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샤이닝(Shi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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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를 기피하시는 분들의 성향은 크게 두 가지로 구별될 수 있을 듯 싶습니다. 한 부류는 공포영화가 보여줄 수밖에 없는 잔인한 화면과 설정을 기피하시는 분들이고, 다른 한 부류는 거개의 공포영화가 사실 그렇기는 하지만 싸구려 영화라고 밖에는 볼 수 없는 허술한 구성과 영화적 흐름을 싫어하시는 분들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가끔은 그렇지 않은 공포영화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있게 마련인데, 그 중 가장 확실한 예중의 하나는 바로 오늘 소개해 드릴 스텐리 큐브릭의 1980년도 영화 『샤이닝(Shining)』이 되겠습니다. 오늘은 아직 국내에서는 케이블 텔레비젼에서만 소개된 바 있고, 앞으로도 그다지 소개될 가능성이 적어 보이는 호러대작 『샤이닝』을 간단하게 살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제품정보

제작사 : 워너 브로스
화면 : 1.33:1 스텐다드
음향 : 영어 DD 모노
자막 : 영어, 불어
디스크 : 단면 더블레이어
제작년도 : 1980년
DVD발행년도 : 1999년
상영시간 : 144분
등급 : R
지역코드 : 1번
감독 : Stanley Kubrick
배우 : Jack Nicholson, Shelley Duvall, Danny Lloyd, Scatman Crothers 등
영상 및 음향

워너 브로스의 1999년도판 스텐리큐브릭 컬렉션은 여러모로 시청자들의 불만을 많이 사고 있는 박스세트입니다. 그 이유는 전반적인 화질 및 음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기 때문인데 본 작품의 경우는 그 중에서도 가장 불만스러운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영상의 경우 이 화면이 과연 DVD의 화면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저화된 화질을 지속적으로 보여줍니다. 전반적인 화질의 저하 뿐만 아니라 순간적인 잡티들, 잡티의 차원을 넘어서는 흠집, 세로로 길게 늘어서기도 하는 가는 흰 막대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트랜스퍼와는 거의 무관한 듯한 화면들이 시청자의 눈앞에 펼쳐집니다. 물론 영화를 감상하면서 "이런 화질로는 도저히 볼 수가 없다"라는 심정이 들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화질에 목숨을 건 시청자들에게는 나름대로 성질을 건드릴 수 있는 요소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평가를 하자면 5점 만점에 1.5점을 주고 싶습니다.

음향 역시 불만족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스텐리 큐브릭이 모노나 스테레오를 선호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는 얘기지만, 본 작품의 경우는 장르의 특성상 모노 음향이 상당히 아쉬운 요소로 작용하게 됩니다. 사실 그의 작품에는 많은 배경음악들이 사용되고 있게 때문에 다채널로 분리된 음향효과가 영화로의 몰입에 큰 도움을 줄 것이 자명할 진데 본 작품은 모노는 차치하고 전체적인 음량이 낮게 설정되어 있어서 볼륨을 한참 올리고 들어야 하는 수고스러움까지 시청자에게 던져 주는 작품입니다. 평가를 하자면 5점 만점에 2점을 주고 싶습니다.
영화적 완성도

필자가 이와 같이 DVD로서의 무성의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작품을 리뷰의 대상에 올린 것은 먼저 최근 눈에 띄는 대작 DVD의 출시가 없다는 점도 한 몫 하기는 했지만, 일단 이 작품은 모든 영화팬들이 한번은 봐주고 넘어가야 하는 제대로 된 작품이라는 점과 함께, 향후 6월 중순을 기해서 새로운 스텐리 큐브릭 박스세트가 출시되기 때문에 사전에 어떤 작품을 구입하실 지 고민하시는 분들(물론 개별작품 위주로 구입하시려는 분들)에게 하나의 가이드를 제시하기 위함임을 먼저 밝히고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토렌스의 일가가 머물게 될 호텔의 외진 전경

영화가 시작되면 공중에서 잡은 차량 한대가 무척이나 외진 도로를 끊임없이 달리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는 산중턱에 자리잡은 오래된 휴양시설 하나를 보여주는데 시청자들은 이 오프닝을 통해 참 외진 곳도 다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주인공 잭 토렌스(잭 니콜슨)는 전직 교사로 현재는 일정한 직업이 없으며 집필활동에 몰두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 그가 돈도 벌고 집필 활동도 하기 위한 방편으로, 한 겨울동안 폐쇄되는 산속 호텔의 관리인으로 취직하기로 마음먹고, 지금 먼길을 떠나 면접을 보러 온 상황입니다. 영화의 초반 인터뷰 장면에서 지배인 울만(배리 넬슨)은 토렌스에게 한가지 사실을 말해 주는데, 그것은 이전의 겨울철 관리인이었던 딜버트 그래디(필립 스톤)가 한 겨울 완전히 폐쇄된 이 곳 호텔에서 정신을 잃고, 부인과 쌍둥이 딸을 도끼로 살해했다는 내용입니다. 토렌스는 자신은 집필활동 중이기 때문에 오히려 조용한 환경이 최적의 조건이며 자신에게는 그러한 일이 결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이쯤 되면 영화는 초반부에 너무 많은 사실을 관객들에게 보여준 셈이 됩니다. 왜냐하면 자신에게 결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주인공의 대답은 곧 그에게 바로 그러한 사건이 벌어질 것이라는 얘기와 다름이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잭 토렌스의 아들인 대니 토렌스(데니 로이드)는 상상 속의 친구인 토니와의 대화를 통해 그곳에 가면 뭔가 나쁜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인지하게 되고 관객은 이를 통해 반드시 무서운 사건이 벌어질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 놀라운 사건을 보여주는 감독의 솜씨가 우리가 흔히 보는 공포영화의 전형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입니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잭 토렌스가 도끼를 들고 가족의 생명을 위협한다는 점에서는 관객의 상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그 과정은 상징과 암시, 촬영기법 등에 의해 시각적 공포감보다는 심리적 공포감을 유발하게 합니다.

호텔에 들어온 세 명의 가족은 한 달을 넘기고 부터 이상한 기운에 휩싸이게 됩니다.

토렌스는 시간이 지나면서 정신적 혼란을 겪는다

영화는 다소 초췌해진 토렌스의 모습에서 그의 변화를 읽게 하지만 더 확실한 변화의 조짐은 아들 대니에게서 발견됩니다. 대니는 세발 자전거를 타고 오버룩 호텔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것이 취미인데, 녀석에게는 『식스센스』의 콜과 비슷한 특별한 능력이 있습니다. 그 능력이 바로 영화의 제목과 같은 "샤이닝"이라는 것인데 이는 말을 하지 않고도 의사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그런데 사실 대니에게는 그런 단순한(?) 능력을 넘어서서 과거의 일과 미래의 일을 연결 지을 수 있는 특이한 능력을 지닌 것으로 보이며, 관객은 녀석의 눈을 통해 아버지에게 살해된 것이 분명한 쌍둥이 여자아이 둘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이 대니에게 영원히 같이(forever... ever... and ever) 놀자고 하는 말과 토렌스가 영원히(forever... ever... and ever) 사랑할 것이라며 대니에게 하는 말의 유사성은 관객에게 공포심을 배가시키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리고 어느 날 아내 웬디(쉘리 듀발)가 남편과의 대화를 갖기 위해 내려가서 우연히 보게 되는 남편의 원고... 한 달이 넘게 그가 써 온 원고라는 것이 "all work and no play makes Jack a dull boy"라는 문장의 끝없는 반복이라는 사실은 잭의 정신분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이며 이제부터 본격적인 잭의 광기가 시작됩니다.

도끼를 휘두르며 부서진 문 사이로 얼굴을 내밀며 "웬디... 나 집에 왔어"라고 웃음 짓는 잭 니콜슨의 얼굴은 언제 생각해도 소름끼치는 안면연기의 압권입니다. 지금도 영화의 촬영과 관련하여 항상 언급되는 미로사이에서의 헨드헬드 카메라 역시 촬영기법의 개가일 것입니다. 이처럼 영화는 마지막 10분 동안 그 동안 축적되었던 공포분위기를 한번에 터뜨리면서 광인의 광기를 확실하게 드러냅니다.

토렌스와 그래디의 만남.
환상과 현실의 구분이 모호하다

본 작품은 감독이 영국에서 촬영했던 전 작품들, 『시계태엽장치 오렌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비하면 관객이 보기에 큰 부담이 없는 작품입니다. 이야기의 흐름도 무난할 뿐 아니라 영화 속에 감독의 복잡한 사상이 깊이 스며든 작품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필자는 영화를 보면서 잭이 만나는 가족 이외의 사람들이 잭만이 느끼는 정신분열의 결과라고 생각하며 시청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사람(?)들이 단순한 환상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갑자기 지금까지 믿어 온 영화에 대한 개인적인 기준이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됐습니다. 예를 들어 아내에게 얻어맞고 창고에 갇힌 잭은 문 너머로 그래디(갑자기 그래디가 누군지 혼란스러우신 분이라면 리뷰의 첫 부문에서 울만이 토렌스에게 한 말의 부분을 다시 보십시오)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그래디는 잭이 아내나 아들을 제압할 만한 힘이 없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토렌스는 다시 한번 기회를 준다면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잭은 그 후로 아내와 아들을 쫓기 시작합니다.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일까요... 게다가 아내마저 그래디를 보게 되는 장면까지 추가되다 보니 정작 필자는 이 영화 역시 명명백백한 영화는 아니다라는 느낌을 갖게 되었습니다.

또한 영화의 마지막 장면... 1921년도 독립기념일 파티에서의 만찬사진. 만찬을 주도하는 지배인의 얼굴은 다름 아닌 잭 토렌스의 얼굴이군요. 그는 옛 지배인의 전생을 지니고 있는 후세의 사람일까요, 아니면 악령의 힘에 의해 지배된 또 다른 희생자로 사진 속에 각인된 것일까요?

영화 속에서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대니와 같은 샤이닝의 능력을 지닌 흑인 주방장 헬로런(스캣맨 크로더스)은 너무나 허무하게 죽어서 그가 왜 영화의 후반부에 등장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는 사실입니다.
평가를 하자면 5점 만점에 4.5점을 주고 싶습니다.
부록

대니가 써 놓은 글. 뒤집어 읽으면 살인자가 된다

본 DVD는 부록은 그다지 풍성하지는 않습니다.

Theatrical Trailer : 극장용 광고화면입니다.

The Making of "Shining" : 샤이닝의 제작 다큐멘터리입니다. 감독은 비비안 큐브릭이군요.(그녀는 스텐리 큐브릭의 딸입니다.) 다큐멘터리라고는 하지만 별다른 장면해설은 없습니다. 영화 촬영 도중의 화면들이 보여지고 특히 스텐리 큐브릭의 모습들이 많이 비추어집니다.

저 역시 그의 동영상을 이처럼 오래 보기는 이 작품에서 처음인 듯합니다. 한가지 중요한 요소는 배우들과의 인터뷰가 삽입되어 있다는 점일 겁니다. 인터뷰의 내용은 매우 이해하기 쉽게 말들을 합니다. 영어가 아주 조금 되신다면 쉽게 이해될 수 있는 내용들이니 만치 한번쯤 들어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아들 역으로 나온 대니 로이드의 경우 출연료와 관련하여 자신의 출연료를 예측하는데 어린아이다운 순진함을 보여주는군요. 영어공부도 할 겸 시청해 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나가며

본 DVD타이틀은 6월 중순에 전세계에 동시 발매되는 New Kubrick Collection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작품입니다. 따라서 절대 필자가 가지고 있는 제품을 사지 마시고 새로 나오는 제품을 구입하시길 바랍니다. 새로운 작품의 경우 5.1채널 돌비디지털로 리마스터링 될 예정일 뿐 아니라 화질 역시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다시 거칠 것으로 알려져 있어 현재의 제품을 상회하는 퀄리티를 지닐 것이 확실합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 『베리린든』, 『로리타』, 『풀메탈자켓』 네 작품과 별도의 다큐멘터리 한 작품(심의문제로 7월 발매예정)만이 출시될 예정으로 있기 때문에, 『시계태엽장치 오렌지』 및 『샤이닝』은 어짜피 코드1번 타이틀을 구입하실 수밖에 없을 듯 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모든 장르팬을 불문하고 보시길 권해 드리는 뛰어난 작품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사족 : 아래의 6번 내용까지는 IMDB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1. 스텐리 큐브릭은 영화를 촬영하기 전에 어떤 작품을 찍을 것인지 결정하기 위해 산더미 같은 책을 갖다 놓고 일분씩 책들을 훑어본 후 곧바로 벽에 던지는 행동을 반복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후에 결국 스티븐 킹의 『샤이닝』을 선택했지만 스티븐 킹 본인은 자신의 책 첫부분이 너무 평이한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작품을 감독이 선정한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2. 영화의 후반부에 나오는 미로는 실제 소설에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3. 오버룩 호텔의 외관은 실제 오레건주의 후드산에 위치한 팀버린 로지(Timberine Lodge)이지만 호텔의 내부는 모두 세트입니다.

4. 오버룩 호텔내부에 있는 문제의 장소 237호실. 소설 속에서는 실제 217호이지만 팀버린 로지의 메니저는 217호실을 손님들이 기피할 것을 우려하여 이 번호를 사용하지 말아 줄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실제 휴양소에 존재하지 않는 237호실로 변경하였습니다.

5.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all work and no play makes Jack a dull boy"라는 문장의 수많은 원고는 감독 스텐리 큐브릭이 직접 타이핑한 것입니다.

6. 원래 이 영화에는 다른 결말이 존재했습니다. 잭 토렌스의 사진이 사라지면서 병원에 누워 있는 아내를 울만이 찾아옵니다. 그리고는 남편의 시신을 찾지 못했다는 말을 남긴 체 병원을 떠납니다. 밖에는 아들 대니가 놀고 있는데 울만은 대니가 237호실 앞에서 주었던 바로 그 공을 대니에게 건네며 웃음을 짓고 사라집니다. 큐브릭은 실제 상영시기가 가까워 지면서 이 부분을 삭제했습니다. 필자의 느낌으로는 이러한 결말이 너무나 상투적인 공포영화의 효과(아직 모든 것이 끝나지 않았다는 복선...?)이기 때문에 삭제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7. 이 작품이 국내에 소개되지 못하는 이유는 잔인한 장면과는 별 상관이 없는 듯 싶습니다. 영화상에서 잔인한 장면이라고 할 만한 요소는 요즘 기준으로는 전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히려 237호실에서 잭 니콜슨이 보게 되는 여인의 나체가 문제인 듯한데... 그 장면은 불과 1분여 정도뿐이고 음모노출 이외에는 그다지 야하다는 느낌도 없어서 조금은 안타까운 느낌도 듭니다.

8. 침대에 앉아 상상 속의 친구인 토니의 목소리로 엄마에게 말하는 대니의 모습에서 『엑소시스트』를 떠올리게 됐다는 필자의 느낌을 마지막으로 적습니다.

-llhtml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