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이 녹음된 XRCD "Oh! that Stradivarius" 를 들어보았습니다.
(First Impression Music FIM XRCD 030)
연주자는 린다 로젠탈 (Linda Rosenthal)이라는 여류 바이올리니스트입니다.
린다 로젠탈은 하이페츠에게 사사했고, 줄리어드에서 오스카 슘스키에게서도 배웠으며, 주로 미국에서 활동해 왔다고 합니다.
일부 재즈식 반주가 곁들여지기도 하지만 대개는 피아노 반주입니다. First Impression Music(FIM)에서 나왔습니다.
이 XRCD의 진짜 주연은, 연주자가 아니라 악기입니다.
바이올린은 1709년 크레모나에서 스트라디바리에 의해 만들어진 "Armand Von Vecsey"라는 작품입니다. 캘리포니아 선밸리의 마이클/매릴린 페릴이 소유하고 있으며 최소 US 3백만달러짜리인데 이번 녹음을 위해 대여된 것입니다.
피아노는 스타인웨이 함부르크 공장에서 95년 생산한 시리얼넘버 0350의 피아노입니다. LA Pro Piano라는 회사가 소유하고 있으며, 피터제르킨, 다니엘 바렌보임, 아쉬케나지, 포고렐리치 키신 등이 연주한 바 있는 피아노라고 합니다. 피아노 안에 이들이 사인을 남겼을 정도로 소리를 인정받았다는데, 실제로 음반 자켓 내부에 사인 사진까지 들어 있습니다. 이런 악기들로 스탠다드 재즈와 클래식 소품들을 연주합니다.
악기에 대해 이렇게 자세한 정보를 늘어놓을 정도라면 들어보지 않아도 녹음에 대한 기대가 됩니다. 청취결과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입니다.
우선 바이올린의 고역이 막힘없이 뻗는 느낌. 그러면서도 매우 자연스러워 귀에 자극이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단층감(layering의 표현)이 정확하게 와닿습니다.
두 악기가 앞뒤 1미터 정도의 간격을 두고 정확하게 자리를 잡습니다. 바이올린이 벽 앞으로 50cm, 피아노가 벽 뒤로 50cm쯤 되는 자리에 서 있고, 일부 재즈곡에서는 드럼이 다시 피아노에서 70-80cm쯤 벽속으로 들어간 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피아노 음이 살풋 부풀어, 마치 눈송이가 하늘을 날듯 공기속에 떠오르는 느낌이 일품입니다.
DG의 "카르멘 판타지 (Carmen Fantasie)"를 들어봅니다. 반주가 대편성 오케스트라라는 점에서는 좀 다르지만, 안네 소피 무터의 바이올린 소리를 오디오 체크시에 들어보게 되는 유명한 음반이죠.
손끝과 현, 활이 빚는 미묘한 떨림, 최고음까지 치달았을 때 나오는 고역과 극단적인 저음현의 울림 등 detail이 생생하다는 것이 두드러집니다. 그런데, 비교대상으로는 좀 안맞다는 느낌이 듭니다. "Oh that stradivarius"의 연주자는 소피 무터 만큼 정교하게 악기를 다루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카르멘 판타지"에 나오는 것과 같은 디테일은 아예 연주된 바가 없습니다.
지난해 8월20일자 '새 앨범 -길 샤함과 악마주의'에 다뤄졌던 "Devil's Dance"를 들어봅니다. 우선 피아노소리가 XRCD의 경우와 다르게 들립니다. 우리가 늘상 음반을 통해 듣는 콘서트 그랜드의 소리에는 Devil's dance의 녹음이 더 가깝습니다. 이에 비하면 "Oh that stradivarius"의 피아노 소리는 생생하긴 하지만, 터치는 가정용 업라이트 피아노에서 들을 수 있는 그것에 더 다가서 있다는 생각입니다. 녹음기술로는 XRCD의 승리지만 연주는 Devil's Dance쪽의 승리라고 할까요.
XRCD에 비해 전반적으로 얇은 막이 하나쯤 끼어있는 느낌이 있습니다. 투명감으로 보면 XRCD쪽이 가장 낫고 그다음 카르멘 판타지가 거의 근접해 있고, Devil's Dance가 조금 떨어지는 편입니다.
지난해 9월25일자 "바이올린과 하프의 만남" 제목으로 리뷰했던 "Apres Un Reve"를 걸어봅니다. XRCD인 "Oh that Stradivarius"와 막상막하의 사운드가 펼쳐집니다.
여운과 잔향 배음 등에 있어서 Ottavo Recording의 섬세한 처리가 "Oh that Stradivarius"를 앞서는 듯 합니다. '스트라디바리...'쪽이 선명성,입체감 등에서는 비교음반 중 가장 뛰어나지만, 잔향을 약간 억제해 놓은 듯한 느낌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녹음 자체의 우열 문제라기보다는 가는 길이 다른 데서 오는 현상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XRCD는 대부분의 기존씨디들보다 한 수 위의 생생한 현장감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제 집 시스템에서 SACD를 물려 들어본 적은 없으나, 지난번 천리안 시청회때 들었던 SACD의 소리를 감안할때, 굳이 SACD를 사야 하는가 하는 회의가 들 정도로 소리가 뛰어납니다.
그렇다면 기존 CD포맷 내에서의 시도 가운데 이것이 최고인가 하는 물음을 가져볼 수 있습니다.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몇몇 마이너레이블 위주로 소량발매되고 있는 '24k gold edition'이나 HDCD들과의 비교입니다.
제 소장음반 가운데 몇장을 가지고 비교시청을 한 뒤 전반적인 XRCD의 우세를 말씀드리긴 했지만, 그것에 기반해 우열을 결론내리는 것은 성급한 일일 것입니다. 똑같은 소스를 24k gold와 HDCD, XRCD로 바꾸어 들어보기 전에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은 의외로 큽니다. XRCD역시 카탈로그 대부분을 재즈의 역사적 명반들로 채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적인 예가 존 콜트레인의 "Soul Trane"입니다. 저는 이 음반을 24k gold edition으로 이미 가지고 있는데 JVC에서 나온 'XRCD' 풀 카탈로그에서 또 이 음반을 발견했습니다.
소니 롤린스의 불후의 명반 "색소폰 콜로서스"도 24k gold로 가지고 있는데 XRCD카탈로그에서 발견한 경우입니다. 전편 글에서 언급한 프로프리우스의 "Jazz at the pawnshop"역시 XRCD로 재발매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프로프리우스 역시 XRCD발매에 적극적인 회사니까요.
문제는 가격입니다.
http://www.xrcd.net/ShopSite/ 를 가보면 XRCD의 장당 가격이 $30.00 으로 매겨져 있습니다. 제가 미국에서 사 온 가격은 그보다 몇불 쌌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미국 음반소매점에서의 24k gold씨디 가격도 대략 30달러 내지 그보다 약간 아랫선입니다.
배송료(shipping fee)를 감안하면 우리가 인터넷 구매로 XRCD를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은 대략 38-9달러쯤 될 것입니다. 우리돈으로 4만8천원이 넘습니다.
과연 이 돈을 내고 살만한 가치가 있는 씨디인가 라고 물으신다면 참 대답하기 어려워집니다. 오디오 하드웨어의 값과 마찬가지로, 이정도의 음질차이에 얼마까지 지불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현재 출시되어 있는 차세대 포맷 플레이어들의 기존씨디 재생능력을 감안할때 ,XRCD의 음질은 강력한 소구력을 갖는 '기존 포맷의 반란'이라는 점입니다.
XRCD가 국내시장에도 곧 수입된다고 합니다. 수입원가와 적정마진이 얼마가 될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4만원을 넘긴다면 인터넷에서 여러장을 한꺼번에 구입해 운송료 부담을 더는 것이, XRCD 음반 구입을 위해 발품을 팔고 다니는 것보다 더 싸게 먹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첫 글에서 XRCD를 놀랍고도 고약한 물건이라 칭한 바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이런 가격문제 때문입니다. 공들여 첨단의 방법으로 만든 물건인데다 대량판매가 안되니 원가가 높을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똑같은 컨텐츠를 가지고 저장매체가 달라질때마다 돈을 내야 하는 아픔을 겪어야 하는 것입니다. 아픔인줄 뻔히 알면서도 저항하기 어려울 만큼 강한 유혹의 손길을 뻗치니 이 어찌 고약한 물건이 아닐 수 있겠습니까.
이현식.
일부 재즈식 반주가 곁들여지기도 하지만 대개는 피아노 반주입니다. First Impression Music(FIM)에서 나왔습니다.
이 XRCD의 진짜 주연은, 연주자가 아니라 악기입니다.
바이올린은 1709년 크레모나에서 스트라디바리에 의해 만들어진 "Armand Von Vecsey"라는 작품입니다. 캘리포니아 선밸리의 마이클/매릴린 페릴이 소유하고 있으며 최소 US 3백만달러짜리인데 이번 녹음을 위해 대여된 것입니다.
피아노는 스타인웨이 함부르크 공장에서 95년 생산한 시리얼넘버 0350의 피아노입니다. LA Pro Piano라는 회사가 소유하고 있으며, 피터제르킨, 다니엘 바렌보임, 아쉬케나지, 포고렐리치 키신 등이 연주한 바 있는 피아노라고 합니다. 피아노 안에 이들이 사인을 남겼을 정도로 소리를 인정받았다는데, 실제로 음반 자켓 내부에 사인 사진까지 들어 있습니다. 이런 악기들로 스탠다드 재즈와 클래식 소품들을 연주합니다.
악기에 대해 이렇게 자세한 정보를 늘어놓을 정도라면 들어보지 않아도 녹음에 대한 기대가 됩니다. 청취결과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입니다.
우선 바이올린의 고역이 막힘없이 뻗는 느낌. 그러면서도 매우 자연스러워 귀에 자극이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단층감(layering의 표현)이 정확하게 와닿습니다.
두 악기가 앞뒤 1미터 정도의 간격을 두고 정확하게 자리를 잡습니다. 바이올린이 벽 앞으로 50cm, 피아노가 벽 뒤로 50cm쯤 되는 자리에 서 있고, 일부 재즈곡에서는 드럼이 다시 피아노에서 70-80cm쯤 벽속으로 들어간 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피아노 음이 살풋 부풀어, 마치 눈송이가 하늘을 날듯 공기속에 떠오르는 느낌이 일품입니다.
DG의 "카르멘 판타지 (Carmen Fantasie)"를 들어봅니다. 반주가 대편성 오케스트라라는 점에서는 좀 다르지만, 안네 소피 무터의 바이올린 소리를 오디오 체크시에 들어보게 되는 유명한 음반이죠.
손끝과 현, 활이 빚는 미묘한 떨림, 최고음까지 치달았을 때 나오는 고역과 극단적인 저음현의 울림 등 detail이 생생하다는 것이 두드러집니다. 그런데, 비교대상으로는 좀 안맞다는 느낌이 듭니다. "Oh that stradivarius"의 연주자는 소피 무터 만큼 정교하게 악기를 다루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카르멘 판타지"에 나오는 것과 같은 디테일은 아예 연주된 바가 없습니다.
지난해 8월20일자 '새 앨범 -길 샤함과 악마주의'에 다뤄졌던 "Devil's Dance"를 들어봅니다. 우선 피아노소리가 XRCD의 경우와 다르게 들립니다. 우리가 늘상 음반을 통해 듣는 콘서트 그랜드의 소리에는 Devil's dance의 녹음이 더 가깝습니다. 이에 비하면 "Oh that stradivarius"의 피아노 소리는 생생하긴 하지만, 터치는 가정용 업라이트 피아노에서 들을 수 있는 그것에 더 다가서 있다는 생각입니다. 녹음기술로는 XRCD의 승리지만 연주는 Devil's Dance쪽의 승리라고 할까요.
XRCD에 비해 전반적으로 얇은 막이 하나쯤 끼어있는 느낌이 있습니다. 투명감으로 보면 XRCD쪽이 가장 낫고 그다음 카르멘 판타지가 거의 근접해 있고, Devil's Dance가 조금 떨어지는 편입니다.
지난해 9월25일자 "바이올린과 하프의 만남" 제목으로 리뷰했던 "Apres Un Reve"를 걸어봅니다. XRCD인 "Oh that Stradivarius"와 막상막하의 사운드가 펼쳐집니다.
여운과 잔향 배음 등에 있어서 Ottavo Recording의 섬세한 처리가 "Oh that Stradivarius"를 앞서는 듯 합니다. '스트라디바리...'쪽이 선명성,입체감 등에서는 비교음반 중 가장 뛰어나지만, 잔향을 약간 억제해 놓은 듯한 느낌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녹음 자체의 우열 문제라기보다는 가는 길이 다른 데서 오는 현상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XRCD는 대부분의 기존씨디들보다 한 수 위의 생생한 현장감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제 집 시스템에서 SACD를 물려 들어본 적은 없으나, 지난번 천리안 시청회때 들었던 SACD의 소리를 감안할때, 굳이 SACD를 사야 하는가 하는 회의가 들 정도로 소리가 뛰어납니다.
그렇다면 기존 CD포맷 내에서의 시도 가운데 이것이 최고인가 하는 물음을 가져볼 수 있습니다.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몇몇 마이너레이블 위주로 소량발매되고 있는 '24k gold edition'이나 HDCD들과의 비교입니다.
제 소장음반 가운데 몇장을 가지고 비교시청을 한 뒤 전반적인 XRCD의 우세를 말씀드리긴 했지만, 그것에 기반해 우열을 결론내리는 것은 성급한 일일 것입니다. 똑같은 소스를 24k gold와 HDCD, XRCD로 바꾸어 들어보기 전에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은 의외로 큽니다. XRCD역시 카탈로그 대부분을 재즈의 역사적 명반들로 채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적인 예가 존 콜트레인의 "Soul Trane"입니다. 저는 이 음반을 24k gold edition으로 이미 가지고 있는데 JVC에서 나온 'XRCD' 풀 카탈로그에서 또 이 음반을 발견했습니다.
소니 롤린스의 불후의 명반 "색소폰 콜로서스"도 24k gold로 가지고 있는데 XRCD카탈로그에서 발견한 경우입니다. 전편 글에서 언급한 프로프리우스의 "Jazz at the pawnshop"역시 XRCD로 재발매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프로프리우스 역시 XRCD발매에 적극적인 회사니까요.
문제는 가격입니다.
http://www.xrcd.net/ShopSite/ 를 가보면 XRCD의 장당 가격이 $30.00 으로 매겨져 있습니다. 제가 미국에서 사 온 가격은 그보다 몇불 쌌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미국 음반소매점에서의 24k gold씨디 가격도 대략 30달러 내지 그보다 약간 아랫선입니다.
배송료(shipping fee)를 감안하면 우리가 인터넷 구매로 XRCD를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은 대략 38-9달러쯤 될 것입니다. 우리돈으로 4만8천원이 넘습니다.
과연 이 돈을 내고 살만한 가치가 있는 씨디인가 라고 물으신다면 참 대답하기 어려워집니다. 오디오 하드웨어의 값과 마찬가지로, 이정도의 음질차이에 얼마까지 지불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현재 출시되어 있는 차세대 포맷 플레이어들의 기존씨디 재생능력을 감안할때 ,XRCD의 음질은 강력한 소구력을 갖는 '기존 포맷의 반란'이라는 점입니다.
XRCD가 국내시장에도 곧 수입된다고 합니다. 수입원가와 적정마진이 얼마가 될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4만원을 넘긴다면 인터넷에서 여러장을 한꺼번에 구입해 운송료 부담을 더는 것이, XRCD 음반 구입을 위해 발품을 팔고 다니는 것보다 더 싸게 먹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첫 글에서 XRCD를 놀랍고도 고약한 물건이라 칭한 바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이런 가격문제 때문입니다. 공들여 첨단의 방법으로 만든 물건인데다 대량판매가 안되니 원가가 높을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똑같은 컨텐츠를 가지고 저장매체가 달라질때마다 돈을 내야 하는 아픔을 겪어야 하는 것입니다. 아픔인줄 뻔히 알면서도 저항하기 어려울 만큼 강한 유혹의 손길을 뻗치니 이 어찌 고약한 물건이 아닐 수 있겠습니까.
이현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