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두 거장의 대화 '나의 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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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에는 동시대를 살다간 두명의 국보급 지휘자가 있다. 라파엘 쿠벨릭과 바츨라프 노이만 - 팔순을 전후하는 나이에 이르기까지 정력적인 활동을 펼치다가 95년, 96년 연이어 세상을 떠났다. 둘다 체코출생이며, 바이올리니스트로 음악생활을 시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라파엘 쿠벨릭은 대바이올리니스트였던 아버지 얀 쿠벨릭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두 지휘자의 소위 '18번'(바람직하지 못한 표현이지만)을 꼽으라면 역시 '나의 조국'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 역시 그들의 '나의조국'이며 그들이 평생을 연주해온 대표적인 레파토리로서 이 곡에 있어서 최고의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이번 수프라폰의 기획물은 이 두 지휘자의 '나의 조국'을 동시에 두장의 CD에 담은 2 for 1 형식의 앨범이다. 워낙 정평나있는 연주라서, 둘 다 콜렉터들의 라이브러리에 꽂혀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두 사람의 연주를 비교해볼 정성은 들이기 쉽지 않다. 이렇게 두장을 동시에 앞뒤로 붙여놓으면 자연스레 비교해볼 수 있을 것 같다. 혹시라도 헷갈리지 말라고(?) CD표면에 각 지휘자의 얼굴까지 새겨놓았다.
쿠벨릭의 녹음은 90년 프라하 봄 페스티발 실황이다. 그의 연주스타일은 본래 큰 스케일로 거침없이 몰아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젊은 시절의 연주와 비교한다면 다소 느린 템포의 연륜이 묻어나오는 연주라는 인상을 주지만, 순간 순간 작열하는 뜨거운 열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쿠벨릭의 마지막 녹음이다. 노이만의 연주는 그의 대표적 명반으로 기록되는 75년 녹음이다. 녹음상의 시간적 갭의 영향으로 쿠벨릭판에 비해서 무대의 폭이 다소 축소되고 연주자와의 거리가 다소 멀어져 있다. 기본적으로 틀을 같이하고 있지만, 쿠벨릭에 비해서 다소 유연하고 아기자기하게 몰아가고 있으며, 독립적으로도 연주가 많이 되는 제 2곡 '몰다우'는 노이만판이 더 교과서적이라는 느낌을 받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