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그때 리뷰에, 소편성 재즈를 즐기기에 아주 좋은 조합이라고 평이 되어 있던 것이 기억났습니다. 부스에서도 소편성 재즈를 틀고 있었는데, 단촐한 조합이지만 정말로 연주자들이 눈앞에 있는 것처럼 '보여주는' 사운드를 구현하고 있었습니다.

MBL은 국내에서 익숙하게 보아왔던 제품들로 승부를 걸었고, 재생음도 서울 하이파이쇼 수준을 뛰어넘지 못했습니다. 기대가 커서 그랬는지, 부스에서의 느낌은 그저 그랬습니다.

근처 부스에서는 '레젼드 오디오 디자인' (Legend Audio Design)이라는 신생브랜드가 진공관 앰프와 스피커를 내놓고 있었습니다. 나와있는 스탭들이 중국계였고, 사장의 성이 '륭'(Leung)이었던 것을 봐서는 사장이 중국사람인 듯 했습니다.

사진에 소개된 것은 '스탈렛 (Starlet)'이라는 진공관 인티입니다. 연보라색 반짝이 칠이라는 다소 특이한 마감을 택했습니다. US retail 2천995달러로, 이번 전시회에서 괜찮은 소리를 들려준 앰프 중 가장 저렴한 축에 속했습니다.

연결된 스피커는 페어에 3995달러입니다. (모델명 The Legend.) 레베카 피죤 류의 음악을 틀어놓고 있었는데 룸튜닝 탓인지 입이 좀 커 보이기는 했지만 질감좋고 밸런스 잘 잡힌 가능성 있는 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다음은 우리나라 매니어들에게 '꿈의 메이커'로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는 볼더입니다. 볼더는 먼저, 1000 시리즈의 앰프를 새로 선보였습니다. 사진에 나온 것은 1060 스테레오 파워 앰프입니다. 모든 미래형 오디오포맷에 대응 가능하다고 광고에는 쓰고 있습니다. 3백와트짜리입니다. (자세한 스펙은 www.boulderamp.com으로 가시면..)

여기에 물려있는 스피커가 생소한 것이더군요. 캘리포니아 소재 '웨스트레이크 오디오(Westlake Audio)'에서 나온 LC3w12v라는 스피커가 연결돼 있었습니다. 다소 특이한 모양새입니다. 이 회사의 대표기종은 LC6.75라는 것인 모양입니다만, 어쨌든 볼더와 함께 명징하고 부드러운 피아노소리를 빚어내고 있어서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모든 부스에서 그랬듯 시간이 없어서 때마침 틀어주고 있던 피아노곡밖에는 듣지 못했습니다.

볼더 전시장 안쪽방에서는 기존 앰프에 몇가지 DAC을 연결해 소리를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24bit /192khz포맷을 지원하는 upandoversampling (띄어쓰기를 안하는 것 자체가 트레이드 마크랍니다.) 방식의 1012와 2020 컨버터를 선보이고 있었습니다.

2020은 플래그쉽 모델로서, 'DAC는 아날로그부분이 더 중요하다'는 모토에 따라 설계된 '진보적' DAC라는게 그쪽 설명입니다. 34,000달러입니다. 볼더측에서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것은 오히려 1012 dac겸 preamp였습니다. 이 기기는 밸런스단자의 디지털 입력이 4개, 역시 밸런스드 아날로그 입력단이 3개 있습니다. high-gain 포노단(밸런스)도 갖춰져 있는데,가격이 15,000달러입니다. 역시 24/192 지원입니다. 볼더라는 이름값과 제품 사양, 기존 라인업의 가격에 비하면 엄청나게 비싼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격면에서는 훨씬 더 파격적인 모델도 볼더에서 나왔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102 AE 파워앰프입니다. 은색 일색이었던 기존 라인업과 달리 이것은 검정색입니다. 'AE and metal series'의 하나로, 8옴에서 백와트이고,

120볼트용뿐 아니라 220-240볼트용도 나온다는 것으로 봐서는 머지않은 장래에 국내에 소개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 봅니다. 단돈(?) 3,995불에 볼더의 소유자가 된다? 연결이 안되어 있어서 소리는 못들어 봤지만 솔깃한 얘기가 아닐 수 없지요. 볼더에서 5천불 이하의 앰프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동호회란의 프리 이야기에서 언급되었던 버메스터의 부스도 많은 관심을 끌었습니다. 우선 문을 열고 들어갔을때 눈앞을 화사한 광채로 채우는 디자인이 압권이더군요.

은색과 검정, 나무색이 적절히 조화되었으면서도 결코 튀거나 과격한 선이 없고, 그렇다고 무덤덤하지도 않은 디자인이 고급스러웠습니다. 소리는 '생긴대로' 였다고 표현하겠습니다. 윤기, 촉촉함..이런 표현도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비쌀 것을 각오하고 값을 물었더니 '딜러냐 아니냐'를 되묻습니다.

'딜러는 아니고 기자다' 라고 했더니, 풀 시스템에 $ 180,000 이라고 했습니다.

와디아는 831,861 등의 제품을 내놓았다는 이야기는 들었으나 부스가 제일 깊숙한 곳에 있었고, 다음 일정때문에 시간에 쫓겨 들어가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860에서 860X로의 업그레이드에서 유추해볼때, 24/192 등 차세대 포맷에 대응하는 기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와디아 웹사이트에 가보니 이 제품들에 대한 얘기는 없고, 대신 "PowerDAC 790"이라는 새로운 컨셉이 소개돼 있습니다. 'POWER DAC'이란, 디지털 소스 신호를 맞바로 고전압 아날로그 신호로 바꿔 스피커로 내보내주는 기기의 개념이랍니다. 그러니까, 볼더 맨리 등이 채택한 DAC겸 프리 가 아니고 'DAC겸 파워'를 구현한 것이죠.

여러가지 다양한 포맷과 함께 이런 다양한 연결방식이 등장함으로써 우리의 기기선택은 갈수록 복잡한 변수에 의해 지배를 받고 있습니다. 이것저것 다 걷어치우고 그냥 씨디피 인티앰프 스피커만 딱 놓고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만도 한데.. 앞글에서도 말씀드린 요런 기계가 다시 사람을 유혹합니다.

바로, EAD의 Theatervision P 입니다. 딱히 추가로 설명드릴 것은 없지만 사진 보여드리려고 한번 더 언급합니다. 앱솔루트 사운드 지로부터 'Golden Ear'상을 받았다고 하니 소리도 웬만큼 갖춘 것으로 보이며, DVD의 영상은 PAL과 NTSC 양쪽 포맷을 다 지원한다고 합니다. 유감스럽게도, 가격은 모르겠습니다.

디지털 오디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새로이 등장한 컴포넌트 가운데 하나는, 청취공간의 문제를 컴퓨터로 보정하는 장치입니다. 두세개 업체가 이런 제품으로 올해 CES의 문을 두드렸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클래리티'입니다. 회사의 명칭은 'Clarity EQ Calibrated'입니다.(www.clarityeq.com)

까만색 보급형 DVD플레이어만하게 생긴 'PDC-6.6''PDRC 6.6'등의 제품은 프리앰프와 파워앰프 사이에 위치해 DSP correction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고 합니다. 처음 구입하게 되면 USB포트를 이용해 PC에 연결해놓고 부속 마이크로 방의 음향상황을 테스트해 스피커의 재생음을 어떻게 보정할지를 결정해야 한답니다. 본체 3천달러, 전용 마이크는 4백40달러랍니다. 제품이 사진찍기 워낙 곤란한 위치에 놓여 있었기때문에 모양을 보여드리지는 못하게 되었습니다.

캐리에서는 V12라는 이름의 새로운 앰프를 등장시켰습니다. 'A급증폭의 싱글엔디드 3극관앰프 기술과 푸시풀 기술을 결합'해 'CAD 805의 사운드 스테이지, CAD 300se의 매혹적인 중역대, CAD 211M의 파워'를 한몸에 갖춘 앰프로 만들어냈다는게 캐리측의 광고카피입니다.

몸체의 자줏빛은 재규어의 'Carnival Red'색상이랍니다. 기본적으로는 채널당 백와트의 스테레오 앰프이고 3극관 모드로는 A급 50와트를 낼 수도 있다고 되어있는데, 플리니우스 SA100mk3처럼 스위치 조작으로 모드간의 전환을 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사진상으로 봐서는 그런 조절용 레버는 없어 보입니다.

캐리 부스에 갔을때는 정말 시간에 쫓기고 있어서 사진찍고 전단 집어들고 뛰어나오느라 소리를 제대로 듣지도 , 가격을 묻지도 못했습니다. 나중에 브로슈어를 확인해보니 V12의 가격은 공개돼 있지 않습니다만, 참고로 기존 모델들의 가격을 보면 CAD-211M 파워가 만4천5백불, CAD 805c는 9천불로 가격이 매겨져 있습니다.

이상으로 저의 CES 참관보고를 마칩니다. 워낙 하드웨어쪽으로는 공력이 부족한데다 시간상의 이유로 주마간산격으로 훑어보고 온 것이라 부족함이 많습니다만, 그냥 분위기만이라도 맛보실 수 있었다면 저에겐 큰 보람이 되겠습니다.

참, 라스베가스 CES에서는 서울 하이파이쇼와 달리 샘플러 씨디를 무료로 나눠주지 않더군요. 다만 전시회 전체에 관한 자료집을 DVD로 만들어 나눠주고 있었습니다. 이 DVD는, 결국 서울에 돌아온 뒤 사흘도 못돼 결국 제가 DVD플레이어를 구입하게 되는 한 원인을 제공했습니다.

그대신 알렉시스 파크호텔에서는 '안티폰 블루스' '칸타테 도미노'로 유명한 프로프리우스의 씨디들과, XRCD 라는 새로운 녹음방식을 채택한 (새로운 '포맷'은 아니고, 기존 씨디 녹음방법의 하나인 듯 합니다) 씨디들을 파는 샵이 하나 있어서, 슬롯 머신 안하고 모았던 달러를 죄다 털렸습니다. 아울러 버메스터 전시장에서 '버메스터 샘플러 씨디'를 장당 30달러에 팔고 있었습니다. 이것도 가져왔는데, 이때 산 오디오파일 음반 중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것들은 따로 모아 리뷰란에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현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