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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품정보
   
   제작사 : 콜롬비아/트라이스타
   화면 : 2.20:1 아나몰픽
   음향 : 영어 DD 5.1, 영어 DD 스테레오, 불어 DD 스테레오, 스페인어 DD 스테레오, 포르투칼어 DD 스테레오
   자막 : 한국어, 중국어, 영어, 스페인어, 포르투칼어, 타이어
   디스크 : 단면 더블레이어 (2-Disc Set)
   제작년도 : 1962년
   DVD발행년도 : 2001년
   상영시간 : 227분
   등급 : 15세이상 관람가
   지역코드 : 3번
   감독 : David Lean
   배우 : Peter O'Toole, Alec Guinness, Anthony Quinn, Jack Hawkins, Omar Sharif 등
   
   
2. 영상 및 음향
   
   최근에 발매되고 있는 5, 60년대 헐리우드 영화의 DVD 작품들에서 느끼는 점 중의 하나는 어쩌면 이렇게 선명한 영상을 유지할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물론 잡티하나 발견할 수 없는 바로 어제 찍은 화면 같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이 영화가 제작된 지 4, 50년이 넘은 작품이라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깨끗한 화면들을 선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본 작품 역시 이러한 놀라움을 다시 한번 느끼게 만드는 화면을 보여줍니다. 물론 자세히 화면을 들여다보면 거친 입자와 순간적인 아티팩트, 다소 불명료한 배경화면등을 찾아낼 수 있지만 그러한 단점들을 찾아내는 작업들은 매우 힘든 고역일 정도입니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는 시점에서의 화면은 약간의 화질저하가 있고 사막의 하늘을 배경을 잡은 영화의 중후반 부분에서는 하얀막대같은 것이 화면에서 일렁거리는 치명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은 피할 수 없는 원본필름의 문제라고 여겨집니다.)
   
   그 정도로 영화가 보여주는 화질은 매우 명료하고 뚜렷합니다. 특히 슈퍼파나비젼 70으로 잡아낸 사막의 풍경은 너무나 아름다워서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듯한 인상을 풍길 정도입니다. 오마 샤리프가 사막의 지평선 너머로 낙타를 타고 달려오는 장면은 제가 본 이런저런 영화들 중에서 가장 독특하고 인상적인 장면이 아닌가 싶습니다. 평가를 하자면 5점 만점에 3.5점을 주고 싶습니다. (제작연도를 감안 하다면 점수는 물론 이보다 더 높아야 할 것입니다.)
   
   음향은 영상의 아름다움에는 이르지 못하지만 나름대로 균형 잡힌 분리도를 보여줍니다. 배경음악이 들릴 때는 리어스피커를 적절히 사용하고 있으며, 비행기의 이동 등에서 들려지는 공간표현도 보통의 수준은 넘어섭니다. 아카바를 점령하는 장면에서 들려지는 말발굽소리도 수준급이지만, 전체적으로 우퍼의 저음이 다소 빈약한 것은 실망스러운 요소가 되겠습니다. 평가를 하자면 5점 만점에 3.0점을 주고 싶습니다.
   
   
3. 영화적 완성도
   
   

   로렌스는 파이잘을 만나 아랍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는 실존인물이었던 Thomas Edward Lawrence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필자가 그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영국출신의 사학전공자로 옥스퍼드대학교를 졸업했으며, 아랍의 민족운동에 큰 도움을 준 사막전술의 일인자라는 매우 단편적인 사실뿐입니다. 하지만 △△백과사전에서 본 그의 이력은 영화 속에서 말하는 이야기보다는 좀 더 복잡하고 다양했습니다. 즉, 어느날 갑자기 아랍에 가서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영국으로 휭하니 돌아간 사람은 아니라는 거죠. 하지만 영화라는 제한적인 틀 안에 한 사람의 이야기를 집어넣을 때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실제 상황의 과감한 생략 정도는 애교로 보아주고 넘어가야 할 상황일 겁니다.
   
   영화는 로렌스 중위(피터 오툴)가 아랍으로 건너가 파이잘 왕자(알렉 기니스)를 만나고, 터키군이 점령하고 있는 아카바 요새를 공격하는 사건을 중심으로 시작됩니다. 아카바의 점령은 영화를 이끌어 가는 하나의 중심 축인데, 그 이유는 영화 속에서 나타나는 로렌스라는 인물이 이 사건의 전과 후에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아카바 습격작전은 놀라운 성공을 거두는데...

   아카바 사건이 있기 전의 로렌스 중위는 평범한 영국군인의 관점에서 보자면 기인이라고 할 정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는 후방의 정보부대에서 따분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 그에게 평소에 동경하던 사막이 펼쳐져 있는 아랍지역으로의 이동은 가뭄 끝의 단비와도 같은 복음입니다. 영화의 초반에 그는 불타는 성냥을 손가락으로 끄는 습관을 보여주는데, 이는 그의 기인적 행동과 함께 뜨거운 것-즉, 사막 -에 대한 그의 적응력을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으로 이해됩니다.
   
   파이잘 왕자를 만난 로렌스는 상관인 브라이튼 대령(엔쏘니 퀘일)의 의견과는 달리, 나푸다 사막을 건너 터키군의 요새가 있는 아카바를 습격하자는 제안을 합니다. 그리고 알리 족장(오마 샤리프)과 함께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지는 사막횡단을 단행합니다. 알프스를 넘어 로마군을 공격했던 한니발처럼 로렌스는 낙타를 타고 죽음의 사막을 건넙니다. 이 여정에서 로렌스는 길을 잃은 자심이라는 인물을 구하기 위해 이미 건넜던 사막으로 다시 향하는데, 이는 생명에 대한 그의 경외심과 함께 서양의 합리적 사고방식을 대변하는 모습으로 비쳐집니다. 즉, '사막에서 길을 잃은 것은 그의 운명'이라는 아랍인들의 숙명론적 사고방식에 대항해 로렌스는 '운명은 개척하는 것'이라는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합니다.
   
   

   로렌스는 아랍인을 중심으로 한 게릴라전을 펼친다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로렌스는 아랍의 편에서, 아랍의 입장을 대변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의 사고방식은 여전히 서양적 합리주의에 의해 지배되고 있으며, 영화는 의도적으로 그러한 사고방식이 더 우월하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여튼 놀라운 사막의 고행을 마치고, 로렌스는 알리의 부족과는 라이벌 관계에 있는 하위탓 부족의 족장 아우다(안소니 퀸)를 설득합니다. 단순하고 과격한 아우다는 터키의 요새에 금이 많을 것이라는 로렌스의 말에 솔깃하여 아카바 요새에 대한 습격제안을 받아들이고, 결국 아카바 습격작전은 놀라운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그리고 이 사건이 있은 후 영화 속의 로렌스는 아랍민족의 선지자가 된 듯 변모합니다.
   
   모세가 했듯 사막을 건너 카이로에 도착한 로렌스는 터키군에 대항하여 아랍인 중심의 게릴라전을 제안하고 상부의 허락을 받아 냅니다. 터키군의 열차를 폭파하는 장면에서 그는 아랍인들의 신과 같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랍인들에게 로렌스는 선지자와 같이 묘사된다.

   열차 위에서 군중의 환호에 답하던 로렌스가 부상당한 터기병사의 총에 맞는 장면을 회상해 보십시오. 팔에 총알이 스친 로렌스는 불과 몇 미터의 거리 앞에서 자신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터키병사를 선체로 노려봅니다. 터키병사는 그에게 몇 번 더 총알을 날리지만 그때마다 탄알은 로렌스를 비켜 갑니다. 아우다가 그 터키병사를 죽일 때까지 로렌스는 그 병사를 노려볼 뿐 피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는 사막의 그리스도라도 된 것일까요 ? 그는 자기자신에 대한 확신이 가득찬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카바에서의 성공은 그를 자신감에 가득찬 아랍인의 선지자로 만들었습니다. 피곤에 지친 아랍인들에게 그들이 가지 않겠다면 자기자신만이라도 홀로 가겠다고 하는 로렌스의 모습은 마치 신의 시험에 든 예언자의 모습과도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그의 자신감 있는 모습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아카바 사건 이후에 보여지는 로렌스의 모습에서 오히려 뭔가 중심을 잃은 듯한 캐릭터를 보게 됩니다. 그는 확신에 찬 모습을 보여주지만 관객은 그의 모습에서 불안정함을 느끼게 됩니다.
   
   

   터키군의 고문으로 로렌스는 정신적 혼란을 경험한다.

   그리고 그 불안정함은 터키군에게 잡혀 고문을 당한 후 자신의 파란눈과 하얀 피부가 결코 자신을 아랍인과 동일화 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는 로렌스의 모습을 통해 극명하게 표출됩니다.
   
   영화는 이처럼 하나의 결정적 사건을 중심에 배치하고 그 사건이 있기 전과 후의 주인공의 모습을 대치시킴으로써 로렌스라는 인물의 심리를 표현합니다. 그리고 화면 가득 채워진 사막의 모습과 함께 관객들에게 한편의 사막여행을 한 듯한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물론 영화가 보여주는 이야기의 구조는 사실 매우 단순합니다. 뭔가 얽키고 설킨 복잡한 구조의 영화가 반드시 더 뛰어난 영화는 아니겠지만, 이 영화가 보여주는 이야기의 진행은 한 인물이 경험하는 사건들의 연대기적 배열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별다른 갈등구조가 없습니다. 있다면 그것은 로렌스 자신이 겪는 개인적 갈등이 전부입니다.
   
   

   살육을 싫어했던 로렌스는 이미 이전의 정신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영화속의 인물들을 묘사하고 있는 배우들의 연기는 뛰어난 편입니다. 피터 오툴은 생김새마저도 실존 인물인 로렌스와 유사할 뿐 아니라 로렌스의 불안정한 정서를 뛰어나게 묘사하고 있으며, 합리적인 파이잘역의 알렉 기니스(하지만 그의 연기력은 상대적으로 약해 보입니다), 전통적인 아랍민족의 지도자 모습을 연기하는 알리역의 오마 샤리프, 조금은 무식하고 탐욕스러운 아우다역의 안소니 퀸은 정말 제대로 된 연기를 관객들에게 선사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영화가 보여주는 사막의 풍경은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 영화 속에서 로렌스는 사막을 노 없이 갈 수 있는 바다라고 표현했지만 정말 본 작품 속에서 보여지는 사막은 그 영상만으로도 매우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평가를 하자면 5점 만점에 4점을 주고 싶습니다.
   
   
4. 부록
   
   본 DVD는 두 장의 디스크에 영화를 나누어 수록하고 있습니다. 2시간이 조금 넘는 영화 본 편의 영상이 첫 번째 디스크에 수록되어 있고, 영화본편의 나머지 영상과 부록들이 두 번째 디스크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부록에는 여전히 자막이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필요 없는 스페인어와 포르투칼어 자막은 왜 코드3번의 부록타이틀에 들어가 있는 걸까요.
   
   The Making of Lawrence of Arabia : 한 시간여의 이 제작 다큐멘터리는 영화의 제작과정에 대한 상세한 내용들을 담고 있습니다. 감독과 주요 배우들과의 인터뷰 장면들이 발췌되어 수록되어 있습니다.
   
   A Conversation with Steven Spielberg :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명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가 자신의 우상이었던 데이비드 린에게 바치는 헌사입니다.
   
   Four Original Featurettes : 본 작품이 제작되었던 시기의 필름들입니다. 세편은 흑백화면이 포함된 짧은 부록입니다. 화질은 매우 열악한 수준입니다.
   
   DVD-Rom Features: Archives of Arabia : DVD-Rom을 가지고 있는 관객들에게 사용 가능한 부록입니다. 영화의 제작, 역사적 사실들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필자는 아쉽게도 이 부록을 사용해 보지 못했습니다.
   
   New York Premiere : 1분 짜리의 짦은 뉴스필름입니다.
   Telent Files : 11명의 배우 및 감독 등에 대한 소개입니다.
   Theatrical Trailer : 극장광고입니다.
   Advertising Campaigns : 스틸사진을 배경으로 영화의 역사 및 홍보 관련 내용들이 소개됩니다.
   
   
5. 나가며
   
   본 작품은 『벤허(Ben-Hur)』에서 느꼈던 실망감을 일시에 해소시켜 주는 양질의 DVD 세트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DVD가 보여주는 사막의 풍경은 VHS 같은 매체에서는 좀처럼 구현하기 어려운 뛰어난 경관을 보여줍니다. 사막의 지평선에서 타오르는 열기와 신기루... 하늘과 땅의 경계가 모호한 전경. 그리고 그 위로 나타나는 하나의 점. 서서히 커지는 작은 점과 곧 그것이 낙타를 탄 사람임을 알 수 있게 되는 화면은 아무리 보아도 경이로운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만일 여러분이 100인치 이상의 대화면을 소유하고 계신 분이라면 이 영화에 대한 개인적 선호와는 상관없이 반드시 소장하셔야 할 타이틀이 될 것입니다. 물론 필자처럼 좁은 시청공간을 지닌 분이라 하더라도 이 작품은 세상을 뜨기 전에 한번 봐 두는 것이 후회를 줄이는 한가지 방법이 될 것임은 매우 자명한 일이라 하겠습니다.

사족 : 1. 본 DVD를 보면서 가장 마음에 안 들었던 점 중에 하나는 왜 파란색 경고문이 두 번째 디스크에서도 뜨는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게다가 한글로 된 경고문은 있지도 않아서 누구를 위한 경고인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2. 본 작품은 미국에서 발매된 코드1번 DVD와 본질적으로 동일하지만 케이스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필자도 들은 풍월이고 실제로 보지는 못했습니다.- 미국의 케이스는 천으로 둘러싸여 있다고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오히려 실망하시는 분들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코드1번 타이틀과 달리 겨우 한 장짜리 챕터소개용 포스터가 들어가 있는 것은 또 다른 실망을 안겨 주는 요소입니다. 2001년에 발매될 제작사의 타이틀 홍보책자 보다는 영화에 대한 북클렛이 고객들에게는 더 큰 선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에 비해 자막은 여전히 마음에 안 드는 명조체이지만 그래도 다소 굵은 글씨로 처리하여 이전보다 한결 나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코드1번 타이틀에도 한글자막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너무 높이 올라 있는 환율에 별다른 신경이 쓰이지 않는 분이라면 자막 걱정 없이 코드1번 타이틀을 구입하셔도 큰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필자는 코드3번 타이틀도 매우 훌륭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