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여러분께서는 마크레빈슨이 첼로 이후 새로 관여하고 있는 회사인 'Redrose Music'을 아시지요? 이곳 웹진 리뷰에서도 다루어진 바가 있었습니다. 오늘 소개할 씨디는 바로 이 회사의 출범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음반 제목은 'Miracle Makers'.
서양 현악사에 불멸의 족적을 남긴 바이올린 장인들을 지칭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지난 99년 첫 발매된 이 음반은 스트라디바리와 과르네리라는 바이올린의 양대 명기 가운데 서른개를 한자리에 모아, 한 명의 연주자가 연주해 보도록 했던 프로젝트의 기록입니다.
우리가 오디오 기기 비교시청을 할 때 변수를 최소화시켜놓고 AB테스트를 하듯, 세계 최고 바이올린들의 소리 차이를 가장 정확하게 비교시청해 보자는 기획인 것입니다.
기획자는 '베인 앤 푸쉬(Bein & Fushi)'. 세계적인 고악기 판매.복원전문회사입니다. 수많은 세계정상급 연주자들이 이들의 고객입니다.
이들은 스트라디바리 협회를 만들어 부자들이 명기를 구입한 뒤 젊은 연주자들에게 대여해주도록 하는 운동을 벌이기도 한 현악 애호가들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사라장이나 유니스 리 등도 이들의 도움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베인 앤 푸쉬가 이 cd를 위해 모은 서른개의 스트라디바리와 과르네리를 돈으로 따지면 총 1억달러 어치였다고 합니다. 사장이자 스트라디바리 협회 창립자인 죠프리 푸쉬는 "insurance nightmare"였다고 하는데 정말 그럴만도 했을 것입니다. 어떤 악기는 3개 대륙을 거쳐 오는 여행을 했다고 하니 말입니다.
푸쉬는 이 바이올린들의 유래와 악기 구조, 음향 등을 정밀분석한 책을 펴내는 한편 실제 연주를 녹음해 씨디로 발매하는 계획을 갖고 있었습니다. 녹음을 담당하게 된 것이 마크 레빈슨입니다.
마크 레빈슨은 '레드로즈 뮤직'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하면서 예전처럼 자신이 직접 개발을 한 것이 아니라, 이미 개발되어 있는 제품들 가운데 자신이 생각하는 소리 컨셉에 맞는 것들을 골라내어 튜닝했다는 점은 이미 알고들 계실 것입니다.
당시 마크 레빈슨은 자신이 찾아낸 Bo Bengtsson의 리본형 스피커를 현장에 갖다놓고 실제 연주와 자신이 녹음한 바이올린 소리를 초청받은 인사들에게 들려줘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레드로즈 뮤직 스피커의 원형이 되었습니다.
이벤트 당일 날짜가 언제인지는 유감스럽게도 정확치 않습니다. CD 속지에도 정확히 나오지 않을 뿐 아니라 수입원에서 추가한 한글판 (=번역판) 해설과 디스크 레이블, 케이스 뒷면 등에 나오는 날짜가 아예 연단위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99년에 음반이 나온 것을 기준으로 역산하면 98년 가을~99년 봄 사이에 녹음이 되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녹음을 하면서 어디에 중점을 두었는가에 대해 프로젝트의 총책임자인 죠프리 푸쉬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각 바이올린의 독특한 음색과 뉘앙스 차이를 잡아내는 것이었으므로 요즘 쓰는 것보다 더 악기에 가까운 위치에 마이크를 배치하였다.
하이페츠 엘만 크라이슬러 시게티 등 과거 거장들의 연주를 녹음했을때 쓰였던 방식이다. 이 결과, 더욱 직접적으로 청취자에게 생생하게 다가오는 음향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연주를 맡은 사람은 엘마 올리베이라(Elmar Oliveira)입니다.
포르투갈계 미국인으로 알려진 올리베이라는 78년 차이코프스키 콩쿨 우승, 83년 에이버리 피셔 상 수상 등의 경력을 갖고 있으며 지금도 활발한 콘서트 활동을 하고 있는 월드클래스의 바이올리니스트입니다.
아마 이름이 알려진 만큼은 국내에서 음반이 인기가 없지 않았나 생각되는데, 인터넷으로 검색해 본 그의 디스코그라피는 상당수가 후기낭만주의 이후 작품에 관한 것이거나 국내에선 거의 구할 수 없는 마이너레이블의 것들이더군요.
이 CD를 통해 들어본 인상으로는 일단 확실하고 안정된 자기 톤을 갖고 있으며 기교적으로도 완성된 좋은 연주자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원래 이 CD는 30대의 바이올린 모두를 가지고 한 대에 한곡씩을 녹음한 것이므로 30개의 트랙이 수록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국내 시장에서 팔리는 것을 보면 15개의 트랙 밖에 없습니다. 애초부터 특별한정판과 보급형 버전으로 나뉘어 출시되었기 때문입니다.
30대분을 모두 수록한 CD는 책과 함께 2백20달러 정도에 살 수 있습니다만, 국내에는 15대의 소리를 CD 1장에 담은 보급형만 풀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씨디에 소개된 15대의 바이올린은 1737년산 과르네리 델 제수 '킹 조셉', 1708년산 스트라디바리 '루비', 1740년산 과르네리 '이자이' 등 초호화진용입니다. 레퍼토리는 각각의 음색을 최대한 잘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배정되었습니다.
이를테면 명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이자이가 썼던 바이올린으로는 이자이 본인이 작곡한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합니다. '올레 불(Ole Bull)'이라는 이름의 1744년 과르네리는, 소리가 민첩하고 집시음악적인 현란한 색채 표현에 적합하다는 이유로 브람스 헝가리 무곡에 사용됩니다.
에른스트 블로흐의 '발 셈'은 '참회' '즉흥곡' '성서의 제전' 등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어둡고 명상적인 악장에는 과르네리 '비에니아프스키'가, 보다 밝고 열광적인 춤곡풍의 악장에는 1701년산 스트라디바리 '두쉬킨'이 쓰이는 등 악장마다 서로 다른 악기가 쓰이기도 했습니다.
레파토리는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크라이슬러의 소품, 파가니니 소품, 브람스 헝가리무곡, 믈로흐나 마르티농, 이자이 등의 현대음악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현대음악 계열의 트랙이 3분의 1인데 영 생소한 음향만 만들어내는 그런 곡들은 아니고, 말러 정도까지 소화하시는 분들이라면 그런대로 들어볼만 한 곡들입니다.
그런데, 막상 이 씨디를 집의 오디오로, 또 회사에서 헤드폰으로 들어보면서 저는 의외로 악기별 음색 구별이 쉽지 않더라는 점을 고백해야 겠습니다.
그뤼미오의 스트라디바리와 아카르도의 과르네리 소리는 싸구려 카세트로 들어도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완벽하게 구분되는 강렬한 개성을 가진 거장들의 연주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이었음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거장들은 각기 자기 소리에 제일 잘맞는 악기를 골라, 그 악기의 기능적 가능성을 최대한 발휘하는 연주를 해 내기 마련이지요. 지금까지 제가 들어온 차이는 이런 전제가 깔린 차이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한 연주자가 악기를 바꿔가며 연주했습니다.
1700년대 초반의 바이올린들은 표준화된 생산품도 아니고, 그 이후의 사용과정에서 조금씩 각기 다른 수리과정을 거쳐왔으므로 당연히 악기별 최적의 연주법도 조금씩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를 일거에 습득해 한자리에서 연주해 낸다는 것도 웬만한 바이올리니스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임은 분명합니다.
엘마 올리베이라는 이런 일을 훌륭히 해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오랜 세월 쌓아올린 자신만의 톤을 벗어나 각 악기를 연주해 낼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이것이, 스트라디바리와 과르네리의 경향차이를 넘어서는 각 악기의 음색은 정확히 분별하기 어려웠던 제 경험에 대한 변명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오디오 엔지니어 마크레빈슨'을 내세운 이 음반의 소리는 대단히 '사실적'입니다. 바이올린의 음색, 피아노의 음색만큼은 대단히 진짜같습니다.
다만 송진 날리는 느낌, 연주자의 옷깃 스치는 소리, 침삼키는 소리, 숨소리까지 손에 잡힐 듯 들리는 그러한 '사실적임'과는 좀 거리가 있습니다. 비교해 보자면, OPUS 111이나 proprius 등 유명 오디오파일 레코딩 컴퍼니들의 것을 능가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오디오엔지니어가 마크 레빈슨인데?' 하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 나름대로 내린 해석은 이런 것입니다.
마크 레빈슨이 마스터 녹음을 담당한 것은 맞다고 생각됩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처음 레드로즈 뮤직의 홈페이지가 생겼을때 홈페이지에 이 프로젝트에 대한 얘기가 있었던 것으로 봐서도 그렇습니다. 아마 현장에서 초대손님들에게 녹음을 들려줬다는 것도, 마스터 녹음한 것을 바로 플레이해서 들려줬다는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우리가 음반점에서 사서 집에서 들어보는 것은 마크의 마스터가 아닙니다. CD입니다. 그래서 다시 자세히 읽어보니, CD Mastering and Digital Editing by Digital Dynamics Audio,inc. 이라고 돼 있습니다. 발매사는 베인 앤 푸쉬입니다.
아마도 오푸스111의 바이올린 소리를 능가할 수 없었던 이유는 이런 '씨디화' 과정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마 마크 레빈슨이 출시용 음반제작 전 과정을 담당했다면 지금 레드로즈 뮤직에서 소스를 SACD로 고집하듯, SACD로 발매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단연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훌륭한 바이올린 독주곡집 cd임은 분명합니다.
세계 최고 바이올린이 한자리에 모였으며 녹음에 마크 레빈슨이 관여했다는 프로젝트의 역사성 만으로도 소장가치가 있지 않겠습니까.
별은 4개입니다 (만점은 5개). ★★★★.
이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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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오디오 기기 비교시청을 할 때 변수를 최소화시켜놓고 AB테스트를 하듯, 세계 최고 바이올린들의 소리 차이를 가장 정확하게 비교시청해 보자는 기획인 것입니다.
기획자는 '베인 앤 푸쉬(Bein & Fushi)'. 세계적인 고악기 판매.복원전문회사입니다. 수많은 세계정상급 연주자들이 이들의 고객입니다.
이들은 스트라디바리 협회를 만들어 부자들이 명기를 구입한 뒤 젊은 연주자들에게 대여해주도록 하는 운동을 벌이기도 한 현악 애호가들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사라장이나 유니스 리 등도 이들의 도움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베인 앤 푸쉬가 이 cd를 위해 모은 서른개의 스트라디바리와 과르네리를 돈으로 따지면 총 1억달러 어치였다고 합니다. 사장이자 스트라디바리 협회 창립자인 죠프리 푸쉬는 "insurance nightmare"였다고 하는데 정말 그럴만도 했을 것입니다. 어떤 악기는 3개 대륙을 거쳐 오는 여행을 했다고 하니 말입니다.
푸쉬는 이 바이올린들의 유래와 악기 구조, 음향 등을 정밀분석한 책을 펴내는 한편 실제 연주를 녹음해 씨디로 발매하는 계획을 갖고 있었습니다. 녹음을 담당하게 된 것이 마크 레빈슨입니다.
마크 레빈슨은 '레드로즈 뮤직'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하면서 예전처럼 자신이 직접 개발을 한 것이 아니라, 이미 개발되어 있는 제품들 가운데 자신이 생각하는 소리 컨셉에 맞는 것들을 골라내어 튜닝했다는 점은 이미 알고들 계실 것입니다.
당시 마크 레빈슨은 자신이 찾아낸 Bo Bengtsson의 리본형 스피커를 현장에 갖다놓고 실제 연주와 자신이 녹음한 바이올린 소리를 초청받은 인사들에게 들려줘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레드로즈 뮤직 스피커의 원형이 되었습니다.
이벤트 당일 날짜가 언제인지는 유감스럽게도 정확치 않습니다. CD 속지에도 정확히 나오지 않을 뿐 아니라 수입원에서 추가한 한글판 (=번역판) 해설과 디스크 레이블, 케이스 뒷면 등에 나오는 날짜가 아예 연단위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99년에 음반이 나온 것을 기준으로 역산하면 98년 가을~99년 봄 사이에 녹음이 되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녹음을 하면서 어디에 중점을 두었는가에 대해 프로젝트의 총책임자인 죠프리 푸쉬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각 바이올린의 독특한 음색과 뉘앙스 차이를 잡아내는 것이었으므로 요즘 쓰는 것보다 더 악기에 가까운 위치에 마이크를 배치하였다.
하이페츠 엘만 크라이슬러 시게티 등 과거 거장들의 연주를 녹음했을때 쓰였던 방식이다. 이 결과, 더욱 직접적으로 청취자에게 생생하게 다가오는 음향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연주를 맡은 사람은 엘마 올리베이라(Elmar Oliveira)입니다.
포르투갈계 미국인으로 알려진 올리베이라는 78년 차이코프스키 콩쿨 우승, 83년 에이버리 피셔 상 수상 등의 경력을 갖고 있으며 지금도 활발한 콘서트 활동을 하고 있는 월드클래스의 바이올리니스트입니다.
아마 이름이 알려진 만큼은 국내에서 음반이 인기가 없지 않았나 생각되는데, 인터넷으로 검색해 본 그의 디스코그라피는 상당수가 후기낭만주의 이후 작품에 관한 것이거나 국내에선 거의 구할 수 없는 마이너레이블의 것들이더군요.
이 CD를 통해 들어본 인상으로는 일단 확실하고 안정된 자기 톤을 갖고 있으며 기교적으로도 완성된 좋은 연주자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원래 이 CD는 30대의 바이올린 모두를 가지고 한 대에 한곡씩을 녹음한 것이므로 30개의 트랙이 수록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국내 시장에서 팔리는 것을 보면 15개의 트랙 밖에 없습니다. 애초부터 특별한정판과 보급형 버전으로 나뉘어 출시되었기 때문입니다.
30대분을 모두 수록한 CD는 책과 함께 2백20달러 정도에 살 수 있습니다만, 국내에는 15대의 소리를 CD 1장에 담은 보급형만 풀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씨디에 소개된 15대의 바이올린은 1737년산 과르네리 델 제수 '킹 조셉', 1708년산 스트라디바리 '루비', 1740년산 과르네리 '이자이' 등 초호화진용입니다. 레퍼토리는 각각의 음색을 최대한 잘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배정되었습니다.
이를테면 명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이자이가 썼던 바이올린으로는 이자이 본인이 작곡한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합니다. '올레 불(Ole Bull)'이라는 이름의 1744년 과르네리는, 소리가 민첩하고 집시음악적인 현란한 색채 표현에 적합하다는 이유로 브람스 헝가리 무곡에 사용됩니다.
에른스트 블로흐의 '발 셈'은 '참회' '즉흥곡' '성서의 제전' 등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어둡고 명상적인 악장에는 과르네리 '비에니아프스키'가, 보다 밝고 열광적인 춤곡풍의 악장에는 1701년산 스트라디바리 '두쉬킨'이 쓰이는 등 악장마다 서로 다른 악기가 쓰이기도 했습니다.
레파토리는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크라이슬러의 소품, 파가니니 소품, 브람스 헝가리무곡, 믈로흐나 마르티농, 이자이 등의 현대음악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현대음악 계열의 트랙이 3분의 1인데 영 생소한 음향만 만들어내는 그런 곡들은 아니고, 말러 정도까지 소화하시는 분들이라면 그런대로 들어볼만 한 곡들입니다.
그런데, 막상 이 씨디를 집의 오디오로, 또 회사에서 헤드폰으로 들어보면서 저는 의외로 악기별 음색 구별이 쉽지 않더라는 점을 고백해야 겠습니다.
그뤼미오의 스트라디바리와 아카르도의 과르네리 소리는 싸구려 카세트로 들어도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완벽하게 구분되는 강렬한 개성을 가진 거장들의 연주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이었음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거장들은 각기 자기 소리에 제일 잘맞는 악기를 골라, 그 악기의 기능적 가능성을 최대한 발휘하는 연주를 해 내기 마련이지요. 지금까지 제가 들어온 차이는 이런 전제가 깔린 차이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한 연주자가 악기를 바꿔가며 연주했습니다.
1700년대 초반의 바이올린들은 표준화된 생산품도 아니고, 그 이후의 사용과정에서 조금씩 각기 다른 수리과정을 거쳐왔으므로 당연히 악기별 최적의 연주법도 조금씩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를 일거에 습득해 한자리에서 연주해 낸다는 것도 웬만한 바이올리니스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임은 분명합니다.
엘마 올리베이라는 이런 일을 훌륭히 해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오랜 세월 쌓아올린 자신만의 톤을 벗어나 각 악기를 연주해 낼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이것이, 스트라디바리와 과르네리의 경향차이를 넘어서는 각 악기의 음색은 정확히 분별하기 어려웠던 제 경험에 대한 변명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오디오 엔지니어 마크레빈슨'을 내세운 이 음반의 소리는 대단히 '사실적'입니다. 바이올린의 음색, 피아노의 음색만큼은 대단히 진짜같습니다.
다만 송진 날리는 느낌, 연주자의 옷깃 스치는 소리, 침삼키는 소리, 숨소리까지 손에 잡힐 듯 들리는 그러한 '사실적임'과는 좀 거리가 있습니다. 비교해 보자면, OPUS 111이나 proprius 등 유명 오디오파일 레코딩 컴퍼니들의 것을 능가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오디오엔지니어가 마크 레빈슨인데?' 하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 나름대로 내린 해석은 이런 것입니다.
마크 레빈슨이 마스터 녹음을 담당한 것은 맞다고 생각됩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처음 레드로즈 뮤직의 홈페이지가 생겼을때 홈페이지에 이 프로젝트에 대한 얘기가 있었던 것으로 봐서도 그렇습니다. 아마 현장에서 초대손님들에게 녹음을 들려줬다는 것도, 마스터 녹음한 것을 바로 플레이해서 들려줬다는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우리가 음반점에서 사서 집에서 들어보는 것은 마크의 마스터가 아닙니다. CD입니다. 그래서 다시 자세히 읽어보니, CD Mastering and Digital Editing by Digital Dynamics Audio,inc. 이라고 돼 있습니다. 발매사는 베인 앤 푸쉬입니다.
아마도 오푸스111의 바이올린 소리를 능가할 수 없었던 이유는 이런 '씨디화' 과정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마 마크 레빈슨이 출시용 음반제작 전 과정을 담당했다면 지금 레드로즈 뮤직에서 소스를 SACD로 고집하듯, SACD로 발매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단연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훌륭한 바이올린 독주곡집 cd임은 분명합니다.
세계 최고 바이올린이 한자리에 모였으며 녹음에 마크 레빈슨이 관여했다는 프로젝트의 역사성 만으로도 소장가치가 있지 않겠습니까.
별은 4개입니다 (만점은 5개). ★★★★.
이현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