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글레디에이터(Gladi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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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는 뜻밖에도 로마시대 한 영웅의 역경과 복수를 그린 스펙터클 대작 『글레디에이터(Gladiator)』에게 돌아갔습니다. 굳이 이 영화가 작품성이 떨어진다는 말을 붙일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아무래도 작품상이라는 타이틀을 받기에는 조금 버거운 작품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번 시간에는 감독 리들리 스콧의 사인이 들어간 2장 짜리 시그네이쳐 버전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이 타이틀의 소장가치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품정보

제작사 : 드림웍스
화면 : 2.35:1 아나몰픽
음향 : 영어 DD 5.1, 영어 DD 서라운드, 영어 DTS ES 6.1
자막 : 영어, 영어캡션
디스크 : 단면 더블레이어
제작년도 : 2000년
DVD발행년도 : 2000년
상영시간 : 155분
등급 : R
지역코드 : 1번
감독 : Ridley Scott
출연 : Russell Crowe, Joaquin Phoenix, Richard Harris, Connie Nielsen, Djimon Hounsou, Derek Jacobi, Oliver Reed 등
영상 및 음향

이름만 듣고 구입하더라도 나중에 큰 후회는 하지 않게 되는 타이틀이 몇 가지 있습니다. 뉴라인시네마의 플레티넘 시리즈, 폭스의 파이브 스타 컬렉션, 크라이테리언의 스페셜 에디션, 앵커베이의 호러 스페셜 타이틀, 브에나 비스타의 에니메이션 작품들, 드림웍스의 타이틀 등이 바로 그것들입니다. 본 작품 역시 이러한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는 모습으로 출시되었고 선택한 소비자의 입가에 미소를 띄게 만드는 요소를 풍부하게 가지고 있습니다.

영상은 색상의 대비가 뚜렷하고 사물의 윤곽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뛰어난 화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다른 세계를 나타내는 듯한 푸른 회색 톤의 장면들... 초반 전투장면에서의 다소 어두운 톤의 화질... 콜롬세움과 로마궁전의 화려한 붉은빛 또는 노란빛 색상이 모두 뛰어난 디지털 화면으로 전개됩니다. 검투장면의 슬로비디오와 같은 효과에서도 화면의 질은 쉽게 저하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영화의 시작부터 종료시점까지 매순간 확실한 화질을 보장하는 타이틀로 최근의 어느 작품보다 선명한 영상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평가하자면 5점 만점에 4.5점을 주고 싶습니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5.1과 DTS ES를 동시에 수록하고 있습니다. 두 개의 음향포맷을 동시에 수록하는 것은 최근의 일반적인 경향으로 본 작품은 단지 두 개의 음향포맷이 동시에 수록되어 있다는 차원을 넘어서 평균수준 이상의 음향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저음이 크게 부각될 만한 장면이 없기 때문에 우퍼의 울림이 다소 처지지만 다른 음향의 분리는 확실하다고 한 마디로 표현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검투장면에서 보여지는 관중들의 함성과 칼들이 부딪히는 소리, 사람의 몸을 베는 장면에서의 섬뜻한 음향효과, 화살이 날아가는 소리들과 말발굽 소리가 분명하게 시청자들의 주위를 맴돌고, 센터스피커의 대사전달도 분명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Saving Private Ryan)』를 능가하는 음향을 선보이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평가를 하자면 5점만점에 4.5점을 주고 싶습니다.
영화적 완성도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글레디에이터가 과연 훌륭한 영화인가라고 필자에게 질문한다면 저는 절대 훌륭한 영화가 아니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재미있고 장대하며 놀라운, 매우 잘 만든(?) 영화이기는 하지만 그다지 훌륭한 영화라고 하기에는 많은 단점들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이끌어 가는 중심은 인간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증오심과 열등감입니다. 황태자 코모두스(조아퀸 피닉스)는 황제 아우렐리우스(리차드 해리스)가 자신을 황제의 자리에 앉히지 않고 공화정으로의 복귀를 계획하고 있으며, 그 중간단계로 막시무스(러셀 크로우)에게 권력을 넘기려 한다는 말에 분노합니다.

그 분노는 자신을 믿지 못하는 아버지에 대한 증오이기도 하고, 자신보다 더 아버지의 사랑을 받는 막시무스에 대한 증오이기도 하며, 어찌 보면 자신이 사랑하는 누이 루실라(코니 닐슨)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연적에 대한 증오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증오는 아버지를 살해하는 아들의 모습으로 나타나며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오르는 야심가의 모습으로 표출됩니다. 그리고 황제에게의 충성을 권유받은 막시무스가 자신의 제의를 거절하자 그와 그의 가족을 살해하려 하는 광폭한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없는 영화적 흐름이라고 하겠습니다.

문제는 죽음의 순간을 넘긴 막시무스가 코모두스에 의해 가족이 살해된 것을 안 이후에 벌어지는 일련의 복수극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이때부터 영화는 막시무스에 대한 코모두스의 열등감이 전체적인 이야기를 이끌어 갑니다.

막시무스의 죽음을 철썩 같이 믿고 있는 젊은 황제는 자신의 권력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한 수단으로 로마시민의 군중심리를 이용하기로 하고, 콜로세움이라는 전대미문의 경기장을 완공하여 피의 검투시합을 벌이기로 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죽음을 면한 막시무스가 노예로 팔려 간 후 검투사가 되고 절대불패의 스피니아드라는 인물로 다시 탄생함에 따라 막시무스의 콜로세움 입성은 시간문제가 되어 버립니다. 물론 콜로세움에서도 출중한 칼솜씨를 선보인 막시무스는 군중의 인기를 한 몸에 얻고 황제와 대면하게 됩니다.

이 후 황제는 막시무스의 존재에 전전긍긍하지만 결코 그를 죽이지 않습니다. 황제는 군중의 인기를 얻고 있는 그를 공개적으로 처형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누이 루실라와 원로원의 협조로 탈출을 도모한 그를 붙잡아 스스로 그와 대결을 펼칩니다. 물론 이 대결에는 미리 막시무스에게 심대한 상처를 입힘으로써 황제가 유리한 국면으로 끌어갈 수 있는 요건을 갖추기는 하지만... 우리의 영웅 막시무스는 황제를 제압하고 황제의 근위대도 결코 죽음의 위협에 처한 황제를 돕지 않습니다. 검투시합에 져 생명을 잃은 황제와 탈진해 세상을 떠난 막시무스의 시신... 루실라의 감동적인(?) 열변과 공화정의 복귀가 이루어지고 왕족, 원로원, 군인, 노예들은 하나가 되어 막시무스의 시신을 들고 콜로세움을 빠져나갑니다. 황제의 시체는 콜로세움의 한쪽에 그대로 방치한 상태로 말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막시무스의 완벽한 개인적 성품에도 크게 놀랐지만 검투사가 된 이후 막시무스에게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에는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습니다.

황제 코모두스는 자신의 권력을 통해 충분히 마음만 먹으면 막시무스를 죽일 수 있는 위치에 서 있습니다. 하지만 코모두스는 절대 막시무스를 해치지 않습니다. 이유는 자비로운 막시무스로 군중에게 인지되어 있는 자신의 정적을 살해함으로써 무자비한 황제라는 칭호를 받기 꺼려하는 열등감에서 기인합니다. 그래서 그는 막시무스와 원로원의 정치적 합의를 고의적으로 유도하고 이를 통해 막시무스를 얽어맬 계략을 세웁니다. 그런데 이런 계략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황제는 또 다시 반역자 막시무스를 처형하지 않습니다. 엄연한 반역의 고리가 인지되었는데도 불구하고 황제는 그와의 공개적인 대결을 선택합니다. 그를 자신의 손으로 군중 앞에서 처치해야만 자신의 열등감이 사라질 것이라는 유아기적 발상이 그 이유인 듯 합니다. 영화 초반에 아버지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가련한 인물의 모습을 조금 보여주려던 코모두스는 갑자기 어린애 같은 치기어림을 관객에게 선보임으로써 시청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듭니다.

그에 비해 막시무스는 이 시대의 영웅이며 모든 인물이 추앙하는 호걸입니다. 그는 누구보다도 용감한 전사이며 뛰어나 충신이지만 소원이라고는 농촌에서 추수를 마치고 가족과 함께 보내기만을 바라는 놀라운 인물입니다. 그는 가족과 헤어진 날수를 정확하게 기억할 만큼 가정적이면서 동시에 자신이 사랑했던 황제와 가족을 살해한 코모두스에게 끝까지 복수를 맹세하는 분노의 소유자입니다. 그가 뛰어난 칼솜씨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것 까지야 큰 문제가 없겠지만 그가 어려울 때 목숨을 걸고 나서는 검투사들과 프락시의 모습과 황제보다도 더 큰 호응을 공공연하게 보내는 군중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도가 지나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특히 황제가 위험에 빠져 있을 때 황제를 돕지 않는 근위대의 모습에서 이것이 막시무스의 인물됨에 대한 경의심의 표출이라고 이해되지만 현실적으로는 상당히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영화가 빠질 수 있는 흔한 함정 중의 하나는 너무 인물에 집착한 나머지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이 인물을 위해 움직이게 되는 위험성입니다. 서사적인 고리의 완벽한 연결 속에서 인물이 나타나지 않을 때 이야기는 허공에 뜨고 인물은 엉뚱한 신화 속의 주인공이 되고 맙니다. 그런데 본 작품은 의도적으로 막시무스를 현실세계에는 있을 성싶지 않은 신화적 인물로 띄우기 위해 영화의 이야기와 영화속 인물들의 행동 및 심리상태를 마음대로 조정하고 있습니다.

본 작품을 그저 보고 즐기는 정도의 영화로 생각하고 본다면야 큰 문제가 없을 듯 싶지만 감독이 리들리 스콧이라는 점과(하지만 저 역시 그에 대한 기대는 예전에 버렸습니다...) 또 그래도 꽤 지명도 있는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수상했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다소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라고 하겠습니다.
평가를 하자면 5점 만점에 3점을 주고 싶습니다.
부록

이 영화는 한 장의 부록디스크가 추가로 제공되고 있는 완벽한 서비스를 자랑하는 DVD 타이틀입니다.
듀얼레이어 방식의 서플먼트 디스크에는 삭제장면, 제작 다큐멘터리, 음악을 맡은 한스 짐머와의 인터뷰, 루실라의 아들 루시어스로 나온 스펜서 클락의 메모 형식 일기, 스토리 보드와 갤러리, 극장 예고편과 TV 예고편, 배우와 감독의 바이오그래피 등등 풍성한 볼거리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다 볼만 하지만 특히 제작 다큐멘터리를 보면 영화의 제작과정에 대한 자신들의 자화자찬이 비교적 자세하게 수록되어 있어서 특수효과라던가 연기 중에 겪었던 어려움에 대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제작 다큐멘터리는 클로즈드 캡션을 지원하기 때문에 비교적 영어에 대한 이해가 순조로운 장점을 지닙니다.
콜로세움의 촬영기법, 로마거리의 재현 등 상당부분 컴퓨터 그래픽에 의존한 로마의 모습과 영화초반 게르마니아에서의 전투장면 촬영, 콜로세움에서의 검투장면과 호랑이에 대한 이야기들이 흥미를 돋구는 요소들입니다.
나가며

드림웍스의 작품은 아직까지 판권 문제로 국내에서 발매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 올해 중반을 넘어서면서 발매가 될 것 같다는 소식이 최근에 전해지고 있기 때문에 한글자막을 원하시는 분이라면 조금 기다려 보시는 것도 도움이 될 듯 합니다. 참기 어려운 분이라면 홍콩에서 출시된 코드3번 타이틀을 구입하셔도 DTS 음향을 제외한 사운드로 한글 자막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영화의 완성도 여부를 떠나 최근 AV의 경향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고 있는 타이틀이기 때문에 하나쯤 소장하셔도 큰 무리는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일단 어느 정도는 재미가 있기 때문에 몇 몇 잔인한 장면을 제외한다면 온 가족이 시청해도 좋을 타이틀일 것입니다.

-llhtml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