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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분야에는 지존이 있다. 하이엔드 오디오에도 지존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FM 어쿠스틱스(FM Acoustics)다. FM 어쿠스틱스 앰프를 보면 세 번 놀란다는 말도 있다. 첫 번째 엄청난 가격에 놀라고, 두 번째는 가격에 비해 볼품없이(?) 작은 외관에 놀라고, 세 번째 그 음질에 놀란다고 한다. 타 브랜드와 차별화된 음질로 최고의 자리에 우뚝 서있는 FM 어쿠스틱스의 사장이 한국을 방문했다. 하이파이클럽에서는 FM 어쿠스틱스의 마누엘 후버(Manuel Huber) 사장과 인터뷰하는 자리를 가졌다.

인터뷰어 하이파이클럽

인터뷰이 마누엘 후버 사장

직접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한국은 처음 방문하시는 것인지요.

11년 전에 한 번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인천공항을 처음 구경했습니다. 11년 만에 왔는데 서울 거리가 많이 변했습니다.

한국 방문 목적은 무엇입니까.

한국의 새로운 파트너인 오디오갤러리와 미팅도 하고, FM 어쿠스틱스 시스템 세팅 교육 등을 하기 위해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FM 어쿠스틱스의 설립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희 할아버지는 유명한 테너였습니다. 아버지는 피아니스트였고요. 그러한 가족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많은 음악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콘서트장을 매우 자주 다녔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클래식, 현대음악 가리지 않고 공연장을 다니던 중 콘서트의 감동을 받고 직접 앰프를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그때가 14세 때입니다. 처음 앰프를 만들 때는 아무런 정보를 구할 수가 없어서 대학교 도서관에 가서 독학으로 오디오를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그 당시 콘서트 때 들었던 해먼드 오르간(Hammond Organ) 소리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버지에게 해먼드 오르간을 사달라고 졸랐으나, 아버지께서 자동차보다 비싸서 못 사주니 집에 있는 피아노를 치라고 하셨죠. 그러면 내가 하나 만들겠다고 해서 친구들과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목수인 친구가 있어서 프레임이 만들어졌고, 이태리 친구가 키보드를 만들어 주었죠. 제너레이터 및 필터 등 전반적인 지식은 없었지만, 시중에 파는 회로도를 구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발췌해서 그대로 만들어보는 것부터 시작하여 약 6개월 정도 걸려서 제작을 했는데 정말 소리가 별로였습니다.

그 이후 스튜디오에서 PA 시스템 제작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하였고 좋은 회로와 나쁜 회로를 구별하게 되었습니다. 하이파이 앰프를 만들면서 회로를 보호하는 시스템을 착안하게 되었고, 앰프 제작과 관련된 회로를 직접 제작하면서 경험을 쌓았고, 자기 계발을 위한 연구와 개발을 반복하였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회사를 설립한 시기는 어떻게 됩니까.

1973년에 회사를 설립하여 1975년부터 본격적으로 스튜디오용 앰프를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음악을 하는 친구들이 자기네 스튜디오에 있는 앰프가 고장났다며 고쳐달라고 했습니다. 마침 스페어 파트가 없어서 시간이 걸릴 것 같아 내가 만든 앰프를 빌려주었습니다. 그들은 제 앰프를 PA용 마이크 앰프로 사용했구요. 일주일 후 앰프가 고쳐져서 연락을 했더니, 제가 빌려준 앰프의 소리가 너무 좋아서 절대로 돌려줄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죠..

당시만 해도 앰프를 만들 때 보통은 측정 장비를 이용하여 만들었습니다. 제 앰프와 원래 앰프 두 대를 "원, 투, 쓰리…" 라고 말을 하면서 비교 청취를 했는데 제가 만든 앰프의 소리가 월등히 좋았습니다.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소리 차이가 많이 나는데 측정기의 측정 결과는 똑같았습니다.

기계적인 스펙으로는 똑같지만 내어주는 소리가 다르다는 것에 주안점을 갖고 지속적인 연구를 했습니다. 거기서 측정기는 단순한 시그널로 측정을 하기 때문에 복잡한 음악을 연주해야 하는 앰프는 측정기로 측정될 수 없다는 결론을 얻은 이후 저는 일일이 귀로 직접 듣고 튜닝을 합니다.

그 이후 소문이 다른 친구들에게까지 퍼져 서로 만들어달라고 요청해서 부모님 집 식탁 위에서 열 대 정도를 제작했습니다. 그 중 한대가 미국으로 갔나 봅니다. 어떻게 갔는지는 모르지만, 미국에서 앰프가 엄청나게 좋다며 계약금을 주겠다고 50대를 제작해달라는 주문이 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친구의 장난인 줄 알았지요. 하지만 약 2주 후에 은행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미국에서 아주 큰돈이 들어왔다구요. 아버지께 어떻게 해야 하나고 물어봤더니 회사를 차리는 것이 좋다고 해서 FM 어쿠스틱스란 회사를 차리게 됩니다.

사운드 철학이랄까요? 어떤 기준으로 앰프를 제작하시나요.

저희는 원음 재생을 목표로 합니다. 연주회장, 녹음 스튜디오에서 나는 아주 작은 소리까지 하나도 놓치지 않고 그대로 재생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녹음현장의 모든 디테일한 부분, 예를 들어 연주자가 연주하는 악기소리 뿐만 아니라 연주자의 옷깃이 스치는 작은 소리까지도 놓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들려주는 것입니다.

사실 초기에는 음향 분석기도 많이 만들었습니다. 룸에서 반응하는 소리, 공진에 대해서 많은 공부를 했습니다. 저는 매우 민감한 귀를 가지고 있는데, 지금은 건물 자체의 재료만 보아도 어떤 소리가 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보호회로가 완벽한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보호회로를 많이 사용하면 음질 저하가 있지 않은가요? 어떻게 보호회로를 만드시는지.

한 번은 다른 브랜드의 앰프를 갖고 테스트하다 앰프가 폭발한 적이 있습니다. 팬쿨러도 달아보고, 보호회로도 만들어 보는 등 개조를 해봤는데 잘 안 되더군요. 그 때부터 그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앰프를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회사의 보호회로 시스템은 기밀사항이기 때문에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웃음).

초기에는 스튜디오용 앰프만 제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홈용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인지요.

초기에는 스튜디오용 앰프만 제작했습니다. 해상력과 디테일이 좋다는 평가를 받아 런던, 뉴욕, 내슈빌, LA 등 스튜디오에서 제 앰프를 많이 사용하였습니다. 스튜디오용은 랙에 들어가도록 제작되었고 검정색인데, 제 스튜디오용 앰프를 집에서도 쓰고 싶다는 요청이 많았습니다.

집에서 사용하려면 실내장식 등과도 어울려야 하고, 특히 부인들이 보아도 만족할 수 있도록 예쁘게 만들어 달라고 하여 색다른 외관을 디자인하였고, 1989년도에 홈용 레졸루션 시리즈가 탄생하게 됩니다.

오디오파일들은 FM 어쿠스틱스가 몽환적인 특유의 음색이 있다고 하기도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FM 어쿠스틱스는 소리를 만들어 내지 않습니다. 최대한 원음에 가깝게 녹음현장에 있는 소리가 그대로 재생되는 음을 추구합니다. 그것이 투명도(transparency)이고, 다른 앰프보다 가장 원음에 가깝기 때문에 그렇게 들리는 것입니다.

FM 어쿠스틱스 하면 비싸다는 생각부터 듭니다.

우리 앰프가 고가이기는 하지만 우리 회사에 저렴한 가격대의 제품도 있습니다. 음질적으로 다른 회사의 몇 배 비싼 앰프보다 우리 앰프의 소리가 더 좋습니다(웃음). 결코 비싼 가격이 아닙니다.

다른 회사들은 비싼 가격을 받기 위해 크고, 무겁고, 거창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우리는 가능하면 작게, 융통성 있는 크기의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는 제품을 만듭니다. 자랑하거나 과시하기 위한 제품을 만들지 않습니다. 우리 제품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제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듣기 위해 구입하는 것입니다.

제품 딜리버리가 늦는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아닙니다. 전부 그런 것은 아니고 모델에 따라 다릅니다. 모델에 따라 1년 동안 얼마나 팔릴지 예측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고, 그러다 보니 모델에 따라 딜리버리가 늦어지기도 합니다. 또 다른 이유는 1811 앰프 같은 경우에는 제작기간만 10개월 정도 걸립니다. 부품 선정, 청취테스트, 저항이나 반도체 하나도 일일이 게이지로 측정 후 선별하고, 가장 비슷한 특성을 가진 부품을 선별하여 제작에 들어갑니다.

몇 년 전부터 FM 어쿠스틱스는 더 이상 제조를 안 하고 창고에 쌓아놓은 재고만 일부 출고를 하며 판매한다는 소문이 있었는데요.

그래요?(과장되게 놀라며 웃음) 사실이 아닙니다. 40년 가까이 하루도 쉬지 않고 생산하고 있습니다. 직원은 모두 12명 정도 됩니다. 직원들의 근속년수는 평균 15년이 넘습니다. 30년 동안 같이 일한 사람도 있습니다.

새로 출시한 108 모델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다른 신제품 출시 계획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108은 저렴한 가격에 FM 어쿠스틱스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제품입니다. 다른 모델은 풀밸런스 시스템이지만 108은 언밸런스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같은 공정에서 같은 부품으로 생산되는 것이기 때문에 음질의 퀄리티는 매우 뛰어납니다. 신제품은 개발 중인 것은 있지만, 아직 공개할 때가 되지 않았습니다.

CDP 등 디지털 기기는 만들지 않고 있는데요.

CD의 포맷인 44.1kHz는 너무 제한적이기 때문에 만들지 않습니다. 시작부터가 잘못된 것입니다. 디지털 필터링은 모든 것을 평균으로 만들어버립니다. 아날로그는 고저가 있고 강약이 있는데 디지털에는 그것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디지털 기기는 만들지 않을 것입니다.

긴 시간 인터뷰 감사합니다.

저도 무척 즐거웠습니다. 앞으로도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문의 주십시오. 한국에도 저희 제품을 사랑해주시는 애호가 분들이 많습니다. 그 분들께 늘 감사드립니다. 오늘 인터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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