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Isophon Arab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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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유닛이 바로 아큐톤이다. 그래서 틈만 나면 아큐톤 유닛을 사용한 스피커들을 들어두는 편이다. 이번 제품은 이소폰으로서는 플래그쉽 모델로, 오랜 스피커 메이커로서의 관록과 노우 하우를 듬뿍 담은 야심작이다. 역시 음을 들어보면 젊고 풋풋하다. 이전까지 들었던 소리들이 30대의 농염한 여인들이라면, 이 모델은 10대 말, 한참 세상이 즐겁고, 모든 것이 아름다운 소녀라 할까. 그렇다고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저역 콘트롤에 독자적인 테크닉을 발휘해서 음영도 적절히 나온다. 사실 아큐톤의 특성상, A 클래스의 파워 앰프는 별로 어울리지 않지만, 여기서는 의외로 조합이 좋았다. 모차르트의 CD에서 왼쪽 채널을 가득 채우는 풍윤하고, 선이 분명한 바이올린 소리는 아큐톤만이 낼 수 있는 소리다. 개인적으로 매우 선호하는데, 역시 이 스피커에서도 그런 개성이 강하게 부각된다. 특히, 프레이징할 때의 움직임이 절묘해서 일필휘지로 갈겨 쓴 글씨처럼 한 점의 머뭇거림이나 어긋남이 없다. 피아노의 울림도 말랑말랑해서, 특유의 여운과 투명함이 잘 살아난다. 두 악기가 기분 좋게 합주하는 대목은 절로 미소를 짓게 한다. 나 윤선 역시 초동의 피아노 울림이 영롱하고 또 힘이 있다. 그녀의 목소리 역시 애잔한 슬픔을 가득 머금고 있어서 눈을 감으면, 그 슬픔이 이쪽으로 강하게 전달된다. 뒷 배경에 잔잔히 울리는 브러쉬 웍이나 가볍게 튕기는 더블 베이스의 적절한 양감 등이 어우러져 강한 흡인력을 발휘한다. 그러면서 그리폰의 음색과 절묘하게 매칭되어, 아티스트가 표현하고자 한 음울함과 애수가 진하게 전달된다.
핑크 플로이드에 이르면, 강하게 고막을 자극하는 오른쪽 채널의 TV 잡음 소리나 말 소리 등이 다소 거북하게 다가오는데, 원래 그래야 정상이다. 이어서 본격 연주가 시작되면, 허공을 가득 채우는 어쿠스틱 기타나 다소 텁텁한 보컬, 바닥을 두드리는 킥 드럼 등에서 에너지와 밀도감이 대단하다. 록 음악은 원래 거칠고 시끄러운 것으로 아는 분들이 많은데, 잘 재생하면 이렇듯 오소독스한 악기간의 조화와 특유의 마성이 매력적으로 나온다. 엔리코 라바 역시 녹음 당시 엔지니어가 의도한 음향이 제대로 부각되는 인상이다. 일단 스케일이 어마어마하게 크고, 그 안을 채우는 악기들 간의 거리나, 특유의 음색은 말할 것도 없다. 이렇게 기분좋게 여러 악기들이 어우러져 솔로와 협연을 교차하는데, 이런 재생음을 듣고 나면 도저히 아큐톤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불쑥 하게 된다. 물론 여기엔 필자만의 강한 취향이 도사리고 있으니 어쩔 수 없지만. 마지막으로 스트라빈스키는 눈이 부실만큼 현란하고 또 일사분란하다. 각 악기들의 개성이나 배열이 눈앞에 보일 정도로 정확할 뿐 아니라, 이 악기들이 서로 뭉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서 전체적인 하모니를 멋있게 내고 있다. 이 정도라면 소스에 수록된 정보는 거의 다 집어내지 않았을까 싶다. 천변만화의 표정을 지극히 태연하게 소화하는 이 스피커의 존재는 들으면 들을수록 신비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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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바와는 친숙하다. 카잘스에서 몇 주 동안 마음대로 울려보기도 했고, 설계자와 이 스피커를 놓고 인터뷰를 하기도 했으니. 사용된 모든 유닛은 요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아큐톤이다. 3/4인치 다이아몬드 트위터, 7인치 세라믹 미드 유닛 하나 그리고 9인치 세라믹 우퍼 세 발. 우퍼들은 모두 같은 주파수 대역을 재생하므로 3웨이 5스피커 구성. 외관만으로 보면 루멘화이트와 유사하다. 유닛들을 일렬로 늘어놓은 톨보이 형상으로 폭은 좁지만 키가 크고 깊이가 무척 깊은데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크고 당당해 보인다. 외관은 공들인 래커 마감을 제외하고는 평범해 보이지만 합판과 MDF를 여러 겹 덧대어 내부에 모래를 채워 놓는 등, 공을 많이 들인 구조이다. 놀라운 것은 저역과 중역 사이에 사용된 무려 12차의 네트워크. 손실이 무척 컸을 텐데도 89dB/W라는 높은 음압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이미 경험해 본 바지만, 다이아몬드 트위터에 힘입은 투명하고 섬세한 고역은 발군이다. 고역의 크로스오버는 3.2kHz로 높은 편. 우퍼 세 발의 크로스오버는 180Hz로 낮은 편. 따라서 7인치 중역 유닛 하나가 우리 귀에 민감한 거의 대부분의 대역을 재생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번에는 예전에 카잘스에서 듣던 것보다 더 센 파워 앰프로 구동했기 때문인지, 큰 소리와 작은 소리의 차이가 명확하여 리듬이 살아나고 선율에도 탄력이 붙는다. 시청 앰프인 그리폰과 상성은 아직 최상이라는 느낌은 아니지만, 괜찮은 것 같다. 나윤선의 보컬은 감정이 잘 실려 아련한 느낌에 빠져 들게 한다. 이것은 분명히 12차 네트워크라는 높은 기술력을 의식하게 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재생이다. 핑크 플로이드는 어구스틱 기타 소리가 투명하고 단정하며 특히 스피커 뒤쪽으로 음장이 깊이 펼쳐졌다. 전반적으로 중 저역의 양감이 포동포동하게 도드라져서 흥겹게 들리는 엔리코 라바. 특히 금관의 합주부는 평화롭고 따듯하다. 스트라빈스키의 불새는 저역의 펀치가 통렬하여 리듬이 박진감 있게 잘 살아나며 긴장과 이완이 적절하게 묘사되어 인상적이다. 장르에 상관없이 이것저것 상당히 잘 노래하는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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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이어 발표되는 신제품들을 바라보면 마치 고가의 스피커에는 필수적인 요소가 틸 & 파트너의 아큐톤 유닛이 된 듯한 느낌이 든다 . 더욱 고가의 스피커가 되려면 아큐톤의 다이아몬드 유닛이 부착된다 . 아큐톤의 다이아몬드 트위터는 정말 아름답다 . 그릴 뒤로 보석처럼 빛나는 유닛이 반짝인다 . 이와 같은 구성의 스피커들이 극하이엔드 제품들에 포진되어 있지만 그 설계사상이 모두 다른것도 특이한 사항이다 . 역시 고가의 아큐톤 세라믹 미드레인지가 채용되어 있다 . 아라바의 존재감은 탁월하다 . 중후장대한 전면의 이미지는 스피커의 깊이가 나타나면서 거대한 존재감을 연출한다 . 가정용으로서 크기에 부담을 줄 수도 있겠으나 레퍼런스기기로서의 자태가 이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다 . 사실 이정도 오디오에 투자할 만한 애호가라면 거기에 걸맞는 청취환경이 준비되어 있을 것이다 . 일단 설치해 놓으면 소유감의 극대화는 따놓은 당상이다 .
하스킬과 그뤼미오의 모짜르트 소나타 . 역시 투명하다 . 이 오래된 녹음이 이토록 투명하게 재생될 수 있다니 . 관능미가 느껴지고 음색과 질감이 탁월하다 . 피아노 연주에서의 정숙함과 액센트가 정확이 전달된다 . 나윤선의 보컬은 다소 차분해 지는 분위기이다 . 될 수 있는 한 곱게곱게 노래하는 듯한 분위기가 전달된다 . 아주 델리킷한 표현이 잘 표현 되지만 열기는 오히려 자제된다 . 깊은 베이스가 인상적으로 들리고 브러시의 질감이 좋다 . 핑크플로이드의 기타는 다소 소극적으로 물러난다 . 베이스의 박력이 좀 무른 듯 하다 . 어쿠스틱 기타는 마치 슬라이드 기타를 치는 것같이 유려하게 들린다 . 보다 열기가 돋보이면 좋겠다 . 록큰롤을 듣기에는 너무 모범적인 스피커 일 수 도 있겠다 . 스트라빈스키에서 진가가 나타난다 . 임팩트의 잔향과 사그러짐이 탁월하다 . 금관악기의 재현이 자연스럽고 질서와 발란스가 돋보인다 . 충만한 에너지는 휘몰아치는 표현을 잘 만들어낸다 . 아주 정확한 스피커 . 사용자의 노력과 창의력에 따라서 무궁무진한 성격을 연출해 낼수 있는 가능성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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