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똑바로 살아라
말콤 엑스와 마틴 루터 킹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너무나 명확합니다. 공통점은 둘 다 흑인이라는 것이며 차이점은 한 사람은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폭력은 정당하다고 주장한 반면 다른 한 명은 인도의 간디처럼 비폭력 평화주의를 주장했다는 것입니다. 이들이 살았던 1960년대는 바로 이 두사람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극에 달했던 시기로서, 흑인으로 살아간다는 것과 폭력과 평화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이 백인이나 흑인 모두에게 하나의 위협이 되던 시기였습니다. 오늘은 자신의 작품 속에 항상 흑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진보적 영화인 스파이크 리의 출세작, 『똑바로 살아라(Do the Right Thing)』를 간단하게 살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 제품정보
제작사
: 크라이티리언
화면 : 1.85:1 아나몰픽
음향 : 영어 DD 서라운드, PCM 서라운드
자막 : 영어
디스크 : 단면 더블레이어 (2-디스크)
제작년도 : 1989년
DVD발행년도 : 2001년
상영시간 : 120분
등급 : R
지역코드 : 1번
감독 : Spike Lee
배우 : Danny Aiello, Ossie Davis, Spike Lee, Ruby Dee, Bill Nun 등
- 영상 및 음향
디비디 업계에서 크라이티리언의 명성은 이미 엘디시절부터 내려오는 업계의 전설이지만 본 디비디에서 보여주는 영상 역시 명불허전이라는 말을 실감케 할만큼 뛰어난 화질을 보여줍니다. 물론 완벽한 화질이라고 하기에는 다소간의 잡티가 보이고, 일부 화면에서 다소 뿌연 화질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있지만 나름대로 시청자가 만족할 만한 화질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색상의 대비가 뚜렷하고 붉은 색이 과도하게 사용된 화면에서도 별다른 번짐 현상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평가를 하자면 5점만점에 4점을 주고 싶습니다.
음향은 공식적으로는 돌비디지털 2.0서라운드라고 표시되어 있지만, 거의 돌비프로로직의 수준으로 들립니다. 워낙에 음향효과가 특출난 영화가 아니라서 별다른 음향의 공간적인 효과를 느낄 만한 부분이 없는 작품이지만 6개의 스피커가 모두 울리고 있고 그런 대로 음향에서도 만족스러운 느낌을 갖게 되며 대사의 전달도 명확합니다. 평가를 하자면 5점만점에 3.5점을 주고 싶습니다.
- 영화적 완성도
뉴욕 뒷골목의 여름은 마치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우리 나라의 한 여름 날씨처럼 사람들을 나른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곳에 모여 살고 있는 흑인들의 삶 역시 날씨만큼이나 나른합니다.
흑인 노인들은 음담패설로 하루를 소비한다
감독 스파이크 리는 자신이 직접 주인공으로 출연한 이 작품에서 뉴욕 뒷골목 흑인 빈민가의 하루를 담담하게 비쳐 줍니다. 노인들은 빨간 벽돌 앞 파라솔 밑에 모여 시시껄렁한 음담패설을 주워 섬기며 하루를 보내고, 젊은이들 역시 별다른 일거리 없이 떼를 지어 길거리를 몰려다니며 하루의 소일거리를 찾고 있습니다.
다만 주인공 무키(스파이크 리)만이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의 생계를 위해 골목에서는 유일한 피자가계인 살(대니 아이엘로)의 Sal's famous pizzaria에 배달부로 취직을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다 보니 그에 대한 동네 사람들의 평판은 그런 대로 괜찮은 듯 합니다. 가게 주인인 살 역시 그런 무키를 성실한 젊은이로 생각하고 있고, 가겟집 작은아들과도 나름대로 괜찮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큰아들만이 무키를 싫어하는데, 그는 무키라는 개인에 대한 혐오보다는 흑인사회 전체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살 역시 흑인들이 모여 사는 이 뒷골목에서의 삶이 썩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이곳에서 가게를 일으키고 아들들을 키어 온 자신의 삶에 대한 후회는 없는 듯 보입니다. 다만 가끔 피자 한 조각을 사러 와서는 이런저런 불만을 늘어놓는 질 나쁜 흑인 녀석들이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죠.
아니나 다를까, 오늘 두명의 흑인이 살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습니다. 한 명은 피자가게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유명인들의 사진에 흑인들이 없다며 불평을 늘어놓는 버깅 아웃(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이고 다른 한 명은 커다란 스테레오시스템을 들고 항상 퍼블릭 에너미의 "Fight the Power"라는 노래를 틀어 가게를 시끄럽게 만드는 래디오 라힘(빌 넌)입니다.
살의 아들은 흑인 뒷골목이 지겹도록 싫다
살은 나름대로 이웃들과 친하게 지내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이지만 이런 종류의 흑인들에게는 자신의 성질을 모두 드러내는 호기도 지니고 있습니다.
문제는 바로 살의 입장에서는 말도 안돼는 억지를 부리고 있는 이 흑인 청년들은 반대로 자신들의 주장에 대해 확신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살아가는 장소에 이탈리아인이 피자가게를 세우고, 한국인이 슈퍼마켓을 하면서 자신들의 돈을 가져가는 것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그런 이방인들이 자신들에게 우호적이기는커녕 자신들의 정당한 주장 및 권리를 침해하고 있으니 이들에게 남은 선택은 투쟁밖에는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흑인들은 이들의 말에 코웃음만 칠 뿐입니다. 갑자기 살의 피자를 먹지 말자고 하면서 그 이유로 벽에 흑인 사진이 없기 때문이라는 주장은 누가 들어도 설득력은 약한 말들이죠. 그래서 버깅 아웃과 래디오 라힘은 둘만의 투쟁을 선포하고 살의 가게로 진입합니다.
한국인은 흑인을 혐오하지만 흑인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 후의 사건은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듯이 로스엔젤레스의 흑인폭동을 예언했다는 바로 그 내용과 같이 살과 두 흑인의 싸움과 흑인 주민 전체의 소요로 번져 갑니다.
감독 스파이크 리는 이 영화에서 흑인들의 권리나 투쟁을 이야기하고 있기는 하지만 표면적으로는 그 전개방식이 선동적이지는 않습니다. 즉 흑인이 왜 미국사회에서 비주류이며, 그들이 어떻게 탄압 받고 있는지를 직접적으로 말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흑인들은 일상적인 삶을 살고 있으며 관객의 눈에 비친 그들의 모습 역시 억압 받고 있는 계층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한심하고 이 세상이 별로 필요로 하지 않는 존재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후반부에 래디오 라힘이 경찰에 의해 죽게 되는 장면에 이르러서는 오히려 이전에 보여졌던 불필요한 듯한 흑인의 존재에 의해 더 큰 자극을 가하는 효과를 얻게 됩니다. 즉 경찰은 반드시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불필요하고 나약한 흑인에 대해 과잉폭력을 가하고 그로 인해 그의 목숨을 빼앗게 됩니다.
살에대한 항의, 소요의 전초전이다
(사실 이 영화가 만들어지고 나서는 이러한 설정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미국의 언론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로드니 킹 사건이 발생함으로써 이러한 설정이 감독의 개인적인 편견에서 나온 것만이 아님이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중립적이고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무키가 직접 소요의 도화선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맡게 됨으로써 감독의 의도는 직접적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그에게 있어 흑인으로서의 삶은 결코 백인, 이탈리아인 또는 한국인들과 동일할 수 없으며, 한때 그들과 우호적인 관계에 있었다 하더라도 자신의 동포들이 더 중요하고 그들의 권익이 침해받는 것에 대해 함께 동참해야 하는 운명을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음날 폐허가 된 자신의 가게 앞에서 무키와 언쟁을 벌이는 살은 왜 우리가 이렇게 마주보고 서 있어야 하느냐는 푸념을 합니다. 그와 무키는 정말 좋은 관계였고, 자신도 무키에게 최선을 다했는데, 어째서 무키는 자신의 가게에 쓰레기통을 던짐으로써 주민들의 감정을 폭발시켰을까요 ? 살로서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무키, 즉 스파이크 리에게 있어 그러한 행동은 너무나 자명한 이유를 지니고 있습니다. 바로 자신의 동포인 아프리카계 미국인 친구가 죽었기 때문이죠.
스파이크 리의 "똑바로 살아라"는 백인의 입장에서는 매우 위험한 영화임이 틀림없습니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 영화의 중간에 나오는 한국인 슈퍼마켓 주인의 시선이야 말로 바로 흑인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 아닐까요. 실제 한국인이 아님이 분명한 그 동양인은 흑인은 게으르고 예의가 없는 더러운 인종이라는 선입관을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저 역시 그러한 선입관에서 그리 자유롭지는 않은 듯 싶습니다.
다음날 아침 무키와 살의 낯선 대면
이 영화는 인종간, 민족간, 세대간의 몰이해와 선입관이 가져올 수 있는 극단적 위험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억압받고 있는 측에서 보일 수 있는 최후의 선택이 폭력임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문제작입니다.
평가를 하자면 5점만점에 3.5점을 주고 싶습니다.
- 부록
본 DVD는 부록을 위한 별도의 디스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Audio Commentary by Lee, Dickerson, Ernest, Thomas, and Joie Lee : 감독 스파이크 리를 비롯하여 영화에 참여했던 5명의 인사들이 육성 해설을 들려줍니다. 음... 이 많은 사람들의 해설을 언제 다 들을 수 있을까요 ? 당연한 얘기지만 디스크 1에서 선택해야 합니다.
New Video Introduction by Spike Lee : 스파이크 리가 간단하게 본 디비디와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리는 이후의 부록에서도 간단한 설명들을 하는 성의를 보여줍니다.
The Making of "Do the Right Thing" : 영화의 제작 다큐멘터리입니다. 감독은 클레어 분이며 장장 한시간 분량의 화면이 펼쳐집니다. 저 역시 다 보지는 못했지만 영화를 촬영하기 전의 세트(살과 한국인 부부의 가게는 세트더군요) 설치장면, 주민들과의 관계 등등해서 많은 내용들을 담고 있습니다.
Revisit the Film's Bedford-Stuyvesant Locations : 영화가 촬영된 지 10년이 지난 후 감독과 스탭진 중 하나였던 존 킬릭이 다시 촬영장소를 찾아 이야기를 나눕니다.
The 1989 Cannes Film Festival Press Conference : 본 영화가 1989년 칸느 영화제에 출품되었을 당시 기자들과의 대화장면을 녹화한 화면입니다. 몇 가지 주제에 대해 문답형식으로 벌어지는 인터뷰가 색인과 함께 제공되고 있습니다.
Behind-the-Scenes Footage, from Rehearsal to Wrap : 영화촬영전의 리허설 장면, 인물의 성격에 대한 토론 등등 영화의 뒷얘기들이 하이-8 비디오카메라로 촬영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화면 자체는 그다지 선명하지 않습니다.
Public Enemy's Video for "Fight the Power" : 극중에서 래디오 라힘이 항상 틀고 다니는 퍼블릭 에너미의 "Fight the Power"의 비디오 클립입니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이게 비디오 클립이 맞나 싶습니다. 좀 기다려야 노래가 시작되니 혹시 이 부록을 선택하실 때는 좀 참고 기다리셔야 합니다.
Trailer and TV Spots : 극장용 광고화면과 텔레비전 광고입니다.
Interview with Editor Barry Brown : 편집을 맡았던 배리 브라운과의 인터뷰 장면입니다.
- 나가며
실제로 이 영화는 미국 내에서는 한창 논쟁을 불러일으킨 영화이지만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흥밋거리가 없는 영화일 수도 있습니다. 영화 도중에 한국인이 나온다는 것이 조금 흥미롭기는 하지만 그 역할이나 비중이 높은 것도 아니고 그다지 좋은 인상을 풍기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스파이크 리의 영화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이 영화는 반드시 보고 넘어가야 하는 작품이며, 오락거리를 찾는 분이라면 돈을 절약하시는 것이 가계 안정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참고로 본 작품은 유니버셜사에서도 디비디로 출시가 되어 있습니다. 물론 국내 출시는 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별로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