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B의 미래를 노래하는 산뜻한 관능미
이제는 WE 300B도 더 이상 극소수의 웨스턴 일렉트릭 애호가들의 전유물은 아닌 것 같다. 워낙 귀한 물건이었던 까닭에 부르는 게 값이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최근 워낙 다양한 회사에서 다양한 가격의 대의 제품들을 내 놓으면서 국내외의 자작파 애호가들까지도 큰 부담을 느끼지 않고 앰프 제작에 도전하는 출력관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 바로 300B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중화의 이면에는 1980년대 중반 이후 신도 랩·캐리·맨리, 최근에는 케인·멜로디·다레드, 국내에서는 현대 사운드·오디오 갤러리 등과 같은 회사들이 내 놓은 다양한 형식·가격대의 300B 앰프들이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이들 회사가 꾸준히 진행해 온 재평가 작업이 300B 대중화의 실질 토대를 제공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웨스턴 일렉트릭 애호가의 입장에서 보면 그리 달갑지 않겠지만, 이러한 현상은 소수의 애호가를 위한 특별한 출력관에서 벗어나 300B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300B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서 긍정할 만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300B의 저변을 넓히기란 그리 쉽지 않은 일처럼 보인다.
푸시풀 구동 방식으로 수십 와트 이상의 출력을 이끌어 내는 KT88이나 EL34 등과 비교해 보면, 싱글 구동에서 8와트, 푸시풀 구동에서 20와트 정도의 출력을 이끌어 내는 300B로는 현재의 음향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태생의 한계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1990년대 이후 등장한 상당수의 300B 앰프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들 앰프는 음악을 차분한 표정으로 포착하는 정연한 대역 밸런스, 반드러운 색채 표현, 유려한 선율선 등을 연출하지만, 300B의 특성과 장점을 극대화하는 설계자의 통찰력과 기술력을 보여 주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이들 앰프에서 이러한 문제점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은 역시 대편성 음악 재생이라고 할 수 있다. 대편성 음악 재생에 필요한 장대한 스케일·다이내믹 레인지·안정성 등을 제대로 이끌어 내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그 결과 300B는 실내악 같은 음악에서는 발군의 능력을 발휘하지만, 대편성 음악에는 적합하지 않는 출력관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이 보통이다. 이럴 때 음악성은 뛰어나지만 출력이 부족한 출력관, 고효율 빈티지 스피커에서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발군의 능력을 발휘하지만, 저효율 현대 스피커를 구동하기 힘든 출력관 등과 같은 300B에 대한 고정관념이 형성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 앰프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은 자연스러운 발성의 결여라고 할 수 있는데, 300B의 특성을 떠올린다면, 이것은 그리 좋은 소식이라고 할 수 없다. 자발성이 흘러넘치는 유려한 선율선, 관능미 넘치는 화려한 음색, 유연한 다이내믹, 여유 있는 템포 등을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300B 특유의 음향은 모두 자연스러운 발성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극적인 발성과 정갈한 음향 이미지를 결합하고 있는 이들 앰프가 300B의 전모를 제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하기는 힘들 것 같다. 그러나 300B가 당면한 진정한 과제는 21세기 음향 환경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SACD와 같은 차세대의 초고해상도 매체를 상대해야 하는 것 외에도,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장대한 스케일, 강력한 다이내믹 레인지, 정교함과 섬세함을 아우르는 세련된 선율미, 탐미적인 음색 등을 ‘사진의 리얼리티’로 연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최근의 하이엔드 음향 환경에 대응해야 하는 과제는 300B가 극복하기 쉽지 않은 장벽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난 반세기 동안 300B의 독보적인 영역이었던 아날로그 재생 영역 또한 그리 녹록하지 않다는 점 또한 300B 앰프 설계자들이 반드시 극복해야 할 도전 과제이다. EMT·개라드·토렌스 등으로 대변되는 기존의 아날로그 음향 전통과는 시각과 차원을 완전히 달리하는 새로운 음향을 추구하는 슈퍼 하이엔드 플레이어들이 등장하면서 아날로그 음향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이전 세대의 플레이어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경이로운 SN비, 레드북 CD 재생에 근접하는 고해상도, 육중함과 절제력을 겸비한 저음역, 장쾌함과 명쾌함을 겸비한 강력한 다이내믹 등을 구현하고 있는 최근 하이엔드 아날로그 플레이어 시스템들이 연출하는 음향은 300B의 스펙으로 감당하기란 그 자체로서 무리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주장은 사실일까? 다이내믹 레인지에 초점을 맞추어 보면, 정밀 복원 및 음향 조정 작업을 제대로 거친 오리지널 웨스턴 일렉트릭 91B 시스템이 이끌어 내는 음향을 경험해 본 애호가들이라면, ‘그게 대체 무슨 말이냐? 출력 8와트는 그야말로 수치에 불과하다’면서 펄쩍 뛸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음향의 구도 설정과 시스템 구성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웨스턴 일렉트릭 사운드’의 계승을 기치로 내걸고 있는 신도 랩 같은 회사에서 내 놓는 300B 싱글 파워 앰프를 제대로 구동해 본 애호가들 또한 이들과 같은 입장에 설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필자의 입장은 어떠한가?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쯤 세 세트 이상의 오리지널 91B 시스템의 복원과 튜닝 작업에 참여했던 경험을 떠올려 보면, 필자 또한 이러한 입장에 동조할 수밖에 없다. 당시 필자가 경험한 오리지널 300B 싱글 앰프 시스템은 베테랑 애호가들조차 감당하기 힘든 엄청난 스케일과 강력한 다이내믹 레인지를 자랑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탄노이의 모니터 실버와 레드, 클랑필름의 비오노르 등과 같은 빈티지 스피커와 조합한 오리지널 91B 시스템에서 필자는 웨스턴 일렉트릭 극장 음향 특유의 자연스러운 발성을 바탕에 깔고 펼쳐지는, 광대무변한 음향 무대, 장쾌한 다이내믹, 자발성이 흘러넘치는 유연한 선율선, 화려함과 순수함 등이 혼연일체를 이룬 생생한 음향을 경험한 바 있다. 이처럼 생동감 넘치는 음향 조형 속에서 떠오르는 고혹적인 음색이며, 악기의 순수한 질감이라니… 들을 귀가 있어서 한 번이라도 그 음향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그처럼 화려한 음색, 그처럼 유려한 선율선, 그처럼 장쾌한 다이내믹 등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서론이 지나치게 길어진 것에 대하여 독자들의 양해를 구하고 싶다. 그러나 오해와 왜곡으로 점철되어 온 300B의 실상을 제대로 변호하자면, 이처럼 긴 사연을 풀어 놓는 것도 무가치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 동안 앰프 설계에서 음향을 결정하는 주요 측면들은 도외시한 채 300B 그 자체에만 주목하는 ‘진공관 맹신주의’는 더 말할 것도 없고, 300B 특유의 고혹적인 음색을 드러내는 데만 골몰할 뿐 음향의 기본을 무시하는, 차라리 고물이라고 하는 편이 좋을 법한 빈티지 300B 앰프, 그리고 300B의 특정 국면만을 강조하거나, 차라리 EL34라고 하는 편이 좋을 법한 소극적인 음향을 이끌어 내는 신형 300B 앰프들을 적지 않게 보아온 필자로서는 ‘그건 절대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를 토로할 기회가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에어 타이트의 ATC-2·ATM-300 앰프 세트는 지금까지 필자가 제기해 온, 300B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300B가 추구해야 할 미래에 대한 다양한 시사점을 제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시청을 진행하면서 필자가 오리지널 91B 시스템에서 경험한 바 있는 장대한 스케일과 폭발력을 어느 수준까지 이끌어 내는지 충분히 확인하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ATC-2·ATM-300 앰프 세트는 300B 특유의 자발성·관능미·순수함 등을 적확하게 살려내는 데 초점을 맞추면서, 그와 동시에 웨스턴 일렉트릭 사운드와 현대 음향 사이의 접점을 찾고자 하는 치열한 도전 정신을 보여 주고 있었던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ATC-2·ATM-300 앰프 세트는 현대 음향이 추구하는 정교함·투명함 등을 웨스턴 일렉트릭 사운드 특유의 자연스러움 속에 깔끔하게 용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하면 좋을 것 같다. 한편으로는 웨스턴 일렉트릭 사운드 특유의 자연스러운 발성·화사한 색채 표현·유연한 다이내믹 등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깔끔한 선율미·명쾌한 다이내믹·정갈한 색채 표현 등을 살려내고자 하는 도전 정신을 ATC-2·ATM-300 앰프 세트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ATC-2·ATM-300 앰프 세트에서 필자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바로 300B 특유의 자유분방함과 화려함을 적절히 통제하는 탐미적 음향 조형이다. 린데만의 820 플레이어와 소너스 파베르의 스트라디바리 오마주 등과 조합한 시스템에서 이들 앰프는 아주 신중한 태도로 일본 오디오 특유의 탐미주의 시선 속에 300B 특유의 화사한 색채 표현을 용해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명도와 채도가 높은 색채 표현을 강조하는 소너스 파베르 특유의 음향 특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힘들지만, 린데만·에어 타이트·소너스 파베르 조합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어디 한 점 군더더기도 찾아볼 수 없는 정갈하면서도 산뜻한 음향의 풍경이었다. 이러한 면모는 일본 BMG의 SACD 버전과 오리지널 레드북 CD 버전으로 준비한, 귄터 반트가 지휘하는 베토벤의 제1번 교향곡을 비교 시청하는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차세대 포맷에 대한 적응력을 확인하기 위하여 시청한 SACD 버전에서 ATC-2·ATM-300 앰프 세트는 레드북 CD에 비하여 한층 향상된 해상도를 전혀 훼손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따로 있었다. 그것은 해상도가 높아질 때 나타나기 쉬운 특성 중심의 음향에 적절히 온기를 불어 넣음으로써 화려함을 화사함으로 바꾸어 버리는 마술 같은 능력을 이들 앰프가 보여 주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럴 때 고음역의 화려함을 강조하는 에소테릭 복각 음향에 자연스러운 공간감과 생동감 넘치는 음악의 표정이 가미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누가 뭐라고 해도 SACD 버전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바로 음향 무대의 규모와 다이내믹 레인지였다. 과연 ATC-2·ATM-300 앰프 세트는 채널당 8와트라는 낮은 출력을 극복하고 반트의 베토벤에 담겨 있는 폭발력을 제대로 소화해 낼 수 있을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이들 앰프는 저음역의 중량감이 다소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반트가 지휘하는 베토벤에 담긴 폭발력을 별 무리 없이 연출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8와트라는 출력이 수치에 불과하다는 것을 재차 확인하는 순간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이 앰프 세트의 진가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던 음반은 바로 레드북 CD 버전이었다. 오리지널 PCM 녹음을 플레이어에 올리자 ATC-2·ATM-300 앰프 세트는 우아한 색채 표현, 매듭과 풀림이 자연스럽게 교차하는 선율선, 어디 한 점 과부족을 느낄 수 없는 정연한 다이내믹, 중량감과 확산감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자연스러운 저음역 등을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산뜻한 음향을 연출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또 하나! 전 대역에 걸쳐 텍스추어가 한층 두터워지는 모습도 함께 관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 음반을 비교 시청하는 과정에서 한층 더 궁금해지는 대목은 바로 ATC-2·ATM-300 앰프 세트가 연출하는 다이내믹 레인지였다. 그것은 이들 앰프 세트가 91B 시스템 수준의 장대한 음향 무대와 장쾌한 폭발력 등을 제대로 소화해 낼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라고 해도 좋으리라. 이러한 의문은 길버트 카플란이 빈 필하모닉을 지휘한 말러의 제2번 교향곡 녹음(DG)이 풀어 주었다.
이 음반에서 이들 앰프는 빈 필하모닉 특유의 고혹적이면서 광채가 번뜩이는 음색을 능소능대하게 펼쳐 보이는 장관을 연출했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말러의 교향악을 실감나게 연출하는 데 필요한 음향 무대와 다이내믹 레인지를 연출하기에는 힘이 부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필자의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그렇다면 여기서 멈추고 말 것인가? 그렇지는 않았다. 음향 그 자체를 냉정하게 분석해 보면, ATC-2·ATM-300 앰프 세트는 말러의 교향악을 재생하는 데 필요한 다이내믹 레인지, 중량감, 스케일 등을 연출하는 데서 약점을 드러내고 있지만, 음악 그 자체에 주목해 보면, 음향에 실리는 무게가 다소 가볍다는 점만 제외한다면, 이들 가운데 어느 대목 하나 소홀히 표현하지 않고, 어느 대목 하나 부족함이 없는 확고하고 안정된 음향을 연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ATC-2·ATM-300 앰프 세트가 독특한 표정으로 연출하는 장대함이란 차라리 마술 같은 것이라고 해야 할 것 같았다. 존재하지 않는 것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암시하는 능력을 ATC-2·ATM-300 앰프 세트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능력은 대체 무엇이며,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이 현상은 개별 악기의 음색과 질감을 적확하게 표현하는 마이크로다이내믹과 음악 전체를 지배하는 매크로다이내믹 사이의 완벽한 조화와 균형이 이루어졌을 경우 경험할 수 있다. 악음의 몸체·선율선의 흐름·다이내믹 등이 혼연일체를 이루면서 한 악기의 음색을 적확하게 표현하는 미시구도와 스케일·대역 밸런스·다이내믹 레인지·텍스추어 등과 같이 음악 전체를 온전하게 음향으로 표현할 수 있는 거시구도 사이의 유기적 통합이 이루어진다면, 음향 자체의 통일성과 집중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면서 오디오 시스템의 물리 특성 그 자체를 뛰어넘는 표현력을 이끌어 내는 음향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현상은 단순한 눈속임이나 암시 능력을 뛰어넘는 표현력 또는 음악성의 차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상의 내용을 요약하면 ATC-2·ATM-300 앰프 세트는 개별 악음을 실감나게 연출하는 미시구도의 표현력은 대단히 뛰어나지만, 거시구도의 표현력에서 다소 약점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현재 이들 앰프가 소너스 파베르의 대형 기종인 스트라디바리 오마주를 구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채널당 싱글 출력 8와트로 대형 플로어형 스피커를 구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적어도 ATC-2·ATM-300 앰프 세트를 제대로 경험해 본 애호가라면, 300B의 출력을 함부로 문제 삼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수백 또는 수천 와트에 달하는 출력을 이끌어 내는 트랜지스터 앰프로 연출하는, 영화관 수준의 음향을 원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ATC-2·ATM-300 앰프 세트·스트라디바리 오마주 조합이 연출하는 음향은 실내악에서 시작하여 4관 편성의 관현악 작품까지 감상하는 데 별 무리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또 하나! ATM-300 파워 앰프는 상부 패널에 있는 회전 손잡이를 사용하여 피드백의 양을 조절하여, 텍스추어의 두께, 전체적인 해상도, 음색의 명도, 대역 밸런스 등과 같은 음향 등을 미세 조정할 수 있다. 이 손잡이를 활용하면 텍스추어의 두께를 조절할 수 있는데, 여기서 주의할 것은 텍스추어가 두터워지면 해상도가 다소 떨어지고, 얇아지면 해상도가 향상되는 모습을 보여 준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럴 때 음향 자체에 실리는 무게가 달라지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이 앰프의 사용자는 이 손잡이를 적극 활용하여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향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러한 보정 기능을 대편성 음악 재생에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대로 이들 앰프 세트의 가장 큰 매력은 개별 악음을 산뜻하면서도 깔끔하게, 그러나 깊이를 잃지 않는 음색으로 연출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필자는 피셔-디스카우와 브렌델이 녹음한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필립스)와 필라델피아·클리블랜드·시카고 브라스 앙상블이 연주한 조반니 가브리엘리(1554/57경~1612)의 ‘제12선법에 의한 8성 칸초나’(Canzon septimi toni) 제2번(소니 MHK 62353, 모노) 등의 음반을 시청했다. 이들 가운데 ‘겨울 나그네’부터 살펴보면, 시청 당시 필자는 다음과 같은 메모를 남겨 놓았다. ‘피아노 반주의 두터움이나 장중함은 잘 살아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처럼 산뜻한 음색은 300B 아니고서는 이끌어 내기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피셔-디스카우의 음성이 대단히 아름다운 음색으로 떠오른다. 음성에 힘이 실려 있다. 그러면서도 섬세하고 생생하다. 그리고 음색의 깊이도 상당히 좋다. 300B의 고색창연함에 현대적 세련미를 가미한 음향에 주목해야 할 앰프라는 생각이 든다. 음향의 안정감 또한 대단히 훌륭하다. 중음역을 중심으로 한 표현력이 좋다. 이럴 때 피셔-디스카우의 공명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 음향의 몸체와 윤곽이 또렷하다. 그러나 음향의 이탈감, 사뿐함 등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다음으로 금관 앙상블 작품인 가브리엘리의 ‘제12선법에 의한 8성 칸초나’는 어떠한가? 시청 당시 필자가 남긴 메모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다.
‘금관의 순수한 음색! 그리고 낙차가 분명한 마이크로다이내믹에 주목할 것!! 금관 특유의 화려함, 직선성, 음색의 일체감과 조화, 선율선의 조화 등이 모두 훌륭하다. 고품격의 세련미를 연출하는 앰프!!!’ ATC-2·ATM-300 앰프 세트가 연출하는 음향에 대한 설명으로는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이상의 내용을 요약하면, ATC-2·ATM-300 앰프 세트는 300B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에 깔고, 감각의 세계를 다루는 데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일본 민족 특유의 감수성을 동원하여, 300B 특유의 관능미 넘치는 자연스러움을 현대적 음향으로 해석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하면 좋을 것 같다. 한편으로는 웨스턴 일렉트릭 91B 시스템에서 볼 수 있었던, 자연스러운 발성에 기초를 둔 관능미 넘치는 음색 속에 현대 음향이 추구하는, 투명함과 미려함을 깔끔하게 통합하는 세련미를 용해하는 데 초점을 맞춘 음향을 추구하는 앰프 세트가 ATC-2·ATM-300인 것이다.
이렇게 보면 에어 타이트가 추구하는 음향은 300B의 과거와 미래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할 만하다. 자연스럽지만 절제할 줄 아는 미덕을 갖춘 앰프 세트. 장대함과 폭발력을 자랑하지 않으면서도 실제 음향보다 더 큰 세계를 암시할 줄 아는 음악성을 갖춘 앰프 세트… 바로 이것이 ATC-2·ATM-300 앰프 세트가 전하고자 하는, 300B의 미래를 위한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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