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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C SCM 40
오디오적인 쾌감은 여전, 뉘앙스는 전작보다 뛰어나

신우진

ATC의 리뷰를 할 때마다, 나는 꼭 하는 말이 있다.

2000년 전후, ATC는 엄청난 대중적 인기로 오디오 업계를 완전히 ATC 독재 상태로 몰고 간 스피커로, 다양한 오디오의 매력을 획일화시켜 버렸다. 저음부터 고음은 플랫해야만 하고, 저역은 잔향 하나 없이 딴딴해야만 했다. 음악성에 넘치는 전통적인 스피커들이 착색이 심한 화장빨로 매도되면서 모니터적인 성향을 가진 그런 음색이 척도가 되던 시절, 그 첨병에 바로 ATC가 있었다.

하이파이클럽과 같은 인터넷 컨텐츠가 확산되기 이전, 하이텔이나 천리안의 PC통신의 동호회 회원이라면 그 인기도를 기억할 것이다. 마치 누가 더 ATC를 잘 울리는가를 논의하기 위한 모임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왜 이렇게 인기가 있었던 것일까?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모니터 스피커의 특징에 대해 살펴보면 추정할 수 있다. 녹음이 정확히 되었는지, 즉 잡음이 들어간 것은 아닌지 스테레오 분리는 확실히 되었는지 각 악기의 대역 밸런스는 잘 맞았는지 등등 세밀한 부분까지 체크해야 하는 것이 스튜디오 모니터의 임무다. 이러한 특징은 하이엔드의 특징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 핀포인트를 내기가 쉽고 해상도가 뛰어나며, 착색이 없고 광대역에서 플랫하다.

ATC가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 가장 선호되는 스튜디오 모니터 스피커라는 점에서 하이엔드 특성을 원하는 애호가에게 매력적인 대상이었고, 그것은 강한 시장 지배력과 인기도로 나타났다. 이후 하이엔드 스피커의 음의 척도가 되어 많은 유사한 음색의 스피커들이 발매되었다.

하지만 이런 특성이 음악의 전부는 아니다. 모니터링 스피커의 음색은 업무용으로 장시간 청취시 편안하게 음악에 빠져들게 하지 않는다. 음악이 들려주는 절묘한 감정의 표현, 스피커가 가지는 그러한 표현의 해석 같은 매력적인 부분이 없다.

게다가 녹음 상태가 안 좋다면 그 단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서, 시게티의 절묘한 바이올린이나 페나리오의 멋진 피아노 소리를 들려주기보다 당시 열악했던 녹음 환경을 보여준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 이것을 제대로 울리기 위해서는 스피커 값의 배가 되는 앰프로도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이런 등의 이유로 필자는 ATC가 싫었다. 이것이 내가 ATC를 리뷰할 때 꼭 말하는 두 번째 말이다.

최근 ATC가 비교적 오랜 침묵을 깨고 새로운 모델로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주로 대형기 위주로 마케팅을 하면서 외관에 신경을 쓰고, 가정용과 업무용을 확실히 분리하면서 비업무용 스피커 개발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ATC SCM 40은 이러한 홈용 스피커의 라인업의 엔트리 시리즈 중 최상위에 해당하는 모델이다. 이 라인업에는 이전에 SCM 35란 모델이 있었고, 사실 큰 인기가 없다가 최근 개량하여 SCM 40으로 발매되었다.

가격은 약간 올라갔지만 ATC의 스피커, 그것도 3웨이 모델이라는 점에서 가격이 매력적이다. 이전 모델과 외관상 전면 배플이 변경되었고, 개량된 미드레인지 돔의 재생 대역을 더 많이 부여하였다. 사실 ATC 사용자의 대다수가 2웨이 스피커를 사용하지만 ATC의 매력적인 특색을 가장 잘 표현하는 대표적인 유닛이 바로 대형 미드레인지 돔으로, ATC의 돔은 여타 하이엔드 모니터 스피커에서 채용된 바도 있다. SCM 40은 ATC의 미드레인지 돔을 달고 있는 모델 중 가장 저가이고 또한 상급기와 가격 차이를 생각해본다면 본다면 더더욱 매력적인 모델이다.

그렇다면 들려주는 소리는 어떠한가? 하이파이클럽 시청실의 우수한 청취 환경과 막강한 라인업의 지원을 받으면서 들려준 ATC SCM 40의 소리는 한마디로 훌륭했다. 게다가 최근 소개된 마법의 종까지 가세하여 너무나도 좋은 시청 환경이 공정한 리뷰를 방해한 것은 사실이다(어떤 면에서는 얼마 전 리뷰한 SCM 50보다도 더 좋았다).

처음에 뽑아든 <Vivaldi, Il Furioso>(naive)의 정열적인 연주는 SCM 40의 매력을 가장 잘 표현해준다. 적당한 규모의 오케스트레이션과 깔끔한 녹음, 격정적인 표현의 다이내믹이 ATC 스피커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공을 들인 녹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모니터적인 특성을 느끼게 한다. 이전 모델에 비해 최근 나오는 ATC가 그러하듯, 이 모델도 음의 경향이 상당히 밝아졌다.

다소 어둡던 음색이 일 년여 전 신모델이 나오면서 싹 바뀌었다. 상급 모델의 트위터와는 차이가 있지만 전혀 처지지 않는 해상도를 보여주면서 고역을 화려하게 표현한다. 중음역은 앞서 말했듯 정말 매력적으로 상급 라인의 SCM 20의 2웨이 형보다 오히려 이것이 더 나은 게 아닐까 생각을 했다. 비록 저가형 모델에 달린미드레인지 돔이지만 상급기와 같은 크기의 75mm 소프트 돔에서 ATC의 매력이 여지없이 나온다.

소프라노의 음색이 살아 있고, 비교적 ATC에서 만족스런 결과를 내지 못하였던 베니 카터의 화려한 관악기의 울림도 멋지게 표현한다. 이전의 무기질적인 딱딱한 ATC와는 다르다. 필자가 가장 싫어했던 ATC의 특성이 새로운 모델이 되면서 모두 바뀌었다. SCM 40이 이리 훌륭하다면 상급기를 쓸 필요가 없을까? 당연히 그렇지는 않다. 필자가 듣기에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저역에서 차이가 난다.

상급 라인과는 스케일 면에서 그리고 반응 속도 면에서 차이가 난다. 아마 ATC를 구매하는 사람의 대부분이 이처럼 한없이 내려가는 저역과 냉정할 정도로 제동이 잘되는 저음의 시원시원함일 것이다. 사실 이같은 매력은 상급기와는 차이가 난다. 하지만 저역이 부실하다고 생각하는 오해는 없으시기를 바란다. 동 가격대의 스피커와 비교한다면 역시 누가 뭐래도 ATC의 혈통답게 이 가격에서의 저역의 조음 능력이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이것을 받쳐 주기 위해서 필요한 앰프는 만만치가 않다. 시청에 사용된 앰프가 100와트 급으로 볼륨을 거의 최대로 울려도 음량이 크다는 느낌이 안들 정도이고, 사용된 앰프의 퀄리티를 볼 때, 일반적으로 200와트 이상의 강한 드라이빙 능력이 있는 앰프가 필요로 하리라 본다.

비교적 싼 가격에 구할 수 있는 고품질의 스피커지만, 쉽고 싸게 울릴 수는 없어 보인다. 물론 이전의 모델보다 훨씬 수월해졌지만, ATC다운 약점은 존재한다. 또 하나는 녹음에 문제가 있는 소스는 여지없이 표현하는 특성 역시 가지고 있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오르페우스 체임버의 소규모 심포니 모음집을 들으면서 이 음반이 이렇게 노이즈가 많았던가 하고 새삼 느꼈다.

오디오적인 쾌감을 느끼게 해주는 스피커로는 가장 저가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가격대 성능비가 높고, 이전 모델과 다른 음악적인 감성을 가지고 2웨이 모델과는 차별화되는 75mm의 매력적인 미드레인지 돔이 만들어 내는 중음역도 뛰어나다. 가장 뛰어난 모니터링 스피커로 엔지니어의 선택을 받아온 ATC, 홈오디오 시장에서도 오디오 애호가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듯하다. 비록 엔트리 시리즈의 모델이지만 ATC SCM 40은 ATC의 매력을 모두 담고 있는 매력적인 스피커임에 틀림없고, 하이엔드 입문자에게 특히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