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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하이엔드 오디오업계에 큰 충격을 줄 만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른바 “SACD의 아버지”로 불리는 안드레아스 코흐(Andreas Koch)씨가 처음으로 컨슈머용 제품을 발표한 것이다. 당연히 SACD 및 CD가 재생되는 플레이어로, 모델명은 “MPS-5”. 그런데 이 단품은, 어지간한 몇 덩어리짜리 분리형 못지 않은 음을 내줬고, 저 화려한 프로페셔널 경력이 무색할 정도로 나긋나긋하고, 뉘앙스가 풍부한 성격을 갖고 있었다.

 

당시 나는 뮌헨 오디오 쇼에서 처음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의외로 빨리 MPS-5가 국내에 상륙했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중년 신사풍의 코흐씨는, 정확하고도 명료하게 자신의 제품 컨셉에 대해 설명했는데, 그 과정에서 일체의 허세나 자만심을 찾아볼 수 없었다. 거의 전설로 추앙받는 인물인데도 불구하고, 그런 담백하고 솔직한 태도는 오히려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몇 개의 제품이 더 나온 가운데, 이번에는 DAC와 인티 앰프를 합한 포름의 “IPS-3”가 발표되었다. 정식 국내 런칭을 계기로 처음 내한했으니, 자리를 함께 해서 장시간 인터뷰를 하고 또 시청회도 진행했다. 그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본다. 편의상 안드레아 스 코흐씨의 이니셜인 “AK”로 표기하겠다.

 

인터뷰어: 이종학(Johnny Lee)

인터뷰이: 안드레아스 코흐(Andreas Koch)

AK : 네. 반갑습니다.

AK : 좋습니다. 저는 1956년 스위스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릴 적부터 음악을 좋아해서 6살 무렵부터 피아노를 배웠습니다. 12살쯤 처음 스테레오 기기를 갖게 되어 본격적으로 오디오에 몰두했죠. 이후 대학에서는 공학, 그것도 시그널 프로세싱쪽을 공부했습니다.

 

AK : 그렇죠. 당시에는 디지털 오디오가 없었으니까요. 아무튼 집과 학교를 오가는 사이 스튜더/리복스 본사가 있었으므로 자주 지나치게 되었는데, 하루는 이런 공고가 붙어있었습니다. 우리 회사를 하루 동안 개방하니, 무료 식사도 하고,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마음에 들면 입사 지원을 해봐라. 즉, 10명의 엔지니어를 채용하는 광고였습니다. 대학생이라 늘 배가 고픈 터라, 일단 공짜 식사를 하려고 들어갔죠. (웃음)-그 공짜 식사가 인생을 바꿨군요. 더 정확하게 말하면 오디오업계 전체에도 큰 영향을 줬고요.

AK : 당시 상황을 보면, 1981년에 CD가 출시된 지 몇 달 안 된 시기였습니다. 따라서 디지털 오디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었죠. 결국 저는 여기에 입사해서 프로페셔널용 기기를 다양하게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테잎 머신, 믹싱 콘솔 등 다양한 제품에 손을 댔죠.

AK : 그러다 스위스에서 일이 좀 생겨서 잠시 미국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때 샌 프란시스코에 있는 돌비에 입사하게 되었죠. 그런데 여기선 디지털 오디오에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저 혼자 틈틈이 연구해서 AC-1, AC-3 등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AK : 이런 내용을 이해한 스튜더/리복스에서 다시 저를 불렀습니다.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므로, 디지털 테잎 레코더를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1/2인치 두께에 48채널분의 녹음을 DASH 포맷으로 해서 집어넣을 수 있는 기기였습니다.

AK : 이후 하드 디스크에 음성 신호를 기록할 수 있는 제품의 개발에 몰두했습니다. 그 결과 나온 제품이 “다이액시스”(Dyaxis)입니다. 이것의 인터페이스가 무척 혁신적이어서, 지금도 쓰고 있는 스튜디오가 있죠.

 

AK : 처음에는 스튜디오 장비와 콘솔 등의 개발에 관여했습니다. 그러다 제 업적을 이해하고는 SACD 관련 일을 맡겼습니다. 원래 SACD라는 포맷은 일종의 전송용으로 만들어진 매체입니다. 이를 스튜디오에서 사용하려면 처음부터 새롭게 개발해야 했습니다. 이래서 만든 제품이 “소노마”(Sonoma)인데, DSD 신호를 갖고 녹음, 편집, 믹싱 등이 모두 가능하게 했습니다. 이 제품도 역시 지금 현역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나중에 32채널까지 확장시킨 버전까지 나왔죠. 또 각종 AD 컨버터, DA 컨버터도 개발했고요.

AK : 2003년부터 저는 독립해서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소니에서 DA 컨버터 개발을 의뢰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저는 디지털 전문이어서 아날로그 기술자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도쿄 본사에 요청했더니 너무 일이 많아서 사람을 보낼 수 없으니, 알아서 채용하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에드를 초빙하게 되었죠. 그는 기본적으로 아날로그 전문가입니다. 저와 각각 일을 할당해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AK : 기본적으로 레코딩은 전문가들의 분야입니다. 그래서 여러 용어를 찾다가 플레이백으로 했습니다. 수많은 레코딩을 듣는 것(playback)이 홈 오디오의 특징이니까요.

 

-아, 그런 뜻이 있었군요. 그럼 이 회사의 제품이 갖는 특징은 무엇입니까?

AK : 저는 15년간 SACD에 관여했고, 그 전에는 10년간 CD에 관여했습니다. 그 모든 기술이 집약되어 있는 게 바로 저희 제품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DAC에 관계되어 통상 사용되는 칩을 일체 쓰지 않고, 제 스스로 개발한 회로에 담는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풀 디스크리트 회로로 말이죠.

AK : 기본적으로 저는 인사이드에서 아웃사이드로 진행되는 제조 과정을 거칩니다. 즉, 안에 담긴 내용물에 집중한 후, 섀시나 외관은 나중에 따라오는 식이죠. 이 부분에서 다른 많은 회사와 다릅니다.

AK : 감사합니다. (웃음)

 

《Playback Designs IPS-3 Integrated》

 

AK : 기본적으로 DAC에 프리 파워 앰프를 함께 담은 포름입니다. 3개의 아날로그 입력과 3개의 디지털 입력이 있고, 별도로 저희 제품들과 연동해서 쓸 수 있는 입력단이 따로 있습니다. 이것을 사용하면 멀티 채널을 구성할 수가 있죠. 실제로 IPS-3를 세 대 동원하면 6채널분이 확보됩니다.

AK : 8오옴에 130W이고, 4오옴에 260W입니다.

AK : 그럴 겁니다. 그러나 저는 오랜 기간 DA 컨버터를 만들었습니다. 아무리 디지털 기기라도, 최종 출력은 아날로그이고, 이 OP 앰프가 일종의 앰프라 생각하면 됩니다. 이를 발전시켜서 이번 제품에 넣은 것이죠. 단, 아주 독자적인 방식으로 만들었습니다.

 

 

 

AK : 퍼스트 클래스입니다. (웃음) 농담이고요, 실은 클래스 B입니다.

AK : 작은 공간에 앰프를 무리 없이 넣으려면 고효율의 클래스 B가 제격입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네거티브 신호와 포지티브 신호가 만나는 부분에서 일종의 공백이 생깁니다. 이 부분을 억지로 연결하다 보면 노이즈가 발생하죠. 저는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네거티브 신호를 위로 끌어올리고, 포지티브 신호는 밑으로 내려서 리니어라이즈, 즉 자연스럽게 포지티브 신호와 연결되도록 고안했습니다.

AK : 맞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앰프만 집어넣는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공존하기 때문에 전기적인 부분에 문제가 많이 발생할 수 있답니다. 오버로드, 클리핑, 과열, DC 오프셋, 전원 문제 등, 총 다섯 가지 요인을 해결해야 합니다. 이 부분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동작을 멈추게 하는 것이죠.

 
-개인적인 욕심 같지만, 이왕이면 CD 플레이어도 함께 달아줬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AK : 앞으로 스트리밍 오디오가 주류가 됩니다. CD와 같은 패키지 미디어를 사는 분들이 그리 많지 않으리라 생각해서 이번에 과감히 제외시켰습니다. 사실 요즘 상황을 보면 소비자들이 많이 바뀌었다고 봅니다. 컴퓨터와 생활하는 시간이 부쩍 늘었으니까요. 이런 컴퓨터와 연계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본 기를 제작한 겁니다. 또 이왕이면 되도록 나누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DAC, 프리, 파워, 전원부 ... 일단 나누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그런 제품을 구입할 소비자가 얼마나 될까요? 게다가 저는 각종 케이블로 연결되는 이런 분리형 제품에 기본적으로 회의적입니다. 제조 단가만 높아질 수 있으니까요.

 

AK : 풀타임 고용은 저, 한 명입니다. (웃음)

AK : 저는 기본적으로 그때 그때 유능한 인적 자원을 쓰는 쪽입니다. 그래서 한 자리에 모을 수도 없답니다. 이를테면 아날로그 엔지니어인 베르트 게를라흐씨는 독일 사람입니다. 독일에 거주하고 있죠. 반면 소프트 웨어 기술자는 러시아에 있고요. 게다가 프로덕션쪽 일을 하는 분들은 캘리포니아, 그것도 LA 남쪽에 있습니다. 저는 실리콘 밸리에 살고 있는데, 이쪽에 좋은 인맥을 갖고 있어서 메카니컬 디자인이라던가 여러 부분에서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AK : 샌디에고에 있습니다. 여기서 어셈블리며 테스트를 담당하고 있죠. 저희는 만드는 제품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공장이 크지는 않습니다. 단, “픽 앤 플레이스” (Pick & Place) 머신이라고 해서, PCB에 각종 부품을 삽입하는 기기라던가, 일단 완성된 PCB를 부품과 함께 완벽하게 접합되도록 넣은 빅 오븐이라던가, 큼직큼직한 기기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답니다. 반면 섀시를 만드는 메카니컬 공장은 L.A. 북쪽의 산타 바바라에 있고요.

AK : 사실 샌 디에고냐 샌 프란시스코냐 여러 번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샌 프란시스코를 좋아합니다. 제가 태어나고 자란 스위스처럼 사계절이 뚜렷하고,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큰 해안이 있어서 태평양을 바라볼 수 있고, 근방에 산도 많습니다. 실리콘 밸리쪽 사람들과 교분도 있고요.

 

-사실 처음 제품을 듣고 전형적인 어메리컨 사운드와는 거리가 있는, 다소 유러피언쪽의 음과 통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다 스위스에서 태어나 스튜더/리복스와 오랜 기간 일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좀 이해가 가더군요. 그런데 많은 분들은 오히려 “메이드 인 스위스” 레벨을 붙이고 싶어합니다. 그게 더 비싸게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플레이백은 역으로 “메이드 인 U.S.A.”를 붙인 점이 흥미롭더군요.

AK :스위스냐 U.S.A.냐, 뭐 그런 마킹에는 별로 흥미가 없습니다. 리얼 테크놀로지가 중요합니다. 저는 가격이 절대 품질을 보증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미국에서 만드는 게 더 비용도 절감하고, 효율적이고 봅니다.

AK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