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브라폰과 마림바는 결코 만만히 볼 악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웬지 음악을 쉽게 만들어주는 마력을 갖고 있다는게 제 평소 느낌입니다.
왜 그럴까요? 우선은 초등학교때 쉽게 익혔던 실로폰이라는 악기에 대해 갖고 있는 친근함 때문이기도 하겠고, 또하나는 그 독특한 음색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독일의 마이너레이블인 '아우디테 샬플라텐 (Audite Schallplatten)에서 나온 <마림바흐와 비브라비발디 (Marimbach & Vibravivaldi)>를 음반점에서 구입하면서, 저는 크로스오버 음반을 살때와 같은 가벼운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이 음반은 이를테면 퍼커션 뮤지움이나 이블린 글래니 등 타악기 연주자들의 음반과는 또다른 의미에서 마림바와 비브라폰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음반이었습니다.
재미있게 작명된 앨범타이틀처럼, 이 음반에는 비발디의 협주곡들과 바흐의 작품들이 실려있습니다. 비발디의 작품으로는 "피콜로리코더, 현과 콘티누오를 위한 협주곡 4번" "플룻,현과 콘티누오를 위한 협주곡 1번 <바다의 폭풍> "등이 실려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바흐의 작품은 무반주첼로조곡의 3번입니다.
연주자인 알브레히트 폴츠는 자신이 직접 쓴 속지 해설에서도 밝히고 있듯, 주로 현과 관을 위해 작곡된 원곡을 어떻게 '타악기'인 비브라폰과 마림바로 재현하느냐에 촛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 자신의 설명을 옮기기 전에, 먼저 마림바와 비브라폰이라는 악기에 대한 해설을 읽어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아시는 분은 잘 아시지만 혼동하시는 분들도 많은게 이 두 악기니까요.
마림바는 나무로 만들어집니다. 주로 rosewood를 쓴답니다. (생각나는 스피커들이 많으실겁니다.) 실로폰보다 아래로 두 옥타브가 더 내려가, 4옥타브 반의 음계를 갖는다고 합니다.
마림바는 악기와 이름 모두 아프리카 출신인데요. '마 림바'는 아프리카 말로 "여러가지 음"이라는 뜻이라는군요. 1916년에 금속제 마림바로 바이브레이션 효과를 내는 방법이 개발되었고, 이후 경합금 막대를 나무로 두드려 소리를 내는 악기는 비브라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소리를 들어보면 비브라폰은 찰랑찰랑 지속되는 음이 매력인 반면 마림바는 통통거리는 속이 빈 소리, 그러나 청량감 있는 짧은 울림이 매력입니다.
연주.편곡자인 알브레히트 폴츠는 플룻의 경우 비브라폰과 배음구조가 비슷하고, 비브라폰의 페달 기법을 통해 6초까지 소리를 지속시킬 수 있어 편곡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류트의 경우에는 줄의 어디를 어떻게 뜯는가에 따라 음색이 달라지는데 이것은 비브라폰 막대의 어디를 어떻게 치는가에 따라 비슷하게 구현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빠른 대위법 패시지는 아무래도 비브라폰 소리의 울림상 재현하기 어려우므로 주로 한 성부가 주선율을 맡는 4성부 이내의 곡이 편곡에 적합하다고 하는군요.
(한손에 나무막대 2개씩을 쥐고 연주하니까 4성부를 넘어가면 연주가 곤란하답니다.)
이런 특성은 마림바 음의 지속시간이 비브라폰보다 짧다는 것만 빼고는 대략 비슷해 보입니다.
실제 연주에 있어서, 비브라폰 음색에 의한 플룻 성부 재현은 상당히 아름답게 들립니다. 비브라폰의 바이브레이션 효과는 저로서는 제대로 된 오디오에서 들어보기는 이번이 처음인데 아주 색다른 맛이 있습니다.
다만 연주자가 음향적 측면에만 너무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인지, 비발디의 협주곡들이 갖는 다이내믹함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반주를 맡은 프로 비발디 슈투트가르트 실내관현악단은 특별히 문제가 있지도 않지만 특별히 잘한다고도 할 수 없는 무난한 연주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오히려 더 난곡이라고 생각되는 바흐의 무반주첼로조곡이, 비발디의 협주곡보다는 더 뛰어난 연주입니다. 수입사에서 붙여놓은 스티커에는 "숲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는 문구가 있던데, 꽤 설득력있는 표현이라 느껴집니다.
첼로의 거칠거칠한 느낌을, 마찰이 아니라 때리는 것에 의해 소리를 내는 악기가 그대로 재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지만, 비브라폰 대신 마림바를 택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입니다.
곡 해석도 설득력이 있어서,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연주자인 폴츠는 1961년생으로, 마림바나 비브라폰의 독주활동 외에 스튜트가르트 바하 콜레기움의 팀파니스트로도 활약하는 등, 다양한 활동범위를 갖고 있답니다. 특이한 점은 무용이나 마임에도 조예가 깊어서 연주동작은 물론 음악 자체에도 무용 특유의 활력을 도입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그의 연주를 실제로 또는 영상물로 보고 싶어지는 대목입니다.
1989년 디지털 녹음(DDD)이라는 것이 다소 의외인데, 녹음도 양호합니다. 우선은 마림바로 연주하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조곡이 새롭고도 즐거운 체험이고, 가족이 함께 틀어놓고 듣기에 부담이 없다는 점도 구매가치를 높여주는 대목입니다.
여러가지를 다 고려한 제 개인 평점은 별 다섯개 만점에 3개 반입니다. (언젠가 별 갯수별로 컨셉을 명확히 하는 작업을 하겠지만, 일단 제가 별 3개 반 이상이라고 하는 음반은 제 입장에서 "구입하여 들어볼 만 합니다"라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이현식.
독일의 마이너레이블인 '아우디테 샬플라텐 (Audite Schallplatten)에서 나온 <마림바흐와 비브라비발디 (Marimbach & Vibravivaldi)>를 음반점에서 구입하면서, 저는 크로스오버 음반을 살때와 같은 가벼운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이 음반은 이를테면 퍼커션 뮤지움이나 이블린 글래니 등 타악기 연주자들의 음반과는 또다른 의미에서 마림바와 비브라폰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음반이었습니다.
재미있게 작명된 앨범타이틀처럼, 이 음반에는 비발디의 협주곡들과 바흐의 작품들이 실려있습니다. 비발디의 작품으로는 "피콜로리코더, 현과 콘티누오를 위한 협주곡 4번" "플룻,현과 콘티누오를 위한 협주곡 1번 <바다의 폭풍> "등이 실려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바흐의 작품은 무반주첼로조곡의 3번입니다.
연주자인 알브레히트 폴츠는 자신이 직접 쓴 속지 해설에서도 밝히고 있듯, 주로 현과 관을 위해 작곡된 원곡을 어떻게 '타악기'인 비브라폰과 마림바로 재현하느냐에 촛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 자신의 설명을 옮기기 전에, 먼저 마림바와 비브라폰이라는 악기에 대한 해설을 읽어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아시는 분은 잘 아시지만 혼동하시는 분들도 많은게 이 두 악기니까요.
마림바는 나무로 만들어집니다. 주로 rosewood를 쓴답니다. (생각나는 스피커들이 많으실겁니다.) 실로폰보다 아래로 두 옥타브가 더 내려가, 4옥타브 반의 음계를 갖는다고 합니다.
마림바는 악기와 이름 모두 아프리카 출신인데요. '마 림바'는 아프리카 말로 "여러가지 음"이라는 뜻이라는군요. 1916년에 금속제 마림바로 바이브레이션 효과를 내는 방법이 개발되었고, 이후 경합금 막대를 나무로 두드려 소리를 내는 악기는 비브라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소리를 들어보면 비브라폰은 찰랑찰랑 지속되는 음이 매력인 반면 마림바는 통통거리는 속이 빈 소리, 그러나 청량감 있는 짧은 울림이 매력입니다.
연주.편곡자인 알브레히트 폴츠는 플룻의 경우 비브라폰과 배음구조가 비슷하고, 비브라폰의 페달 기법을 통해 6초까지 소리를 지속시킬 수 있어 편곡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류트의 경우에는 줄의 어디를 어떻게 뜯는가에 따라 음색이 달라지는데 이것은 비브라폰 막대의 어디를 어떻게 치는가에 따라 비슷하게 구현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빠른 대위법 패시지는 아무래도 비브라폰 소리의 울림상 재현하기 어려우므로 주로 한 성부가 주선율을 맡는 4성부 이내의 곡이 편곡에 적합하다고 하는군요.
(한손에 나무막대 2개씩을 쥐고 연주하니까 4성부를 넘어가면 연주가 곤란하답니다.)
이런 특성은 마림바 음의 지속시간이 비브라폰보다 짧다는 것만 빼고는 대략 비슷해 보입니다.
실제 연주에 있어서, 비브라폰 음색에 의한 플룻 성부 재현은 상당히 아름답게 들립니다. 비브라폰의 바이브레이션 효과는 저로서는 제대로 된 오디오에서 들어보기는 이번이 처음인데 아주 색다른 맛이 있습니다.
다만 연주자가 음향적 측면에만 너무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인지, 비발디의 협주곡들이 갖는 다이내믹함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반주를 맡은 프로 비발디 슈투트가르트 실내관현악단은 특별히 문제가 있지도 않지만 특별히 잘한다고도 할 수 없는 무난한 연주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오히려 더 난곡이라고 생각되는 바흐의 무반주첼로조곡이, 비발디의 협주곡보다는 더 뛰어난 연주입니다. 수입사에서 붙여놓은 스티커에는 "숲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는 문구가 있던데, 꽤 설득력있는 표현이라 느껴집니다.
첼로의 거칠거칠한 느낌을, 마찰이 아니라 때리는 것에 의해 소리를 내는 악기가 그대로 재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지만, 비브라폰 대신 마림바를 택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입니다.
곡 해석도 설득력이 있어서,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연주자인 폴츠는 1961년생으로, 마림바나 비브라폰의 독주활동 외에 스튜트가르트 바하 콜레기움의 팀파니스트로도 활약하는 등, 다양한 활동범위를 갖고 있답니다. 특이한 점은 무용이나 마임에도 조예가 깊어서 연주동작은 물론 음악 자체에도 무용 특유의 활력을 도입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그의 연주를 실제로 또는 영상물로 보고 싶어지는 대목입니다.
1989년 디지털 녹음(DDD)이라는 것이 다소 의외인데, 녹음도 양호합니다. 우선은 마림바로 연주하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조곡이 새롭고도 즐거운 체험이고, 가족이 함께 틀어놓고 듣기에 부담이 없다는 점도 구매가치를 높여주는 대목입니다.
여러가지를 다 고려한 제 개인 평점은 별 다섯개 만점에 3개 반입니다. (언젠가 별 갯수별로 컨셉을 명확히 하는 작업을 하겠지만, 일단 제가 별 3개 반 이상이라고 하는 음반은 제 입장에서 "구입하여 들어볼 만 합니다"라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이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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