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향곡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하이든은 실내악에 있어서도 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입니다. 우리는 보통 <종달새> <황제> 등 현악4중주에 익숙합니다. 현악사중주만큼이나 뛰어난 예술세계가 피아노 트리오에도 숨어있습니다.
오디오파일과 음악우선주의자 모두에게 사랑받는 레이블 아르모니아 문디에서는 하이든의 피아노 트리오 시리즈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것은 5장 가운데 5집입니다.
제목은
Haydn Trios pour pianoforte, violon & violoncelle
Volume 5 입니다. (HMC 901572)
하이든은 40여년에 걸쳐, 40개가 넘는 피아노트리오를 남겼습니다. 이 음반에 담긴 것들이 마지막이라고 하는데, 이 음반에는 43,44,45번이 들어 있습니다.
하이든 피아노트리오의 대미를 장식하는 이 곡들은 '영국'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하이든의 오랜 후원자이자 '주군'이었던 에스터하지 공은 하이든의 음악세계에 대해서는 여러차례 경의를 표했지만 물적인 보상은 제대로 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18세기 런던의 유명 잡지였던 1786년 1월29일자에는 조각가 가에타노 바르톨루찌의 하이든 방문기가 실려있다고 합니다. 이 방문기에 따르면 하이든은, 런던에서라면 하급의 거리 바이올린 연주자도 치사하다며 안받을 급료만 받으며, 침대와 클라비코드가 간신히 들어가는 낡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답니다.
가에타노는 하이든에게, 런던이 얼마나 뜨거운 음악열기에 휩싸여 있는가에 대해 열변을 토했고, 하이든은 그자리에서 '영국에 가겠노라'고 약속을 합니다. d이 일로 하이든은 결국 1791년에서 92년, 1794년에서 95년 등 두차례에 걸쳐 런던을 장기간 방문하게 되지요.
하이든은 두번째로 런던을 방문한 1795년에, 가에타노의 결혼식에 증인으로 참석합니다. 가에타노의 부인은 독일계 피아니스트인 테레사 얀센. 테레사 얀센은, 피아노를 배워보신 분들은 누구나 기억할만한 '클레멘티' (학생들이 흔히 배우는 소나타 전집 같은 악보책에는 흔히 클레멘티, 모짜르트, 하이든, 베토벤의 곡이 들어있지요) 의 제자였으며 당대의 가장 뛰어난 피아니스트 중 한명이었답니다.
쇼팽에 앞서 녹턴의 모델을 제시한 영국의 '존 필드'와 버금가는 당대의 비르투오조였다니까요. 하이든은 테레사 얀센의 연주실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의 후기 피아노소나타 중 2곡이 테레사에게 헌정됐고, 이 음반에 실린 3곡의 피아노트리오도 바로 이 여자에게 바쳐졌습니다.
하이든이 피아노 트리오를 작곡한 40여년 중 대부분의 기간동안, 피아노 트리오는 아마추어들이 친목도모나 흥미거리로 연주하는 장르였습니다. 그렇지만 하이든과 테레사 얀센의 만남에 의해, 피아노 트리오는 전문가들을 위한 장르로 거듭났습니다.
이 음반에 수록된 3곡의 피아노트리오를 들어보면, 피아노 파트가 고난도의 기교를 요구함을 알 수 있습니다. 양손의 교차, 의외성 넘치는 멜로디의 제시와 발전, 때로는 베토벤을 연상시키는 격렬한 정서의 고양 등을 볼 수 있죠.
실제로 평론가들은 마지막 45번에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의 2-3악장 연결의 원형을 보기도 한답니다. 하이든은 이곡이 출판된 1797년 이후 12년여를 더 살았지만, 그 후로는 피아노트리오를 작곡하지 않았습니다. 이 3곡의 트리오는 그의 많은 교향곡과 달리 에스터하지 같은 후원가의 의뢰를 받아 작곡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쓴 곡들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하이든이 이 3곡을 쓴 뒤 더이상 피아노트리오 작곡을 통해 이룰 것이 없다고 생각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3곡은 피아노가 나머지 2개의 악기를 리드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3악기간의 완벽한 균형과 조화를 미덕으로 삼는 일반적인 실내악 평가의 기준에서는 약간 벗어나는 면이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다소 모범생적인 하이든의 모습에 비추어 의외성이 넘치는 재기발랄함을 가득 담고 있는 곡들입니다.
보통 베토벤을 고전주의에서 낭만주의로 가는 정점으로 말합니다만, 이미 그 싹이 베토벤의 스승인 하이든에게서 자라고 있었음을 보여준다는 평론가도 있습니다. 이 음반의 연주자는 Patrick Cohen, Erich Hobarth, Christophe Coin입니다. 앙상블 자체의 이름은 따로 없는 듯 합니다. 누가 어느 악기를 맡았는지 음반에는 기록돼 있지 않습니다.
연주는 매우 단정하고도 단단합니다. 전혀 느슨하지 않고 팽팽한 음악적 긴장이 잘 살아있으면서도 귀족적인 세련미 또한 넘쳐나는 연주입니다. OPUS111의 선연함과는 또다른 의미에서 생생하고 자연스러운, 아르모니아 문디 특유의 음향도 잘 살아있습니다.
현대피아노와는 또다른 피아노포르테의 소리(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음반이 현대피아노로 연주 녹음되었다면 더 매력적이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를 즐길 수 있는 것도 이 음반의 매력입니다.
제목은
Haydn Trios pour pianoforte, violon & violoncelle
Volume 5 입니다. (HMC 901572)
하이든은 40여년에 걸쳐, 40개가 넘는 피아노트리오를 남겼습니다. 이 음반에 담긴 것들이 마지막이라고 하는데, 이 음반에는 43,44,45번이 들어 있습니다.
하이든 피아노트리오의 대미를 장식하는 이 곡들은 '영국'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하이든의 오랜 후원자이자 '주군'이었던 에스터하지 공은 하이든의 음악세계에 대해서는 여러차례 경의를 표했지만 물적인 보상은 제대로 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18세기 런던의 유명 잡지였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