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Chicken 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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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일전에 국내에서도 개봉한 클레이 에니메이션 작품 『치킨 런(Chicken Run)』은 『월레스와 그로밋(Wallace and Gromit)』으로 유명해진 영국 아드만 스튜디오의 헐리우드 데뷔작으로 공동 제작자이자 배급사인 드림웍스에 만만치 않은 수익을 안겨준 바 있습니다. (실제로 『글레디에이터(Gladiator)』와 『라이언일병 구하기(Saving Private Ryan)』의 수입보다 더 큰 돈벼락이 떨어졌습니다.)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3D 에니메이션과는 달리 철저한 수공작업과 긴 시간과의 싸움이 관건인 본 작품은 점토인형들의 부드러운 움직임에 저절로 감탄이 나는 신나는 코미디 영화로 어린이와 함께 한다면 더없는 재미를 선사해 줄 것으로 생각됩니다.

제품정보
제작사 : Dreamworks
화면 : 1.85:1 아나몰픽
음향 : 영어 DTS ES, DD 5.1, DD 서라운드
자막 : 영어
디스크 : 단면 더블레이어
제작년도 : 2000년
DVD발행년도 : 2000년
상영시간 : 84분
등급 : G
지역코드 : 1번
감독 : Peter Lord, Nick Park
목소리 출연 : Mel Gibson, Julia Sawalha, Miranda Richardson 등
영상 및 음향

24개의 정지동작을 합쳐서 1초의 움직임을 만들어 낸다는 이 클레이 에니메이션 작품은 상영시간 84분을 대충 어림잡더라도 - 정지동작이나 배경화면 등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 12만 컷 이상의 정지동작을 점토 인형들을 조금씩 움직여 가며 촬영해야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도 과연 이것이 정지화면을 이어가며 촬영했다는 것이 사실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완벽한 움직임을 표현해 냅니다.

춤을 추는 닭들의 모습도 익살스럽고 오븐 속의 폭발장면들도 긴장감이 넘칩니다. 화질도 깨끗하고 별다른 흠을 잡기가 어려울 정도로 선명합니다. 1.85:1의 아나몰픽 화면도 와이드스크린을 가지고 계신분들에게는 최상의 선택이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평가를 하자면 5점 만점에 4.5점을 주고 싶습니다.

음향도 이 영화의 무시못할 장점입니다. 최근의 경향인 DTS(ES 6.1)와 DD(5.1)의 동시수록도 마음에 들고 음향의 분리도 잘 이루어져 있습니다. 극중 주인공인 진저와 맥스가 트위디 부인의 전자동 치킨파인 오븐에 들어가 탈출하는 장면에서의 폭파음은 좌우후방으로 폭발음이 움직이며 입체적인 소리를 내뿜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전반적인 음향효과는 다소 기대에 못미치는데 좌우분리나 리어스피커를 좀 더 이용하는 믹싱작업이 이루어졌으면 더 재미있는 관람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평가를 하자면 5점만점에 3.5점을 주고 싶습니다.
영화적 완성도

이 영화의 광고문구 "탈출하라 그렇지 않으면 구워먹힐 것이다(Escape or Die Frying)"는 이 작품의 내용을 가장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문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돈벌이에 물불을 가리지 않는 영국여자 트위디 부인의 농장에 사는 영국 닭들은 영화속에서 수용소에 갖혀있는 포로들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닭들은 각각의 막사에서 알낳기에 동원되고 있고 트위디 부인의 점호시간에 달걀 생산이 부실한 닭은 곧바로 처형이 되는 매우 음산한 분위기 속에서 살아갑니다.

닭들의 리더인 진저(쥴리아 사왈라)는 이런 처참한 환경속에서 줄곧 탈출을 도모하지만 항상 실패의 연속일 뿐입니다. 업친데 덥친격으로 달걀판매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은 트위디 부인은 본격적으로 "집에서 만드는 맛있는" 치킨 파이의 판매를 계획하게 되는데 정작 우리의 불쌍한 암탉들에게는 별다른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불현 듯 하늘에서 "Freedom"을 외치면 떨어지는 미국닭 록키(멜 깁슨)는 브레이브하트(Braveheart)의 윌리엄 월레스처럼 닭들의 구세주로 등장하는데....

본인 역시 서커스단에서 탈출한 허접한 수탉에 불과한 록키와 그를 하늘을 날 줄 하는 특이한 닭으로 믿고 있는 불쌍한 암탉사이의 이런저런 소동들이 영화를 이끌어 갑니다.

생명이 경각에 달린 암탉들에게 록키는 진저의 성화에 못이겨 나는 방법을 가르치지만 정작 암탉들이 날 수 있을리 만무합니다. 어느날 록키는 자신의 정체를 알리고 진저를 떠나는데 암탉들은 잠시 고장난 트위디 부인의 치킨파이 오븐이 고쳐지기 전까지 자신들의 힘만으로 탈출계획을 도모하게 됩니다.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주가 되는 영화라기 보다는 순간순간 벌어지는 단편적인 사건들과 인형들의 절묘한 움직임이 즐거움을 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돈을 벌어보고자 하는 인색한 트위디 부인과 그의 어리숙한 남편의 인물묘사도 인형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절묘하게 이루어져 있고, 조금은 멍청하고 어리숙한 닭들의 캐릭터들도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닭들사이의 대화는 무척이나 해학적이고 재미있어서 필자의 짧은 영어실력 탓에 몇몇 부분은 대충 건너뛰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쾌한 웃음을 입가에서 사라지지 않게 만듭니다.

록키의 도움없이 스스로 탈출계획을 세우고 비행기를 만들어 나가는 닭들의 모습들이 재미있고 후에 다시 재회하는 로키와 진저의 로멘스도 영화에 양념으로 삽입됩니다. 전반적으로 어린아이들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신나는 인형극으로 나른한 연말에 아이들에게는 좋은 선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전에 『월레스와 그로밋』에서 보여주었던 참신함은 다소 떨어진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1시간 30분에 조금 못 미치는 시간동안 보여주는 닭들의 한바탕 소동은 이야깃거리로는 조금 밋밋한 감이 들고 헐리우드와 차별되는 영국 에니메이션만의 특징을 기대한 관객에게는 조금 실망을 안겨줄 수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평가를 하자면 5점 만점에 3점을 주고 싶습니다.
나가며

이 영화를 언급할 때 마다 빼놓지 않고 나오는 것이 스티브 멕퀸의 『대탈주』(1963)라는 영화를 패러디 했다는 것인데 필자의 경우 그 영화를 도대체 텔레비젼을 통해서라도 본 적이 있는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아 어떤 부분이 패러디한 장면이지를 알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영화도 알고봐야 재미가 느껴질텐데 이런 부분에서는 다소 잔재미를 놓치지 않았나 싶군요... 사실 멜깁슨이 "Freedom"을 외치는 장면도 『브레이브하트』를 보지 않은 사람이거나 본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성우가 멜깁슨인지 모르는 사람이라면 웃음이 나올리 만무할 것입니다.

참고로 본 영화의 양계장 세트는 자그마치 미니어쳐의 길이가 1.8Km에 달하며 촬영에 사용된 닭의 인형갯수는 출연한 닭 80마리를 훌쩍 뛰어넘는 430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원금감을 살리기 위해 동일한 닭을 작은 것과 큰 것 등으로 나누어 제작했다고 하는데 영화제작에 쏟은 정성 만큰은 확실하게 인정해 줘야 할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드릴 말씀 한가지... 엔딩타이틀이 올라간 후 다시 한번 닭들이 출연합니다. 곧바로 극장을 빠져나가시거나 비디오 또는 디비디를 끄지 마십시오....

-llhtml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