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프오르간을 좋아하십니까?
공간을 가득 채우는 장엄한 음향, 모든 이를 철학자 또는 종교인으로 만드는 그윽한 음색.. 이런 요소들때문에 많은 음악팬들이 파이프오르간을 좋아하지요.
하지만, 많은 오르간곡들은, 음악듣기를 취미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의외로 골치아픈 장르이기도 합니다. 우선 구조적으로 방대하고 복잡하지요. 또한 공간을 가득 채우기 위해서 계속되는 연속음들은, 장엄함의 효과와 함께 듣는 이에게 부담을 주기도 합니다.
(저도 공부할때는 토카타와 푸가를 듣지 않습니다. 그런 이유로요.)
그런데, 바흐의 오르간 작품 중에 색다른 곡이 있습니다.
바로 BWV 525~530, 6곡의 트리오소나탑니다.
이 곡들은 바흐가 자신의 아들 빌헬름 프리드만에게 오르간을 가르치기 위해 연습곡으로 만들어 준 것이라는 설이 유력합니다.
이 곡들은 화성을 채우기 위한 복잡한 연속음 없이, 그저 3개의 독립적인 성부만이 담백하고 깔끔하며 또한 아름답게 얽혀나갑니다.
짜임이 너무도 명료하고 선율간 독립성이 완벽해, 연주자의 손과 발이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면 듣는 사람이 즉시 알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최고의 연습곡이라고 할 수 있지요.
바흐가 직접 쓴 수고에는, 레가토나 스타카토 등의 지시부호가 그의 다른 건반악보에선 볼 수 없을만큼 많이 등장하는데, 이런 것이 바로 그런 분명한 선율구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 곡은 연주기술이 웬만큼 뛰어나지 않고서는 악보의 음표들에 생명력을 불어넣기가 굉장히 어렵답니다. 하지만 그런 단계를 성취한 경지에선 곡은 오히려 다른 곡들보다 쉽게 들린다는 것입니다. (이 곡들로 공부한 빌헬름 프리드만 바흐는 1733년경 이미 독일에서 가장 뛰어난 오르간주자 중 한명으로 부상합니다.)
선율간 독립성이 완벽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현상이 편곡의 용이성입니다. 바흐의 다른 작품들도 당초에 악기가 지정되어 있지 않아 여러가지 편성으로 편곡된 경우가 많지만 6곡의 트리오소나타는 특히 더욱 그렇습니다.
심지어는 원래 서로 다른 3개의 악기를 위한 소나타였던 것을 바흐 자신이 오르간곡으로 편곡했는데, 원본인 3중주 악보가 소실되고 오르간 악보만 원전으로 남은 것이라는 해석도 있을 정도죠.
바흐가 오르가니스트로 활동한 것은 1708년부터 10년간이지만,
트리오소나타(오르간용)가 작곡된 것은 쾨텐에서의 궁정악장 시절을 거쳐 라이프찌히 교회음악을 맡게 된 이후에서도 3년이 지난 1730년이니 그럴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금 남아있는 트리오소나타의 편곡사례는 18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모짜르트는 바이올린,비올라,첼로로 편곡한 바 있습니다.
오르간의 페달이 연주하는 저음 선율을 첼로가 맡고, 소프라노와 알토 성부를 각각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맡는 것이죠.
1874년, 페르디난드 다비드는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해 편곡한 바가 있고, 1930년 바르톡은 피아노를 위한 곡으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금세기 중반까지 트리오소나타에 대한 편곡 시도는 오르간 곡을 가급적 충실히 다른 악기로 옮기려는 것이었습니다.
1950년부터는 그러나, 이 곡의 원본이었을수도 있는 실내악곡을
복원하는 방향으로 편곡시도가 이뤄졌습니다.
(바하의 건반음악을 현악3중주로 편곡한 또다른 유명한 사례는,
드미트리 시트코베츠키가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현악3중주로 옮긴 오르페오 레이블의 음반을 들 수 있습니다. 현대의 것이긴 하지만. )
편곡음반은 수없이 많은 종류가 있습니다. 심지어, 바흐의 트리오소나타라고 씌어있지 않은 음반 가운데에도 트리오소나타를 다른 악기로 편곡해 놓은 곡이 많이 들어있지요.
제가 오늘 소개하고 싶은 음반은 칸투스(Cantus)의 무지카 안티구아 레이블로 나온 씨디입니다.
이것은 2for1으로, 텔레만의 트리오소나타들과 같이 수록돼 있습니다. 즉, 텔레만의 소나타들이 디스크 1이고, 바흐의 것들이 디스크2입니다. 텔레만의 소나타들도 아주 아름답습니다.
이 음반에선 바로크시대 피리의 일종인 '트라베르소'가 등장합니다. 리코더보다는 플룻에 훨씬 가까운 풍성하고 소프트한 소리를 냅니다.
벨벳처럼 부드럽고 어루만지는듯한 소리여서, 리코더가 고음성부를 연주한 팔라디안 앙상블의 연주와는 또다른 느낌을 줍니다.
여기선 합시코드가, 뒤에 소개될 팔라디언 앙상블 음반에서 바이올린과 비올라 다 감바가 맡았던 역할을 한꺼번에 합니다. 즉, 오른손 고음건반은 트라베르소와 대화하는 알토선율을 맡고, 왼손 저음건반은 오르간의 페달, 또는 실내악편성에서의 비올라 다 감바 역할을 맡는거죠.
연주단체는 Tripla Concordia라는 곳입니다. 음반 내지를 봐도 연주자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나와있지 않습니다. 다만 리코더나 트라베르소를 부는 로렌조 카바산티, 첼로 연주를 맡은 카롤리네 뵈르스마, 합시코드나 오르간을 맡는 세르지오 치오메이(이사람이 리더인 모양입니다. 음반해설을 이사람이 썼더군요), 제2 합시코드 주자인 마리오 마르티놀리 등 4명으로 구성되어 있음은 알 수 있습니다.
이들은 위와 같은 편성을 함으로써 소박하면서도 생기있는 아름다움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트라베르소의 역할입니다) 구조감과 리듬감, 그리고 투명감을 살리고 있습니다. (합시코드의 역할입니다)
연주가 단정하고 녹음도 훌륭하며, 텔레만의 트리오소나타들도 아름다운 곡들이어서 구입을 추천할 만 합니다.
그런데, 바흐의 오르간 작품 중에 색다른 곡이 있습니다.
바로 BWV 525~530, 6곡의 트리오소나탑니다.
이 곡들은 바흐가 자신의 아들 빌헬름 프리드만에게 오르간을 가르치기 위해 연습곡으로 만들어 준 것이라는 설이 유력합니다.
이 곡들은 화성을 채우기 위한 복잡한 연속음 없이, 그저 3개의 독립적인 성부만이 담백하고 깔끔하며 또한 아름답게 얽혀나갑니다.
짜임이 너무도 명료하고 선율간 독립성이 완벽해, 연주자의 손과 발이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면 듣는 사람이 즉시 알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최고의 연습곡이라고 할 수 있지요.
바흐가 직접 쓴 수고에는, 레가토나 스타카토 등의 지시부호가 그의 다른 건반악보에선 볼 수 없을만큼 많이 등장하는데, 이런 것이 바로 그런 분명한 선율구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 곡은 연주기술이 웬만큼 뛰어나지 않고서는 악보의 음표들에 생명력을 불어넣기가 굉장히 어렵답니다. 하지만 그런 단계를 성취한 경지에선 곡은 오히려 다른 곡들보다 쉽게 들린다는 것입니다. (이 곡들로 공부한 빌헬름 프리드만 바흐는 1733년경 이미 독일에서 가장 뛰어난 오르간주자 중 한명으로 부상합니다.)
선율간 독립성이 완벽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현상이 편곡의 용이성입니다. 바흐의 다른 작품들도 당초에 악기가 지정되어 있지 않아 여러가지 편성으로 편곡된 경우가 많지만 6곡의 트리오소나타는 특히 더욱 그렇습니다.
심지어는 원래 서로 다른 3개의 악기를 위한 소나타였던 것을 바흐 자신이 오르간곡으로 편곡했는데, 원본인 3중주 악보가 소실되고 오르간 악보만 원전으로 남은 것이라는 해석도 있을 정도죠.
바흐가 오르가니스트로 활동한 것은 1708년부터 10년간이지만,
트리오소나타(오르간용)가 작곡된 것은 쾨텐에서의 궁정악장 시절을 거쳐 라이프찌히 교회음악을 맡게 된 이후에서도 3년이 지난 1730년이니 그럴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금 남아있는 트리오소나타의 편곡사례는 18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모짜르트는 바이올린,비올라,첼로로 편곡한 바 있습니다.
오르간의 페달이 연주하는 저음 선율을 첼로가 맡고, 소프라노와 알토 성부를 각각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맡는 것이죠.
1874년, 페르디난드 다비드는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해 편곡한 바가 있고, 1930년 바르톡은 피아노를 위한 곡으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금세기 중반까지 트리오소나타에 대한 편곡 시도는 오르간 곡을 가급적 충실히 다른 악기로 옮기려는 것이었습니다.
1950년부터는 그러나, 이 곡의 원본이었을수도 있는 실내악곡을
복원하는 방향으로 편곡시도가 이뤄졌습니다.
(바하의 건반음악을 현악3중주로 편곡한 또다른 유명한 사례는,
드미트리 시트코베츠키가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현악3중주로 옮긴 오르페오 레이블의 음반을 들 수 있습니다. 현대의 것이긴 하지만. )
편곡음반은 수없이 많은 종류가 있습니다. 심지어, 바흐의 트리오소나타라고 씌어있지 않은 음반 가운데에도 트리오소나타를 다른 악기로 편곡해 놓은 곡이 많이 들어있지요.
제가 오늘 소개하고 싶은 음반은 칸투스(Cantus)의 무지카 안티구아 레이블로 나온 씨디입니다.
이것은 2for1으로, 텔레만의 트리오소나타들과 같이 수록돼 있습니다. 즉, 텔레만의 소나타들이 디스크 1이고, 바흐의 것들이 디스크2입니다. 텔레만의 소나타들도 아주 아름답습니다.
이 음반에선 바로크시대 피리의 일종인 '트라베르소'가 등장합니다. 리코더보다는 플룻에 훨씬 가까운 풍성하고 소프트한 소리를 냅니다.
벨벳처럼 부드럽고 어루만지는듯한 소리여서, 리코더가 고음성부를 연주한 팔라디안 앙상블의 연주와는 또다른 느낌을 줍니다.
여기선 합시코드가, 뒤에 소개될 팔라디언 앙상블 음반에서 바이올린과 비올라 다 감바가 맡았던 역할을 한꺼번에 합니다. 즉, 오른손 고음건반은 트라베르소와 대화하는 알토선율을 맡고, 왼손 저음건반은 오르간의 페달, 또는 실내악편성에서의 비올라 다 감바 역할을 맡는거죠.
연주단체는 Tripla Concordia라는 곳입니다. 음반 내지를 봐도 연주자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나와있지 않습니다. 다만 리코더나 트라베르소를 부는 로렌조 카바산티, 첼로 연주를 맡은 카롤리네 뵈르스마, 합시코드나 오르간을 맡는 세르지오 치오메이(이사람이 리더인 모양입니다. 음반해설을 이사람이 썼더군요), 제2 합시코드 주자인 마리오 마르티놀리 등 4명으로 구성되어 있음은 알 수 있습니다.
이들은 위와 같은 편성을 함으로써 소박하면서도 생기있는 아름다움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트라베르소의 역할입니다) 구조감과 리듬감, 그리고 투명감을 살리고 있습니다. (합시코드의 역할입니다)
연주가 단정하고 녹음도 훌륭하며, 텔레만의 트리오소나타들도 아름다운 곡들이어서 구입을 추천할 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