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Eggleston Work Sav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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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윌슨 오디오와 함께 하이 엔드 스피커계를 양분했던 이글스턴 웍스가 발표한 대형기가 바로 사보이다. 그간 오디오 리서치나 볼더 등과 연결한 음을 듣고 큰 충격에 빠진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그리폰과의 매칭이다. 이전 조합들이 다소 공격적이고, 해상력 위주였다면 여기서는 보다 차분해지고, 음악적으로 바뀌었다고 할까 ? 아무도 생각지도 못한 훌륭한 매칭이었다. 모차르트를 들으면, 우선 매우 투명한 음에 놀라게 된다. 바이올린에 일체의 군더더기가 없으며, 약간 풍윤하면서도 질감이 좋은 소리가 나온다. 피아노의 존재감도 훨씬 살아나서 한쪽이 솔로에 들어가면 다른 쪽이 반주를 맞는 등 교대로 주고받는 대목이 일목요연하게 포착된다. 나 윤선은 인트로의 피아노 반주부터 틀리다. 손가락 하나하나의 움직임이 명쾌하게 포착되면서 그녀 특유의 하늘거리는 목소리가 듣기 좋게 펼쳐진다. 그러다 뱃심을 갖고 강하게 밀어부칠 때의 박력도 빼어나다. 노래하면서 펼치는 다양한 기교나 표정, 뉘앙스 등이 잘 전달되어 더욱 음악에 몰두하게 된다. 배후에 펼쳐지는 브러쉬 웍의 화려함도 이 정도라면 정상적인 모습이 아닐까 한다.
핑크 플로이드로 가니, 초반의 TV 잡음이 더욱 선명해서 특유의 역겨운 지글거림이 귀에 강하게 들어온다. 본격적으로 연주하기 전의 기침이나 숨소리 등도 매우 명확해서, 마치 연주자가 스피커 사이에 앉아 있는 듯하다. 기타 소리도 차분하면서 힘이 있고, 기타 줄도 적당한 텐션으로 당겨져 있어 뜯거나 튕길 때의 느낌이 좋다. 다소 허스키하며 거친 듯한 길모어의 보컬도 제 톤으로 나온다. 록에선 역시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다. 라바에 이르면, 약간 밝기나 화려함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워낙 최신 녹음이라, 다양한 악기들의 편성이 들려주는 파노라마와 같은 눈부심과 어마어마한 음장에 비춰볼 때, 좀 단정한 인상이다. 물론 관악기의 경우 제 음색과 톤은 나오지만 광채가 부족한 듯 싶고, 일렉트릭 기타의 영롱함도 좀 모자란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잘 잡혀 있어 모가 난 구석이 없다. 이 정도면 라바 자신도 만족할 만한 재생 수준이 아닐까 싶다. 스트라빈스키는 작곡가가 의도한 부분이 음반에 정확히 실려서 재생되는 듯하다. 일단 스피드가 빠르고, 여러 악기들이 일체 뭉치는 기색없이 자신의 음표를 쏟아내며, 중간중간 펀치를 때리는 타악기 군의 어택감이나 각종 혼과 브라스의 포효는 볼륨을 아무리 올려도 흐트러지지 않을 만큼 자리가 잘 잡혀 있다. 이런 복잡한 소스를 어떤 식으로 요리해야 할지 일종의 모범 답안이라 하겠다. 중저역의 밀도나 양감에선 불만이 없지만 다만 고역의 화려함에 약간 아쉬움은 남는다. 물론 이것은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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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한 시대를 풍미한 유명한 트위터 에소타. 여기에 중역을 담당하는 6인치 모렐 유닛 두 개가 위 아래로 장착된 가상 동축형. 그 아래에 있는 중저역 유닛은 역시 모렐의 6인치이지만 인클로저 내부에 동일한 유닛 하나가 더 있어서 동상 구동된다. 그 아래 있는 12인치 대형 우퍼 두 발은 다인오디오제인데 이것도 인클로저 내부에 동상 구동되므로 도합 네 개의 대형 우퍼가 한쪽 채널의 저역을 담당하는 셈이다. 따라서 겉보기로는 여섯 개의 유닛밖에는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는 채널당 무려 아홉 개의 유닛을 사용하는 4웨이 기기. 이 스피커처럼 우퍼를 탠덤 구동하면 재생 능력이 커지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클로저 앞면에 장착된 유닛이 배압에서 자유로워져서 하나일 때보다 더욱 정확한 피스톤 모션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기는 것. 사용된 유닛의 수, 더구나 12인치 대형 우퍼 네 발을 생각하면 이 스피커는 대형이지만 무척 컴팩트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다만 이렇게 강력한 유닛들을 별도의 체임버로 강력하게 고정하였으니 무게가 186kg에 달하는 돌덩이가 되어 버린 것은 어쩔 수 없다. 유닛의 배치 외에도 이 스피커의 특징 중 하나는 엄밀하게 들어진 4차 네트워크. 10, 400, 2kHz라는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에소타의 표현력에 크게 의존한다. 대형 우퍼 네 개 이면서도 재생 대역이 100Hz 이하로 좁은 만큼 깊고 단정하며 탄탄한 저역이 기대된다.
첫 음부터 투명하고 영롱한 하스킬. 그뤼미오의 바이올린도 고역에서 한계가 느껴지지 않고 위로 쭉 뻗는 기분이며 쏘거나 자극적인 소리는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았다. 바로 이 소리다. 이 음반을 놓고 보면 처음으로 제대로 된 소리가 나왔다고 생각했다. 나윤선의 목소리는 위화감이 없고 자연스러우며 특히 배경이 투명한 것이 마음에 들었고, 엔리코 라바에서도 관악 파트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소릿결에 탄복. 세월이 지났어도 에소타는 역시 에소타인가 보다. 여운이 풍부하고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에소타의 고역은 세라믹 또는 다이아몬드 트위터나 링 레디에이터 등이 활약하는 요즘에는 ‘구식'으로 몰리는 인상이 있지만 아직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반면에 저역은 무척 절제된 인상으로 단정하고 단단하다는 느낌. 대역에 위화감이 없어서 마치 잘 만든 북셀프 또는 우수한 풀레인지에서 고역과 저역을 잡아 당겨 늘렸다는 느낌이다. 스트라빈스키의 [불새]에서 스피커의 크기나 무게 또는 가격에 비해 스케일이 작다는 불평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대신 훌륭한 밸런스와 정밀한 음장은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저역의 양감이나 스케일로 보아 그리폰보다 다른 앰프쪽을 생각하게 되는데, 다만 무게만 어떻게 된다면 카잘스에 들여 놓고 이 앰프 저 앰프 바꾸어 보며 ‘바늘 끝'에 올려 놓아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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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스톤웍스의 스피커제품들을 보면 당당히 서 있는 이스트 섬의 모아이석상이 연상된다 . 무려 아홉개의 유닛이 거대하고 무거운 엔클로저 내부에 정교하게 수납되어 있다 . 200 킬로그램의 거구지만 유연하게 구동하는 캐스터가 있어서 이동이 용이하며 위치를 찾은 후에는 단단하게 캐스터를 고정할 수 있다 . 미드베이스와 미드레인지를 별도로 설치한 덕에 하스킬과 그뤼미오의 협주는 중후함이 돋보이는 좋은 표현이 이루어진다 . 나윤선의 보컬은 배경이 대단히 정숙해지며 음영의 표현이 자유롭다 . 후방 이미지가 잘 나타나며 브러시의 질감이 좋다 . 잔향이 아름답고 자연스럽다 .
핑크플로이드에서 지직거리는 라디오 노이즈가 잘 살아난다 . 하이엔드 오디오를 청음하면서 노이즈가 잘 살아난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 좀 우습기는 하지만 이후에 돌발적으로 연주되는 어쿠스틱 기타와의 대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 현의 울림이 탁월하고 핑거링의 스크래치 노이즈가 생생하게 재현된다 . 엔리코 라바의 베이스가 갑자기 탄력을 받기 시작한다 . 색소폰의 존재감이 두드러지고 질감역시 합격선이다 . 음악의 열기가 잘 표현되고 투명한 배경음이 기분좋게 만든다 . 에이지 오우가 연주하는 스트라빈스키는 스케일감과 밸런스가 잘 유지된다 . 총주에서도 시원하게 터져나오는데 , 부분적으로 혼탁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 물량의 투입과 잘 설계된 명실상부한 대형기인데 나의 관점에서는 쉽사리 받아들여지지 않는 디자인이다 . 허나 이 디자인에 열광하는 리뷰어도 있었으므로 이는 개인적 관점의 호 불호에 불과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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