PM) EI 트랜스를 사용합니다. 이 트랜스는 특별한 적층코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1차와 2차측을 분리하여 감은 보빈을 사용하여 차폐 트랜스와 유사하게 작동됩니다.'
이렇게 보면 새로운 개념의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를 지향하는 기기가 에미터라고 할 수 있다.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의 장점, 그러니까 프리앰프와 파워 앰프를 일체화함으로써 앰프 설계자 자신이 원하는 음향 특성을 완벽하게 구현하는 동시에,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의 단점, 그러니까 프리앰프와 파워 앰프가 전원부를 공유하는 데서 나타나는 안정성의 저하, 구동력 ? 폭발력의 부족 등을 단숨에 해소하려는 설계자의 의도를 이처럼 규모가 큰 파워 서플라이부 속에 담아내고 있는 것이 바로 에미터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는 에미터 II 익스클루시브가 지향하는 음향 특성 가운데 일부일 뿐이다. 프리드리히 셰퍼는 프리앰프 입력단에 배터리 전원을 공급함으로써, 절대 고요의 경지를 연출하는 피아니시모의 세계, 그리고 한 점 흐트러짐 없고, 어디 하나 흐려지는 법이 없는 섬세한 배음을 구현하고, 온화함과 청명함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자연스러운 공간감을 연출하며, 이러한 음향 무대 속에 그보다 더 순수할 수 없고, 그보다 유려할 수 없는 음향, 그러니까 생동감과 정연함이 혼연일체를 이룬 음악의 영혼을 이끌어 내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ASR 오디오에서는 이 부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배터리 유닛은 에미터의 입력단에 깨끗하고 안정적인 DC 전압을 공급합니다. 만약 음악의 화음과 미묘한 세부 표정을 잃거나 마스킹된다면, 또는 첫 번째 스테이지에서 음악 신호에 노이즈가 유입된다면, 이후의 신호 처리 과정에서 이들 특성을 획복할 수 없습니다.
배터리 유닛을 사용하는 경우, 에미터는 차원을 달리하는 음향을 이끌어 냅니다. 여기서는 완성도가 높은 녹음에서 표현되는 음향 무대와 실재감 등이 생동감 넘치는 표정으로 재생됩니다. 악기의 화음은 완전하고 남김없이 표현되며, 미세한 세부 표정은 아무런 생략 없이 살아나고, 연주가들 사이의 공간까지도 감지할 수 있는 음향을 연출합니다. 여기에 덧붙여 보면 가감이 전혀 없는 원음의 다이내믹, 하이엔드 오디오가 안겨 주는 쾌감, 그리고 생동감과 유기성이 흘러넘치는 영혼이 담긴 음향을 재생합니다.'
그렇다면 이번에 필자가 시청한 에미터 II 익스클루시브 버전 블루는 어떤 음향을 연출하는가? 이 앰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바로 음악이 시작되기 직전 생생한 표정으로 떠오르는 적막감과 긴장감, 숙성도가 대단히 높은 우아한 음색, 절도와 유연성이 정연한 조화를 이룬 선율선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면모는 레온 맥컬리가 연주하는 모차르트의 환상곡 c단조 K475 ? 소나타 c단조 K457(Avie AV2105), 게르하르트 오피츠가 연주하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제14번 ‘월광'(핸슬러 클래식, CD 98.204), 레너드 번스타인이 피아노와 지휘를 맡은 거쉰의 ‘랩소디 인 블루' ?‘ 파리의 아메리카인'(Sony 82876 78768 2) 등의 녹음에서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에 필자가 시청한 에미터 II 익스클루시브 ? 린데만 820 SACD 플레이어 ? 하이페리언 HPS-968 스피커 등으로 구성된 시스템은 이들 피아노 녹음에서 연주가의 손가락이 건반에 닿기 직전에 떠오르는 긴장감과 공간감, 그리고 섬세한 음영 등을 정확하게 포착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이럴 때 미묘하게 변화하는 터치, 색채, 다이내믹, 여운 등이 유기적으로 통합되는 모습이 이 시스템에서 살아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들 특성 가운데서도 타건 이후 고요한 적막 속으로 흘러들어가는 피아노의 여운 표현은 발군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그러나 에미터 II 익스클루시브에서 강조해야 할 특성은 바로 연마의 흔적이 강하게 나타나는 고도로 숙성된 음향 그 자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음향의 몸체는 그리 단단하지는 않고 다소 부드러운 경향을 보이지만, 음향의 윤곽은 음악의 표정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모습이 에미터 II 익스클루시브에서 살아나고 있다. 한 마디로 사진을 보는 듯한 선명한 해상도나 강력한 다이내믹을 자랑하기보다는 정연함과 유연함을 우아하게 통합하는 데서 장점을 드러내는 앰프가 에미터 II 익스클루시브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중음역에서 떠오르는 결이 고운 음색과 텍스추어는 이 앰프가 추구하는 유연 자약하지만 절도 넘치는 리듬이 살아 있고, 우아하지만 명쾌함을 잃지 않는 자연스러운 음향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크게 일조하고 있다. 시청 당시 오피츠가 연주하는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첫째 악장에 대하여 필자는 이렇게 적어 놓았다.
‘첫째 악장에서 오피츠가 서서히 구축해 가는 유장한 템포, 그리고 빈 공간을 채워가는 긴 여운을 이처럼 자연스럽고 잘 정돈된 배음으로 처리할 수 있다니 놀랍다! 혹시 음향의 에지가 너무 부드러운 것이 아닐까? 전원부의 능력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 볼 것!'
필자의 메모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에미터 II 익스클루시브는 긴 여운을 충분히 살려내면서도 음향 윤곽과 색채 표현의 명료도를 포기하지 않는 음향을 연출하고 있으며, 마치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처럼 흐르는 선율선을 유장하게 연출하면서도 음표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와 음영을 섬세하고 정연한 이미지로 포착하는 데서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처럼 유연성과 절도가 혼연일체를 이룬 음향을 감상하면서, 직접음과 반사음이 절묘한 균형을 이룬, 공연장의 S석에서 감상하는 음악의 느낌을 연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마디로 음악의 실체감 ? 색채감 ? 공간감 등을 유기적으로 통합한 자연스러운 음향을 에미터 II 익스클루시브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광활한 음향 공간, 강력한 폭발력과 여유, 흐려지는 법이 없는 세부 표정 등을 살려내야 하는 대편성 작품에서 이 앰프는 어떤 음향을 연출하는가? 이들 특성을 확인하기 위하여 필자는 레너드 번스타인이 뉴욕 필하모닉을 지휘한 거쉰의 <파리의 아메리카인>? 앙드레 프레빈이 피아노 독주를 맡은 거쉰의 <피아노 협주곡>(소니),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가 빈 필하모닉을 지휘한 브루크너의 제5번 교향곡(RCA 82876 60749 2, SACD), 서현석이 강남 심포니를 지휘한 베토벤의 제4번 교향곡(EMI CNLR 0619/3-2) 등의 음반을 시청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들 음악을 재생하면서 에미터 익스클루시브 II는 배터리 전원과 대용량 파워 서플라이를 채용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보여 주고 있었다. 피아니시모에서는 그보다 더 그윽할 수 없는 정묘한 선율선이 떠오르고, 포르티시모에서는 그보다 더 강력할 수 없지만 여유가 살아 있는 다이내믹을 완급 자재하게 구사하면서도 음악의 세부 표정이 흐려지거나 뭉치는 법이 없는, 생동감과 정연함을 아우르는 우아함의 미학을 능소능대하게 구현하는 모습이 이 앰프에서 살아나고 있었다.
아르농쿠르가 지휘하는 브루크너의 제5번 교향곡에서 반드시 살아나야 할 장대한 스케일을 별 무리 없이 바탕에 깔고, 광채와 관능미가 흘러넘치는 빈 필하모닉 특유의 현악 앙상블과 천상의 세계를 향하여 투사하는 금관 섹션의 포효 등을 명쾌하면서도 섬세하게 연출하는 모습이 볼 만했고, 번스타인과 프레빈이 녹음한 거쉰의 음악에서는 마치 날것을 그대로 뱉어내는 듯한 1960년대 CBS의 레이블 사운드를 분명하게 이끌어 내고 있었다. 그리고 서현석이 지휘하는 베토벤의 제4번 교향곡에서도 이 녹음이 이루어진 분당 요햔성당 본당의 건조한 음향 특성을 가감 없이 명쾌하게 포착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독일의 ASR 오디오 프리드리히 셰퍼에서 내 놓은 인티그레이티드 앰프 에미터 II 익스클루시브 버전 블루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았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등장한 이 앰프에 대한 시청 소감을 정리한다면, 트랜지스터 앰프가 추구하는 정교함 ? 투명함 ? 정숙성 ? 안정성과 진공관 앰프가 추구하는 유연성 ? 섬세함 사이의 조화를 추구하는 앰프라고 하면 좋을 것 같다.
이처럼 뛰어난 앰프가 그 동안 어디 숨어 있다가 이제야 나타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관점에 따라서는 음향 몸체가 좀 더 단단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는 하지만, 어떤 조건에서도 음향 저 너머의 고요한 적막의 세계, 음악이 시작되기 직전의 긴장감, 섬세하지만 명쾌함을 잃지 않고 적막의 세계 속으로 사라져 가는 정연한 선율선과 색채 표현 등은 지난 25년 동안 ASR 오디오에서 다듬어 온 음향의 완성도가 어느 수준인지 분명하게 알려 주고 있다. 그 경지를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그것은 마치 잘 숙성된 와인을 음미할 때 느껴지는 원숙함의 세계라고 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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