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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스피커쪽의 커다란 흐름 중의 하나는, 별도의 파워 앰프를 달아 저역을 담당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스피커 운용에서 가장 애를 먹이는 저역에서 해방되기 때문에 유저 입장에서는 중고역이 내는 음색이나 개성에 더욱 몰두할 수 있다. 실제 이런 형태의 스피커를 들으면 대개 수준 이상의 음이 나온다. 양질의 파워 앰프로 저역을 콘트롤해야 질이 좋은 저역이 나온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꽤 되지만, 호주머니 사정이 어디 그리 호락호락한가. 그러므로 이 스피커는 앰프쪽에 어느 정도 저축을 하고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일단 모차르트를 듣고 한 방 먹었다. 분명 대형기지만, 그 스피드에 있어서는 아큐톤 유닛을 사용한 스피커 못지 않을 뿐 아니라, 매우 투명하고 영롱해서 듣는 재미가 남다르다. 공간을 가득 채운 소리가 이렇게 순발력까지 갖춘 경우는 드물어서 다시금 스피커를 바라보게 한다. 맥과이어의 파워와 이치로의 발을 함께 갖췄다고나 할까 ? 그렇다면 A-로드가 있는데, 호타준족의 만능 플레이어란 인상이다. 가만히 음을 들어보면 스피커에 요구되는 대부분의 사항을 충실히 이행했다는 점에서 달리 부인할 길리 없다.

나 윤선에서 주목한 것은, 전혀 빅 마우스 현상이 없이 차분하게 공간을 장악하는 모습이다. 눈을 감으면 재즈 클럽이나 스튜디오에 와서 직접 라이브를 듣는 기분이 들 정도다. 그것도 정밀하게 튜닝된 시스템으로 말이다. 더구나 특정 부분에 집중하면 현미경처럼 섬세한 해상력이 나오므로 잠깐 현기증도 나지만, 전체적인 밸런스가 좋아 나무와 숲 모두를 만족시키는 재생이다.

핑크 플로이드 ? 드디어 드럼에서 박력과 에너지가 표출된다. 바닥을 쿵쿵 두드릴 뿐 아니라, 천장 높은 줄 모르고 화려하게 비상하는 심벌즈 웍은 찬란하기 그지 없다. 과연 이 정도 박력에 섬세함과 부드러움까지 갖춘 스피커가 과연 얼마나 될까 ? 역시, 베이스를 일단 장악한다는 컨셉이 주는 이점이 분명히 있는 것이다.

엔리코 라바 역시 각 악기들의 음색과 울림, 프레이징 등이 정확히 구분되어, 그간 주 악기에 밀려 있던 보조 악기들의 존재감이 강하게 어필된다. 그러면서 매우 리드미컬하게 악상이 전개되어 서로 주고받으며 펼치는 솔로들의 향연은 듣기만 해도 배가 부를 지경이다. 라바가 부르는 트럼펫의 강력하면서 고운 음색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스트라빈스키를 들으면 별 쓸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각 악기들의 현란한 움직임에 더한 강력한 임팩트 덕분에 제 사이즈의 오케스트라가 펼쳐진다고 할까 ? 스피드와 파워를 골고루 갖춘 점은 아무리 칭찬해도 모자라지 않지만, 그러기 위해 이런 물량 투입이 필요하다는 현실 앞에선 주눅이 들 수밖에 없다. 만일 꿈을 꾼다고 하면, 역시 높은 천장을 갖춘 넓은 시청실에 이런 스피커를 들이고 싶다. 원 없이 볼륨을 올려 그간 컬렉션한 음반들을 몽땅 다시 듣고 싶을 뿐이다.

P.S. 얼마 전 아이어 쇼에 그리폰의 사장 플레밍 E. 라스무센을 만나 환담한 일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그는 자신을 아티스트라고 소개했다. 앰프의 외관 디자인과 스피커의 설계 및 디자인 모두 그의 솜씨다. 공업 예술을 전공하고 또 학생을 가르치기까지 했던 그의 역량이 본 트라이던트 스피커에 강하게 배어있음은 새삼 감동을 준다.

그리폰에서 만든 대형 스피커. 스캔스픽에서 특주한 링 래디에이터를 가운데 두고 5인치 미드레인지와 8인치 우퍼 두 개를 위 아래에 배치하여 3웨이 7스피커 시스템이 되었다. 트위터를 중심으로 활처럼 휜 전면 배플은 당연히 위상 정합을 위한 것. 오래전 던텍의 고급기를 연상케 한다. 천연 양모와 댐핑재가 적절하게 채워진 밀폐형 인클로저.

JBL의 스피커처럼 네트워크의 커패시터에는 DC 바이어스가 걸려 있다고 하는데, 무엇보다 이 스피커의 특징은 저역을 내장된 500W의 파워 앰프로 구동하는 것이다. 이 앰프는 스피커의 저역 컷오프 주파수와 베이스의 레벨을 조절할 수 있을 뿐아니라 리스닝 룸의 크기와 환경에 따라 저역 공진의 특성을 바꾸어 주는 Q 팩터를 조절할 수가 있다.

그리폰에서 기본 설정해놓은 Q 팩터들을 변경해보면 음의 변화가 상당히 크다. 기준 포지션에서는 바삭바삭하고 골격만 남았던 낮은 저역이 4번으로 바꾸자 스케일에 여유가 생기고 양감이 충분해져서 넉넉하고 포근한 느낌이 되었다.

대범하고 힘이 넘친다. 심지어 심벌즈와 브러시와 같은 높은 고역에서도 힘이 느껴질 정도. 높이까지 포함하여 무척 넓게 펼쳐지는 음장을 가진 [초우]. 시청할 때 적었던 메모를 보니 엔리코 라바에서도 그리고 핑크플로이드에서도 입체감, 스케일, 파노라마와 같은 비슷한 단어들이 중복되어 있다.

스트라빈스키에서는 섬세함과 강인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훌륭한 소리. 다이내믹레인지는 이 스피커의 가격만큼이나 비교 스피커들이 따라 오기 어려울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스피커를 울리는 것은 역시 그리폰의 간판 프리와 파워 앰프였으니. 덴마크의 그리폰 본사에서는 이 조합으로 튜닝했을 것이 아닌가? 더구나 파워 앰프를 내장한 것을 생각하면 이 스피커만 바이 앰핑이라는 특혜를 받고 있으니까.

자 . 이것이 과연 공평한 게임인가 . 미라지는 최근 출시된 제품 가운데 최상의 프리앰프 가운데 하나인 그리폰의 역작이다 . 안틸레온 시그너처 역시 그리폰의 입증된 기술의 총집합체이다 . 거기에 그리폰의 거함인 트라이던트 스피커가 연결된다 . 어쨋거나 상관없다 . 리뷰어는 즐겁기만 하다 . 과연 어떤 음악이 연출될 것인가 .

피곤한 시청의 막마지에 이르렀지만 분위기는 최고다 . 그리폰은 트라이던트의 상위기종으로 포세이돈을 가지고 있다 . 하지만 포세이돈과 같은 시스템을 소화 할 만한 애호가가 그리 많을 것 같지는 않다 . 트라이던트는 외양의 독특한 그릴디자인 만큼이나 내적인 디자인 혁신으로 가득 차 있다 .

그중의 압권이 원격조정 가능한 베이스의 댐핑과 게인에 있다 . 내부에 베이스 전용앰프를 내장하고 있는 트라이던트는 부속되는 시스템에 따라 베이스의 양감을 조정해야만 한다 . 실제로 리뷰도중에 몇차례의 조정을 거치며 리뷰를 마치게 되었는데 , 사용자에게 유보한 이와같은 베이스의 조정은 약이 될 수도 또는 독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라 생각된다 .

모짜르트 소나타의 바이얼린 질감은 단연 돋보이는 부분이다 . 단지 피아노의 컬러가 다소 애매해 지는 양상이다 . 리뷰어의 제안으로 저역의 조정이 시작되었다 . 저역의 Q 값과 레벨을 조정할 때 마다 하스킬의 피아노는 아주 다른 인상을 보여 주었다 . 나윤선의 보컬은 최고의 홀로그램을 보여준다 . 저역의 조정이 좀 더 필요한 듯 베이스의 단단함이 아직 충분치 않은 느낌이 든다 .

어느정도의 시행착오 이후 핑크플로이드를 들을 무렵 비로소 정위감속에서 불쑥 나타나는 어쿠스틱 기타의 액센트가 재생되기 시작했다 . 다이나믹과 열정이 두드러진다 . 효과적인 에너지의 콘트롤이 이루어 진다 . 엔리코 나바의 유려하고 광채나는 플레이가 재현된다 . . 과연 현대적 스피커의 방향을 제시하는 듯 하다 .

악기별 음색이 확실히 차별화되고 브러시로 심벌즈를 타격하는 연속음이 인상적이다 . 스트라빈스키는 전대역에 걸쳐서 스피드와 밸런스가 유지된다 . 넓어지는 스테이지에 스케일감이 더해진다 . 관악에서 현악으로 연결되는 전개가 자연스럽다 . 팀파니의 타격음이 사실적이고 더군다나 목관악기의 연주가 전혀 자극적이지 않고 아름답게 이어진다 .

아름답고 웅장한 디자인과 걸맞는 사운드의 세계는 경이롭다 . 하지만 가격과 요구되는 시스템의 단위도 만만치 않다 . 시청기기의 조합과 같이 순정 그리폰의 플래그쉽으로 이루어진 시스템을 매일 즐길 수 있다면 그와 걸맞는 성공적인 인생을 즐기는 사람일 것 같은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