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Verity Audio Loheng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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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번 시청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한 스피커가 아닐까 한다. 심하게 말하면 갖고 있는 실력의 30%나 발휘했을까 ? 램이나 볼더를 물렸을 때의 엄청난 음장과 저역의 에너지를 감안하면, 이상하게도 이번 시청에선 답답하고, 대역이 좁은 소리가 나왔다. 역시 매칭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한다. 모차르트의 경우, 바이올린 음색이 매우 중립적으로 다가온다. 대신 저역은 좀 더 풍부해서 피아노는 왼손으로 두드리는 모습이 좀 더 명쾌하게 포착된다. 모니터적으로 정확한 소리라 할까 ? 기본적으로 스카닝 15인치를 넣은 4웨이 스피커로서 전체적인 밸런스가 잘 잡힌 점은 아무리 칭찬해도 부족함이 없다. 나 윤선을 들어보면, 초반의 피아노 연주가 잔잔하게 펼쳐지면서 다소 슬픔을 머금은 그녀의 목소리가 처연하게 전개된다. 그러나 약간 밝은 스트라디바리에 비해, 이쪽은 좀 어두운 인상이다. 뒷편에서 긁어대는 브러쉬 웍의 존재감이 미미해, 고역의 개방감에 아쉬움이 남는다. 아마 리본 트위터의 에너지를 좀 더 강하게 밀어 부칠 파워가 필요한 듯 싶다.
핑크 플로이드는 초반에 나오는 잡음 소리가 왠지 미미하다. TV에서 나오는 소음도 약하고, 중간의 기침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는다. 이어지는 어쿠스틱 기타의 음향도 어쩐 일인지 명징하지 못해, 다소 줄이 풀린 듯한 인상이다. 드럼이며 베이스가 몰아칠 때 폭풍우와 같은 기세보다는 좀 무덤덤하게 연주에 임하는 듯하다. 이런 큰 공간에서 이 스피커를 운용하려면 좀 더 파워가 세고, 다이내믹 레인지가 넓은 파워 앰프는 필수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이런 경향은 엔리코 라바에도 이어져, 두 대의 기타가 명확하게 제 음색을 내며 구분되어야 하는데 마치 한 사람이 켜는 듯 불분명하게 얽혀 있다. 또 두 대의 관악기도 음색이 잘 나뉘어있지 않아, 돌아가며 솔로를 부는 대목에선 뭐가 색소폰이고 뭐가 트럼펫인지 집중하지 않으면 차이를 판별하기 힘들다. 유닛들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듯, 밴드 멤버의 숫자가 좀 줄어든 인상이다. 결국 스트라빈스키에 이르면, 화려하면서 아기자기하게 펼쳐져야 할 여러 악기들의 모습이 다소 위축되고 또 생략되어, 편성이 작은 밴드로 연주하는 듯 들린다. 특히, 중간에 화려하게 비상하는 브라스의 화려함이나 타악기의 돌진이 너무 무덤덤해, 담백하게 모노 톤으로 그린 수묵화를 보는 듯하다. 이전에 듣던 음과 너무나 차이가 있어, 다음 기회에 다질이나 램 등을 동원해 새로 시청해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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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그린은 고역에 길이 2인치의 알루미늄 리본, 중역과 중저역, 그리고 저역에 5인치, 8인치 그리고 15인치의 폴리프로필렌 콘을 사용하고 있는 4 웨이의 대형 스피커로 베리티오디오의 간판이다. 유닛의 시간 축 위상 정합을 의식한 사다리꼴 된 두 몸체 구성은 그들이 만든 스피커에 한결 같이 나타나는 특징. 소프트 돔 대신 리본형을 쓰고 요즘 보기 힘든 15인치의 대형 우퍼가 장착되어 있는 것은 최고급 기종만의 특징인 것 같다. 우퍼는 뒷면에 장착되어 있는데 이는 저역의 크로스오버를 1차 네트워크로 하여 손실과 위상변화를 줄이고, 중첩되는 대역을 공간의 반사로 필터링한다는 동사 특유의 수법 때문일 것이다. 한편 인클로저의 앞면 배플 폭은 8인치의 저역 유닛 사이즈에 맞추어져 있으므로 뒤로 갈수록 폭이 넓어지는 독특한 형상으로 마무리되어 있다. 따라서 앞에서 보았을 때 대형이라는 느낌은 덜 하다. 음압은 무척 높아서 95dB.
하스킬의 피아노 소리를 얼핏 들을 때에는 예쁘고 화장기가 있는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들을수록 그뤼미오가 지독하게 공격적으로 나와서 고개를 갸우뚱. [초우]에서는 브러시 소리도 섬세하고 결이 곱게 잘 나와 주었고 심벌즈도 반짝거려 매력적이었지만 의외로 보컬의 치찰음이 많이 줄어들어 소극적이 되었다. 핑크 플로이드에서도 지나치게 말쑥한 기타. 분명히 높은 고역이 덜 나오는 느낌이다. 가뜩이나 높은 고역이 절제된 엔리코 라바의 녹음도 고역이 더 깎여서 자극이 적어지지만 답답하다.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총주에서는 전체적으로 아래로 깔린 둔중한 밸런스에 금관의 특정 부분에서 반짝 튀는 스파이크가 느껴졌다. 이건 아니다. 그리고 이럴 리가 없다. 바이와이어링 스피커 케이블에서 고역과 저역을 바꾸어보며 잠시 노력해보았지만 그것만으로는 역부족. 다만 스피커의 크기에 걸맞는 스케일이나 뒤로 펼쳐지는 음장만이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혹시 이것이 리본 트위터의 매력이라면 할 말은 없지만 필자 생각으로는 분명한 미스 매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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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의 뒷면으로 당당하게 자리잡은 16 인치의 베이스 우퍼 . 뒷벽을 때리고 돌아드는 풍성한 저음이 기대가 되는 아주 듬직한 대형기 . 출시된지 시간이 좀 흘렀지만 당시의 고가에 쉽게 범인의 접근을 허락치 않은 왕년의 고수라 할 수 있다 . 하스킬과 그뤼미오의 협연을 듬직한 베이스가 지원한다 . 그 음역까지 떨어지지 않는 악기라서 우퍼의 영향을 전혀 안 받는것은 절대로 아니다 . 헌데 그러다보니 리본 트위터 특유의 투명하고 명징한 피아노의 섬세한 디테일이 영향을 받는 것 같다 . 하지만 다소 강렬하면서도 진중한 두사람의 연주를 잘 살려주고 있다 . 나윤선의 보컬 이미지가 대단히 고혹적으로 다가온다 .
역시 베리티오디오의 장기는 중역에 숨어 있었는지 . 스네어의 브러쉬 플레이가 마치 심벌을 치는 것 처럼 찰랑거린다 . 핑크플로이드의 어쿠스틱 기타는 뚜렷한 윤곽이 강조된다 . 다소 디테일이 희생되기는 하지만 둥실 떠오르는 홀로그램이 일품이다 . 무색무미의 매력이 돋보이는 모니터성향의 스피커라는 느낌이 들었다 . 드럼의 킥베이스가 쏟아내는 에너지가 무시무시하다 . 엔리코 라바는 도리어 편안하고 모범적인 해석으로 들려온다 . 아늑한 살롱뮤직의 분위기로 변해버려서 거칠게 울려대는 트럼펫의 질감이 아쉬울 정도이다 . 스트라디바리의 시청에서도 그러 했는데 위치의 이동이나 케이블의 교체와 같은 간단한 튜닝으로 스트라빈스키를 제데로 울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 하지만 그 가능성은 출중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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