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아키라 (AKI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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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그 정도가 많이 약해지기는 했지만 한 때 일본 에니메이션은 소위 삐짜 테이프의 베스트셀러였으며 하나의 메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광범위한 언더그라운드 문화였습니다. 『아키라(アキラ)』 역시 이러한 제페니메이션 열풍의 한 가운데에 위치해 있던 작품이며, 최근 미국에서 발매된 2-디스크 메탈박스 한정판의 경우 프리오더로 거의 매진이 되는 또 한번의 열풍을 몰고 온 작품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소위 사이버펑크 아니메(정작 저 자신은 이 말의 정확한 의미를 모르겠습니다)의 정점에 위치해 있는 오토모 가츠히로의 화제작 『아키라』를 간단히 살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제품정보

제작사 : 파이오니어 (Pioneer)
화면 : 1.78:1 아나몰픽
음향 : 영어 DD 5.1, 일어 DD 서라운드
자막 : 영어
디스크 : 단면 더블레이어 (2-디스크)
제작년도 : 1988년
DVD발행년도 : 2001년
상영시간 : 124분
등급 : R
지역코드 : 1번
감독 : Otomo Katsuhiro
영상 및 음향

본 작품의 영상은 전체적으로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을 만 합니다. 치명적인 단점은 존재하지 않는 화질이지만 그다지 뛰어나다고 하기는 어렵고 자잘한 단점들도 눈에 보입니다. 일단 색상의 대비는 무난하고 열화현상이나 잡티들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색감이 다소 어둡다는 인상을 주고 있으며 같은 코드1번 작품인 『원령공주』에 비해서도 색감이 탁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평가를 하자면 5점 만점에 3.5점을 주고 싶습니다.

음향은 본 디비디에서 다소 불만을 살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필자의 경우 영어 더빙음성으로는 잠깐 시험삼아 들어보았을 뿐 영화의 시청은 모두 오리지날 일본어 트랙으로 들었습니다만, 볼륨을 조금 올리고 들어야 음장감을 느낄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돌비 프로로직의 한계인 듯 합니다.)

잠깐 들어본 영어트랙은 나름대로 괜찮은 수준의 음성을 들려주는 듯 했고, 더빙을 맡은 성우들의 음성 역시 원래의 일본어 음성과 유사한 소리를 들려주어 만족스러웠습니다. - 물론 자막 읽기를 원천적으로 싫어하는 미국 사람이 아닌 입장에서 보면 일본인이 영어로 말을 하는 듯한 어색함은 여전합니다. - 하지만 정작 원본 일본어 음성트랙의 음향효과는 전반적으로 평균치 정도에 그치는 듯 합니다. 일본어 음성을 기준으로는 5점만점에 3점을 주고 싶습니다.
영화적 완성도

데츠오는 가네다의 멋진 오토바이를 부러워한다

『아키라(アキラ)』의 장르는 성인취향의 공상과학만화영화입니다. 때는 동경대폭발이 일어나고 세계 제3차대전이 발발한지 31년후, 2019년의 네오도쿄... 사회는 안정을 찾지 못하고 반정부단체의 테러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올림픽이 개최되기 1년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크게 두 가지 줄기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첫 번째 줄기는 실험대상인 세명의 "아이들(kids)" - 키요코, 마사루, 다카시- 를 중심으로 비밀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정부 및 군당국과 이를 저지하려고 하는 반정부단체의 테러활동에 의해 전개됩니다. 대좌 및 박사는 한 때 "아이들"과 함께 실험대상으로 선택되었던 "아키라"가 소유했던 힘의 근원을 연구하려 하고, 류와 케이를 중심으로 한 반정부 단체는 이 계획을 저지하려고 합니다.

가네다는 폭주족의 리더다

두 번째 줄기는 가네다와 데츠오를 중심으로 한 오토바이 폭주족들의 일상입니다. 가네다는 멋진 오토바이를 소유한 팀의 리더인 반면, 데츠오는 어려서부터 가네다의 도움만을 받아 온 친구입니다. 데츠오는 항상 사회의 약자였으며, 폭주족 내에서도 그는 약자의 위치에 서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영화적 흐름은 데츠오가 정부의 비밀프로젝트에 우연하게 참여하게 됨에 따라 하나로 합쳐집니다. 대좌와 박사는 데츠오에게 놀라운 능력이 있음을 발견하고 가네다와 카이는 데츠오를 구하기 위한 계획을 세웁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내재된 엄청난 에너지를 간파한 데츠오는 그간의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서 벗어나 사회를 향한 파괴행위를 시작합니다.

데츠오의 가공할 힘과 가네다와 케이의 활약상은 직접 디비디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스타일입니다. 스타일이라 하면 우선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방식을 얘기할 수도 있고 말 그대로 편집스타일을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본 작풍은 두 가지 모두 신선하고 특징적입니다.

데츠오는 놀라운 힘을 발휘하게 되는데...

이것은 전반적으로 영화의 진행이 기존의 에니메이션과는 차별화된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쉽게 감지할 수 있습니다.

영화를 따라가면서 시청자들은 영화의 편집스타일이 기존의 실사영화와 유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직접적인 데츠오의 괴력을 보여주기보다는 데츠오가 지나간 후의 파괴된 장면만을 보여줌으로써 간접적으로 그의 위력을 보여주는 편집스타일이나 데츠오의 과거를 회상하는 플레시백, 암전을 이용한 장면전환 등은 에니메이션의 스타일을 한 차원 높인 것으로 평가할 만 합니다. 마치 충분한 자본만 있다면 최근의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하여 실사영화로 찍어 보아도 훌륭한 작품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아마도 영화를 보시고 나서 뭔가 대단한 작품이라는 느낌을 받으셨다면 바로 이러한 스타일의 미려함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입니다.

하지만 영화적인 구성 면에서는 다소 아쉬운 부분들이 존재한다고 하겠습니다.

일본 에니메이션의 특징 중 하나인 장대한 스케일과 난해한 구성은 이 작품에서도 두드러진 모습을 드러내지만 정작 이야기의 구성은 비약이 심하고 개연성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의 중반부에 데츠오는 상대편 폭주족을 추격하다가 사고를 당합니다. 그가 사고를 당하자마자 대좌 일행이 이끄는 군부대가 헬기를 동원하여 사고현장에 도착합니다. 물론 군부대는 데츠오를 목표로 그곳에 도착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대좌는 데츠오를 헬기에 싣고 박사에 의해 그가 놀라운 잠재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실험대상인 "아이들"은 데츠오를 막으려 한다

대좌나 박사가 데츠오의 능력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상황설정이 없는 상태에서 부상당한 폭주족을 극비 프로젝트가 진행중인 실험실로 데려간다는 것은 개연성이 거의 없는 설정이라고 하겠습니다.

또한 데츠오의 능력이 통제불능의 상태로 빠지자 역시 초자연적인 힘을 지니고 있는 세명의 "아이들"은 케이를 이용하여 데츠오를 제압하려고 합니다. 영화상에서 케이는 뭔가 세명의 "아이들"에게 선택될 만한 뚜렷한 근거가 제시되지 않고 있으며, 케이를 이용하는 것이 데츠오를 제압하는데 어떤 도움이 되는 지도 명확한 설명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데츠오가 괴물로 변해 가는 극의 종반에서도 세명의 "아이들"과 가네다에게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 및 대화들은 뭔가 명확하지 않은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이것이 관객으로 하여금 사유의 공간을 남겨 두려는 감독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저의 주관적인 견해로는 그러한 의도로는 보이지 않으며 실제로 관객이 생각해서 풀어 나갈 만한 상황들도 사실 영화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데츠오는 결국 자기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극중 세명의 "아이들"과 케이는 에너지의 근원과 무한한 힘의 발현 가능성, 이의 통제에 대한 불가해한 말들은 남기지만 정작 영화의 핵심주제를 제시하는 서사적인 연결성은 다소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그로 인해 영화를 모두 시청하고 나서 관객들은 도대체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아마도 이러한 문제들은 원작 만화를 영화화하는데 있어서 발생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지만 필자의 경우 원작 만화를 보지 못한 관계로 섣불리 예단 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미성년 관객을 통한 수익창출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성인 SF에니메이션의 새로운 스타일을 제시한 놀라운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보다 유기적인 이야기의 연결고리가 아쉬운 에니메이션이라고 하겠습니다.

평가를 하자면 5점 만점에 3.5점을 주고 싶습니다.
부록

본 DVD는 부록을 위한 별도의 디스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Capsule Option : 유일하게 첫 번째 디스크에서 선택하는 부록입니다. 이 옵션을 선택하고 영화를 시청하시면 영화를 보는 도중에 하단부에 캡슐이 나타납니다. 이때 선택버튼을 누르시면 주요한 어휘에 대한 영문 설명이 나타납니다.

Production Report : 영화의 제작과정과 등장인물 및 배경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다큐멘터리입니다.

"AKIRA" Sound Clip : 영화에 사용된 배경음악의 제작에 관한 20여분의 다큐멘터리입니다.

Director's Interview : 감독 오토모 가츠히로가 원본 만화와 영화에 관하여 이야기합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영어 서브타이틀이 제공됩니다.

Production Materials : 파이오니어는 무슨 생각으로 이 부록을 집어넣었을까요 ? 무려 스틸사진의 양이 4,500개를 넘어섭니다. 스토리보드, 스케치, 사용되지 않은 인물들의 그림, 포스터, 원본 만화의 표지 등등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다 보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듯 하군요...

Trailers : 4개의 극장용 광고화면과 하나의 TV 광고화면입니다.

Restoration : 이 부록은 특별히 이번 DVD의 제작과 관련된 부분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비디오 트랜스퍼와 관련된 기술적인 사항들, 영어 더빙 및 5.1채널 사운드와 관련된 부분 및 기타 제작관련 에피소드 등이 담겨 있습니다.

Glossary : 영화에서 사용된 독특한 단어들에 대한 설명입니다.
나가며

본 작품은 여러모로 잘 만든 디비디임에 분명합니다. 파이오니어에서 만든 작품치고는 기대이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베이(Anchor Bay)사의 틴 에디션(Tin Edition)과는 다른 메탈 박스세트(metal box set)의 디자인도 훌륭한 수준입니다. 혹시 이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당연히 소장가치의 최우선순위를 차지할 만한 작품이지만 아쉽게도 재고량이 넉넉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공식적으로는 75,000카피의 한정 판매형식이었습니다.) 파이오니어사의 경우 메탈 박스 에디션이 아닌 일반 케이스의 2-디스크 스페셜 에디션과 부록 디스크가 없는 한 장짜리 movie-only 버전을 별도로 발매하고 있습니다.

디비디의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 한가지 불만이라면 타이틀이 홀더에서 쉽게 빠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사소한 곳에서 좀더 신경을 썼다면 좋았지 않았을까 하는 바램을 가져 봅니다.

그리고 부모님들은 절대 이 영화를 자녀들과 함께 시청하지 마십시오.

-llhtmlll-