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탈 드라이버로 무장한 엘락의 새로운 도전
엘락 스피커는 비교적 필자와 인연이 깊은 편이다. 의외로 여러 번 리뷰를 했을 뿐 아니라, 해외 오디오 쇼에서도 자주 만난 편이다. 제트 트위터(Jet Tweeter)라는 독자적인 유닛을 통해 개방감이 넘치는 신선한 사운드는, 특유의 빠른 스피드와 겹쳐져 매우 상쾌한 기분을 전해준다.
요즘의 복잡한 편성과 다양한 이펙트가 가미된 녹음에서 특히 빛을 발해, 어떤 소스도 남김없이 분해하는 능력에는 과연 탄복할 만하다. 그러므로 이번 인터뷰는 그간 자료와 음으로만 대했던 엘락에 대해 보다 깊이 알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며, 이를 통해 엘락이 갖고 있는 높은 기술적 솔루션에 주목해도 좋을 것 같다.
참고로 이번에 만난 올리버 존(Oliver John)이라는 인물은 엘락의 수석 마케팅 담당이다. 독일인이면서 존이라는 성을 갖고 있는 것이 희한했지만, 가만히 보니 현재 엘락을 주재하고 있는 볼프강 존(Wolfgang John)의 이름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만일 이들이 부자지간이면, 오디오 관계자로서는 최고의 행운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직접 오디오를 제작하는 부친을 두고,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세일즈를 하니 말이다.
인터뷰어: 이종학
인터뷰이: 올리버 존
-우선 잠깐 본인 소개를 해주실까요?
OJ : 짐작했겠지만, 저는 현재 엘락의 대표인 볼프강 존의 아들입니다. 당연히 일찍부터 엘락에 관여할 수 있었죠. 열 다섯살 이후에는 매번 여름 방학 때마다 아르바이트의 명목으로 엘락의 공장에서 일했습니다. 어셈블리 라인에 서기도 했고, PCB 기판에 납땜을 한 일도 있었죠. 대학에서는 경제학을 전공했습니다만, 졸업 즈음에 엘락에서 제안을 하더군요. 당시 수출 업무는 전적으로 부친이 도맡아 했으므로, 마케팅과 관련된 일에 제가 관여할 부분이 있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자랑 같지만, 제가 참여한 이후 전체 그로스는 늘면서도 특히 해외 부문이 크게 성장했습니다. 이전에는 전체 물량의 20~25%를 수출했다면, 지금은 약 45% 정도 됩니다. 저는 전문 엔지니어는 아니지만, 계속 배워가며 이쪽 일을 할 생각입니다.
-오디오 회사를 이끄는 분을 부친으로 뒀다는 것은 어쨌건 이쪽 분야에서 큰 행운이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무척 부럽군요. 그럼 잠깐 부친과 엘락의 관계에 대해 소개해주실까요?
OJ : 저희 부친은 대학에서 이공 계통을 전공했습니다. 엔지니어 출신인 셈이죠. 하지만 졸업 후에는 AKG라는 음향 회사에서 마케터로 일합니다. 잘 알겠지만, 이 회사는 해드폰, 마이크 등을 만드는 곳이죠. 오스트리아, 독일, 스위스 등을 담당하면서 영업을 하던 중, 자신만의 비즈니스를 해야겠다는 일념 하에 독립을 하게 됩니다. 이후 오디오 딜러를 하게 되죠. 당시 그는 두 명의 동업자와 함께 일했는데, 그때 취급하던 브랜드가 엘락이었습니다. 원래 엘락은 1926년에 창업한 회사로, 이 분야에 꽤 잔뼈가 굵죠. 처음에는 에코 사운드나 소나 시스템 등 음향 관련 일을 하다가 1948년부터 턴테이블을 생산, 본격적인 하이파이 업체로 발돋음합니다. 특히 57년에 개발한 MM 타입의 스테레오 픽업은 특허를 받을 만큼 선진적인 발상을 했죠. 하지만 1981년에 재정적인 문제에 봉착하자 부친이 파트너들을 설득해서 매입하기에 이른 겁니다.
-현재 엘락에선 턴테이블이나 카트리지에 관련한 상품이 없습니다. 오히려 매입 전에는 취급하지 않던 스피커를 전문으로 만드는 회사가 되었습니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OJ : 말씀드렸지만, 저희 부친은 엔지니어 출신입니다. 그러므로 직접 뭔가를 만들어보고 싶어했습니다. 카트리지난 턴테이블은 오디오로 치면 입구에 해당합니다. 그럼 반대로 출구를 만들어보자,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죠. 마침 휘하에 좋은 엔지니어들도 있었으므로, 스피커를 제작하기로 결정합니다. 단, 유닛부터 자체 조달하는 것으로 목표를 삼았습니다. 그 이후, 제트 트위터, 알루미늄 샌드위치 유닛 등 저희의 독자적인 컨셉의 드라이버들이 나오게 된 것이죠.
-그럼 제트 트위터부터 중요한 유닛들을 하나하나 살펴볼까요?
OJ : 처음 이 트위터의 이론을 제창한 분은 닥터 하일 오스카(Dr. Heil Oscar)라는 분입니다. 그래서 “하일 에어모션 트랜스포머”(Heil Airmotion Transformer)라고 부르죠. 이 유닛의 원리는 아코디언을 생각하면 간단합니다. 일종의 주름을 만들어서 이를 통해 공기를 진동시키는 것이니까요. 위 아래에 자석이 있고, 그 내부에 주름진 멤브레인이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단, 닥터 하일이 70년대에 구상한 것은 너무 크고 왜곡이 많아서 상용화시킬 수 없었습니다. 이를 개량하고 또 사이즈도 줄여서 지금에 이른 것이죠. 이 트위터의 장점은, 이렇게 주름진 유닛을 쫙 펼칠 경우, 그 면적이 일반 돔이나 포일보다 훨씬 넓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50KHz 이상 뻗기 때문에 SACD나 LP와 같은 포맷에 대응할 수 있죠
-아코디언을 연상하니 얼른 이해가 됩니다. 일반 유닛은 보이스 코일쪽에 자석을 대는데, 이 유닛은 위 아래에 자석을 대고 그 안에 멤브레인이 있는, 일종의 샌드위치 구조군요. 그럼 이와 구조가 다른 4PI 트위터는 어떻습니까? (여기서 4PI는 “포파이”라고 읽는다)
OJ : 이 유닛은 1985년에 처음 개발했는데, 간단하게 말해 360도 전방향으로 음을 내는 구조입니다. “ㄷ”자형의 구조를 가진 자석이 서로 등을 맞대고, 앞의 벌어진 틈에 멤브레인이 둥글게 펼쳐져 있다고 보면 됩니다. 일종의 알루미늄 리본 방식인데, 이 멤브레인이 펼쳐졌다 줄어들었다 하는 구조로 음을 사방에 냅니다. 단, 이 방식을 쓸 경우, 임피던스가 너무 낮아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무려 0.2 오옴까지 떨어지니까 앰프를 잡아먹기 십상이죠. 그래서 유닛 내부에 트랜스포머를 써서 일종의 승압을 합니다. 그 결과, 4오옴의 정상적인 수치를 갖게 되는 것이죠. 이 제품은 현재 609 시리즈에 사용하고 있고 또 단품으로도 판매하는데, 일본, 대만, 홍콩 등에서 무척 인기가 높아 저희가 만드는 물량의 80%를 소화하고 있습니다. 수퍼 트위터로 사용하는 것이죠. 일반 스피커에 얼마든지 위화감 없이 붙일 수 있어서 애호가들이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현재는 뉴 네오디뮴 버전으로 발전해서 5dB 정도 효율이 좋아졌습니다. 당연히 50KHz 이상까지 커버합니다.
-두 개의 트위터를 알아봤으니, 이번에는 엘락이 자랑하는 X-제트라는 동축형 유닛을 살펴볼까요? 트위터와 미드레인지를 합친 구조인데, 참 재미있게 생겼습니다.
OJ : 이 유닛은 중앙에 동그란 제트 트위터가 있고, 그 주위를 역시 동그랗게 플랫 패널 미드레인지가 감싸고 있는 형식입니다. 그런데 이 유닛의 장점은, 다른 동축형에 비해 음을 내는 소스가 트위터, 미드레인지 모두 같은 선상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동축형은 트위터가 안쪽에 있고, 그 앞을 둥그렇게 미드레인지가 감싸는 방식이라, 서로 출발점이 다릅니다. 저희는 트위터와 미드레인지가 거의 같은 선상에 위치하고 있기에 훨씬 왜곡이 적고, 효과적인 타임 얼라인먼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제가 평을 쓰면서도 흥미를 느낀 것은, 609 시리즈의 트위터에 대한 부분입니다. 전술한 X-제트와 포파이가 함께 설치되어 있는데, 어찌 보면 두 개의 트위터가 공존하고 형국이거든요. 한데 뒤를 보니 이 부분을 조절할 수 있는 노브가 제공되고 있더군요. 대체 무슨 이유로 이런 방식을 제시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OJ : 609 시리즈의 뒷편을 보면, 크게 두 개의 노브가 제공되고 있습니다. 위에 있는 것이 트위터쪽이고, 밑에 있는 것이 미드레인지쪽입니다. 우선 트위터에 대해 말하면, 이것은 시청 환경, 말하자면 룸 어쿠스틱에 관계하고 있습니다. 음을 스트레이트하게 만드느냐 아니면 디테일을 중시하게 만드느냐는 전적으로 자신의 룸 환경에 맞게 잡아야 합니다. 이는 노브를 조절하면서 청감상의 느낌으로 만들어 가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미드레인지에 대해 말하면, 이것은 중역의 에너지를 조절하는 부분입니다. 중역에는 보컬이나 첼로와 같은 악기가 대응하는데, 이 음을 더 강하게 부각시키느냐 아니면 자연스럽게 다른 악기들에 녹아들게 하느냐는 것이죠. 전적으로 애호가들의 취향에 달린 문제라고 봅니다. 물론 이 부분을 조절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복잡하고 힘듭니다. 그래서 뭐라 단언하기 힘들지만, 조절하다보면 자신의 취향이나 감각에 맞는 음을 찾아내리라 봅니다.
-이번에는 240 시리즈에 대해 알아볼까요?
OJ : 이 시리즈는 약 1년전에 소개되었습니다. 숱한 저널과 오디오 페어에서 상을 수상한 데에서 알 수 있듯, 여태 저희가 만든 시리즈 중에서 가장 성공한 것입니다. 물론 이 시리즈 위로 300, 600 등의 시리즈가 있지만, 저희는 240 시리즈 또한 매우 뛰어난 성능과 퀄리티를 갖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이 시리즈는 두 개의 북셀프, 두 개의 플로워 스탠딩 그리고 한 개의 센터 스피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홈 씨어터에 대응하죠. 그러나 단품으로도 얼마든지 하이 파이 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시리즈에는 몇 가지 피니시 옵션이 있습니다. 체리, 모카, 블랙 등 기본 피니쉬 외에 자기가 원하는 색깔은 뭐든지 도장해줄 수 있습니다. 얼마 전에 우크라이나에 사는 분은 자신의 벤츠와 맞는 스페셜 골드를 지정하는가 하면, 딸에게 선물하기 위해 핑크색 마무리를 주문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물론 모두 제작해줬죠.
-240에는 크리스탈 드라이버 베이스가 들어갔는데, 이 부분이 궁금합니다.
OJ : 이 드라이버가 최근 우리의 기술이 총집결된 부분이라 할 만합니다. 저희 베이스 유닛들은 기본적으로 알루미늄으로 제작됩니다. 그러나 정확하게는 알루미늄과 페이퍼 두 종류의 재질을 합치시킨 것입니다. 여기엔 이유가 있습니다. 고역쪽으로 말하면 페이퍼의 대응이 뛰어나지만 좀 더 밑의 주파수 대역에선 팔랑팔랑 왜곡이 일어납니다. 알루미늄은 그 반대입니다. 그래서 서로의 장점을 보완해주고, 대역 전체의 왜곡을 줄인다는 의미에서 이 두 가지 재질을 샌드위치 시켜서 사용하는 것이죠. 이 구조를 좀 더 발전시켜 저희는 “AS-XR 테크놀로지”를 개발했습니다. 다시 말해 알루미늄 멤브레인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 것이죠. 또 이전 유닛은 보이스 코일이 페이퍼 부분에 닿아 작동한 데에 반해, 이번 유닛은 알루미늄 파트에 닿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피크나 딮이 훨씬 감소되었습니다. 거의 리니어한 반응을 얻을 수 있는 것이죠. 정확히는 종전의 것들이 2KHz 부근에서 갑자기 피크를 일으켜 뚝 떨어진 데에 반해, 이번 유닛은 4~5KHz까지도 평탄하게 대응하다가 완만하게 떨어집니다. 당연히 미드레인지와 연결 고리가 좋아지는 것이죠.
-그 외에 240 시리즈에서 자랑할 만한 것이 있습니까?
OJ : 여기 트위터 부분을 보세요. 동그랗게 스폰지로 앞부분을 감싸고 있습니다. 즉, 일종의 혼과 같은 효과를 보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될 경우, 사운드 스테이지는 약간 축소되지만 디테일이 증가합니다. 특히, 주변의 간섭이 심한 시청 환경일 경우, 이런 방식이 훨씬 유용하다고 봅니다. 포트도 밑과 뒤 두 군데에 설치했는데, 이 경우 뒷벽에 대한 부담에서 상당히 자유로워졌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좀 더 베이스가 정확해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올해 주목할 만한 신제품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OJ : 우선 BS 243 Limited Edition 을 들 수 있습니다. 작년 여름에 발표되었는데, 전세계 1,000조 한정 생산으로 제작되었습니다. 하이 글로스 체리 캐비넷에 크로스오버를 기존 243보다 훨씬 더 업그레이드했고, 내부 배선도 반덴헐의 스카이라인 하이브리드를 사용했습니다.(얼마 전에 반덴헐의 생일 파티에 참석했단다. 일흔이 넘은 양반이 아직도 정정해서 오디오계에선 화제라고 한다.) 또 ”FS 609 CE"도 들 수 있군요. 여기서 CE는 “크리스탈 에디션”입니다. 최근에 저희가 240 시리즈에 사용한 크리스탈 우퍼 드라이버를 장착하게 됩니다. 또 미드레인지의 형태도 바꿔서 좀 더 개선된 유닛이 사용될 것입니다. 앞으로 330 CE, 310 CE, 210 CE 등 계속해서 개량 버전이 나올 예정이니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카탈로그를 보니 작은 스피커가 하나 보이는군요. 이것은 대체 뭡니까?
OJ : 참, '3D 스피커'라는 것도 빼놓을 수 없군요. 이것은 하나의 인클로저에 3개의 트위터와 3개의 우퍼를 달아서 일종의 스테레오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만든 제품입다. 당연히 앰프가 내장된 액티브 방식이고, 블루투스에 대응하니 선이 없이 소스에서 나오는 신호에 대응합니다. 일종의 라이프스타일 솔루션이죠. 또 'Micro SUB 2010 BT' 도 있습니다. 도시락통만큼 작은 사이즈의 서브 우퍼인데, 겨우 2.5Cm짜리 유닛 두 개가 위 아래에 배치되지만, 그 음이 상당합니다. 물론 액티브 방식이죠. 여기에 새틀라이트형 스피커를 달면 작은 공간에서도 무리없이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일전에 베를린에서 열린 IFA에 갔더니 누가 마치 큐브 같다고 말해줘서, 아예 큐브 디자인을 채택한 것도 있습니다. 보면 참 흥미로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엘락에는 몇 명의 인원이 근무하는지 궁금합니다.
OJ : 저희 회사는 독일 북부의 키엘(Kiel)이라는 항구 도시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약 25만 정도의 인구가 사는 크지 않은 도시지만, 발틱해를 건너면 바로 덴마크를 만날 만큼, 북구와 면해 있는 환경 덕에 일찍부터 산업이 발달한 곳이죠. 여기에 커다란 3층 건물을 저희가 통째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공장에서는 약 30명 정도가 제조를 담당하고 있고, 사무실에는 약 20명 정도가 R&D나 마케팅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마케팅과 R&D 파트의 공조가 뛰어나서, 서로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함께 발전시키는 상황입니다. 이 덕분에 계속 신기술이 나오고 좋은 제품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희가 만드는 제트 트위터는 부메스터나 오디오벡터 등에서 따로 사갈 정도로 인기가 좋습니다. 최근에 부메스터는 130만 유로짜리 부가티 승용차의 카 오디오를 담당했는데, 당연히 여기에 제트 트위터가 부착되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저도 상당히 어깨가 으쓱해집니다.(웃음)
-제트 트위터는 일반인도 따로 살 수 있습니까?
OJ : 원칙적으로 업체에만 판매합니다. 제대로 스피커를 만들지 못하면 저희 유닛을 탓하기 때문에 아무에게나 팔지 않죠. 그러나 저와 친분을 맺게 된 이선생이라면 ...?
-고맙습니다.(웃음) 아무튼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줘서 감사합니다.
OJ : 감사합니다.
-llhtmll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