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현재 소스쪽을 보면 참 다양한 형태가 존재해서 일종의 난립 양상을 보여준다. 다운로드의 활성화와 함께 각종 스트리밍, 에어 플레이, 블루투스, 고음질 파일 등 일일이 헤아리기도 어려운 용어들이 가득하고, 그 각각이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 파악이 힘든 실정이다. 아무튼 그에 따른 이른바 패키지 미디어쪽의 하락이 눈에 두드러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dCS는 꿋꿋이 신작을 발표한다. 지난 여름, 홍콩 쇼에서 본격 데뷔한 비발디는, 동사의 새로운 플래그쉽 모델로 그간 수많은 온라인과 해외 잡지를 뜨겁게 달군 바 있다. 이제 그 제품의 홍보를 위해 마케팅 담당 레빈 바와(Raveen Bawa)씨가 방한했으므로, 일종의 아웃라인을 훑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름이 재미있군요. 레빈 바와라고 읽어야 하나요?

RB : 보통은 랩으로 줄여서 읽습니다. 실제로 dCS 직원에게 제 본명을 말하면 모르는 분이 태반일 겁니다. (웃음)

RB : 원래 저는 런던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러다 세 살 때 인도에 건너가 15년간 살다가 다시 영국에 왔죠. 참고로 저희 가족과 친척 대부분이 닥터입니다. 저는 한때 요리사를 하다가 적성에 맞지 않다고 판단해서 이쪽 업계로 건너왔습니다. dCS에서만 15년을 근속하고 있죠.

RB : 그러고 보니 그렇군요. (웃음)

 

-흔히 dCS를 이야기할 때 가격에 대한 언급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왜 이렇게 비싼 걸까요?

RB : 비싸다는 게 부끄러운 일은 아닙니다. (웃음) 물론 우리는 더 싸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고급 부품과 소자, 기술력 등을 투입하지 않으면 저희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 수 없습니다. 승용차로 치면 롤스 로이스나 벤틀리급을 만들자는 것이죠. 절대로 최고가 아니면 안됩니다.

RB : 이런 말을 드리기는 뭐하지만, 저희는 제품의 가격을 상정할 때 여러 요소를 고려합니다. 각종 연구 개발비에 부품, 인건비 등 정확하게 계산합니다. 거기에 약간의 마진을 더하죠. 실제로 저희 제품의 내용을 꼼꼼히 살핀다면, 오히려 싸다고 평가하는 분들도 있답니다.

 

-그럼 현재 dCS에 근무하는 분들은 총 몇 명이나 됩니까?

RB : 총 17명입니다. 그중 R&D가 5명이고, 프로덕션쪽이 4명입니다. 저를 포함한 세 명이 수출과 마케팅을 담당하죠.

 

RB : 원래 마이크 스토리씨가 맡다가 데이빗 스티븐씨에게 넘겼습니다. 그 분이 실질적으로 dCS에 큰 활력과 개선을 불어넣었습니다. 현행 dCS의 기본 폼을 만든 것이죠. 여러분이 잘 아는 파가니니, 스칼라티 등이 다 그분 손에서 나왔습니다. 그러다 4년 전에 타계하고, 그 분의 아들인 데이빗 스티븐 주니어가 경영을 맡고 있습니다. 비발디는 주니어로 오면서 처음 시작한 프로젝트로, 무려 3년의 개발 기간을 거친 제품입니다.

RB : 두 명이 아주 중요합니다. 우선 하드 웨어쪽을 담당하는 크리스 헤일즈씨가 있고, 소프트 웨어 담당인 앤디 맥카그씨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저희는 제품 디자인부터 어셈블리, 테스트 등을 모두 저희 공장 안에서 담당합니다. PCB나 섀시 등은 외부에 용역을 주지만, 그 역시 모두 영국에서 제작이 됩니다. 그러니까 모든 dCS 제품은 100% 메이드 인 잉글랜드랍니다.

 

-사실 dCS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르는 분이 많으니까 잠깐 회사 소개를 해주실까요?

RB : 저희 회사는 1987년에 창업했습니다. 갓 대학을 졸업한 4명의 젊은이들이 주축이 되어, 당시 영국 공군에서 의뢰한 레이더 장치의 AD 컨버터 개발을 의뢰받았습니다. 이 레이더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고성능에다 정확성, 데이터 전송의 신속성 등이 요구되는 분야입니다. 여기에 성공적으로 납품한 것을 계기로, 이 기술을 음악쪽에 활용해보자, 라는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스튜디오쪽에 납품을 시작한 것이죠.

RB : 1996년부터죠. 엘가와 같은 제품이 당시 큰 화제를 모았고, 특히 일본에서는 선풍적으로 판매가 되었습니다.

 

RB : 그렇지는 않습니다. 2006년도에 프로쪽 제품은 생산을 중지했습니다.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컨슈머쪽에서 충분히 자리잡았으므로, 다른 시장에 무리하게 뛰어들 필요가 없었습니다. 또 저희 제품은 내구성이 뛰어나, 한번 스튜디오에 팔리면 오랜 기간 활약합니다. 중간에 신제품으로 교환하지 않는 것이죠. 게다가 기본적으로 저희 제품은 가격이 높은데, 이런 경비를 충당할 만한 스튜디오가 많지 않답니다.

 

-그렇군요. 그럼 dCS의 성공 요인이 뭐라고 생각합니까?

RB : 성능(performance)입니다. 이것은 기계적인 성능만 의미하지 않습니다. 음악의 느낌이나 감성을 충분히 만족시키는 성능을 말합니다. 또 CD, SACD, 컴퓨터 오디오, 네트웍 플레이어 등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는 유연성이 큰 장점이라 하겠습니다.

 

RB : 보통 2주 정도 걸립니다. 그 중 대부분의 시간은 다양한 테스트에 바치고 있죠. 저희는 어떤 한 제품의 개발이 결정되면, 그에 관련한 테스팅 기기부터 확보합니다.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각종 내구성, 발열 문제, 조립 상태 등을 꼼꼼히 점검하지 않으면 상품으로 내놓을 수 없으니까요.

 

-자, 비발디 이야기를 해볼까요? 무려 네 개의 박스로 구성되어 있군요.

RB : 네. 트랜스포트, DAC, 업샘플러 그리고 클락 제너레이터죠.

RB :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습니다. 스칼라티와 관련해서 그 하위 기종으로 파가니니, 푸치니, 드뷔시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라인 업은 기본적으로 컨트롤 보드와 DAC가 동일합니다. 엔트리 제품이라고 해서 결코 퀄리티가 떨어지는 회로나 DAC를 쓰지 않죠. 하지만 이것 하나하나를 따로 박스에 담아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서 구동하면 놀랍도록 성능이 향상됩니다. 무려 네 개의 박스로 제품을 만든 데에는 다 그런 이유가 있는 겁니다.

RB : 기본적으로 비발디는 스칼라티와 모든 면에서 다릅니다. 실제로 스칼라티를 쓰는 분들 댁에 가서 비교 청취를 하면 모두 놀랍니다. 어떻게 이런 퀄리티를 내놓을 수 있는지 상상도 못했다는 반응입니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달라졌나요?

RB : 모든 부분이 다 다릅니다. 이를테면 컨트롤 보드, DAC, 섀시 등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일례로 섀시에 대해 말하면 진동 관련 대책이 두드러집니다. 내부에 있는 회로를 적극적으로 섀시에서 분리해, 일종의 댐핑 효과를 높이는 플레이트를 더했습니다. 당연히 업샘플링, 마스터 클록 등도 다 개량이 이뤄졌습니다.

RB : 우선 컨트롤 보드부터 보죠. 기본적으로 프로세싱 처리 능력이 스칼라티에 비해 200% 향상되었습니다. 또 안의 용량이 훨씬 커져서 향후 업그레이드를 통해 다른 기능이 추가되어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현재 사용하는 것은 대략 20% 정도라고 보면 됩니다. 그만큼 넉넉하게 여유분을 갖고 있답니다.

 

-dCS는 일단 사두면 지속적인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죠.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RB : 업샘플링에 대한 개선도 이뤄졌습니다. 사실 저희가 처음 이 기술을 제안했던 1990년대에, 많은 회사들이 비웃었습니다. 대체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 하는 식이었죠. 그런데 지금 업샘플링을 하지 않는 회사를 찾는 게 힘들어진 상황입니다. (웃음) 여기에 네트웍을 연결해서 다양한 미디어와 접합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이제 PC나 스트리밍 오디오를 쓰는 분들도 저희 제품과 연계해서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답니다.

RB : 맞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CD나 SACD 플레이어뿐 아니라, DAC, 업샘플러, 클록 제너레이터 등 다양한 기기들을 생산합니다. 굳이 CD 트랜스포트를 필요로 하지 않더라도, 나머지 제품의 수요는 향후 더 늘어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 그렇군요. 아무튼 이번 인터뷰를 통해 비발디에 대한 호기심이 더 생깁니다.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RB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