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원령공주(もののけ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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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공장이라 불리우는 일본 에니메이션의 본산 지브리 스튜디오의 대작 『원령공주(もののけ姬)』는 정작 본토인 일본에 앞서 미국에서 먼저 DVD로 출시되면서 많은 화제를 낳았습니다. 일본어 음성 트랙의 삽입을 둘러싼 디즈니와 소비자간의 분쟁과 일본어 트랙 삽입에 따른 출시 지연 등 DVD 출시 그 자체만으로도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던 본 작품은 뛰어난 화면과 음성의 퀄리티로 소비자를 만족시켜주는 몇 안되는 타이틀 중의 하나가 될 듯 합니다. 이번에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최대 대작인 본 작품을 간략하게 살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제품정보

제작사 : 디즈니/브에나비스타
화면 : 1.85:1 아나몰픽
음향 : 영어 DD 5.1, 불어 DD 5.1, 일어 DD 5.1
자막 : 영어
디스크 : 단면 더블레이어
제작년도 : 1997년
DVD발행년도 : 2000년
상영시간 : 134분
등급 : PG-13
지역코드 : 1번
감독 : 미야자키 하야오
영상 및 음향

본 작품이 일본에서 개봉되었을 당시 일본 에니메이션계와 영화계는 많은 기록을 새롭게 바꾸어야만 했습니다. 제작비 23억 5천만엔, 14만장이 넘는 셀, 제작기간 3년, 디지털작업에 의한 제작 등 기존의 에니메이션제작과는 차별화된 물량이 투입된 작품이라는 점, 개봉과 동시에 E.T가 가지고 있던 일본 최대 흥행기록을 단숨에 깨뜨리며 관객수 천삼백오십만명, 흥행수입 1억 5천만달러라는 전대미문의 대기록을 세웠다는 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이라는 점 등이 이 영화의 외부적 가치를 증대시켰습니다. 작품의 내용은 차치하고 이러한 작품의 외적 모습만 놓고 보더라도 이 영화의 DVD 발매는 팬들의 기대수준을 한층 높여 놓기에 충분하다고 하겠습니다.

본 작품의 영상은 그러한 기대를 십분 충족시켜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공각기동대』, 『수병위인풍첩』 등 일본 에니메이션의 대표주자인 망가 비디오의 화질과 크게 차별화되는 아름답고 선명한 화질을 보여줍니다. 다만 색상의 대비가 좀더 뚜렷하게 나타났으면 하는 바램이 생기는 것은 지나친 요구가 될는지 모르겠습니다. 평가를 하자면 5점 만점에 4점을 주고 싶습니다.

음성은 사실 기대 이상이었는데 에니메이션의 가장 기본인 화질보다도 필자는 음성에 더 큰 만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다른 스피커의 소리에 비해 우퍼의 울림이 다소 약한 감이 없지 않지만 배경음악, 효과음 등등의 음분리도는 탁월한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아마도 에니메이션의 제작에는 일가견을 지니고 있는 디즈니의 위력이 발휘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평가를 하자면 5점 만점에 4.5점을 주고 싶습니다.
영화적 완성도

영화의 배경은 일본의 무로마치(室町)막부 시대. 영화의 시작은 에미시 일족이 모여 사는 작은 부족에 침입하는 재앙신(タタリ神)의 돌진으로 시작됩니다. 마을의 후계자인 아시타카(アシタカ)는 마을을 지키기 위해 뛰어난 활솜씨로 재앙신을 물리치지만 그 대가로 오른손에 재앙신의 저주를 받게 됩니다. 오른쪽 팔목에 새겨진 저주의 문신은 점점 몸으로 퍼져 나중에는 아시타카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크나큰 재앙입니다. 마을의 무녀인 히이사마(ヒイさま)는 아시타카에게 저주를 풀기 위해 서쪽으로 갈 것을 요구하는데...

원령공주의 시작은 이처럼 재앙신의 저주를 옮겨 받은 소년 아시타카의 여행으로부터 출발합니다. 영화는 이야기를 진행해 가면서 아시타카의 팔에 깃들인 저주의 근원을 보여주며 그 저주는 바로 인간과 자연의 대립에서 빚어진 자연의 증오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서쪽에 도착한 아시타카는 에보시(エボシ)라는 여자가 운영하는 철제광산촌에 도착하는데 바로 이곳에 모든 증오의 근원이 숨어 있습니다. 에보시는 자연을 개발하고 이를 이용하여 풍요한 마을을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진취적인 여성입니다. 그녀가 이끄는 마을은 남자나 여자나 모두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을 뿐 아니라 심한 전염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과도 함께 공존하고 있는 평화로운 곳입니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한가지 적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모노노케 히메(원령공주 또는 도깨비공주)라고 불리우는 산(サン)이라는 소녀였습니다. 그녀는 모로(モロ)라는 들개의 우두머리에게 키워진 야성을 지닌 소녀로서 광산을 운영하며 산의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하여 자연을 황폐화 시키고 있는 에보시를 시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영화는 바로 두 개의 대립구도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한쪽은 에보시로 대표되는 인간의 세계로 자연을 개발하여 인간의 풍요를 이루고자 하는 쪽이고, 다른 한쪽은 원령공주로 대표되는 자연의 세계로 자연을 파괴하는 어떤 세력도 물리치고자 하는 쪽입니다. 에보시는 원령공주와 자연의 증오를 자신이 개발한 총을 이용하여 매번 물리치는데 아시타카의 마을에 침입했던 재앙신 역시 에보시의 총에 맞아 증오를 품은 재앙신으로 변한 멧돼지였던 것입니다.

아시타카는 이러한 두 세력의 대립을 보면서 양측의 화해를 모색하려고 하지만 실제 상황은 더 큰 증오만을 생산해가고 있을 뿐입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큐슈지방에서 모든 멧돼지 일족을 몰고 인간을 물리치기 위해 바다를 건너온 멧돼지의 신 오츠꼬또누시(乙事主)의 대공세와 이들을 물리치고 숲의 주인인 사슴신 시시가미(シシ神)의 목을 노리는 에보시와 지코보(ジコ坊)의 전쟁으로 이어집니다. 에보시는 숲의 상징적 존재인 사슴신만 없엔다면 숲의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믿고 있으며 지코보는 시쇼우렌(師匠連)이라는 비밀결사단체의 일원으로 사슴신의 머리를 얻으면 불로장생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지니고 있는 자입니다.

그들은 재앙신으로 변해가는 오츠꼬또누시와 이를 막으려는 모로의 사투를 진정시키고 그들의 생명을 걷어가는 사슴신의 머리를 총으로 쏘아 사슴신의 머리를 얻는데 성공하지만 증오에 찬 사슴신은 스스로 재앙신이 되어 숲과 인간들을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온산을 뒤엎으며 자신의 머리를 찾기 위해 숲을 파괴하는 사슴신의 모습이 전율스럽고 이런 상황에서도 끝까지 사슴신의 머리를 욕심내는 지코보의 탐욕이 허탈한 감정을 만들어 냅니다. 아시타카와 산은 사슴신의 증오를 진정시키기 위해 지코보로부터 사슴신의 머리를 빼앗아 머리가 잘린 체 숲을 뒤덮은 사슴신의 몸에게 머리를 돌려주며 증오를 풀 것을 기원하는데...

머리를 되찾은 사슴신은 증오를 누그러뜨리고 황폐화됬던 숲은 다시 신록을 되찾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전 작품(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이웃의 토토로, 붉은 돼지)에서 볼 수 있었던 자연에 대한 동경과 보존에 대한 메시지가 살아 있는 본 작품은 어떤 면에서 보자면 이러한 그의 모든 사상을 결집해 놓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영화속에서는 양측의 대립과 증오가 존재하지만 어느 쪽도 악한 인물로 묘사되지 않습니다. 자연을 개발하고자 하는 에보시 역시 인간의 관점에서 보자면 오히려 남녀평등, 병자에 대한 인권의 측면에서 매우 훌륭한 지도자임에 틀림이 없으며 단지 자연의 개발에 의한 풍요로운 인간세상의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모로나 오츠꼬또누시 역시 자신들의 터전인 자연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쳐 최선을 다하는 자연의 일부들입니다.

아시타카는 이러한 두 개의 대립축에서 양쪽의 화해를 모색하고 있으며 자연의 일부로서 싸우지만 분명히 인간임이 분명한 산이라는 소녀에게 다가갑니다. 산은 아시타카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에 대한 닫힌 마음을 열지만 끝내 자연을 파괴하고자 하는 인간들을 용서하지는 않습니다.

영화는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 가능할 것이라는 애매모호한 결론을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영화의 해피엔딩은 다시 되찮은 자연의 신록과 평화로 묘사되지만 결코 이것으로 인간과 자연의 대립이 끝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살아남은 에보시와 마을 사람들은 다시 새로운 마을의 개척과 번영을 다짐하고 있고 산은 자신과 함께 인간세상으로 내려가자고 하는 아시타카의 제안을 거절합니다.

하지만 에보시와 산으로 대표되는 두 대립축은 이전과는 달리 상대편에 대한 배려와 이해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야자키는 인간과 자연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되 상대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수반할 때에만 공존이 가능할 것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만일 그러한 이해와 배려가 없다면 인간의 개발과 자연의 증오는 또 다시 발생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어린이들이 아닌 어른들이 반드시 시청해야 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최대 대작이자 걸작인 본 작품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무차별적인 개발에 대한 심오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수작임에 틀림없을 것입니다.
평가를 하자면 5점만점에 5점을 주고 싶습니다.
나가며

DVD의 부록으로 한편의 극장 예고편과 미국내에서 본 작품의 더빙을 맡았던 배우들과 번역가의 작품에 대한 감상을 담은 화면이 제공되고 있습니다. 뭐 일본어의 빠른 속도와 억양 등 더빙의 어려움 등을 얘기하는 장면도 보이지만 작품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들도 비교적 짧은 시간에 깊이있게 담겨 있으므로 한번 시청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아마도 미국인들에게 동양문화라는 것... 또 그들이 생각하는 자연에 대한 모습들은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가는 것 같습니다.

아직 국내 개봉이 이루어지지 않은 작품이고 상업성도 크게 내재되어 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당분간 국내에서 DVD로 발매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판단됩니다. 영어에 대한 부담감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한글 대본도 그리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작품이므로 기회가 된다면 한 번 시청해 보는 것이 필수적인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llhtml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