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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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시대의 미소관계에 대한 냉소적인 비판을 담은 블랙코미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Dr. Strangelove: How I Learned to Stop Worrying and Love the Bomb)』는 지금 보더라도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가 여전히 유효한 이 거장감독의 초기걸작입니다. 그의 작품들이 대부분 워너 브로스에 판권이 있는데 반해 특이하게 콜롬비아에서 출시된 이 코드1번 작품은 더욱이 한글자막을 수록하고 있어서 더욱 반가운 DVD가 되겠습니다. 오늘은 이 짧은, 그러나 깊이 있는 흑백영화 한편을 간단하게 살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제품정보

제작사 : 콜롬비아/트라이스타
화면 : 1.33:1 스텐다드
음향 : 영어, 스페인어, 불어, 포르투칼어 DD 모노
자막 : 한글, 영어, 스페인어, 불어, 포르투칼어, 중국어, 태국어
디스크 : 단면 더블레이어
제작년도 : 1964년
DVD발행년도 : 2001년
상영시간 : 90분
등급 : PG
지역코드 : 1번
감독 : Stanley Kubrick
배우 : Peter Sellers, George C. Scott, Sterling Hayden, Slim Pickens, Keenan Wynn 등
영상 및 음향

영상은 비교적 훌륭한 디지털 트랜스퍼를 보여주지만 아무래도 원본필름의 문제로 인해 깨끗하고 선명한 화면을 선사하고 있지는 못합니다. 일부 장면에서는 70 - 80년대의 낡은 한국영화를 볼 때면 나타나는 커다란 잡티들도 보이고 화질이 저하된 장면들도 심심지 않게 나타납니다. 미국의 최대 DVD 포럼사이트인 "DVD Talk"의 리뷰에서는 별을 네 개반이나 준 것을 본 적이 있지만 이것은 아마도 리뷰어의 영화에 대한 개인적 선호가 빚어 놓은 편향된 점수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필자는 아무리 잘 주려고 해도 2점밖에는 줄 수가 없을 듯 합니다.

음향은 스텐리 큐브릭 감독의 작품들이 DVD로 출시될 때마다 겪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DD 모노의 음성만을 들려줍니다. 물론 원본소스가 모노나 스테레오인 음성을 인위적으로 DD 5.1로 리마스터링 하는 것이 언제나 훌륭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아니고 때로는 필름의 원래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본 작품의 음향 역시 모노라는 선입견을 제외하고 듣는다면 그다지 불만이 있을 만한 요소는 없습니다. 더욱이 이 감독의 작품에서 전후좌우로 내뿜는 음향효과를 기대하고 볼 관객은 아무도 없을 것이기 때문에 비교적 만족스러운 소리라고 생각됩니다. 평가를 하자면 5점 만점에 3점을 주고 싶습니다.
영화적 완성도

스텐리 큐브릭은 영화사적으로 매우 유명한 감독이지만 이상하게도 국내에서 그의 영화를 온전히 감상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우선은 흥행성이 없다는 것이고, 둘째는 -가장 중요한 이유일지도 모르지만- 내용이 담고 있는 체제비판성 때문이며, 셋째는 -가장 앞세워지는 이유 중에 하나로서- 화면에서 보여지는 여성의 나체 (하지만 성정욕구는 전혀 발생하지 않는 여성의 나체)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아리러니하게도 바로 이러한 접근의 어려움이 국내 관객들에게는 그에 대한 하나의 환상을 심어 놓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본 영화는 비교적 그의 초기 작품으로 그가 선보인 매우 폭넓은 영화적 상상력 가운데 하나의 지류로서 코미디의 형식을 띄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이 코미디지 지금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화면을 통해 포복절도할 일은 전혀 없습니다. 이 영화는 소위 말하는 블랙코미디로서 미국과 소련사이에서 오가는 핵무기와 관련된 급박한 상황을 통해 당시의 냉전체제에 대한 묘한 비꼬기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주요 줄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장군 잭 리퍼(스털링 헤이든). 이 인간은 공산주의에 대한 이상혐오증을 지니고 있는 특이한 군인으로서 순수한 물을 통해 인간의 몸이 완전해 질 수 있다는 믿음을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물에다 불소를 타서 온 미국인이 순수하지 않은 물을 먹게 되는 것 역시 공산주의의 음모라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그가 다달이 엄습해 오는 공산주의의 음모에 대항해 자유미국을 수호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모색한 방법이 바로 핵무기를 이용해 공산적국 소련을 쓸어버리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소련 주변에서 초계비행중이던 B-52 폭격기들에게 공습명령을 내리고 자신들의 부하들에게는 소련군이 침공했다는 허왕된 소문을 퍼뜨립니다.

사태가 긴박해지자 미국의 대통령 머플리(피터 셀러스)는 긴급각료회의를 소집하지만 나오는 말이라고는 터기슨 장군(죠지 스코트)의 허왕된 괘변 뿐입니다. 이에 소련의 서기장 드미트리에게 긴급 핫라인을 통해 전후의 사정을 설명한 후, 만일 핵공격이 있더라도 이는 미국의 한 미치광이 장군의 잘못된 명령 때문일 뿐 절대 미국의 본심이 아니라는 설득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소련의 서기장은 이미 술에 취해 제 정신이 아니군요.

리퍼 장군의 부관 맨드레이크(피터 셀러스). 영국군인인 이 장교는 리퍼장군의 부관으로 자신의 상관이 약간 정신이 나갔다는 것을 간파하고 그를 설득하려고 합니다. 자신의 계획이 점차 수포로 돌아가려는 상황에 다다르자 리퍼장군은 분연히 자살을 결심하는데 맨드레이크는 뛰어난 기지로 장군만이 알고 있는 폭격기의 철수명령 암호를 해독합니다.

스트레인지러브 박사(피터 셀러스). 전직 나찌 과학자였던 이 사람은 미국 방위체제의 핵심을 담당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폭격기중 한 대가 철수를 하지 않은 체 소련으로 계속 향하고 있다는 사실과 소련은 미국의 선제공격에 대항해 인간은 막을 수 없는 자동 반격시스템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에... 그는 어차피 인류의 공멸은 막을 수 없으니 지하갱도를 만들어 필수 인원만 살아남자는 제안을 합니다. 그리고 보다 빠른 인류의 생산력 회복을 위해 남성 한 명당 여성 열 명을 선택하자는 묘안을 제출하고, 여자라면 사족을 못쓰는 터기슨 장군은 이에 희희낙락입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서도 소련의 대사 사데스키(피터 불)는 적국의 전략회의실의 중요 시설을 사진 찍기 바쁩니다.

영화는 소련의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지에 핵폭탄과 함께 떨어지는 미군과 함께 핵무기 고유의 버섯구름을 보여주며 끝을 냅니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미국의 각료들과 국방관료들은 매우 어리숙하고 둔하게 묘사됩니다. 대통령은 어찌 보면 정상적이지만 도대체 핵과 관련된 미국의 프로세스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대통령으로서의 결단력도 부족합니다. 터기슨 장군을 비롯한 국방관료들은 소련이라는 적국에 대한 묘한 거부감만을 지닌 체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어정쩡한 미국의 모습에 비해 상대국인 소련의 관리들도 못지 않은 무감각을 관객들에게 선보임으로써 절대 미국에는 질 수 없다는 자존심을 선사합니다.

우주개발을 비롯해 미소 양국의 냉전체제가 극에 달하던 1960년대 중반에 감독 스탠리 큐브릭은 실제 보다는 조금(?) 과장된 양국의 각료들과 핵체제를 유머러스하게 묘사함으로써 영화가 제작된 지 40년이 다 지나가는 이 시점에서도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묘한 감정을 선사합니다. (소련의 공산주의자들은 물은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보드카만 마신다고 믿는 미국의 장군이나 북한의 군인들은 머리에 뿔이 하나 둘쯤 나 있을 매우 호전적이고 무서운 사람들일 것이라는 우리들의 어릴 적 믿음들은 어찌 보면 동일한 선상에서 이해가 가능합니다.)

그가 향후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2001: A Space Odyssey)』에서 보여주는 무한한 상상력은 바로 이 영화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큰 무리는 없을 듯 보입니다. 참고로 일인 다역을 선보이는 피터 셀러스의 연기도 영화를 시청하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합니다.

평가를 하자면 5점 만점에 4.5점을 주고 싶습니다.
부록

본 디비디의 또 하나의 재미는 알찬 부록에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자막은 지원되지 않습니다.)

New Documentary: The Art of Stanley Kubrick from Short Films to Strangelove : 이 짧은 다큐멘터리는 감독 스텐리 큐브릭에 대한 헌사입니다. 그와 함께 일을 했던 몇 몇 인물들이 나와서 그의 괴팍함과 천재성에 대해 일장 연설을 늘어놓습니다.

Inside the Making of Dr. Strangelove : 이 비교적 긴 다큐멘터리는 본 작품에 대한 제작 다큐멘터리입니다. 특히 B-52 폭격기의 내부디자인과 관련되어 미국 공군이 이에 대해 협조를 거부했고 따라서 이런저런 책자를 통해 제작하게 되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 등이 나오고 있습니다.

Original Split-Screen Interview with Peter Sellers and George C. Scott : 주요 배역을 맡았던 피터 셀러스와 조지 스콧의 인터뷰 화면입니다. 특이하게 화면의 반만을 이용하여 인터뷰 화면이 편집되어 있습니다.

Original Advertising Gallery : 한 번 보십시오. 좀 썰렁합니다.
Theatrical Trailers : 극장용 광고화면입니다.
Talent Files : 감독과 극중 주요 인물들의 이력들이 소개됩니다. 특이하게 처음 데뷔 영화와 마지막 영화가 소개되는 군요.
나가며

이 DVD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게 가능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썩 재미있는 영화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스텐리 큐브릭의 영화 따위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거나 이런 류의 블랙코미디가 성에 차지 않는 분이라면 굳이 구입하실 필요는 없는 작품입니다. (게다가 흑백영화에 모노사운드라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

하지만 만일 스텐리 큐브릭의 영화세계에 아주 관심이 많으시거나 예술영화까지는 아니더라도 과거의 고전적 영화를 선호하시는 분이시라면 한번쯤 소장하셔도 좋을 작품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llhtml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