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에일리언(Al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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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에게 리들리 스콧의 영화 한편을 고르라면 당연히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이고 또 한편을 고르라면 바로 이 『에일리언(Alien)』이며 다시 한편을 고르라면 무엇을 고를까 한참 망설이게 될 것입니다. 이 노장감독은 때로는 일류감독의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또 때로는 삼류감독의 모습을 자유자재로 보여주는 신출귀몰한(?) 인물인데 최근에는 흥행성 있는 이류감독쯤으로 편안하게 여생을 보내려는 작정을 하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이 시간에는 이 감독이 일류였던 시기인 1979년에 발표한 SF 문제작 에일리언 시리즈의 첫 작품을 간단하게 살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제품정보
제작사 : 20세기 폭스사
화면 : 2.35:1 와이드스크린
음향 : 영어 DD 5.1, 영어 DD 서라운드, 불어 DD 서라운드
자막 : 영어, 스페인어, 영어캡션
디스크 : 단면 더블레이어
제작년도 : 1979년
DVD발행년도 : 1999년
상영시간 : 116분
등급 : R
지역코드 : 1번
감독 : Ridley Scott
출연 : Sigourney Weaver, Veronica Cartwright, Ian Holm, John Hurt 등
영상 및 음향
사실 20세기 폭스사는 이 당시만 하더라도 디비디의 품질이 그다지 뛰어난 회사는 아니었습니다만 본 작품을 포함한 에일리언 시리즈의 제품 퀄리티는 매우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은바 있습니다. 에일리언은 현재까지 모두 네편이 제작 되었고 이 네 작품을 하나로 모은 박스세트 『The Alien Legacy』는 예나 지금이나 디비디 애호가들의 수집 1순위 상품입니다.

이를 반영하듯 본 작품의 영상은 20년이 지난 영화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거의 완벽한 화질을 보여줍니다. 인물의 윤곽도 선명하고 어두운 우주공간의 화면도 차가운 질감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우주선 안의 어두운 장면에서는 다소 사물의 식별이 완전하지 않은 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최근에 개봉되어 디비디로 발매된 어떤 작품보다도 뛰어난 화질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평가를 하자면 5점 만점에 4점을 주고 싶습니다.

음향은 THX 인증을 받았고 돌비디지털 5.1의 채널분리가 확실하기는 하지만 그다지 뛰어난 음향효과를 보여준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영화자체가 총격전의 효과음이나 화려한 배경음악을 풍부하게 지니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로 디비디 자체의 음질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평가를 하자면 5점 만점에 3.5점을 주고 싶습니다.
영화적 완성도
에일리언은 지금까지 만들어진 수많은 외계 SFX 영화 중에서도 가장 독창적인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먼저 우주선이라는 밀폐된 공간안에서 시시각각 인간의 목숨을 죄어들어오는 외계생명체 "에일리언"의 모습이 가장 독특한 캐릭터이고 이에 맞서 싸우는 여전서 "리플리(시고니 위버)"의 설정이 또한 매우 독창적이라고 하겠습니다.

영화의 기본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임무를 마치고 지구로 돌아가던 우주선 에스트라모는 마더(mother)라는 컴퓨터에 의해 완전한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승무원들은 기나긴 여정동안 수면장치 안에서 잠에 들어 있는데 어느날 외계의 한 행성에서 보내온 신호에 의해 마더는 승무원들의 잠을 깨웁니다.난파된 우주비행선에서 날라온 전파에 의해 승무원들의 일부가 외딴 행성으로 구조작업을 나섭니다.

그런데 그 행성에 불시착한 우주선에는 사람이라고는 흔적도 없고 단지 이상한 알들만이 가득한데, 승무원 중 케인(존 허트)의 얼굴에 알에서 부화한 이상한 물체가 달라붙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우주선으로 돌아온 케인은 승무원들의 집도로 얼굴에서 외계물체를 떼어내는데 성공하지만 식사도중 그의 배를 뚫고 에일리언의 유체가 태어납니다. 이때부터 승무원과 에일리언간의 목숨을 건 싸움이 벌어지는데...

감독은 영화를 통해 에일리언의 모습을 그다지 많이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2편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에일리언의 흉칙하고 무서운 모습에 비해 본 작품에서 에일리언은 우주선 어딘가에 깊게 숨어서 승무원과 관객의 두려움을 배가시키는 역할을 주로 담당합니다.

영화는 홀로 떨어져 우주선을 배회하는 승무원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는 에일리언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는 일년전(1978년)에 개봉해 큰 성공을 거두었던 『할로윈(Halloween)』의 설정을 따르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할로윈』은 이후의 모든 공포영화의 교과서가 되었습니다.) 관객은 우주선의 한 구석에서 무기를 들고 외계생명체를 찾아 다니는 승무원을 보면서 그가 곧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으며 그 상태에서 어느순간 어느곳에서 에일리언이 나타날 것인가에 긴장하게 됩니다. 보이지 않지만 실체가 분명한 괴물의 설정은 도끼를 들고 난도질을 일삼는 슬래셔 무비의 직접적인 시각효과보다 더 큰 심리적 공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본 작품은 현대 사회에 대한 교묘한 비틀기를 통해 통제와 자본의 논리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우선 에스트라모라는 함선은 마더라고 하는 중앙컴퓨터에 의해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는 작은 사회의 축소판입니다. 승무원들의 안전한 운항을 책임질 가장 훌륭한 시스템일 수도 있는 이러한 중앙처리시스템은 하지만 정작 인간이 필요로 하는 급박한 요청이나 주문은 오히려 냉정하게 거절함으로써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로 변합니다.

또한 우주선의 기술담당책임자인 애시는 승무원의 생명을 담보로 에일리언이라는 외계생명체를 끝까지 지구로 수송하려는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실제로 그는 인간이 아닌 로봇으로 판명이 나는데 그에게 있어 완벽한 생명체란 따뜻한 감성을 지닌 인간이 아닌 도덕이나 양심이라는 허울이 없는 강한 생명력의 에일리언인 것입니다. 이러한 그의 말은 곧 승무원들을 우주로 내보낸 거대한 기업의 논리와 동일하며 이는 미래의 기술중심 자본주의의 암묵적인 경고로 들립니다.

또한 영화에서는 마지막 까지 살아남아 에일리언과 대결하는 인물로서 여성인 리플리를 설정함으로써 매우 특이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다른 공포 영화에서 여성들은 주로 말만 많고 도망가다 넘어지기나 하며 숨죽이고 있어야 할 대목에 공포의 흐느낌으로 자신의 존재를 살인마에게 알리기나 하는 답답한 존재로 그려지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에 비해 리플리는 장대한 체격에 어떤 남성과 대결을 하더라도 질 것 같지 않은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 때문에 본 작품은 페미니스트들의 찬사를 받은 바 있으며 실제 에이리언이 남성의 몸을 통해 잉태를 한다는 설정과 함께 기존의 성의식을 뒤엎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에일리언 시리즈의 첫 테이프를 끊은 본 작품은 현란한 SFX 영화의 진수를 보여주지는 않지만 다른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설정과 미래사회에 대한 엄숙한 경고를 담음으로써 보기드문 영화적 재미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평가를 하자면 5점 만점에 4.5점을 주고 싶습니다.
나가며
최근에 국내에도 에이리언의 네작품을 모두 모은 박스세트가 출시된 바 있습니다. 미국출시 작품과 거의 동일하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입니다. 필자의 경우 유일하게 극장에서 봤던 4편의 비쥬얼한 화면구성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아 현재 2편까지만 개별적으로 구매를 했습니다만 에일리언의 열광적인 팬이시라면 한글자막이 수록된 박스판의 구입도 좋은 선택이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필자의 순전히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2편까지가 영화적 가치를 좀 더 지니고 있는 작품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llhtml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