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분노의 역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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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처음 접한 것은 대학다닐 때 학교 앞 동시상영관에서 였는데 그때는 사실 이 영화보다는 같이 상영했던 야한 영화에 관심이 있었고 "분노의 역류"라는 타이틀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남아 본 이 영화는 의외로 마지막 엔딩타이틀이 올라가는 순간 제 눈에서 눈물을 쏟아낼 만큼 감동의 도가니로 저를 이끌었는데... (물론 지금은 그런 감정이 많이 없어졌지만) 최근 국내에서도 불과 관련한 영화가 두편이나 상영되고 있는 시점에서 다시 한번 이 영화를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제품정보

제작사 : 콜롬비아
화면 : 2.35:1 아나몰픽
음향 : 영어 DD5.1
자막 : 한글, 영어, 중국어, 태국어 등
디스크 : 단면 싱글레이어
제작년도 : 1991년
DVD발행년도 : 1997년
상영시간 : 135분
등급 : 18세이상 관람가
지역코드 : 3번
감독 : 론 하워드
출연 : 커트 러셀, 윌리엄 볼드윈, 레베카 드모네이, 로버트 드니로, 제니퍼 제이슨 리, 도널드 서덜랜드
영상 및 음향
영상은 깨끗하기는 하지만 의의로 선명한 화면을 선사하고 있지는 못합니다. 물론 특별한 잡티들이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멀리서 잡은 사람의 얼굴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고 뭉게져서 나타납니다. 영화의 원판화질 문제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콜롬비아 타이틀이 지역코드별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디지털 트랜스퍼 부분이 다소 실망스럽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화염을 잡은 장면에서는 그러한 단점들이 보이지는 않습니다. 평가를 하자면 5점 만점에 3점을 주고 싶습니다.

음향은 5.1채널로 분리가 되어있고 심심치 않게 전후좌우의 스피커가 울리지만 화재현장에서의 음산한 분위기가 완벽하게 표현되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락음악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극중의 커트러셀이 듣는 음악들을 알아맞히는 것도 한가지 즐거움이 될 듯 합니다. 특히 음악이 배경에 깔릴 때 음분리도가 가장 좋습니다. 평가를 하자면 5점 만점에 3.5점을 주고 싶습니다.
영화적 완성도
이 영화는 많은 분들이 극장에서 관람하셨거나 비디오로 한번씩 시청하셨을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고 텔레비젼에서도 방영을 한 적이 있기 때문에 그다지 낯선 영화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영화를 보신지 꽤 되신 분들이라면 이 영화를 기억하실 경우 딱 두가지가 생각날 거라고 여겨집니다. 하나는 "너가 가면 우리도 간다(You go, We go)"라는 멋진 대사이고, 다른 하나는 살아 움직이는 듯한 불들의 엄청난 특수효과일 것입니다.

하지만 사실 이 영화는 이런 시청자들의 단편적인 기억들을 뛰어 넘는 미스터리 형식의 극영화라고 하겠습니다. 단지 훨훨 타오르는 불만을 보여주거나 이 불과 대항하는 소방관들의 역경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시당국과 소방관들 사이를 둘러쌓고 벌어지는 일련의 방화사건과 그 사건을 쫓아 들어가는 수사물의 형식이 어우러짐으로써 잘 만들어진 재난영화 한편이 탄생한 것입니다.

영화는 크게 두가지 상황을 통해 전개됩니다. 먼저 스티븐(커트 러셀)과 브라이언(윌리엄 볼드윈)의 갈등. 이 둘은 모두 아버지의 뒤를 이어 소방관이 되는데 좀처럼 화합을 하지 못합니다. 형은 노련하고 저돌적인 소방관이지만 동생을 좀처럼 미더워하지 못하고 동생은 형같은 소방관의 재질은 없지만 아버지에 대한 추억 때문인지 아니면 형에 대한 경원심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아도 소방관이라는 책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다소 심약한 인물입니다. 이런 둘이 같은 소방대에 근무하게 되면서 둘의 갈등은 점점 깊어가고 좀처럼 화해의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와중에 역류(Backdraft)현상을 이용한 일련의 방화 사건이 발생하는데 특이하게도 방화사건의 피해자들은 시당국의 소방예산 삭감과 관련된 인물들입니다. 이 사건의 조사를 위해 림게일(로버트 드니로)이 수사에 착수하는데...

영화는 결말로 진행되면서 브라이언과 제니퍼(제니퍼 제이슨 리)의 사랑과 스티븐의 죽음 등을 적절하게 배치하고 방화사건에 대한 배경도 명쾌하게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합니다. 마지막 엔딩타이틀에서는 지금도 불과 싸우고 있는 소방관들에 대한 언급도 빼지 않고 있는데 듣기로는 현재 상영되고 있는 국내 영화에서도 소방관들에게 바친다는 글이 올라가는 것으로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장면은 오히려 영화의 감상에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이 영화의 미덕은 헐리우드의 블록버스터들이 자행하고 있는 눈요기 특수효과와 듣는 이를 의심케 하는 웅장한 사운드에 황당한 스토리를 접목시키는 기형적인 곱추영화가 아니라 특수효과와 스토리라인의 결합을 시도한 영화라는 것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아쉽게도 뛰어난 결합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특수효과라는 볼거리에 스토리라인을 양념으로 첨가한 것인지 아니면 스토리를 살리기 위해 부수적인 특수효과를 삽입한 것인지는 보는 이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겠지만 최소한 이리저리 타들어가는 불만 보다 끝나는 어정쩡한 재난영화의 범주에서는 벗어난 영화라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가지 아쉬운 점을 지적하자면 화려한 캐스팅의 이면에 레베카 드모네이나 로버트 드니로는 명성에 비해 걸맞지 않은 비중의 역을 맡음으로써 연기력을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고 특히 로버트 드니로 정도라면 좀 더 강렬한 연기를 보여줄 수도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같은 조연이라도 로날드역의 도널드 서덜랜드는 오히려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영화의 미스터리는 피해자들이 초반부터 너무 특정한 범주의 인물들로 설정되어 있어 긴장도가 떨어지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좀 더 꽉 찬 구조의 스토리전개가 이루어졌다면 수작의 범주에도 들어갈 수 있는 작품이었다고 생각되는데 화려한 특수효과의 불길과 명배우들의 캐스팅에 비해서는 역시 이야기 전개의 충실도가 아쉬운 영화라고 하겠습니다. 평가를 하자면 5점 만점에 3.5점을 주고 싶습니다.
나가며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불길들은 정말로 실감나는 영상 그 자체라고 하겠습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최근 개봉된 두 영화-사이렌과 리베라메-에서도 불에 대한 특수효과는 비교적 완성도 높게 촬영됐다는 풍문을 들었습니다. 이 영화가 촬영된지도 9년의 세월이 흘렀고 이제 국내 영화계의 특수효과 기술도 그 정도로 성장했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사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제는 그 불길 속에 무엇을 담느냐가 중요한 숙제로 남은 것 같아 다시 한번 분노의 역류를 돌아보게 됩니다.

-llhtml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