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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품정보
   
   제작사 : 비트윈
   화면 : 1.85:1 아나몰픽
   음향 : 한국어 DTS, 한국어 DD 5.1, 한국어 DD 스테레오
   자막 : 한국어, 영어, 일어
   디스크 : 단면 더블레이어 (2-Disc Set)
   제작년도 : 1999년
   DVD발행년도 : 2001년
   상영시간 : 120분
   등급 : 12세이상 관람가
   지역코드 : 0번
   감독 : 강제규
   배우 : 한석규, 최민식, 김윤진, 송강호 등
   
   
   
   
2. 영상 및 음향
   
   필자는 사실 『쉬리』가 특별판으로 재출시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무척이나 기뻤던 사람 중의 한 명입니다. 아직 국내 여건상 품질 좋은 DVD제품으로 국내 영화가 소개된 적이 거의 없었고, 특히 부록부문에 있어서는 거의 소외되다시피 해 왔던 것이 현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와중에 제작사에서 최고의 작품을 출시하겠다는 공언을 해 왔고, 실제 발표된 사양 역시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한 요소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다는 것입니다. 좀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애초의 기대치를 버리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려고 해도 본 작품은 제작사의 성의를 의심케 만드는 요소로 가득차 있습니다.
   
   

   충격적인 북한군의 훈련장면이 관객을 압도한다

   우선 최대의 실망을 안겨 주는 요소는 바로 화질입니다. 우리가 DVD를 처음 접할 때 귀가 아프게 듣는 소리는, 막대한 저장용량, 5.1채널의 서라운드효과와 더불어 지금까지의 다른 영상매체에서는 선보이지 못한 극장화면에 가장 근접한 선명한 영상을 보여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필자가 이 DVD에서 본 영상은 디지털영상은 차치하더라도 예전에 TV에서 본 화질이나 VHS가 보여주는 화질에도 미치지 못하는 매우 열악한 수준이었습니다. 영화가 시작돼서 끝날 때까지 저하된 화질이 지속적으로 보이고 등장인물의 움직임은 다소 단절되어 나타납니다. (이런 영상의 경우 특히 프로그레시브 방식의 화면에서 더욱 안 좋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제작사에서 무슨 생각으로 이런 화질을 그대로 출시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영화가 비교적 최근에 제작된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 하다면 매우 이해하기 어려운 화질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평가를 하자면 5점만점에 2.5점을 주고 싶습니다.
   
   음성은 그에 비해 훨씬 나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음의 분리도도 비교적 원활하게 이루어져 있고 총격전에서의 방향성이나 음장감도 어느 정도 수준에는 도달한 것으로 들립니다. 다만 배우들의 대사를 맡고 있는 센터체널이 다소 약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 필자의 경우 센터체널의 볼륨을 평소보다 조금 높여서 들은 바 있습니다. 평가를 하자면 5점만점에 3.5점을 주고 싶습니다.
   
   
3. 영화적 완성도
   
   

   유종원과 이명현은 결혼을 앞둔 연인사이인데...

   『쉬리』는 『공동경비구역 JSA』가 기록을 깨기 이전에 국내 최대 관객동원 기록을 가지고 있던 영화였고, 어찌 보면 국내 최초의 블록버스터라고 불러도 무방할 작품이기 때문에 필자가 구차하게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쓸 필요는 사실 없는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정해진 순서이고 지면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간단하게 영화의 흐름을 얘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북한의 특수8군단이 훈련을 하는 장면이 보여집니다. 실제로 저런 훈련을 하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일단 영화가 보여주는 화면은 다소 충격적이고 그런 대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역할을 하기에 충분한 것으로 보입니다. 관객은 이 장면에서 한 명의 여전사를 주목하게 되는데 그녀가 바로 이 영화의 한 축을 이루는 이방희(김윤진)입니다 -물론 이 장면에서의 이방희는 김윤진이 아닙니다-.
   
   

   시가지 총격전은 이전의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어려운 장면들이다

   OP. 현실의 한국사회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 기관은 아마도 현재의 국가정보원 정도의 단체로 보이는데 이 곳의 유능한 대원 유종원(한석규)은 남한의 주요 인사들을 하나둘씩 제거해 나가고 있는 이방희를 잡는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그는 영화상에서 딜레마에 빠져 있는 인물인데, 그의 걱정거리는, 하나는 이방희를 하루 속히 잡아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곧 결혼하게 될 애인 이명현(김윤진)에게 자신의 실체를 숨기로 살아야 한다는 신분적인 제약이 존재한다는 겁니다.
   
   따라서 영화는 남한과 북한의 특수요원간 대결이라는 액션적 요소와 사랑과 국가안보의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는 멜로적 요소가 뒤섞여서 진행됩니다. 그리고 두 가지 장르적 특성은 북한의 특수요원이 곧 사랑하는 여인과 동일인이라는 설정을 추가시킴으로써 새로운 갈등을 야기합니다. 이처럼 『쉬리』가 보여주는 영화적인 흐름은 사실상 이전의 한국 영화들이 보여준 흐름과는 어느 정도 차별화 되어 있고 나름대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을 만한 요소들을 담고 있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최민식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물론 남북한의 화해무드와 이에 따른 평화통일을 거부하고 무력에 의한 통일의 구현을 위해 남북한의 정상이 함께 한 축구장을 폭파한다는 설정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그러한 영화상의 흐름을 이끌어 가기 위해 구성된 다양한 세부장치는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역력합니다. 시가지와 건물 내에서의 총격전, 동료간의 갈등을 몰고 오는 도청과 관련한 영화적 설정, 최민식의 카리스마가 담긴 연기 등은 기존의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들이라고 하겠습니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내부에서 정보가 세어 나가고 있다는 의심이 동료간에 퍼지고 그로 인해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의 전개가 다소 긴박감 없이 흘러가고, 이장길(송강호)에 의해 의문이 너무 쉽게 풀려 나간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의외의 인물이 사건의 종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설정 역시 너무 헐리우드의 액션공식을 그대로 따라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평가를 하자면 5점만점에 3.0점을 주고 싶습니다.
   
   
4. 부록
   
   

   이명현은 유종원과 총은 겨누는 운명에 처한다.

   본 DVD는 부록을 위한 또하나의 디스크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풍부한 부록을 수록하려고 했다는 점에서는 좋은 평가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What "SHIRI" Symbolizes : 쉬리라는 물고기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키싱구라미도 한 쪽을 차지하고 있군요.
   
   Director Cut : 사실 제목만 보면 굉장한 것이 있을 것 같은데 실은 영화 속의 한 장면을 다르게 처리할 수도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고 있습니다.
   
   NG Scenes : 촬영도중 일었났던 몇몇 NG 장면을 보여줍니다.
   
   Interviews : 강제규 감독, 한석규, 송강호 등 주연 배우들의 짤막한 인터뷰와 배경장면들이 보입니다. 인터뷰는 주요인물 소개에서도 짤막하게 볼 수가 있습니다.
   
   Behind Story : 영화의 제작일지, 관객동원기록을 깼다는 뉴스 보도 장면 등이 보입니다. 필자의 경우는 이 메뉴가 원활하게 작동되지 않았습니다. 강제적으로 해당 타이틀로 넘어가서 시청했는데 필자의 디스크에서만 발생하는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The Making of "SHIRI" : 쉬리 메이킹 필름 및 음악 녹음장면이라고 소개되고 있지만 사실 볼 것은 별로 없습니다.
   
   Music video "When I Dream" : 아름다운 배경음악 "When I Dream"이 영화속 배경을 통해 흘러나옵니다.
   
   Theatrical Trailers : 한국과 일본에서의 극장예고편 입니다.
   
   Gun Index :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각종 총기 모델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Digital Audio Experience : DTS와 DD의 데모음향을 들을 수 있습니다. 필자의 경우 가장 마음에 드는 부록입니다.
   
   Cast & Director's Profile : 감독과 주요 배우의 이력이 영어로 보입니다. 왜 영어로 나오는지는 모르겠습니다.
   
   
5. 나가며
   
   본 DVD타이틀은 좀 심하게 말하면 차라리 만들지 않았던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특히 DVD라는 매체로서 뿐 아니라 영화라는 다분히 시각적인 예술매체를 감상하면서 화질에서 실망을 하게 된다면 이것은 DVD 메니아로서는 가장 큰 불만이 될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부록을 별도의 디스크로 제작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사실 부록을 위해 제작사가 노력을 한 흔적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그냥 기존에 있던 영상을 편집해 재사용 했다는 점이 너무 뚜렷하고 영화의 이해에 도움을 줄 만한 부록들이 거의 없습니다. 쉬리의 제작과정을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는 그냥 화면만 보여줄 뿐 도대체 무슨 장면인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어 굳이 이 화면을 보고 있을 필요가 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또 어떤 장면에서는 "이 장면이 끝나면 △△△의 상품이 소개됩니다"라는 자막이 나오기에 필자는 진짜 DVD구매고객을 위한 깜짝 선물이라고 있는 것으로 기대를 했는데... 알고 보니 원래 방송화면에 있던 자막이 그대로 쓰였다는 사실을 알고 허탈해 할 수밖에 없었다는 소감을 말씀드릴 수밖에 없군요.
   
   27,500원의 가격대는 너무나 부담스러운 작품이니 넘치는 돈을 주체하시기 어려운 분이 아니라면 구입을 상당히 신중하게 고려해 보시라는 충고를 드리고 싶습니다.
   

사족 : 1. 본 DVD를 보면서 한국영화의 몇 가지 뛰어넘어야 할 숙제 두가지를 발견하게 됐습니다. 먼저 하나는 탈취된 CTX가 잠실의 한 쇼핑몰 옥상에서 폭파되는 장면인데... 폭파장면을 보여주는 건물의 미니어처는 너무나 티가 나서 쓴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 한국영화계의 특수효과에 대한 길은 아직도 멀었단 말입니까 ?

2. 부록 디스크의 제작일지를 보면 한국과 체코의 축구경기를 일부 촬영했다는 기록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남북한 축구경기가 열리는 잠실경기장을 보면 한국과 중국의 축구장면이 분명한 것으로 보여 도대체 무슨 장면을 일부 촬영해 사용한 것인지 잘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더욱이 영화의 편집상 몇 가지 실수가 보이는데... 관중석 상단에 월드컵에 대비한 한중축국 국가대표 평가전이라는 플래카드가 보이고, 중국국기인 오성기 -그것도 대형 오성기-를 흔드는 관중이 보이는 등 편집자의 양식을 의심케 만드는 장면들도 보였습니다. 물론 잠실 주경기장을 가득 메우고 가상의 축구경기를 할 만한 돈도 인력도 없겠지만... 적어도 '이건 진짜 경기 아닙니다'라고 확인을 시켜 줄 필요까지는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3. 이번 DVD 제품의 가장 만족스러운 부문이라면 케이스와 메뉴화면입니다. 전면부의 디자인을 좀 더 세련되게 했다면 더 좋았겟지만 나름대로 공들인 흔적이 보입니다. 그리고 첫 번째 디스크의 메뉴화면에서 극중 박무웅의 대사 "조선의 역사는 이제 우리가 다시 연다"가 들리면서 강렬한 배경음악이 흘러나오는 것은 제가 본 어떤 DVD 보다도 인상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