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N] DS로 새롭게 비상하는 린의 미래
린은 오디오뿐 아니라 CD도 만든다. 당연히 녹음에 신경을 쓴다. 이 회사의 CEO인 길래드 티펜브룬(Giland Tiefenbrun) 씨는 기본적으로 음악 애호가인 탓에, 자신의 레이블에서 녹음할 때 여간 신경 쓰는 게 아니다. 한번은 찰스 매케레스가 지휘하는 스코티쉬 챔버 오케스트라(이하 SCO)와 일하게 되어 녹음 현장에 갔다고 한다. 무려 40명이 넘는 단원이 연주하는 20여 분간의 세션을 혼자 들으면서, 이런 녹음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가 궁금증이 일었다.
일단 1악장이 끝난 뒤, 길래드를 위시한 SCO의 단원들 모두가 좁은 컨트롤 룸으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클라이맥스 DS를 비롯한 린 시스템이 설치되어 플레이백을 할 수 있었다. 잠시 후, 좀 전의 세션을 들은 단원들이 서로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 저기서 이렇게 연주하는 게 아냐, 맞아 여기서 약간 틀렸네…. 그 후 하나둘씩 무대로 갔다. 글래드는 왜 하나씩 단원들이 사라지는지 의아해서 지휘자에게 물었다.
“지금 내 나이 86세, 에너지가 거의 없는 상태요. 그러므로 일일이 단원들에게 잘못을 지적해줄 수 없죠. 다행히 클라이맥스가 있기 때문에 직접 그들이 듣고 확인하고 고치는 것이죠.”
아마 이때만큼 길래드가 오디오 산업에 종사하는 데에 뿌듯한 마음을 느낀 적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이번에 새로 한국에 론칭하면서, 길래드를 비롯 수석 기술 담당 샌디 콜빌(Sandy Calville)과 국제 마케팅 담당 로버트 웡(Robert Wong) 등 린의 핵심을 이루는 멤버들이 총출동했으므로, 자연스럽게 인터뷰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이하 린이라는 이름을 사용해 세 분이 한 이야기들을 묶어서 그 내용을 정리해봤다.
인터뷰어 HIFICLUB
인터뷰이 길래드 티펜브룬, 샌디 콜빌, 로버트 웡
이번 방문의 목적부터 말씀해주시죠.
- 새로 로이코와 일하게 되면서 여러 가지 기술적 자문과 마케팅 전략 등을 논의하기 위해 내한했습니다. 여러모로 이번 기회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작년에 CDP 생산을 전면 중단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 이유를 설명해주시죠.
- 바로 DS 시리즈 때문이죠. 이 시리즈는 매직, 아큐레이트, 클라이맥스 순으로 올라갑니다. 모두 디지털 음원 재생에서 탁월한 성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소비자들이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겁니다. 만약 DS 시리즈가 CDP보다 훨씬 소리가 좋다면, 왜 아직도 CDP를
만드느냐? 그럼 우린 뭘 사란 말이냐? 결국 우리는 선택을 했죠. 실제로 CD12 정도만 해도 좋은 소리지만, 지금의 아큐레이트 DS에
못 미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그렇다면 클라이맥스 DS와 LP12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 여기서부터는 뭐가 뭐보다 우위에 있다고 말하기 힘듭니다. 가는 길이 전혀 다르니까요. 단, DS 시리즈를 만들 때, LP12의 제품
철학은 그대로 계승했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저희 부친이 처음 LP12를 제작할 때엔, 향후 어떤 업그레이드도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이 제품이 처음 나온 것이 1972년으로 4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지만, 초기 제품을 현재 버전으로 거의
100%에 가깝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답니다. DS 시리즈도 바로 이런 철학에 기초해서 만들었습니다. 일례로 발매 당시에는 웨이브, 플랙
정도밖에 대응할 수 없었지만, 계속된 업그레이드를 통해 지금은 대부분의 파일을 커버할 수 있죠.
클라이맥스 DS가 처음 나온 것이 언제입니까?
- 우리가 DS 시리즈를 기획한 것은 정확히 2004년입니다. 그 후 3년간의 연구를 거쳐 2007년에 정식으로 출시했죠. 당시 우리는
CD 다음 세대는 뭐가 될 것인가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 디지털 스트리밍이 답이라는 결론을 얻었죠. 단, 그 접근법에 있어서 어떤 폐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기보다는, 어떤 포맷에도 대응할 수 있는 개방적인 시스템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전자는 푸쉬(Push) 시스템이고, 후자는
풀(Full) 시스템이라 부릅니다.
푸쉬 시스템과 풀 시스템의 차이는 뭡니까?
- 간단하게 예를 들면, 우리가 물을 받는다고 할 때 푸시 시스템은 직접 양동이에다 고무호스를 통해서 받는 방식입니다. 그냥 오는 것만
받을 수밖에 없죠. 하지만 풀 시스템은 커다란 탱크에 물이 가득 담겨 있고, 이를 수도꼭지만 틀어서 원하는 만큼 받을 수 있습니다. 훨씬
정보량이 많고, 사용하기에 편리하죠. 지터 역시 훨씬 적습니다.
린에서 쓰이는 카드는 킨스키라고 하죠. 예를 들어 술루스(Sooloos)와 같은 카드와는 어떻게 다릅니까?
- 술루스의 센터 페이스는 상당히 좋지만, 기본적으로 폐쇄된 시스템입니다. 이와 연결된 모든 프로그램은 자사제가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킨스키는 다릅니다. 무려 20여 개의 다른 인터페이스와 연결됩니다. 지금도 연구 중으로, 새로운 포맷이 나오면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통해
또 연결할 수 있습니다. 리핑, 곡 분류, 재생의 편의성 등 여러 면에서 유저 인터페이스가 뛰어난 프로그램입니다.
사실 린의 CDP는 상당히 뛰어난 성능으로 사랑을 받았는데, 이번에 생산이 중단되어 좀 아쉽습니다.
- 여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가 양질의 CDP를 제작하려고 하면, 일단 트랜스포트부터 원하는 스펙을 갖춰야 합니다. 그러려면 소니나
필립스와 같은 대기업과 협약해야 하는데, 이게 여의치 않습니다. 그러므로 DS 시리즈를 기획할 때, 우리는 이런 결단을 내렸습니다. 처음부터
아예 린에서 만든 것으로 하자. 그래야 우리가 원하는 대로 나중에 발전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프로그램은 물론 보드라던가 아날로그 회로,
케이스 등 모든 부분을 인하우스 형식으로 처리한 것입니다.
DS 시리즈에 비디오 정보를 커버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 지금 시장 상황으로 보면, 비디오는 오디오에 비해 한 5년 정도 뒤쳐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트리밍 서비스는 지금 오디오계에서 상식인데,
비디오에서는 아직 요원하죠. 또 케이블, 위성, 블루 레이 디스크, 마이크로 미디어 센터, PS3 등 너무나 많은 옵션이 존재해서 지금
뛰어들기에는 부담이 많습니다.
그래도 이런 제품을 사용하는 유저들에게 오디오 신호만 커버한다는 점은 뭔가 불만일 텐데요.
- 최근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영국에서 셋톱박스를 제작하는 회사 중 두 번째 서열에 해당하는 곳에서 TV 프로그램을 스트리밍해서 저장하는
방식을 개발했습니다. 이럴 경우, 집 이곳저곳에서 방송이 이미 된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선택해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누군 드라마를 보고,
누군 축구를 보고, 누군 콘서트를 보고…. 그쪽 시장이 슬슬 이쪽으로 오기 때문에 물론 우리도 언젠가는 커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당장 DS의 업그레이드 계획이 있다면?
- 곧 인터넷 라디오와 DS를 결합한 업그레이드가 이뤄질 겁니다. 그럴 경우 전세계에서 방송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들을 수 있습니다.
인터넷과의
연계성을 좀 더 발전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지금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인터넷 방송을 통해 정기적으로 자신의 콘서트를
중계합니다.
상당히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당연히 이런 웹캐스트와 연계해서 좋은 프로그램을 보고 들을 수 있게 연구하겠습니다.
하이엔드 유저들은 대개 분리형을 좋아합니다. 클라이맥스 DS와 같은 경우, 분리형으로 만들
의향은 있습니까?
- 뭐, 박스를 많이 만들어서 팔자는 이야기인데, 솔직히 저희는 관심이 없습니다. 일단 제 부친의 가르침에 어긋나고, 실제로 제품을 보면
디지털과 아날로그 파트가 두꺼운 철로 완전히 실딩 처리되어 있습니다. 이 두 부분을 3개의 선으로 연결했으니, 실제는 두 개의 박스라고
해도 좋습니다. 그런데 뭐하러 이를 따로 분리합니까?
클라이맥스 DS를 사용하는 분들에 따르면 전원 장치나 진동 관련 액세서리에 민감하다고 합니다. 그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요?
- 우리 제품은 스위칭 모드를 사용해서 이 안에 파워 컨디셔너 기능을 다 합니다. 그러므로 특별히 전원
장치를 동원할 필요는 없습니다. 단, 각종 액세서리는 그때그때 사용해봐야 그 효과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군요.
린의 제품들은 다이내믹 파워라는 스위칭 모드를 사용합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 발열이 좋고, 효율이 뛰어나 이 방식이 가진 장점이 많습니다. 우리는 15년 전부터 이 부분을 연구해서 현재 3세대로 진화된 상태입니다.
단, 이렇게 개발된 전원 장치를 각종 기기에 담는 작업은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린의 역사상 최고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도전이었죠. 저는
항상 부친의 말씀을 가슴에 새겨둡니다. “소비자에게 부담을 주지 마라"(Don't kill customers) 그러므로 이렇게
새 장치가 나오면 당연히 모든 제품에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때문에 많은 직원들이 고생했지만(웃음).
린에서는 앰프며 DS며 턴테이블이며 스피커까지 오디오 관련 전제품을 모두 생산합니다. 특별히 연구 팀을 따로 만들어서 운용하는지요?
- 그렇지 않습니다. 저희 회사에는 약 25명 정도의 엔지니어가 있는데, 제품 기획은 다 같이 합니다. 단, 그 안에 역할을 나눠서, 이를테면
전원부 전문이라던가 보드 전문이라던가 해당 분야에 맞는 스페셜리스트들을 배치합니다. 그러나 제품 개발은 모두 같이 하기 때문에 이런 팀플레이가
저희 회사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린에서 CDP 생산을 중단했으니, 린 레코드에서도 CD를 만드는 일이 중단되지 않을까요?
- 언젠가는 그렇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실은 작년 11월부터 CD와 다운로드의 판매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CD쪽이 우위에 있었지만,
이때부터 역전이 되어 지금은 다운로드가 전체 판매량의 80% 정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음반 사업에까지 진출한 것을 보면, 이쪽의 수익성이 괜찮은 모양입니다.
-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레코딩 레이블은 돈을 벌기 힘든 구조입니다. 제작비가 너무 많이 들어가는 데에 비해 판매량은 터무니없이
적으니까요. 예를 들어 오케스트라를 한번 녹음한다고 쳐보세요. 그 많은 단원들을 모아서 진행하는 데에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겠습니까? 그래도
저희가 레코딩을 계속하는 이유는, DS 시리즈를 통해 이제는 많은 유저들이 스튜디오 마스터를 직접 들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러므로
녹음 역시 제대로 해야 한다는 문제에 봉착했죠. 실제로 저희 스튜디오에 대대적인 개량 작업이 이뤄져 무려 16개의 최고급 마이크를 새로
세팅했답니다.
스튜디오 마스터에 관련해서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전송 속도가 너무 느립니다.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 한국에서도 그런가요? 앞으로 좀 상황이 달라질 겁니다. 지금까지는 영국 쪽 서버를 사용했지만, 곧 글로벌 서비스가 가능한 회사로 바꿀
거니까요. 그때에는 훨씬 빠르게 다운 로딩을 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부친의 근황이 궁금합니다. 지금도 정정하신지요?
- 그럼요. 최근에는 호주에 살고 있는 누이동생 집도 방문했습니다. 또 강연도 많이 다니세요. 현재 영국에서는 가업을 이어서 비즈니스를
할 경우, 7명 중 한 명꼴로 성공한답니다. 그만큼 힘들죠. 그러므로 린을 예로 들어서 어떻게 하면 이런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까 하는 내용으로 강연을 합니다.
여담으로 한 가지 여쭙겠습니다. 스코틀랜드 하면 위스키가 유명한데, 어떤 브랜드를 좋아하시는지요?
- 제 경우(길래드), 에드라두어(Edradour)라는 작은 회사의 제품을 애용합니다. 부친은 글렌리벳 15년산 스페셜 버전인 조지 스미스를
즐겨하시죠. 언제든 스코틀랜드에 오시면 맛을 보기 바랍니다.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P.S
인터뷰 후, 필자는 직접 길래드가 1시간 반 가량 주재하는 린 DS 세미나에 참석했다. 이 제품이 어떤 역할을 하고 또 어떤 장점을
갖고 있는지 설명하는 대목인데, 린에서 녹음한 스튜디오 마스터의 하이퀄리티한 음에 그만 매료되고 말았다. 또 곡 하나하나마다 녹음 당시의
에피소드며, 아티스트의 현황을 소개할 때면, 그가 얼마나 음악을 좋아하는지 충분히 짐작이 되었다.
사실 처음 DS가 기획되었을 때, 글래드 자신은 무척이나 당혹스러웠다고 한다. 혹 이런 제품을 만들어서
정작 자기가 사용하지 못하면 어떻게 할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러나 완성품을 집에 가지고 직접 써보니 너무나 쉬운 인터페이스에 그만
모든 우려를 지워버렸다고 한다. 누구든 10분이면 배워서 쓸 수 있는 제품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밝혔듯, 린에서는 DS 시리즈뿐 아니라, 턴테이블, 앰프, 스피커 등을 골고루 만든다. 짧은 시간에 이 모든 제품에 관한 의문을 풀
수 없었으므로, 이번에는 DS 위주로 진행했다. 단, 다음에 기회가 되면 나머지 제품군에 대해 차근차근 질문해보고 싶다. 특히, 많은 애호가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LP12에 대해선 밤을 새워도 모자라지 않을까?-llhtmll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